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동안 김장배추를 키우느라 신경을 조금 썼습니다. 배추 모종이 자리를 잡고 몸통을 불리기 전까지 바싹 신경을 써야지 그렇지 않으면 벌레에게 몽땅 선사하는 수가 있지요. 이제, 거의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늘 비도 오고해서 독서도 하고 뉴스도 눈여겨 보았지요.
그래서 오늘은 농사를 잠시 떠나서, 카다피와 리비아에 대해 생각을 해 볼까 합니다.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카다피의 독재 때문에 리비아 국민들은 불행했고 그것 때문에 시민혁명이 일어났고 생각을 합니다.
저가 아는 리비아는 이렇습니다. 물론, 카다피의 독재 정치는 바른 판단입니다. 그러나, 리비아 국민들은 무상의료 무상교육과 신혼부부들이 결혼을 하면 정부로부터 공짜나 다름없는 5만달러를 지원 받습니다. 자동차를 살 때도 보조금을 받고 각종 필수품들의 물가는 지구상에서 가장 저렴할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리비아 국민들은 종교적이고 술을 별로 즐기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삶을 살고 별로 열심히 일하지도 않습니다. 리비아의 도시 사람들도 우리나라의 시골 사람 처럼 한가하게 돌아다닙니다. 우리나라나 서구 국가 처럼 산업사회가 아닌 것 처럼도 여겨집니다.
그런데, 왜 리비아 국민들이 시민혁명을 일으켰을까요?
그 이유는 진정 민주주의 때문일까요?
우리가 믿고 있는 민주주의는 선거와 의회와 법원과 경찰과 군대와 그리고 수상과 대통령이다. 근대국가는 민주주의 체계 속에서 완성되어 갔다. 한편으로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계는 자유시민인 브루주아지가 봉권 귀족과의 정치 투쟁에서 얻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그것은, 왕권과는 별개로 전개 되었다. 오늘날, 왕권을 유지하고 있는 선진국의 몇몇나라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사실, 민주주의는 일반 대중들과는 별개로 오로지 정치적인 산물인 셈이다. 그것이 자본주의 발달 과정과 함께 대중들 속으로 파고 들어 현대 지구상의 보통국가들의 일반적이고 선진적인 정치구조라고 착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루소는 유명한 [사회계약론]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는 한번도 있어본 적이 없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라고 했다.
그리고, 루소는 민주주의 네 가지 조건을 이야기 했다. 이 조건으로 보면 카다피의 리비아가 민주주의를 수출하려는 서구 선진국들보다 훨씬 민주주의라는 것이 이채롭다.
1.국가: 나라가 크면 클수록 그만큼 민주주의가 되기 어렵다. 루소에 의하면 국가는 지극히 규모가 작아서 인민이 함께 어울리고, 서로 알고 지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투표를 통해 충분히 민의가 전달이 된다. 거대한 현대국가의 선거는 어떠한 민주적 기반도 없는 행위이며, 민주적 절차를 흉내 낸 독재자를 뽑는 사기극일 수도 있다.
리비아는 부족적 충성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것은 원칙상 작은 그룹 속에서 사람들이 어울려 지느는 구조다. 민주적 정신은 상호부조의 정신에 바탕을 두기에 규모가 큰 국가보다 부족이나 마을 속에서 더 많이 존재하고 또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거기서는 사람들끼리 서로 잘 알고 공통의 삶의 리듬을 나누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화된 서구 국가들의 국민들은 이웃 간에도 서로를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따라서, 이런 사회적 구조 속에서는 민주주의의 정신이 싹 트기 힘들다.
2.삶이 간소해야 한다. 복잡한 사회구조와 질서는 많은 법과 절차를 만들어야 하고, 이는 바로 권력을 가진 상층부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같은 죄를 지어도 자본주의 현대 국가에서는 변호사를 살 돈이 없는 가난한 자들이 감옥에 가는 경우가 많다.
리비아 국민들의 삶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법률적 절차보다 사회적 관습과 종교적 양심으로 죄를 다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지위와 부의 평등: 지금 리비아를 공격하는 선진국들에서는 인구의 5퍼센트가 국부의 60퍼센트를 장악하고 있다. 루소에 의하면, 리비아는 그런 나라에 비해서는 대단히 민주적이다.
4.사치의 부재: 민주주의를 하자면 사치는 금물이다. 사치는 부유함을 필수적으로 만들고 그러면 부 자체가 미덕이 된다. 민주 국가의 모든 노력은 국민들의 복지이지 사치가 아니다. 사치는 가난뱅이와 부자를 모두 타락시킨다. 부자는 사치를 소유함으로 타락하고 가난한 자는 질투를 통해서 타락한다. 사치는 사람들을 타인의 의견에 대한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
리비아는 사치스런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러나,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선진국들은 어떤가?
사치의 왕국이 아닌가!
위와 같이, 루소의 말을 빌리면, 민주주의를 수출하기 위해 리비아를 공격하는 서구 선진국들 보다 리비아가 더욱 민주국가가 아닌가.
도대체 리비아에서는 왜 시민혁명이 일어났는가? 그리고 오합지졸 반군들이 왜 혁명을 일으킨 후 단 몇 주 만에 새로운 중앙은행을 만들었는가?
그들은 단순한 오합지졸이 아닌 것임에 분명하다.
지금까지 어떤 나라에서도 반군들이 중앙은행부터 새롭게 만든 경우는 없었다.
사실, 리비아의 시민혁명과 서구국가들의 공격은 민주주의와는 상관이 없다.
그럼, 그 진실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을 찾아야 한다.
그곳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찾을 수 있는 열쇠가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