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사회조사, 건강보험료 등 부담 문항 삭제
통계청 “코로나 때문...사회보험료 조사 주기 조정 ”
野 “文정부 사회보험료 급증 의식한 조치”
2019년 조사서...응답자 절반이 보험료 부담 호소
통계청이 삶의 질에 대한 국민 인식을 위해 매년 실시하는 사회조사에서 고용·건강보험·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관련 문항이 빠진 것으로 확인했다.
사회보험 관련 국민 인식은 2년에 한 번 씩 조사하도록 돼 있어, 홀수 해인 2021년 조사 결과에 관련 내용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발표됐던 조사 결과에서는 사회보험료 인식 결과가 없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의 사회보험료 관련 인식 결과는 2019년 조사 결과가 최신 자료로 파악된다. 이에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 5년간 사회보험료가 27% 급증해, 관련된 국민들의 부담감이 늘어났다는 인식을 은폐하기 위해 조사에서 누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 국정 성과를 과대포장 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불만이 많은 내용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통계청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결과라고 설명한다. 응답자 편의를 위해 한시적으로 관련 조사를 늦춘 것일 뿐이라는 해명이다. 사회보험료 관련 조사 주기를 한시적으로 2년에서 4년으로 조정하면서 2021년도 조사 문항에서 빠진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6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사회조사 조사항목 변경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청은 지난해 5월 조사한 사회조사에서 ‘사회보험료 부담에 대한 인식’ 문항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2년에 한번씩 홀수해 마다 해당 문항을 조사했지만, 갑작스레 조사주기를 4년으로 바꿨다. 당초 지난해 조사에서 사회보험료 부담 문항을 반영해 사회조사가 이뤄져야 했지만, 이를 제외시켰다는 의미다.
사회조사는 삶의 질과 관련된 국민의 사회적 관심사와 주관적 의식을 파악해, 정책의 수립과 연구의 기초자료로 제공하기 위해 매년 실시된다. 특히 사회보험료 부담 문항은 고용·의료·국민연금 등 3대 사회보험료의 국민의 부담 수준을 조사하는 통계로 보험료 책정이 적절한 지, 그로 인한 가계 부담이 어느 수준 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이러한 통계를 근거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소상공인의 부담과 직결된 고용보험료에 대한 납부유예를 9월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실제 2019년 사회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35%가 고용보험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고용보험료는 45% 급증하며, 3대 사회보험료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발표된 2021년 사회조사에서 사회보험료 급증으로 인한 불만이 드러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조사 주기를 바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사회조사는 개인당 40분 시간내 80개 질문을 하는데, 한시적으로 코로나 관련 질문 9개가 추가되면서, 응답 시간과 난이도 등을 감안해 사회보험료 부담 문항의 조사주기를 4년으로 바꿨다”며 “응답 부담 낮추기 위한 조치로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 경우, 코로나 조사항목을 빼면서 내년이라도 다시 조사주기를 2년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 관련 통계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시기 국민들의 사회보험료 부담은 정책 추진에 있어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사회보험료 부담 문항이 제외됐다는 점에서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내년이라도 조사를 다시 2년으로 재조정할 수 있다는 통계청 관계자의 입장은 2021년 조사’만 피해가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응답자 편의를 위해 사회보험료 문항을 제외했다는 설명도 개운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9년 사회조사를 보면 “귀하는 매월 사회 보험료(건강 보험, 국민연금, 고용 보험)를 납부하고 있으십니까?”, “납부한다면 각각의 사회 보험료가 귀하의 소득에 비해 어느 정도 부담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는 질문이 포함됐다. 응답자는 사회보험료를 납부할 경우, ①매우 부담 ②약간 부담 ③보통 ④별도 부담 안된다 ⑤전혀 부담 안된다 등 5가지 문항에 체크만 하면 된다. 응답 난이도가 높지 않는 질문을 제외할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관련 문항을 추가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그간 2년마다 국민들의 사회보험료 부담을 가늠할 수 있는 시계열 지표를 임의로 조정한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사회보험료 부담 문항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들의 삶과 가계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정책 결정에도 근거 지표가 될 수 있어, 조사가 필요한 문항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 정부 들어 사회보험료가 급증했다는 점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문항 주기를 바꾼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문 정부 취임 이전인 2016년 1인당 3대 사회보험료는 26만1206원이었지만, 지난해 33만2180만원으로 27% 증가했다. 2019년 조사를 보면 국민연금은 응답자의 56%, 건겅보험 55.8%가 보험료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금액으로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것은 고용보험이었다. 고용보험료는 2016년 2만187원에서 지난해 2만9229원으로 44.8% 증가했다. 이는 실업급여 지급기준 확대(최대기간 240→270일, 평균임금 50%→ 60%) 등으로 요율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급된 실업급여는 총 12조57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실업급여 지급액 규모는 5조248억원이었다. 현 정부 들어 4년 간 2.4배 급증했다는 의미다. 그 결과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10조2544억원이 있었지만, 지난해 약 4조 가량이 적자 상태다. 결국 문 정부의 지급기준 확대정책의 청구서가 국민한테 돌아오는 셈이다.
건강보험료(장기요양보험 포함)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6년 1인당 10만1261원에서 지난해 13만8536원으로 36.8%가 늘었다.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지출증가도 원인이지만, 이른바 ‘문재인 케어’라는 이름으로 보장범위 확대하면서 요율이 인상된 영향이 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0년도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를 보면, 2020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5.3%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올해도 고용보험료와 건강보험료, 장기요양보험료 요율이 각각 0.1%포인트(p), 0.1%p, 0.7%p 인상돼 근로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1인당 국민연금 부담금도 지난해 16만4415원으로 2016년(13만9758원)에 비해 17.6% 늘었다.
건강보험료만 놓고 보면 국민들의 부담이 40% 넘게 늘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도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건강보험 수입은 80조4921억원으로, 2017년에 비해 4년 새 4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규직 근로자 임금 상승률(16.8%)의 세 배에 달했다. 이 때문에 통계청 사회 조사에서 확인되는 2021년 국민들의 사회조사 부담감 인식도 2019년 조사보다 악화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추경호 의원은 “문재인 정부 지난 5년간 각종 퍼주기 정책을 남발하며 사회보험료가 급속히 인상되어 국민들이 얼마나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 적극적인 의견 수렴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2021년 사회조사에서 사회보험료 인식 문항을 없앤 것은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민의를 왜곡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