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782)... 무지외반증(拇趾外反症)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올바른 발 관리
발(足)을 ‘인체의 축소판’이라 부른다. 반사구(Reflex Point)는 신경이 집결된 곳으로 몸 전체에 걸쳐 분포되어 있지만, 특히 발 부위에 많이 몰려 있는 발반사구는 인체의 오장육부(五臟六腑)와 밀접한 반응관계를 보인다. ‘발건강법’은 발바닥과 발등, 종아리에 분포되어 있는 반사구를 자극하여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시켜 자연치유력을 증진하는 요법이다.
발은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걸을 때 발바닥의 펌프작용으로 하지정맥을 통해 혈액을 심장 쪽으로 올려주는 역할을 하기에 발을 ‘제2의 심장’이라고도 한다. 발끝까지 내려온 혈액이 심장으로 되돌아가는데 발을 마사지해 주면 혈액 순환이 원활해진다. 발마사지(foot massage)는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 발을 자극하는 장면을 볼 수 있으며, 중국 춘추시대 황제내경에 소개된 관지법(觀趾法)에도 소개된 자연요법이다. 1913년 미국의 피츠제럴드(William Fitzgerald)는 의학적으로 구역치료(區域治療, Zone Therapy)를 발표했다.
옛날 사람들은 먼 길을 떠날 때 족삼리(足三里) 혈에 뜸을 했다고 한다. 족삼리 혈은 무릎 아래 약간 바깥쪽에 있는 경혈(經穴)이며, 다리와 발의 피로를 풀어 주고, 우울한 기분을 바꿔 준다. 경혈의 기능은 단순히 체표(體表)에 국한되지 않고, 체표와 경락 및 장부(臟腑)가 서로 통하는 부위로, 인체의 기(氣)가 출입하고 활동하는 문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양말과 신발에 감춰진 발(foot)을 신체 다른 부위에 비해 소홀하기 쉽다. 사회적으로 타인에게 발을 보이길 꺼려하고 발의 병을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간주해 왔다. 하지만 우리 몸의 2%에 불과한 발은 나머지 98%를 지탱하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타인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洗足)은 원시시대부터 전해오는 청결문화의 하나다. 그것이 승화되어 육체의 정결(淨潔)뿐 아니라, 영혼 정결까지 이어졌다. 예수께서도 12제자와 함께 최후의 만찬장에서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다. 로마 가톨릭에서는 세족식(maundy)을 경건한 의식문화로 수용하여 성목요일 세족식을 행했다.
애기들은 엄지발가락(big toe)과 작은 발가락(little toe) 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발은 26개의 뼈, 33개의 관절, 힘줄 56개, 인대(靭帶) 38개, 그리고 수많은 혈관들로 구성되어 있는 복잡한 기관이다. 따라서 발에 이상이 생기면 걷는 자세가 불편해져 무릎, 허리, 척추, 목 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평소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50대 이후 전 인구의 70% 이상이 발에 다양한 종류의 크고 작은 병을 가지고 있다. 중년 이후 가장 흔한 발의 증상으로는 뒤꿈치 통증, 중족골두 부위(앞쪽 발바닥의 튀어나온 부분) 통증, 관절의 통증, 부종, 변형 등이다. 발을 구성하고 있는 조직(뼈, 관절, 근육, 힘줄)의 노화, 부적절한 신발 착용이 주원인이다.
주요 족부 질환으로 무지외반증, 족저근막염, 지간신경종, 소건막류, 엄지 관절염, 단지증 등이 있다. 무지외반증(拇趾外反症)이란 엄지발가락(무지)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과도하게 휘고, 첫 번째 중족골은 발 안쪽으로 치우치는 외반 변형을 말한다. 족저근막염(足底筋膜炎)이란 발바닥 근육을 감싸고 있는 막에 생긴 염증을 말한다. 발뒤꿈치뼈의 전내측과 다섯 발가락뼈를 이어 주는 족저근막은 발의 아치(arch)를 유지하고 발바닥이 받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지간신경종(指間神經腫)이란 발가락으로 가는 신경이 발가락 뿌리 부분에서 압박되어 두꺼워져 발가락이 저린 경우를 말하며, 모르톤(Mortons) 족지하고도 한다. 소건막류(Bunionette)란 새끼발가락의 뿌리 관절이 엄지발가락 쪽으로 휘면서 튀어나온 부분이 신발에 닿아 걷거나 설 때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엄지관절염(Thumb arthritis)은 노인들에게 오는 흔한 관절염으로 엄지관절을 형성하는 뼈끝에 관절연골인 수근중수골관절(carpometacarpal joint)이 마모가 되면서 오게 된다. 단지증(Brachydactyly)이란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구성하는 뼈는 모두 존재하지만 이들 중 일부가 병적으로 짧은 질환을 말한다.
서서 일하는 사람이나 많이 걸어 다니면서 일하는 사람들은 특히 발의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여성의 하이힐이나 너무 꼭 맞는 구두를 신고 있으면 압박감 때문에 발이 붓거나, 심하면 두통과 구토를 일으키는 등 몸 전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여러 해 전부터 히트 상품으로 ‘효도 신발’ 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된 편안한 신발이 소개되어 고령층에 인기가 있다. 발아치(arch, 足弓) 변형이 있는 경우 무너진 아치를 복원시켜 주는 ‘기능성 신발’도 있다.
최근 일본에서 시작된 ‘구투’는 직장 내 복장 규제 완화 운동이다. ‘구투’는 일본어로 구두의 ‘구쓰(靴)’, 고통스럽다의 ‘구쓰(苦痛)’, 그리고 ‘미투(MeToo)’가 합쳐진 단어다. 일본 배우 겸 작가 이시카와 유미가 트위터에 직장에서 여성에게 하이힐을 강요하는 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되어 후생노동성에 청원했다. 일본항공은 당초 굽 3-4cm로 돼 있던 여성 직원의 신발 규정을 변경해 굽 0cm부터 허용하기로 했다.
필자는 왼쪽 발에 무지외반증(hallux valgus)이 있으나 통증이 없어 편한 신발을 신고 다닌다. 무지외반증이란 엄지발가락(무지)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과도하게 휘고, 엄지발가락과 관절을 이루는 첫 번째 중족골(中足骨)은 반대로 발 안쪽으로 치우치는 외반(外反) 변형을 말하며 양쪽 발에 있는 경우가 많다. 한편 소지외반증이란 새끼발가락의 중족지관절이 튀어나와 중족골두가 돌출되고 새끼발가락이 안쪽으로 굽어 변형된 증상을 말한다.
무지외반증은 대개 제1중족 발가락 관절의 형태를 전위, 상합성, 아탈구(약한 탈구) 등 3가지로 나눈다. 상합성인 경우는 변형이 발생하거나 진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위 또는 아탈구된 경우에는 변형이 증가하며, 특히 아탈구된 경우에는 변형이 뚜렷하게 발생한다.
합병증으로 엄지발가락이 옆으로 휘어 관절에 비정상적인 힘이 가해져 퇴행성관절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엄지발가락이 지지해야 할 발바닥 압력이 2, 3번째 발가락으로 옮겨지면서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길 수 있다. 발가락 뼈 사이의 신경이 붓고 통증이 발생하는 지간신경종이 합병될 수도 있다.
무지외반증은 발 통증으로 족부(足部) 전문의를 찾는 가장 흔한 질환이다. 40세 이상에서 무지외반증 유병률은 64.7%로 중년층 이상에서 흔한 족부 질환이며, 발의 모양과 변형, 이로 인한 불편함도 모두 다르다. 이에 무지외반증이 있는 발을 ‘칼발’로 만들고 싶어 하는 미용적 욕구가 강한 사람, 모양 보다는 통증 개선에 대한 요구도가 높은 사람, 그리고 다른 발가락 변형까지 동반돼 치료가 복잡한 사람도 있다.
무지외반증 환자의 20-30%는 발아치(arch) 변형, 발가락 관절염, 소족지 변형(발가락이 완전히 구부러지고 안쪽으로 쏠리는 형태), 발가락으로 가는 신경이 발가락 뿌리 부분에서 압박되어 두꺼워지는 지간신경종(指間神經腫, interdigital neuroma) 등의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경우에는 동반질환도 같이 치료해줘야 한다.
무지외반증의 원인은 선천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선천적 요인으로는 원위중족 관절면 각이 과다한 경우, 평발과 넓적한 발, 원발성 중족골 내전증, 과도하게 유연한 발 등이다. 후천적인 요인으로는 신발코가 좁은 신발 또는 하이힐 등의 굽이 높은 신발을 자주 이용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또한 유전학적인 요인으로 모계 가족력의 확률이 높으며, 류마티스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의 합병증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다.
증상은 제1중족 발가락 관절 안쪽의 돌출 부위(건막류)의 통증으로 이 부위가 신발에 자극을 받아 두꺼워지고 염증이 생겨 통증이 생긴다. 또한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발가락의 발바닥 쪽에 굳은살이 생기고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두 번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과 겹치면서 굳은살 및 압박성 피부궤양이 발생하기도 하며, 관절이 탈구(脫臼, dislocation)되기도 한다.
진단은 외형적 변형만으로 진단할 수 있으나 적절한 치료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방사선 촬영 검사가 필요하다. 의사는 제1중족 발가락 관절 안쪽 돌출 정도, 엄지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의 겹침 정도, 관절 자체의 통증 여부,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발가락 아래의 굳은살 및 통증 여부, 관절 탈구 여부, 새끼발가락 쪽의 돌출 여부, 관절운동 범위, 편평족(扁平足, flat foot) 여부, 아킬레스건(Achilles tendon) 단축 여부 등에 대해 진찰한다.
치료 여부는 환자의 불편함 정도와 의학적 소견을 종합하여 결정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의 정도이며, 아무리 변형이 심하다고 해도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경우 외관상의 개선이나 예쁜 구두를 신고 싶어서 수술을 원하는 경우에도 수술 부위에 흉터가 남으며, 수술 후에도 하이힐 등의 불편한 신발은 신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보존적 치료는 돌출 부위를 자극하지 않는 가장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발가락 쪽이 넓고 굽이 낮은 신발이 추천되며, 운동화를 신는 것이 가장 좋다. 엄지발가락의 돌출 부위 및 두 번째 세 번째 발가락 아래가 자극되지 않도록 신발 안에 교정 안창을 넣기도 한다. 수술적 치료는 일반적으로 돌출 부위의 뼈를 깎아내고 내외측으로 치우친 뼈를 잘라서 각을 교정하며 짧아진 근육 및 연부 조직을 늘려주는 것이다.
무지외반증을 예방하기 위하여 발가락 부위가 넓고 굽이 낮은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으며, 평발(편평족)인 경우 발바닥 안쪽을 지지해주는 안창 사용이 도움이 된다. 발가락 사이에 공간을 확보해주며, 제1중족 발가락 관절 안쪽 돌출 주위(건막류)를 보호해주는 발가락 보조기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증상이 없고 변형정도가 작은 대부분의 무지외반증 환자는 수술이 필요 없다.
우리의 발은 다리가 걷고 뛰는 기능을 수행하게 하는 기초가 된다. 변형과 통증 등으로 발과 발목이 적절하게 기능을 하지 못하면 무릎과 허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유연하고 통증이 없는 발을 유지하여야 한다. 신발은 발길이, 발볼 등이 적절한 편한 신발을 신도록 한다. 발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발에 무리가 많이 간 날에는 족욕(足浴)이나 발마사지를 하면 좋다.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건강칼럼(782) 20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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