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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지(水湖誌) - 175
수호지 제76회
추밀사 동관은 천자로부터 통군대원수의 직책을 받고 추밀원으로 돌아와 동경 관하의
8개 주에 명을 내려 각각 군사 1만씩을 동원하여 각주의 병마도감이 통솔하여
경성으로 오라고 하였다.
그리고 경성 어림군 내에서 군사 2만을 선발하여 중군을 수호하게 하였다.
추밀원의 모든 사무는 부추밀사에게 맡기고, 어영(御營)에서 장수 둘을 뽑아 좌우익으로
삼았다.
호령이 떨어지자 열흘 만에 모든 준비가 갖추어지고, 군량을 공급하는 일은
고태위가 보낸 사람이 책임을 졌다.
8개 주에서 온 군마는 수주 병마도감 단붕거, 정주 병마도감 진저, 진주 병마도감 오병이,
당주 병마도감 한천린, 허주 병마도감 이명, 등주 병마도감 왕의, 여주 병마도감 마만리,
숭주 병마도감 주신이었다.
어영에서 뽑은 좌우익 장수는 어전 비룡대장 풍미, 어전 비호대장 필승이었다.
동관은 중군 원수가 되어 삼군에 준비를 명하고, 무기고에서 무기를 꺼내 지급하고
출병할 길일도 선정하였다.
고태위와 양태위가 연석을 마련하여 전송하고, 조정에서는 중서성을 통해 군사들에게
상을 내렸다.다음 날 동관은 여러 장수들을 거느리고 군마를 통솔하여 성을 나간 후에
천자에게 절을 올려 작별하고서 말에 올라 신조문을 나갔다.
오리단정(五里短亭)에 당도하자, 고태위와 양태위가 관원들을 거느리고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동관이 말에서 내리자, 고태위가 술잔을 권하면서 말했다.
“추밀상공께서 이번에 가시면 필시 조정을 위하여 큰 공을 세우고 개선가를 부르며
돌아올 것입니다. 이 도적들은 물가에 잠복하고 있기 때문에 먼저 사방의 보급로를
차단한 다음 영채를 굳게 지키면서 도적들이 하산하도록 유인하고서 진격하십시오.
그리하여 한 놈씩 모조리 생포함으로써 조정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하십시오.”
동관이 말했다.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동관이 잔을 비우자 이번에는 양태위가 잔을 권하며 말했다.
“추밀상공께서는 평소에 병서를 많이 읽어서 전략을 깊이 아시니 이 도적들을 소탕하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쉬울 것입니다.그런데 이 도적들이 물가에 잠복하고 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우리가 불리할 수 있으니 상공께서는 거기에 대해 좋은 계책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동관이 말했다.
“제가 그곳에 가면 임기응변하여 나름대로 계책을 강구하겠습니다.”
고태위와 양태위가 같이 술잔을 권하여 격려했다.
“도성문 밖에서 개선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두 태위가 동관을 작별하고 말에 올라 돌아가자 여러 관아의 많은 관원들이 전송하러 나와
혹은 가까이 혹은 멀리까지 따라와 전송하고 돌아갔다.
삼군이 일제히 출발했는데, 대오가 아주 엄정하였다.
전군 4대는 선봉이 거느리고, 후군 4대는 합후장군이 감독하며, 좌우 팔로군마는
우익기패(羽翼旗牌)가 감독하였다.동관은 중군에서 모든 군마를 총독했는데,
중군의 어림군 2만은 모두 어영에서 선발한 군사들이었다.
동관은 채찍을 들고 군병의 출발을 지휘했는데, 군용이 정숙하였다.
동관은 동경을 떠난 지 이틀이 되지 않아 제주 경계에 당도하였다.
태수 장숙야가 성을 나와 영접하였다.
대군은 성 밖에 주둔하고, 동관은 경기병을 거느리고 성으로 들어가 관아 앞에서 말을 내렸다.
장태수는 동관을 당상으로 인도하고 절을 한 다음 앞에 시립하였다.
동관이 말했다.
“물가의 도적들이 양민을 살해하고 객상들을 약탈하는 등 그 저지른 죄가 일단에
그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조정에서 여러 번 소탕하려 했으나 마땅한 사람을 얻지 못해
그 세력이 더 퍼져 가고 있다.내가 이제 10만 대군과 장수 백 명을 거느리고 왔으니
저들의 산채를 청소하고, 도적놈들을 모조리 체포하여 백성을 편안케 할 것이다.”
장태수가 말했다.
“추밀상공께 아룁니다. 저들은 물가에 잠복하고 있는 도적이지만 산림 속의 도적들 중에도
지모가 있거나 용맹한 자들이 많이 있습니다.상공께서는 노기로 격분하지 마시고,
장기적인 좋은 계책을 세우셔서 공을 성취하십시오.”
동관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며 꾸짖었다.
“네놈들은 모두 나약한 필부들이라 창칼을 두려워하여 피하며 생을 탐하고 죽음을
무서워하여 국가의 대사를 그르치고, 도적의 세력을 더욱 키워 놓았던 것이다.
이제 내가 여기 왔으니 무엇을 두려워할 것이냐!”
장태수는 감히 다시 말하지 못하고 다만 술과 음식을 대접할 뿐이었다.
동관은 성을 나갔다.다음 날 대군을 거느리고 양산박 근처로 가서 하채하였다.
송강 등은 이미 세작의 보고를 받고 알고 있었다.송강은 오용과 상의하여 철통같은
계책을 세워 두고 대군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서 장수들에게 각기 명을 따라
착오가 없게 하라고 알렸다.
한편, 동관은 수주도감 단붕거를 정선봉, 정주도감 진저를 부선봉, 진주도감
오병이를 정합후, 허주도감 이명을 부합후로 삼았다.
당주도감 한천린과 등주도감 왕의를 좌측 척후, 여주도감 마만리와 숭주도감 주신을
우측 척후, 비룡대장 풍미와 비호대장 필승을 중군 우익으로 삼았다.
동관은 원수로서 대군을 통솔하며, 전신에 갑옷을 입고 친히 감독하였다.
북이 세 번 울리자 모든 부대가 출발하였다.
10리도 채 가지 않았는데, 먼지가 일어나면서 양산박의 척후대가 나타났다.
말방울을 울리면서 차츰 접근해 오는데, 약 30기의 기마병이 머리에 파란 두건을 쓰고
몸에는 녹색 전포를 입고 있었다.
말에는 붉은 끈을 매달았는데 거기에는 수십 개의 구리방울이 달려 있었다.
투구 뒤에는 꿩꼬리를 꽂았고, 가느다란 은빛 긴 쟁과 가벼운 활과 짧은 화살을 들고 있었다.
앞장선 장군은 깃발에 ‘순초도두령(巡哨都頭領) 몰우전 장청’이라고 쓰여 있는데,
왼쪽에는 공왕, 오른쪽에는 정득손이 따르고 있었다. 장청의 척후대는 동관의 군대 앞으로
곧장 다가오다가 백여 보 떨어진 곳까지 와서는 말을 돌려 돌아갔다.
전군선봉의 두 장수는 군령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중군에 보고하였다.원수 동관이 친히 앞으로 나와 살펴보았는데,
그때 장청이 다시 돌아왔다.동관이 군대를 내보내 추격하려 하자 좌우에서 말했다.
“저 사람의 안장 뒤에 있는 비단주머니에는 돌이 들어있는데, 백발백중입니다.
추격해서는 안 됩니다.”
장청은 세 번이나 와서 정찰하다가 동관이 공격해 오지 않자 그냥 돌아갔다.
동관의 부대가 다시 천천히 진격하여 5리를 채 못 갔는데, 산 뒤편에서 징소리가 울리면서
5백 명의 보군이 돌아 나오는데, 앞장선 4명의 두령은 흑선풍 이규, 혼세마왕 번서,
팔비나타 항충, 비천대성 이곤이었다.
5백 명의 보군은 산 아래에 ‘一’ 자로 늘어서서 방패를 가지런히 세웠다.
동관이 그걸 보고 총채를 한번 휘두르자 관군의 대부대가 앞으로 돌격하였다.
그러자 이규와 번서는 보군을 두 갈래로 나누어 방패를 거꾸로 들고 산모퉁이를 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동관의 대군이 추격하여 산모퉁이를 돌아가자 넓고 평평한 들판이 나타났다.
동관은 군마를 벌려 진세를 취한 다음에 이규와 번서를 찾게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고개를 넘어갔는지 숲속으로 들어갔는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동관은 중군에 지휘대를 세우게 하고 법관 둘이 그 위에 올라가 상하좌우로 깃발을 흔들면서
사문두저진(四門斗底陣)을 펼치게 했다.
관군의 진세가 완성될 무렵 산 뒤편에서 화포가 터지면서 한 떼의 군마가 나타났다.
동관이 지휘대에 올라가 살펴보았다.산 동쪽에서 한 갈래의 군마가 나오는데,
제1대는 홍기, 제2대는 잡색기, 제3대는 청기, 제4대는 잡색기를 들고 있었다.
또 산 서쪽에서도 한 갈래의 군마가 나오는데, 제1대는 잡색기, 제2대는 백기, 제3대는 잡색기,
제4대는 흑기를 들고 있었다.그리고 그 뒤편에는 모두 황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대규모의 부대가 쏟아져 나와 들판 가운데를 점거하면서 진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남쪽의 부대는 모두 불꽃같은 붉은 깃발을 들고, 붉은 갑옷과 붉은 전포를 입고,
붉은 가슴걸이를 한 붉은 말을 타고 있었다.
앞에 세운 붉은 깃발에는 위에는 금박으로 남두육성(南斗六星)이 새겨져 있고
아래에는 주작의 형상이 수 놓여 있었다.
그 깃발 아래 서 있는 대장은 선봉대장 벽력화 진명인데. 왼쪽의 부장은 성수장군 단정규,
오른쪽의 부장은 신화장군 위정국이었다. 세 장수가 각기 무기를 들고 붉은 말을 타고서
진 앞에 서 있었다.
동쪽의 부대는 모두 파란 깃발을 들고 파란 갑옷과 파란 전포를 입고 파란 가슴걸이를 한
파란 말을 타고 있었다.앞에 세운 파란 깃발에는, 위에는 금박으로 동두사성(東斗四星)이
새겨져 있고 아래에는 청룡의 형상이 수 놓여 있었다.
그 깃발 아래 서 있는 대장은 좌군대장 대도 관승인데, 왼쪽의 부장은 추군마 선찬,
오른쪽의 부장은 정목안 학사문이었다.
세 장수가 각기 무기를 들고 파란 말을 타고서 진 앞에 서 있었다.
서쪽의 부대는 모두 흰 깃발을 들고 흰 갑옷과 흰 전포를 입고 흰 가슴걸이를 한
흰 말을 타고 있었다.앞에 세운 흰 깃발에는 위에는 금박으로 서두오성(西斗五星)이
새겨져 있고, 아래에는 백호의 형상이 수 놓여 있었다.
그 깃발 아래 서 있는 대장은 우군대장 표자두 임충인데, 왼쪽의 부장은 진삼산 황신,
오른쪽의 부장은 병울지 손립이었다.
세 장수가 각기 무기를 들고 흰 말을 타고서 진 앞에 서 있었다.
후면의 부대는 모두 검은 깃발을 들고, 검은 갑옷과 검은 전포를 입고, 검은 가슴걸이를
한 검은 말을 타고 있었다.앞에 세운 검은 깃발에는 위에는 금박으로 북두칠성(北斗七星)이
새겨져 있고, 아래에는 현무의 형상이 수 놓여 있었다.
그 깃발 아래 서 있는 대장은 합후대장 쌍편 호연작인데, 왼쪽의 부장은 백승장 한도,
오른쪽의 부장은 천목장 팽기였다. 세 장수가 각기 무기를 들고 검은 말을 타고서
진 앞에 서 있었다.
동남방의 문기 아래에 있는 부대는 파란 깃발을 들고 붉은 갑옷을 입었다.
앞에 세운 깃발에는 위에는 금박으로 손괘(巽卦)가 새겨져 있고, 아래에는 비룡(飛龍)이
수 놓여 있었다.그 깃발 아래 서 있는 대장은 호군대장 쌍쟁장 동평인데,
왼쪽의 부장은 마운금시 구붕, 오른쪽의 부장은 화안산예 등비였다.
세 장수가 각기 손에 무기를 들고 전마를 타고서 진 앞에 서 있었다.
서남방의 문기 아래에 있는 부대는 붉은 깃발을 들고 흰 갑옷을 입었다.
앞에 세운 깃발에는 위에는 금박으로 곤괘(坤卦)가 새겨져 있고, 아래에는
비웅(飛熊)이 수 놓여 있었다.그 깃발 아래 서 있는 대장은 표기대장 급선봉 삭초인데,
왼쪽의 부장은 금모호 연순, 오른쪽의 부장은 철적선 마린이었다.
세 장수가 각기 손에 무기를 들고 전마를 타고서 진 앞에 서 있었다.
동북방의 문기 아래에 있는 부대는 검은 깃발을 들고 파란 갑옷을 입었다.
앞에 세운 깃발에는, 위에는 금박으로 간괘(艮卦)가 새겨져 있고, 아래에는
비표(飛豹)가 수 놓여 있었다.그 깃발 아래 서 있는 대장은 표기대장 구문룡 사진인데,
왼쪽의 부장은 도간호 진달, 오른쪽의 부장은 백화사 양춘이었다.
세 장수가 각기 손에 무기를 들고 전마를 타고서 진 앞에 서 있었다.
서북방의 문기 아래에 있는 부대는 흰 깃발을 들고 검은 갑옷을 입었다.
앞에 세운 깃발에는 위에는 금박으로 건괘(乾卦)가 새겨져 있고, 아래에는 비호(飛虎)가
수 놓여 있었다.그 깃발 아래 서 있는 대장은 표기대장 청면수 양지인데,
왼쪽의 부장은 금표자 양림, 오른쪽의 부장은 소패왕 주통이었다.
세 장수가 각기 손에 무기를 들고 전마를 타고서 진 앞에 서 있었다.
이렇게 팔방으로 배치한 진세는 철통과 같았다.
각 진문 안에는 마군은 마군대로 보군은 보군대로 줄지어 각기 창칼과 도끼 등을
들고 있었고, 깃발이 정연한 가운데 대오가 위엄이 있었다.
팔진의 중앙에는 행황기(杏黃旗)가 세워져 있고, 그 주위에는 금박으로 64괘를 새긴 64개의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었다.이 64괘 깃발을 지키고 있는 두 명의 장수는 미염공 주동과
삽시호 뇌횡인데, 그들이 거느리고 있는 인마는 모두 누런 깃발을 들고 누런 전포를 입고
누런 가슴걸이를 한 누런 말을 타고 있었다.
중앙의 진에 네 개의 진문이 있는데, 동문은 금안표 시은, 서문은 백면낭군 정천수,
남문은 운리금강 송만, 북문은 병대충 설영이 지키고 있었다.
중군 가운데는 ‘체천행도’라고 쓰여 있는 큰 행황기가 서 있고, 깃대는 네 개의 밧줄을 묶어
네 명의 건장한 군사가 붙잡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 깃발을 지키는 장사는 험도신 욱보사였다.
행황기 뒤에는 화포들이 늘어서 있는데, 굉천뢰 능진이 20여 명의 포수를 거느리고
포가를 둘러싸고 있었다.화포 뒤에는 갈고리와 올가미 같은 적을 사로잡는
무기들을 든 부대가 있고, 또 그 주위에는 잡색 깃발들이 일곱 겹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또한 28수(宿)의 별을 수놓은 깃발이 사면을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가장자리에 진주가
박혀 있고, 꼭대기에는 꿩꼬리를 꽂은 누런 수자기(帥字旗)가 서 있는데,
그 깃발을 지키는 장사는 몰면목 초정이었다.
수자기 옆에는 깃발을 호위하는 두 장수가 전마를 타고, 손에는 강쟁을 들고,
허리에는 날카로운 검을 차고 있는데, 모두성 공명과 독화성 공량이었다.
그 앞뒤에는 낭아곤을 든 24명의 철갑군사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중군을 수호하는 장수가 네 명 있었는데, 소온후 여방과 새인귀 곽성이 화극을 들고
방천화극을 든 24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있었고, 양두사 해진과 쌍미갈 해보가 강차를 들고
보군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들 뒤에는 비단 안장을 얹은 말을 타고 있는 두 사람의 문사가 있었는데,
문서를 관장하는 성수서생 소양과 상벌을 담당하는 철면공목 배선이었다.
또 그 뒤에는 자줏빛 옷을 입고 형벌을 집행하는 칼을 든 24명의 회자수(劊子手)들이 있고,
그 가운데에 철비박 채복과 일지화 채경이 비단옷을 입고 서 있었다.
그 뒤에는 양쪽으로 금창(金槍)을 든 24명의 병사와 은창(銀槍)을 든 24명의 병사가
늘어서 있는데, 왼쪽 금창 부대 앞에는 손에 금쟁을 든 금쟁수 서녕이 전마를 타고
서 있었고, 오른쪽 은창 부대 앞에는 손에 은쟁을 든 소이광 화영이 준마를 타고 서 있었다.
그 뒤에 또 도끼를 든 24명의 병사들과 채찍을 든 24명의 병사들이 두 줄로 서 있는 가운데
‘一’ 자로 세 개의 산개(傘蓋)가 나란히 서 있고, 아래에 세 필의 준마를 탄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 세 사람 앞에 또 두 사람의 영웅이 서 있는데, 왼쪽에는 신행태보 대종, 오른쪽에는
낭자 연청이었다
대종은 손에 ‘令’ 자 깃발을 들고 대군 속을 왕래하면서 군정을 전하고, 장병을 파견하는 등의
일을 맡고 있었고, 연청은 등에 강궁을 메고 손에 긴 봉을 들고서 중군을 수호하고 있었다.
중군의 산개 아래 준마를 타고 서 있는 세 사람 가운데 오른쪽에는 비바람을 부르고
귀신을 부를 수 있는 입운룡 공손승이 등에 두 자루의 보검을 메고 있었고,
왼쪽에는 육도삼략에 능통한 군사 지다성 오용이 손에 우선(羽扇)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중앙의 홍라산개 아래에는 통군대원수 급시우 호보의 송공명이 손에 보검을 들고
금안장을 얹은 조야옥사자를 타고 서 있었다.
송공명 뒤에는 4,50명의 아장(牙將)들이 장창을 들고, 활을 메고, 전마를 탄 채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고, 또 뿔피리와 북을 든 24명의 병사들이 늘어서 있었다.
진의 후방에는 유병(遊兵) 두 부대가 양측에 매복하여 중군을 수호하는 우익이 되어 있는데,
좌측에는 몰차란 목홍이 소차란 목춘과 마보군 1천5백을 거느리고 있고, 우측에는 적발귀
유당이 구미귀 도종왕과 마보군 1천5백을 거느리고 있었다.
후진에는 음병(陰兵) 즉 여자로만 이루어진 부대가 하나 있는데, 세 사람의 여두령이
이끌고 있었다.
중앙에는 일장청 호삼랑, 왼쪽에는 모대충 고대수, 오른쪽에는 모야차 손이랑이었다.
그리고 그녀들 뒤에는 세 사람의 남편인 왜각호 왕영, 소울지 손신, 채원자 장청이
마보군 3천을 거느리고 있었다.추밀사 동관은 진중의 지휘대 위에서 양산박의 병마를
보고 있었는데, 잠깐 사이에 구궁팔괘진(九宮八卦陣)으로 변하는데, 군마는 모두 호걸이고
장사들은 모두 영웅이었다.
동관은 깜짝 놀라 혼비백산(魂飛魄散)하고 심장과 간이 철렁하여 저도 모르게 혼자 말했다.
“지금까지 저들을 토벌하러 왔던 관군들이 왜 대패하고 돌아왔는지 이제야 알겠다.
원래 저렇게 대단한 놈들이었구나!”동관이 넋을 잃고 한동안 바라보고 있는데,
송강의 군중에서 싸움을 재촉하는 징소리와 북소리가 울리며 함성이 터져 나왔다.
동관은 지휘대에서 내려와 전마에 올라 전군의 장수들을 불러 물었다.
“누가 나가서 저놈들과 말싸움을 해보겠는가?”
선봉대에서 한 맹장이 말을 몰고 나와 말 위에서 동관에게 인사를 하고 말했다.
“소장이 나가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동관이 보니, 정주도감 진저였다.
흰 전포에 은빛 갑옷을 입고 붉은 가슴걸이를 한 파란 말을 타고 있는데,
손에는 한 자루의 대간도(大桿刀)를 든 부선봉이었다.
동관이 명을 내려 북이 세 번 울리자 지휘대 위에서 홍기가 휘날리며 진문이 열렸다.
진저가 말을 몰아 문기 아래로 나서자 양군에서 일제히 함성이 울렸다.
진저가 말을 세우고 대간도를 비껴들고서 큰소리로 외쳤다.
“겁대가리 없는 도적놈들! 나라를 배반한 미친 놈들아! 천병이 당도했는데도 어찌 투항하지
않느냐! 네놈들의 뼈와 살이 모두 잘게 다져진 다음에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송강의 남쪽 진영에서 선봉 진명이 나오더니 아무 말 없이 낭아곤을 휘두르며 곧장
진저에게로 돌진하였다.두 말이 서로 얽히고 무기가 서로 부딪혔다.
한 사람이 낭아곤으로 머리를 부수려 들면 다른 한 사람은 대간도로 목을 베려고 하였다.
두 장수가 이리저리 돌고 몸을 이쪽저쪽으로 뒤집으면서 20여 합을 싸웠는데,
진명이 파탄 난 척하면서 진저가 파고 들어오도록 유도했다.
진저의 대간도가 허공을 가르는 순간 진명의 낭아곤이 진저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진저는 투구를 쓰고는 있었지만 정수리에 낭아곤을 정통으로 맞고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러자 진명의 두 부장 단정규와 위정국이 달려 나와 진명을 접응하고 진저의 말을 끌고
돌아갔다.그때 동남방의 문기 아래 있던 쌍쟁장 동평은 진명이 첫 번째 공을 세우는 걸 보고
생각했다.“대군이 이미 적의 예기를 짓밟았으니 이때 돌격하여 동관을 사로잡지 않고
어느 때를 다시 기다리겠는가!”동평은 큰소리를 지르면서 양손에 두 자루의 쟁을 들고서
말을 박차고 벽력같은 기세로 달려 나갔다.
동관은 그걸 보고 말을 돌려 중군 속으로 달아났다.
그때 서남방의 문기 아래에 있던 급선봉 삭초가 소리쳤다.
“지금 동관을 사로잡지 않고 어느 때를 기다리느냐!”
삭초는 큰 도끼를 휘두르며 동관의 진으로 돌격했다.
그러자 중앙에 있던 진명도 양쪽의 장수들이 돌격하는 것을 보고 본대의 홍기 군마를 몰아
동관을 사로잡기 위해 적진으로 일제히 돌격하였다.
- 176회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