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극한파’ 물러가자 폭우… “3700만명 홍수 위험 노출”
[북극 한파 덮친 한반도]
캘리포니아-텍사스 등에 잇단 경보
유럽선 시속 160km 폭풍 ‘결항사태’
일주일 넘게 미국을 얼렸던 ‘북극 한파’가 물러가자마자 폭우와 진눈깨비가 닥치면서 미 전역에 홍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북극 한파로 인한 겨울 폭풍이 불어닥치면서 항공기들이 줄줄이 결항됐다.
22일(현지 시간) 미 기상청(NWS)은 캐나다에서 북극 기단이 더 이상 남하하지 않아 기온이 오르고 있지만 캘리포니아 북서부와 오대호 연안, 텍사스, 미시시피강 하류에 폭우 및 진눈깨비가 쏟아지면서 홍수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CNN은 NWS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5일까지 미 걸프만 연안과 남동부 지역 주민 약 3700만 명이 폭우와 홍수 위협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텍사스 남부 전역에는 이미 이날 오전부터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 추위가 남아 있는 오클라호마주와 아칸소주, 미주리주 등 북부 지역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폭우로 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NWS는 아칸소주와 오클라호마주에 얼음 돌풍 경보를 발령하고, 도로 이용 시 결빙으로 인한 사고를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CBS뉴스는 지난주 영하 20도∼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지는 이례적인 한파로 인해 미 전역에서 최소 90명 이상이 저체온증, 낙상 및 도로 결빙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유럽에도 북극 한파로 인한 겨울 폭풍이 몰아쳤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21일 최대 시속 160km 강풍을 동반한 폭풍 ‘이샤’가 영국을 강타하면서 국내선 비행기가 인근 프랑스와 독일 공항으로 회항해 착륙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주 독일 전역에서도 폭한과 폭설로 인해 항공편 약 1000편이 무더기 결항됐다.
이번 유럽 한파의 원인으로는 제트 기류와 엘니뇨 현상이 꼽힌다. 기후위기로 인해 북극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극지방의 냉기를 가두는 제트 기류가 약해진 결과 이상 한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엘니뇨 기간 동안 북유럽이 더 춥고 건조해질 수 있다고 봤다. 맷 패터슨 옥스퍼드대 대기물리학 연구원은 “20∼30년 전에는 현재 같은 한파가 훨씬 더 흔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추운 날씨가 점점 더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청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