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 같은 홀씨를 단 줄기가 발목 위까지 닿았다. 지난 7일 강원도양구군 남면의 민들레 재배 하우스에서는 수확을 기다리는 민들레가 앞다퉈 홀씨를 날리고 있었다. 330㎡(100평) 하우스의 주인은 양구 주민 편동일씨. 편씨는 "하우스 7동에서 민들레를 재배해 연간 5000만원 소득을 올린다"고 말했다. 남면의 민들레는 30㎝ 정도까지 자란다. 산 민들레를 개량해 키가 큰 품종으로 만들었다.
최근 민들레가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으면서 농가의 새 소득원으로 부상했다. 강원도 양구·횡성·정선, 경남함안, 충남보령 등에서 앞다퉈 민들레를 재배한다. 특히 양구민들레영농조합(1588-9026)이 생산하는 노란 민들레는 지난해 말 정부의 향토산업육성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재배가 더욱 활발해졌다. 지원금은 3년간 31억5000만원(조합 출자금 30% 포함). 양구의 노란 민들레 조합 농가는 97곳이다. 총 14만㎡(4만2300평)에서 연간 370t 정도를 생산한다. 지난해 매출은 35억9600만원이었다. 씨를 뿌린 후 40일 만에 꽃이 피고 60일이면 홀씨를 채취한다. 90일이면 수확이 가능하다.
▲ 지난 7일 강원도 양구 남면의 한 민들레 하우스에서 현지 주민이 홀씨가 달린 민들레를 살펴보고 있다. /양구=박종우 객원기자
한방에서는 민들레가 간염, 장염, 위염 등 염증에 효과가 있다고 본다. 대치본디올한의원의 최철한 원장은 "한의학적으로 보면 성질이 차가운 음식이라 열이 많은 사람에게 알맞다"고 말했다. 동의보감 등에는 위와 간에 좋다는 기술도 있다. 민들레의 쓴맛은 열과 체기를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7일 산채 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양구의 한 식당에서 맛본 민들레나물은 시금치나물과 맛이 흡사했다. 끓는 물에 1~2분 데친 나물이라 쓴맛이 거의 없었다. 전을 부칠 때는 민들레 분말을 밀가루와 8대2 비율로 섞는다. 뿌리는 튀김으로 즐긴다. 약간 질긴 듯하지만 쌉싸래한 맛이 색다르다.
▲ 사진 왼쪽부터 민들레 뿌리튀김, 민들레 생채, 민들레 나물. /양구=박종우 객원기자
노란 민들레만 키우는 양구민들레영농조합과 달리, 양구토종민들레영농조합에서는 흰 민들레만 키운다. 토종 조합 가입 농가는 20가구. 흰 민들레 조합이 따로 있는 것은 '토종 흰 민들레가 약효가 더 좋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민들레는 종류가 다양하다. 서양민들레, 흰 민들레, 좀 민들레, 산 민들레 등이 있다. 흰 민들레는 토종이지만, 토종이라고 다 흰 민들레는 아니다. 은은한 노란색도 있다. 서양민들레는 샛노랗다. 주로 볼 수 있는 것은 서양민들레다. 서양민들레는 토종 민들레와도 수정을 하지만, 토종은 토종끼리만 수정을 하기 때문에 개체 수가 적다. 구분할 때는 꽃을 받힌 총포(總苞)를 본다. 뒤집어 진 게 서양민들레고, 올려 붙은 게 토종이다.
노란 민들레와 흰 민들레의 약효 차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노란 민들레를 지원하는 양구군청 관계자는 "두 민들레의 약용 성분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남 함안에서 흰 민들레를 재배하는 최주경씨(055-293-0004)는 "흰 민들레가 약효가 월등하다"고 주장한다. 조선대 생물학과 이현화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흰 민들레가 노란 민들레보다 항산화 활성 효과가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강원대 겸임교수인 김영남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토종 민들레가 5%도 되지 않는다"면서 "겉으로는 희다고 해도 성분 분석을 해보기 전에는 토종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