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바빠서 컴퓨터 들어올 시간도 없었는데, 모처럼 초저녁 반주에 취해 잠이 들었더니 지금 일어났군요.
작업장에 가서 함지 뚜껑을 열었더니 신선한 배추냄새가 확 풍겨져 오더군요.
내가 키워서 내가 절인 배추들이 소금에 절여서 기분 좋은 잠을 자고 있더군요. 배추농사도 성공이고 절인배추도 성공입니다.
헌화로 해안도로를 돌아오는데, 올해는 유독 오징어배 조명이 가깝더군요. 그 만큼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는 증거지요.
그래도 어판장 입찰장에 나가보면 죽은 오징어도 한두름에 3,4만원 가더군요.
고모는 그래서 3년만에 오징어 말리기를 시도했습니다. 고모의 피데기는 맛 있기로 알아주지요.
아마, 저의 절임배추와 쌍벽을 일룰 겁니다.
저녁을 먹는데, 금진항 뒷산에서 펜션을 하는 여자들이 오랜만에 서울서 오셨더군요.
오랜만에 만나는 여자들인지라 한 동안 시끄럽더군요. 어느 새, 내 밥상 앞에서 술판이 벌어지는 겁니다. 황혼의 나이를 지나는 여자들은 이제 체면 따위는 물건너 가는 겁니다.
솔직한 모습이 좋더군요. 저도 막걸리 잔으로 그녀들과 건배를 했답니다. 막걸리 한 잔에 오늘 첫 절임배추 작업의 피곤함이 사라지더군요.
그녀들의 빠른 수다는 백화점 물건에서 자식 자랑에서 드디어 서울시장 선거로 이어지더군요.
서울에서도 여자들은 중상층에 한다리 걸쳐져 있어서 그런지, 나경원을 선호하더군요.
한마디 핀잔을 주려고 하다가 그녀들의 수다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아서 지긋이 미소만 띠었답니다.
금진항 뒷산의 펜션 단지의 주인들은 사기꾼에게 속아서 몇 년째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답니다.
그녀들의 수다는 급기야 분노로 돌변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뒷전에서 많이 들어서 그런지 그 사연의 내막을 잘 알고 있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 하면, 칠칠지 못한 사기꾼들에게 당한 그녀들 또한 더 칠칠지 못하다는 겁니다.
사기꾼들은 욕심 많은 사람들이 타켓이죠. 게다가 신중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백발백중이죠. 그녀들은 거기에 당한 겁니다.
금진항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펜션을 별장 삼아 부수입도 올리면서 노후를 보내자던 그녀들의 야멸찬 희망이 개판이 된 겁니다.
늙어서는 욕심을 버리고 소박하게 살려고 해야 하는데, 그녀들의 허영은 늙어서도 끝이 없고, 그것이 수다로 한풀이를 하는 겁니다.
그녀들의 수다가 나를 향했습니다. 내가 심은 배추 농장에 가 본 모양입니다.
배추 좋다고 칭찬을 하더니 절임배추를 물어보더군요. 작년에 바닷물과 천일염의 오묘한(?) 조화로 간을 한 내 절임배추의 마력에 빠졌던 그녀들이 그냥 있을리 없지요.
그녀들의 수다가 드디어 내 절임배추 매출로 이어진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래서 내 저녁 반주가 그녀들과의 술자리로 이어지고 초저녁에 술이 취해 잠이 들었다가 이제 얼어나게 된 겁니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부재중 전화가 몇 통화 와있더군요.
아마, 틀림없이 절임배추 문의 전화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