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의 일탈
수암 박경열
몸에 나는 사마귀는 양성종양인데
얼굴 손발 성기 등에 주로 난다
이른 아침 정성으로 푹 삶은 옥수수를
선물 받고 나도 뭔가 보답을 해야겠다고
매실나무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간
호박을 따서 평상까지 긴 거리를 손에 들고 가져왔는데 눈을 의심했다
사마귀가 호박 위에서 뛰어내리지도
않고 얌전하게 있는 거라
몸에 난 사마귀와 풀에 사는 사마귀는 전혀
다른 종이다
호박 위에서 뛰어내리지 않고 사진 모델까지 소화해 주고 갈 길을 가더라
손에 난 사마귀를 사마귀에게 물리면 살을
파먹는데 사마귀가 낫는다는 속설이 있었다
그렇게 하던 걸 어린 시절에 본 기억이 있는데 미신이거나 말거나 그렇게 피를 빼고
그 뒤 사마귀가 나았다는 소식을 듣기도 하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두 사마귀 모두 징그럽지만, 몸의 일부이고
또한 자연의 일부이니 사마귀를 손에 올려놓아도 전혀 징그럽다는 생각이 안 들고
대신 손에 난 사마귀는 사마귀가 파먹던 걸
보았던지라 믿거나 말거나 새록새록 추억이
그립다
옥수수 덕분에 귀한 사마귀를 보았고 사마귀에 얽힌 추억을 소환하였으니
하룻길이 헛되지는 않은 듯싶다
호박을 전해드리고 찐 옥수수 잘 먹었노라고
말씀드렸더니 오 가는 정에 웃음까지
덤으로 받아 행복을 충전한 하루에 감사할 뿐이다.
첫댓글 올려주신 옥고에 즐감하고 갑니다
편하신 하루 열어 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