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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 기후변화, 글로벌 남부, 그리고 인도의 부상강선주 국제통상경제안보연구부 교수 발행일 2023-10-06 조회수 341
1. 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의 지정학
2. 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 결과와 함의
3. 정책적 고려사항
○ 2023년 9월 9-10일 인도에서 18차 G20(Group of 20) 정상회의가 개최됨. G20 정상회의는 세계 20대 경제국들이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해 협력을 논의하는 최고위 포럼인데, 국제관계의 상태(state of the world), 즉 G20 정상회의에서 국가들이 글로벌 위기에 협력하는 정도와 리더십 발휘 등으로 국제관계의 안정성과 변화를 보여주는 기능도 수행함.
○ 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는 G20이 협력할 글로벌 위기로 기후변화에 집중하고, 더 중요하게는 2020년대 국제관계의 성격을 규정할 국가 위상의 변화와 국가들의 그룹화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특이함. 국제관계가 미국-서방 동맹그룹, 러시아-중국 연합, 그리고 글로벌 남부(Global South)의 3개의 그룹으로 분화되는 가운데에 인도의 전략적 부상이 표출됨.
1. 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의 지정학
○ 2023년도에 G20이 협력할 글로벌 위기는 팬데믹, 기후변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3중 위기임. 이 위기들은 2020년에 시작된 이래 여전히 진행 중이며, 확장, 복합된 것임. 그리고 3중 글로벌 경제위기에 2022년부터 지정학 위기가 더해짐. 2023년 G20 정상회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지정학 위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심각성은 G20 정상회의가 다룰 위기를 팬데믹, 기후변화, 스태그플레이션 3개에서 4개로 증가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G20을 분열시키고 국제관계에 새로운 역학을 발생시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년 차에 접어든 2023년에 G20 내에서 러시아-중국 연합을 지지하는 진영과 그에 반대하는 미국-서방 진영의 대립은 2022년보다 더욱 공고해졌고 협력 가능성을 낮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023년 G20 정상회의 전체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는 만큼,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다루되 최대한 축소하여 다루는 접근법을 선택함. 이 접근법은 인도의 전통적인 우방인 러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對)중국 견제를 위해 자신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미국과 동시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인도의 전략을 반영한 것임. 그리고 인도는 G20 정상회의가 다룰 3중 글로벌 위기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더 집중함. 마지막으로, 인도가 오랫동안 글로벌 남부의 대표를 자임해왔으므로 G20 정상회의의 어젠다를 서구 중심에서 글로벌 남부 중심으로 교체함.
2. 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 결과와 함의
○ 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는 정상선언문(Leaders’ Declaration)에 합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극복하고 정상선언문 채택에 성공함. 인도 G20 정상회의 정상선언문은 12개 분야에서 구체적인 행동과 파트너십을 약속함.
○ 그 중 첫째, 인도 G20 정상선언문에 “우크라이나 전쟁”(the war in Ukraine)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the aggression by the Russian Federation against Ukraine)을 대체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최소한으로 다루어 G20의 협력을 유지한다는 인도의 의도 실현을 의미함. 러시아에 호의적인 G20 정상선언문의 채택은 2020년대 국제관계의 변화 속에서 미국과 서방이 인도를 포용할 필요에서 나온 것임. 인도가 미국-서방 동맹그룹과 러시아-중국 연합 양측에 갖는 전략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인도의 글로벌 지위가 상승했음을 보여줌.
○ 둘째, 인도는 55개 국가로 구성된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 AU)의 G20 가입을 주도함으로써 글로벌 남부의 리더로서의 위상을 강화함. 인도는 중국과 대등한 지위에서 글로벌 남부에 대해 경쟁할 수 있게 됨. 중국은 브릭스(BRICS)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이란, 이집트를 가입시킨 브릭스의 확장을 주도했음. 향후 인도와 중국 사이에 글로벌 남부에 대한 리더십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음.
○ 셋째, 인도 G20 정상회의는 중저소득국가의 개발 필요에 초점을 유지하면서도 21세기 글로벌 도전을 다룰 수 있도록 다자개발은행을 개혁하는 등 기후변화를 G20 정상회의 어젠다로 주류화(mainstreaming)했음. G20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의 주류화는 동시에 과거 G20 정상회의의 중심적인 어젠다였던 통화·금융, 거시경제, 자유무역에 대한 G20의 협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의미함. 그렇지만 글로벌 남부의 기후변화 대응 목표 달성이 선진국으로부터 대규모 재원 지원을 필요로 하는 반면에 그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을 결여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음.
○ 넷째, 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 합의에 글로벌 남부의 요구가 과거 G20 정상회의보다 많이 포함된 것은 글로벌 남부의 부상으로 볼 수 있음. 2년 연속 G20 정상선언문에서 글로벌 남부의 요구의 증가는 글로벌 남부 출신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도네시아와 인도)의 역할과 전반적으로 G20 내부에서 국가들의 역학이 변화했음을 의미함. G20 정상회의 합의에서 글로벌 남부 지향성이 증가한 반면에, 그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은 비례적으로 증가하지 않았다는 문제는 남음.
○ 다섯째, AU의 G20 가입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G20의 회원국 확장에 해당함. AU의 G20 가입으로 G20의 글로벌 남부 포용, 정당성이 강화됨. AU의 가입으로 G20의 지역 배분이 전반적으로 균등해짐. AU가 회원국들의 대표성을 갖지 않은 정부간기구(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이므로 AU가 어떤 역량을 갖고 그리고 누구의 관점에서 G20에 참여할 것인지, AU의 참여가 G20 정상회의 합의(consensus)의 정신을 유지할 것인지 확실하지 않음.
○ 다른 한편, AU의 G20 가입은 글로벌 남부의 부상, 즉 국제관계의 3분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함. 2020년대에 국제관계는 미국-서방 동맹그룹과 중국-러시아 연합 각각이 블록을 형성하고, 양 블록 사이에 개도국들로 구성된 글로벌 남부가 존재함. 미국-서방 동맹그룹과 중국-러시아 연합 사이에 경쟁이 심화할수록 글로벌 남부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증가할 것이고, 글로벌 남부의 지정학적 가치가 상승할 것임.
○ 마지막으로, 2023년 인도 G20 정상회의는 G20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와 같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변화하는 글로벌 위기에 점진적이고도 누적적인 방식으로만 대응한다는 기능적 한계를 보여주었음. 그리고 G20은 글로벌 위기 대응에서는 실효성이 감소하였지만, 반대로 지정학적, 외교적 가치는 증가한 것으로 보임. G20 정상회의가 회원국의 외교적 명분과 국제적 지위를 수립하는 포럼으로 기능하는 것임. 인도 G20 정상회의는 G20 체제를 강화하여 2025년 이후에도 G20 정상회의가 지속될 명분을 획득함. AU의 G20 가입은 G20의 지속에 이익을 가진 주체의 증가를 의미하므로 G20 정상회의가 지속될 가능성을 높임. 2026년에 미국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을 수임한다는 계획도 G20 정상회의의 지속 전망을 밝게 함.
3. 정책적 고려사항
○ 2023년 G20 정상회의에서 2020년대에 국제관계가 미국-서방 동맹그룹, 러시아-중국 연합, 글로벌 남부로 분화하고 있음이 드러났으므로, 한국은 글로벌 남부를 대상으로 한 외교전략을 추가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음. 이슈별로 글로벌 남부 국가들을 맵핑(mapping)하고 외교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음. 한국이 대(對)글로벌 남부 외교를 강화할 대상은 글로벌 남부의 정체성을 보다 강하게 발휘하는 아프리카와 중남미임. 한국은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지역기구(AU와 OAS)를 아프리카와 중남미에 대한 맵핑과 전략 차별화 창구로 활용할 수 있음.
○ 인도는 2023년 G20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서방 동맹그룹, 러시아-중국 연합 사이에서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확립하고, 국제질서의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섬. 한국은 향후 대(對)인도 외교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검토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음. 인도의 국가적 특성상 외교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대상임을 고려하여 한국은 대인도 외교를 소수의 유사 입장 국가들을 포함하는 소다자 외교로 보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음. 한국은 그동안 인도와의 협력 분야로 적극 고려하지 않았던 분야, 예를 들어서 우주, 수소에너지, 바이오에서 협력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음.
○ G20 정상회의가 2026년 이후에도 존속할 가능성이 좀 더 명확해졌고, 한국은 2029년에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가능성이 높음. G20 정상회의 개최를 한국의 외교적 도약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한국이 두 번째로 개최할 G20 정상회의의 어젠다와 초청국 등에 관해 사전적 준비를 추진할 수 있음. 그리고 최근에 브릭스와 G20의 회원국 확장이 G7의 확장 논의를 발생시킬 것인지 주시할 필요가 있음. 국제관계의 분화와 경쟁성의 증가가 비형식적 거버넌스인 G20과 브릭스의 확장을 가져왔음을 고려할 때, G7도 유사하게 확장을 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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