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
네 소식 듣게 되어 감개무량하구나.
부고USA 자료실에 들어가서 동기들의 주소를 확인하면서 네 이름을 발견하고 반가웠지. 그리고 주소가 카나다로 되어있어서 그쪽에 사는 줄은 알고 있었어. 궁금하면서도 네게 안부를 묻는다는 게 새삼스러운 일같이 느껴져서 그냥 주춤하고 있었어. 50년의 단절이었잖아. 그러다가 오늘 부고USA 관리자이며 우리 15 동기인 김호중님으로부터 너와 연락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지.
그래 네가 사는 거기는 살기가 괜찮은 곳이니? 언제 카나다에 왔는데? 건강하지? 우리 나이에는 그저 건강한 것 만으로도 축복 받은 거지.
이상해. 네 이름을 보는 순간 네 모습이 뚜렷이 떠 올랐어. 너는 단정하고 하얀 피부에 예쁜 얼굴이었고. 새촘한 표정이었어. 그리고 그때도 행동거지가 세련되어 보였지. 네가 진주인가 하는데서 서울에 혼자 와서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네가 아주 굉장해 보였어. '어떻게 중학생이 부모님이나 집을 떠나 혼자 살수 있을까?' 하고 말야.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그런 너를 얼마나 선망했다고.
그리고 네가 한 말 지금도 생각나는 게 있어. 아마 “나는 지금 피라밋를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은 위기를 느낀다”고 말 했던 것 같애. 방과 후였는지 교실에서였는지 운동장에서였는지 언제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왜 그런 말을 하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런데 나는 왜 이 말이 잊혀지지 않는 것일까. 그런 말을 하는 네가 상급생 언니처럼 느껴졌던 것 같애. 그 말은 그때 벌써 자아라는데 눈을 뜨고 자신을 생각하는 깊은 내면을 갖고 있다는 증거였거든.
물론 이런 생각은 그때 한 것은 아니야. 우리가 서로 헤어지고 사회 어디선가 살아가면서였지. 피라밋을 거꾸로 세운 ‘역 삼각추?’에 대한 것이 무슨 수수께끼처럼 나에게 닥쳐왔거든. 그때 네가 말한 역삼각추는 사실 존재할 수 없는 것일 텐데 말야.
경인아, 오랫만에 만난 너에게 내가 무슨 소릴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에게 있는 너의 모습이 이랬다는 거지. 우리 할멈 돼서 만나니까 좋다. 허심탄회할 수 있으니까.
내 기억에 너는 시인이었어. 내 졸필만 읽지 말고 네 글 여기 올려라. 네 모습, 네 마음 보고 싶구나. 네 근황 알려주고 자주 소식 전하자. 건강하기를.
2010년 10월 15일 밤 11시 임수자
*** 다음은 이 글에 달린 덧글/댓글
■ From 15 정경인
수자야,
너무 반갑다. 그리고 고마워. 이렇게 나를 등장시켜서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bugoUSA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네가 쓴 글부터 읽어. 너를 생각하면서...
초롱 초롱한 예쁜 눈에 우리 학년에서 제일 미인이고,
구슬같은 목소리에 노래도 잘 하고, 거기에다 마음씨까지 좋은 친구.
또 어쩌면 글은 그렇게 잘 쓰는지!
네가 피아노를 잘 치는 줄은 김상대 선생님께서 쓰신 글을 읽고 진작 알았고.
아들 둘도 아주 훌륭하게 키우고 행복하게 잘 사는 네 모습도 ?보기 좋아.
그래 또 연락 하자. 건강하기를,
경인이가
■ From 15 임수자
경인아,
나에 대한 너의 이 찬사를 어떻게 받아야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 그랬었나? 피아노는 네가 잘 쳤지.
위의 글, 짧은 댓글이지만 너의 생생한 감성이 느껴진다.
고맙다, 고마워.
■ From 15 정청자
우선 우리 15동기 김호중 관리자님께 감사함 무어라 표현해야할지.
50년의 단절을 이어 주심에…
다음은 얼마전 정경인과 E-mail 주고 받은 내용.
경인아,
얼마 만에 불러보는 이름인가 ?
나 기억하지 ? 정청자
중학교때 너와 친한 친구로 그리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내 마음을 메꾸고 있지.
네가 CANADA 에 산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번에 BugoUSA 관리자 덕분에 네 e-mail 주소 알게 되어 이렇게 연락한다.
너무나 반갑구나. 앞으로 우리 서로 연락하자.
나는 1970 년 미국에 의사로 와서 아직도 Practice 하고 있지.
조만간 retire 해서 아들이 사는 California 로 이사할 계획이다.
너는 Toronto 에 사니? 언제 한번 만났으면 좋겠네.
내가 사는 곳에서 한 4시간 drive 하면 될 것 같은데. 정말 만나보고 싶다.
할 말은 많으나 오늘은 내 전화 번호를 알리며
그리고 서울사대부고 미주 동창회 Website 주소를 알린다.
우선 그 Web-Site 열어봐. Log-In 하지 않아도 거기에 올린 글 다 볼수 있어.
글을 올리려면 우리 15동기 김호중 관리자에게 E-mail 해서 ID 받으면 된다.
나는 가끔 “ 미술과 음악 ” 에 글 올린다.
청자가
청자야,
너무 반가워, 내 마음 말과 글로는 표현을 못할 것 같아.
그리고 고마워 이렇게 연락해 주어서...
BugoUSA website를 통해서 네가 올리는 아름다운 음악, 그림과 사진 (너의 집 backyard)들,
마음이 곱고 맑은 너를 만나는 것 처럼 보고 듣곤 해.
너무나 많은 세월이 흘러서...
연락을 해볼 용기가 나지 않았는데...
나는 1968년에 Toronto로 왔다가 1969년 부터 1971년까지 Boston에 있었고, 그 이후엔 Canada에서.
지금은 Toronto에서는 30분, Niagara 폭포까지는 1시간 30분 걸리는 Oakville이란 곳에 살고 있어.
아직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머지않아 retire를 할려고 해.
우선 간단히 email 잘 받았다고 알리고,
앞으로 연락할게.
경인이가
첫댓글 수자씨 안녕..그리고 청자씨도..역시 수자 씨 말대로 비밀 정원의 지하 땅굴(?) 파기엔 뛰어나시네요..카나다까지..진작에 매몰된 칠레 광산에
투입하는 건데 ㅎㅎ 세 동문들 댓글도 반갑구요. 정경인...참 오랜만에 생각나는 이름입니다. (우리 고3때 종로학원 수학강사로 정경인 씨와 동명이라서
그 당시 수학1 이라는 책을 공부한 애들은 다 S대에 진학했던데...) 호중 학형이 좋은 일 많이 하네.
솔개님, 안녕?
다 보고 있습니다. 다 듣고 있습니다. 다 알고 있습니다.
일강, 정동진, 용한의 사진을 통해 그리고 수화당의 글을 통해
당신네들이 남해 한려수도 여행하면서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는지 말입니다.
이제는 함께 못한 시간이 안타깝거나 분하지 않군요. 체념이라는 겁니다.
그냥 당신네들이 즐워하는것을 보고 덩달아 즐거워하는 편이 되었습니다.
늙은 만큼 맘도 넉넉해지는가요.
아, 정경인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숨어있는 동기들 찾아보는것도 우리 동기들의 보람이겠네요.
모두들께 안부를 전하며. 안녕히!
임수자
너네들의 글을 차분 차분히 읽으면, "고교 때 난 뭘했누? 느그적놀고 퍼자고
게으름 피웠군."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