박지원 <예덕선생전>
이해와 감상
‘예덕선생전’은 연암의 실학 사상을 담고 있는 여러 편의 한문 소설 가운데 하나로 <방경각외전>에 수록되어 있다. 자기의 분수를 알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예덕 선생(엄 행수)의 삶을 통하여 진정한 교우의 의미와 참다운 인간상을 제시한 작품이다.
선귤자의 제자 자목은 스승이 비천한 신분의 엄 행수와 사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비판한다. 이에 선귤자는 엄 행수의 신분과 직업은 비록 미천하나, 안분지족하고 근건 절약하는 아름다운 덕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예덕 선생이라 부르고 존경하고 벗한다고 설파한다. 그리고 이해나 아첨에 의해 맺어지는 인간 관계를 경계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교우할 것을 가르친다. 이 작품은 선귤자를 비난한 자목이 스승의 가르침을 들은 후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됨으로써 여운을 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작가는 ‘자목’으로 대표되는 당시 양반들의 허위 의식과 위선을 비판, 풍자하고 청렴한 인격을 갖춘 엄 행수를 이상적 인간형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작가의 계급 타파 의식과 서민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연암이 제시한 새로운 가치인 ‘안분지족’, ‘근검 절약’ 역시 유교의 본질적인 가치와 통하고 있어, 유교적 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핵심 정리
갈래 ; 고전소설, 한문 소설, 단편소설
성격 ; 풍자적, 비판적, 교훈적, 설득적
주제 : 진정한 교우의 도와 비람직한 인간상 제시
특징
․대화를 통해 인물의 성격과 주제 의식을 구현함
․문답을 통해 상대방의 잘못된 생각을 일깨움.
작품 연구실 : <예덕 선생전>의 풍자성
이 작품에서 작가는 ‘선귤자’의 입을 빌려 미천한 신분의 엄 행수를 ‘예덕 선생’으로 칭송하면서 그의 무실역행하는 삶의 자세를 예찬하였다. 이러한 인물의 예찬 이면에는 허례 허식에 얽매이고 위선적인 삶을 살아가는 당대 사대부 계층을 풍자, 비판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
엄행수의 생활 - 명시적
① 스스로 노동을 하는 인물이다.
② 미천한 처지를 불평하지 안는다.
③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스스로 만족한다.
④ 화려한 생활이나 쾌락을 추구하지 않는다.
양반들의 생활 - 암시적
① 노동보다 명분을 따진다.
② 높은 자리를 얻으려고 놀격한다.
③ 권력으로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는다.
④ 화려한 생활을 즐기고 쾌락을 추구한다.
작품 연구실 : <예덕 선생전>에 나타난 새로운 인간상의 제시
작가는 소외되기 쉬운 하층민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켜 그들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하였다. 이 작품의 주요 인물인 엄 행수는 하층민의 전형적인 삶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록 그가 하는 일은 더럽고 행색은 초라하나, 자기 분수를 지키며 욕심을 내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사는 인물이다. 때문에 이름난 도학자인 선귤자도 그를 예덕 선생이라 부르며 존경하는 것이다.
작가는 사대부만을 대상으로 청렴 결백을 논의하던 당시의 전근대적인 관념에서 벗어나 소외된 천민 계층의 인물에게서 청렴한 인격을 발견한 것이다. 가식 없고 생산적인 그들의 삶이야말로 치상적인 인간의 모습임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