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을,
파킨슨 치하의
민초가 되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내 모습을 여과 없이
알렸던 친구였습니다.
아직 파킨슨의 영도력까지는
깨우치지 못하던
초파 시절, 폐암으로
아내를 떠나 보낸 그를,
풀썩이는 그의 힘 없는
미소를 보며, 확진을
누군가에게 통보 할 때의
내 모습이 저러리라 했었습니다.
우린 그렇게 앉아,
아직 문상객이 없어
쓸쓸함만 느껴지던 장례식장
시멘트 바닥을 누군가
쓸어내는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유난히 활발한 성격의
그의 아내는~
처음 보던 날.
자신의 남편을 우스개로 닥달하며
즐거워 하던 나를,
몇 잔 거푸 마신 막걸리로 불콰해져
왜 내 남자 함부로 하냐며 씩씩대던 ~
그리고 사슴이 코끼리를 데리고
놀아야지 코끼리가 사슴을 얼리려 들면
압사 사고 난다는 내 해명에
그런거였냐며
배시시 웃던 그녀. 그리고
내게는 평생 자기 남편
굴릴 수 있는 자격을 허락
해주었습니다.
(참고로 평범 소탈한 나와 달리 친구는 거구에 태권도 학교 대표였습니다)
빗질이 끝나고
철재 의자들을 배치
한다며 쇳소리가 거칠었습니다.
그들 부부가 다니던
성당 건물, 반 지하에
자리한 장례식장에서
몇몇 아는 얼굴들과
악수하고 광주로
돌아 온 늦은 밤.
어디 아프냐며 걸려 온
전화들. 장례식장에서 조우한
이들의 와이파이가 빛나던
순간들이었습니다.
내 숨바꼭질의 시작이었구요.
그래도 그에게는 잊지 않고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그는 내 아픔을,
나는 그의 허전함을 메꿔 주던
시간들이 있었지만~
비교가 안 되더군요.
나날이 달라지는 ~
두께감이,
비관 자살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친구들 사이에서
자아내던 그의 슬픔은
갈수록 옅어지는듯 했고, 반비례로
내 아픔은 짙어지고만 있었습니다.
상실의 아픔도 무시 못 하겠지만
3 년이 넘게 병구완에 시달렸다
해방된~
(생략)
오죽하면 긴 병에 효자 없다겠습니까?
그는 나날이 가벼워 지고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힘겨워만 갔습니다.
소식 주는 걸 조금씩
뜸을 들였습니다.
내 병석의 퀴퀴함이 한 번씩
민망해 지던 순간들.
그리고 역시 망부가를
부르던 여자분과
데이트? 하고 있다며
그가 쑥스런 모습의
이모티콘을 보내왔었고~
5 월 중순께,
내 속 마음을 전했습니다.
(겉 도는 날들 5.26일자 참조)
답은 없더군요.
그러려니 했습니다.
재밌나 보다 인생이! 했습니다.
한 편으론 섭섭하기도 시원하기도
헌데 말입니다.
어제 늦은 시각.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그 친구였습니다.
거친 금속성 목소리,
영화 속,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는
유괴범의 변형된 음성 같은~
띄엄띄엄 이어지며 알려주는
근황은 뜻밖이었습니다.
그동안 허리 수술을 받았고,
잘못되어서 재수술, 재수술
상당 시간 의식 잃었었구,
오히려
움직임조차 박탈 당한 바람에
심각한 근육 손실로
침대에서 몸을 조금 일으키기도
부축 없이는 힘들답니다.
목에는 거담용 대롱을 꽂고~
청천벽력?
아니었습니다.
놀라기는 했습니다.
잠깐 동안.
그뿐입니다.
통화조차도 힘이 드는지 끊었다
재통화를 하였는데~
그 사이에 확인한 메세지!
또 다른 친구~의 부고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럴 나이들이었습니다.
나와 내 또래들은~
자연의 섭리, 모든 생명체의
역행 없는 순리!
(생략)
어느새 나는 파킨슨과 친구가
되어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습니다.
속속들이 말입니다.
친구의 심각한 와병 소식에도
나는 차분히 쉼터 후배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내 생각인데 말이야~
자네 정도 부터는 신약이나
신의학의
은혜를 받을 거 같애.
그러니 몸 아끼고, 독한 약
남용 말고
충분한 휴식을~
유난히 입맛에 맞는
초코렛을 먹을 때
속으로 다짐을 하곤 합니다.
지나치게 당분 섭취가 많었어.
절제해야만 해.
(그렇지만 너무 맛나.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더!
진짜 이게 마지막이야)
헌데 또 입안을 꽉 채워주던
달콤 쌉싸름한 맛이 사라져 가면
다시 스스로를 유혹하게되지요.
뮐 그래?
뮈 천 년 만 년 살려구?
먹어 먹으라구.
인생, 뭐 있습니까?
매일매일 주어진데로
사는거지요.
그래도 말입니다.
참 대단들 하십니다.
선후배 동료 여러분.
화이팅입니다.
우리가 말입니다.
우리가 부러워 하는 이들보다
더 건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깐이나마 들더군요.
에이~ 하고 손사래만 치러
드시지 말고 잠깐이나마
숙고 해 보세요.
첫댓글 저쪽 주변에 보면 나처럼 사는사람 없는것같아 온통 꼬라지에 짜증이 납니다
그러다가 한숨돌리고 돌아보면 내가 참 많은걸 누리고 살고있는걸 깨우치게 됩니다
비오는날 이렇게 커피한잔의 여유와 남들은 퇴근해야 내신랑 이라는데 온종일 내것인 남편 ㅎ
시집을 잘와서 누리는 특혜입니다 ㅎㅎ
그냥 기분좋은 하루입니다
비가 오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