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빈 기자
SK하이닉스가 2조2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SK하이닉스의 재무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주가가 하락했지만 증권가의 시각은 달랐다. SK하이닉스가 올해를 버틸 현금을 마련했다며 유동성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유상증자가 아닌 교환사채 발행으로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사라진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조 교환사채' 하이닉스 주가 하락…오히려 기회다?© MoneyToday
4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보다 2700원(-3.1%) 하락한 8만4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의 교환사채 발행 소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전날 공시를 통해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1조9745억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날 이사회 결의 후 투자자 모집을 통해 발행규모를 2조2377억원으로 확대했다고 정정 공시했다.
교환 대상은 SK하이닉스 자사주 2012만6911주로 총 발행주식의 2.76% 정도다. 교환가액은 11만1180원으로 전날(3일) SK하이닉스의 종가 8만7200원 보다 약 27.5% 높은 수준이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연 1.75%로 만기일은 2030년 4월11일이다. 콜옵션과 풋옵션 조건이 있어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교환사채는 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 기한이 지난 뒤 발행회사가 보유한 주식이나 다른 회사의 유가증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회사채다. 대규모 설비투자(CAPEX), 적자 부담으로 SK하이닉스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교환사채 발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연결 재무제표에서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규모는 3조8000억원이며 신규 CAPEX에 필요한 자금은 8조원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이번 교환사채 발행으로 SK하이닉스의 유동성 리스크가 일단락됐다고 분석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교환사채를 포함한 올해 신규 조달 자금이 6조7000억원임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필요한 현금은 충분히 확보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SK하이닉스의 일련의 자금조달이 향후 업황 개선에 대한 확신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유상증자 우려가 사라진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앞서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유상증자를 단행할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유상증자는 회사가 추가로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회사 측에선 원리금 부담없이 자본금을 늘릴 수 있으나 주가나 지분가치를 희석시킬 가능성이 있어 기존 주주에겐 악재로 작용한다.
'2조 교환사채' 하이닉스 주가 하락…오히려 기회다?© MoneyToday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활용한 저금리 조건에 교환사채를 발행해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하면 1~2% 정도의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과 달리 신주 발행이 없어 지분가치 희석 가능성도 적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이사는 "SK하이닉스는 유상증자가 자금 조달 방법에서 후순위에 있다고 얘기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 범위 내 있는 방법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업황이 좋아져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되는 시점을 내년으로 가정하면 앞으로 1년을 더 버텨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이번 교환사채 발행 조건은 SK하이닉스에 나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번 교환사채 발행 이후 SK하이닉스가 추가 자본금을 조달할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황이 거의 바닥에 도달했다는 분석과 함께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한 감산이 곧 효과를 나타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계의 감산 효과는 지난 1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감산 효과와 출하 반등이 겹치며 재고 안정화가 시작되는 올 2분기가 SK하이닉스 매수 적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