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어제 저녁에는 서울 강남구 모호텔로 가는데 화가 나서 눈을 부릅떴다.
강남구 테헤란로 양쪽에는 하늘을 가리는 고층 빌딩숲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오랜 만에 서울로 올라왔더니만 강남구 일대가 현저하게도 변모했다.
'내가 서울에 다시 올라왔을 때인 1978년 봄의 강남구 지역은 포클레인 중장비가 산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토지보상에 불만이었는지 허름한 농가 몇 채가 버티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매일 현재의 테헤란로를 지나서 출퇴근했다.
수십 년이 경과된 지금은?
촌늙은이로 쇠락한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첨단빌딩숲으로 변모했다.
'많이도 변했구나, 저 즐비한 대형 빌딩 가운데 내 것은 하나도 없고...'
'아버지가 처음 서울에 정착했을 때 허름한 땅이라도 사 두었더라면 지금쯤에는 굉장한 재벌이 되었겠네요. 왜 사지 못했어요?'
운전하는 아들의 말.
'글쎄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비는 가난한 사람이라서... 저 빌딩 한 동은 고사하고 한 평도 내 것은 없구나.'
라고 변명했던 내가 참으로 초라했다.
빈민으로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기에.
호텔에 들어섰다.
큰아들 자식인 손자의 돌잔치.
그 넓은 홀을 빌려서...
촌늙은이인 나로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고작 한 살 먹은 어린애 돌잔치에 이게 무슨 호화판 잔치인지...
아들 내외가 어디에서 월세 사는 지도 모르고, 어떻게 사는 지도 모른다.
자유방임주의로 키운 게 잘못일까?
대구 출신, 영남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던 바깥사둔한테 현 시국과 현 사회현상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그분은 최근에 스페인 해외여행을 다녔는데, 땅이 엄청나게 넓으면서도 인구는 우리보다 훨씬 적단다.
(면적 50만제곱미터, 우리나라 한반도 2.2배, 인구 4,818만 명으로써 남한 인구보다 적다)
경제력은 우리나라와 엇비슷해도 문화적인 차이가 현저하단다.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회, 문화 등이 크게 안정되어 있고,
남을 배려하고, 법을 지키는 선진국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정치와 결탁한 천민재벌이...
나는 촌 늙은이라서 스페인, 유럽이 지구 어느 쪽에 붙어 있는 지를 모른다.
하지만 나는 책에서나 보았던 시각으로 한국과 국제의 사회 경제 인문 분야에 두루두루 의견을 나눴다.
유엔사무총장인 반기문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한국사회의 극심한 빈부격차 문제에는 아픔을 같이 했다.
영남대학교의 전신인 청구대학, 대구대학의 과거사도 말했다.
경주최씨 12대 부자인 최준의 손자(최염)가 재산반환에 관해서 민소를 제기했다고 하는데 결과는 글쎄...로 추측된다. 박대통령네 재산이 된 대학교를 상대로? 글쎄다.
제 동생 돌잔치날인데도 28개월 된 누나인 손녀는 마이크를 잡고는 '대박'이라고 소리쳤단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제 식구끼리 케이크 자르고, 사진 찍고를 했으니까 그 어린 것이 기가 살아났나 보다.
'아빠 똥 그만 쏴'라고 집에서 하던대로 크게 외쳤으니 마이크 소리에 좌중이 모두 웃었다.
두 어린아이에 지쳐서 화장실로 도망간 제 아비한테 했던 말일 게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호텔 홀에 머문 탓일까 오늘 12월 26일에는 내가 무척이나 피곤했다.
오전에 고향에서 사촌동생한테서 전화가 왔다.
서해안 고향 앞산의 토지보상 건에 필요한 서류를 동사무소에서 떼어서 우송했다.
내 고향은 또다시 반토막이 되어서 선산 등을 공단에 넘겼다.
산말랭이 촌이라서 지가 보상비가 아주 저렴한데도 이의제기하지도 못하고는, 촌무지랭이답게 관을 무서워 해서, 쉽게 도장 찍고는 땅을 넘겨주었다. 나 역시, 친척들도 그랬다. 관을 이길 수 없다는 패배의식에 길들여진 못난이들이다.
북편 산자락은 조금만 남고, 앞뜰과 앞산은 일반산업단지사업 조성작업으로 밤낮없이 포클레인이 으르렁거리는 것을 보고는 9일 전 서울 올라왔는데...
점심 뒤 교보문고 잠실지점에 들렀다.
요즘 '정치'라는 말이 하도 뜨기에 정치가 무엇인지 책 제목이나 보려고 했다.
어떤 회원이 정치 운운하면서 카페에서는 자제하자는 뜻으로 말했기에,. 그 분이 정치에 관하여 얼마쯤 아는 ,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정치학원론, 정치이론, 정치사, 구주정치사, 한국정치사, 중국정치, 각국정치, 세계외교, 동남아외교,..., 군사/북한, 후진국 정치, 유엔기구... 등 를 비롯하여 숱한 정치가들에 관한 서적이 줄줄이 이어졌다.
사회코너에도, 경제코너에도, 문화코너에도 유사한 제목들이 숱하게 많았다.
도대체 정치가 아닌 것은 무엇이여? 할 정도로 헷갈렸다.
내 느낌은 그랬다.
중고등학생들이 아는 그런 정치가 아니라 세계 석학, 행정학, 헌법학 등의 교수가 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1,000개 쯤의 책 제목을 보고는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아쉽게도 서울 주요 대학교의 정치, 사회, 법, 세계문화 등등의 교재는 보이지 않았기에.
대학교 주변의 서점에는 보다 정확한 위 전문서적이 비치되어 있을 터.
내일은 시간이 나거든 롯데몰에 있는 루이스엔반디 서점에 들러야겠다.
대형 서점에는 현 한국상황에 관하여 실마리를 짐작하게 하는 책들이 있을 법하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대형서점에도 들러봐야겠다.
촌늙은이인 내가 건성으로 듣는 '정치'란 도대체 어떤 수준일까?
촌사람도 다 잘 알 것 같은 정치개념은 무엇일까?
재미있는 책 하나 예를 든다.
'충청도의 힘'이라는 수필집에는 시골 리장이 나온다.
초등학교 2년 중퇴인데도 마을에서는 굉장한 지식인이어서 리장의 말에 따라 좌우로 정치행태가 변한다고 한다.
기가 차다. 시골 리장이 보는 정치란? 진짜로..
수필쓰기에 관한 책도 검색했다.
카페에 나오는 분이다. 최근에 책을 냈다는 글을 보았기에 이름을 검색했더니만 한 권 있다.
책 내용 가운데는 더러는 카페에도 수록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귀가하면서
나는 촌늙은이답게 식품매장에서 식재료를 보았다.
외국산 농산물이 즐비했다.
또 온실재배한 채소류도 무척이나 많았다.
내 고향에서는 쌀 한 가마(80k) 가격은 102,000원이다. 1kg 1,275원.
그런데 백화점 식품코너에서는 경기미 3kg 12,800원이다. 1kg 4,266.7원이다.
왜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날까? 소포장, 운반비, 백화점 마진율 때문에 몇 배나 차이가 나는가?
아니면, 서울사람 모두가 다 부자라는 뜻일까?
고구마 1kg 4,700여 원이다. 세상에나, 간식거리인 고구마가 쌀보다 몇 배나 비싸다구?!
저녁밥은 배추 시래기국이다.
밥 말아서 먹었더니만 헛배가 부른지 글 이어쓰기가 좀 그렇다.
생각도 단절되었고...
아차, 이것도 쓰려고 했지.
카페 회원 중에 지x 라는 분의 블러그에는 지만원의 글이 있었다.
육군대령 출신의 보수진객인데 그의 주장이 무척이나 그렇다.
군인출신답게 12.12사태, 5.18항쟁에 대하여... 좌빨이 광주사태를 일으켰다는 식으로 글 썼다.
세상에나다. 내가 아닌 타인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이쯤에서...
어떤 용어나 내용을 뒤집어 보는 역발상 습관이 있기에 좌빨의 반대말인 우빨이 있는가를 인터넷으로 검색했더니 있다.
세상 정말로 그렇다.
2016. 12. 26. 월요일.
첫댓글 내 첫딸이자 무남 독녀 외동딸의 생일이
이번 크리스마스 날이었네요.
곰내님 글을 읽다가 갑자기 내 딸 돌 잔치했던 때가
이맘때인데 했더니 역시나였네요.
음력 11월 27일... 앗뿔사~
축하한단 말 한마디 못하였네요.
토요일 가족 여행으로 필리핀을 간다는
전화를 받고도 그걸 눈치못채고
그래 조심해서 잘 다녀오너라... 했는데
지금 전화하니 전화기가 꺼져 있네요.
제가 이렇게 무심한 엄마였으니...
지금도 자식은 계모처럼 키워라...
이렇게 훈계 하는데 내딸은 제 자식을
남들처럼 키워서 걱정입니다.
밤새 손으로 떡을 빚고 쪄서 조졸한 돌상을 마련하여
우리 집안끼리 내집 안방에 앉아
식사 한끼하던 내 딸애의 돌 날..
댓글이 더 정감이 있네요.
출가하여 제 짝하고 즐기면 되겠군요.
빈 둥지로 남은 님은 추억과 기억으로만 남았군요.
밤새 떡을 빚어 동상을 마련했다는 그 정성이 진짜로 가치있고 소중한 돌잔치이겠지요.
님.
댓글 고마워서 빙그레 웃습니다.
곰내님 이제 언론이고 논객이고 우리가
열받아서 맞받아 칠 여력에는 몸과 마음이 부치고 힘들어요
그냥 수용할 것은 하고 거부할 것은 조용히 내가 무시하면
몸 건강 차원에서도 좋은 것 같습니다
좋은 것 귀한 것 어여쁜 것만 받아 들이세요
저도 그러고 살려고 노력합니다
뉴스도 지치면 잠시 끊으시구요 ㅎㅎ
아기들 재롱이 눈에 선합니다
저 요새, 관심 별로네요.
죽 쑤어서 개 주는 것 같아서요.
늘 아쉬움이 남네요.
어떤 분은 추위에 떨면서 외치는데 나는 따뜻한 방안에서 사는 게 무척이나 미안하고...
그래서 이따금 하고 싶은 말을 꾸욱 참고는 슬쩍 중얼거리는가 봅니다.
우리네 서민들은 시어꼬부라진 김치로도 맛있게 먹고 사는데...
어떤 사람은 더 많이 가지려고,
작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지금보다는 생각과 활동이 자유롭겠지요.
그 생각과 활동은 스스로의 자율로도 타인을 배려하는 성숙한 사회이겠지요.
눈 내리지 않은 크리스머스를 보냈지요.
하나뿐인 손녀, 하나뿐인 손자의 웃음으로도 행복해 했기에 글 조금 썼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겨울 밤, 곰내님의 글~ 잘 읽고 갑니다.
성실하게 일하는 자신의 모습에 괜히 화가나는 요즘 입니다.
성실하게 일하는 자신의 모습에 화가 난다는 뜻을 조금은 짐작합니다.
예전에는 조금만 더 노력하면, 조금만 더 수완이 있다면 너끈히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고, 또 권위가 섰지요.
그런데 지금은요? 조직의 부속품이 되어서, 기계의 부속품이 되어서, 제도의 부속품이 되어서 허덕거리네요.
노오력 해도 안 되는 세상이네요.
그런데도 노력할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도 서민이네요.
그래도 노력해야겠지요, 그것도 성실하게.
님. 아마 날씨 탓이겠지요. 하룻밤 자면 또 신나게 기운 나서 웃을 겁니다.
그런 희망으로 사세요, 때로는 나를 내가 속이더라도...
댓글 고맙습니다.
@곰내 이 새벽..일어나 선배님의 소중한 긍정의 답글 읽고 갑니다.
기회되면 제 이야기를 하나씩 open하겠습니다.
@남동호랑이 그래요.
나 혼자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글 써서 다른 분한테 보여주는 용기가 있으면 조금씩 치유되지요.
스스로를 다독거리니까요.
저도 님의 이야기를 조용히 보고 들으면서 나는 어땠을까 반성도 할께요.
기다립니다. 님의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