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64)를 살해하기 위해 민간 건물에 80t의 폭탄을 떨군 이스라엘군의 행동을 용납할 수 있는가? 실제로 나스랄라와 고위 지도자 몇몇을 살상하기 위해 그 건물에 있던 사람들을 모조리 처치해도 상관 없다는 이스라엘의 작전을 용납할 수 있는가?
베카 계곡의 언덕에서도 요즈음 어느 때라도 하늘에서 죽음의 천사가 내려와도 별다른 일이 아니게 됐다. 이스라엘은 날이면 날마다, 한 시간 안에 30차례 이상 공습을 퍼붓는다. 46명이 사망했다고 확인됐는데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며 많은 이들이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입원했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라약 병원 중환자실에 의식을 잃은 채로 누워 있는 누르 모사위는 여섯 살 소녀다. 영국 BBC는 이 병원을 찾아 르포했다.
어머니 리마는 병상 옆에 앉아 꾸란 책을 펼쳐 기도하고 있었다. 딸은 아주 밝고 사교적인 아이였다고 말했다. "그애는 집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애가 없으니 집이 텅 빈 것 같다. 그애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지난 23일 늦게 이스라엘 공습으로 모든 게 바뀌었다. 리마는 동영상을 하나 보여줬는데 공습 직전에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난 그애를 다독거렸다. 걱정하지 말라고,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그랬다. 그애는 하느님과 예지자를 찾아 도와달라고 했다."
공습이 점점 가까워지자 리마는 현관 문 옆에 누르와 쌍둥이 오빠 무하메드와 함께 웅크리고 있었다. "우리는 집안에 들어갈 만큼 용감하지 않았다. 포탄에 맞으면 그 건물이 무너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 강렬해졌을 때 난 남매를 데리고 피하려 했는데 그 미사일이 나보다 더 빨랐다." 무하메드는 가볍게 다쳤지만 누르는 사경을 헤매고 있다.
병원에서도 갑자기 위험이 감지됐다. 비행기 굉음이 들렸고 폭발음이 창문을 뒤흔들었다. 몇 초씩 정전이 됐다. 공습이 다시 있었지만 리마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누르의 아빠 압달라흐는 분노로 들끓었다. "제발 우리 애를 찍어라. 그애는 무기가 뭔지도 모른다. 그애는 어떻게 싸우는지도 모른다. 그애는 공습이 시작됐을 때 집에서 놀고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해 달아나게 하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기지나 무기고, 탄약고를 겨냥해 공습한다고 말한다. 압달라흐는 구분해 달라고 애원했다. "우리는 무기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난 (헤즈볼라의) 저항에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난 우리 아이를 지켰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몇 분 뒤 몇몇 건물이 무너져내렸고 사이렌 소리가 울리며 앰뷸런스들에서 부상자들이 내려졌고 의료진이 달려와 도왔다. 여기저기서 절규하는 소리가 들렸다. BBC 취재진은 이제 그만 촬영하라는 요청을 들었다.
그 병원에는 400명의 부상자가 입원해 있었다. 바실 압달라흐 병원장에 따르면 모두 민간인 피해자들이었다. 그 중 100명은 결국 숨졌고, 여러 가족이 한 명 이상을 잃었다. 압달라흐 박사는 직원들만 아니라 환자들에게도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폭격에 당한 것과 나이 들거나 여성이 공습에 당한 것은 다르다. 간호사와 의사 대부분은 우울증을 겪고 있다. 우리도 감정이 있고 사람이다."
의료진 대다수는 병원을 늘 지키고 있다. 귀가하는 길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무한정 공습을 퍼붓고 있다. 아무도 이들을 말리지 못한다. 현재 헤즈볼라는 국경 너머로 로켓을 발사하는 것 말고는 아주 제한적인 싸움에 나서고 있다. 이란 역시 옆으로 비켜 서 있다.
압달라흐 박사의 걱정은 약품이나 필수품이 바닥을 보일까 하는 것이다. 그는 이번 전쟁이 장기전으로 본격 확산되는 일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