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에 대한 감상 - 쪽팔리게 살지 말자
영화 ‘베테랑’을 봤습니다. 시원하고 청량한 ‘사이다’ 같은 영화네요.
‘올해 가장 만족했던 한국 상업영화’의 자리에서 ‘암살’이 물러나게 됐네요.
암살, 미션임파서블, 베테랑... 최근에 본 영화들이 모두 만족스러워서 기분이 좋습니다. 엄지 척!!
‘베테랑’을 본 감상을 정리해봤습니다. 스포는 최대한 조심했지만, 혹여 있더라도 요리조리 피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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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룡 키드가 만들어 낸 성룡 영화
성룡 영화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영화를 좋아하고 계속해서 즐겨보고 있는 건 어린 시절에 봤던 성룡의 영화 덕분입니다.
액션의 합이 보여주는 쾌감과 그 속에 녹아있는 유머가 주는 재미에 성룡 영화에 매료됐었죠.
이제 저도 나이를 먹었고, 성룡 형님은 더 이상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시죠. 그런데 ‘성룡 키드’로 유명한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을 통해서 성룡 영화의 매력들을 재현해주었네요.
성룡의 기상천외한 아크로바틱은 없지만, 지형지물과 도구를 활용한 액션의 합과 코미디는 과거의 성룡 영화를 보며 느꼈던 재미를 그대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맨몸액션과 코미디가 어우러진 코믹 액션 영화를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헐리웃의 액션은 총, 차, 폭발의 액션이니 이런 장르의 액션은 중국이 아니면 우리나라만 할 수 있을겁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류승완 감독이 ‘성룡 키드’로서의 장기를 몇 작품 더 펼쳐 보여줬으면 합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한국영화를 보며 빵빵 웃어댔던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영화에 대한 아쉬움 중의 하나가 만족할만한 순수 오락영화가 없다는 거였는데, ‘베테랑’이 갈증을 해소해주었네요.
‘베를린’을 찍으며 고생했던 류승완 감독에게 ‘즐기면서 영화를 만들라’고 조언해 준 황정민 배우가 저도 고맙게 느껴집니다.
그나저나 황정민의 액션은 볼 때마다 어설퍼요. 근데 은근히 보는 재미는 있어요.^^
2. 한국형 슈퍼히어로 ‘서도철’
최근 몇 년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극장가는 ‘마블’로 대표되는 ‘슈퍼히어로’ 영화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 저희 또래가 걸치고 다녔던 ‘빨간망토’와 손가락을 만들어 가렸던 ‘배트맨’ 가면을 지금의 아이들이 ‘망치’, ‘방패’, ‘아이언맨 가면’으로 이어받고 있습니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가끔 생각해봅니다.
‘뉴욕에서 치즈버거를 먹으며 날아다니는 토니 스타크가 아닌, 오뎅, 떡볶이를 먹으며 서울 전역을 종횡무진 달리는 홍길동’을 보고 싶다는 생각.
우리나라에서 ‘어벤져스’와 같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시장의 규모의 문제도 있고, 컨텐츠의 저변의 문제도 있고... 아무튼 ‘어벤져스’는 헐리웃만 만들 수 있는 영화죠.
그렇지만 한국형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고 싶은 바람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슈퍼히어로의 핵심적인 자질은 ‘정의감’과 ‘액션’일겁니다.
그런 면에서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황정민)는 한국형 슈퍼히어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키’나 ‘울트론’ 같은 실존하지 않는 악당을 상대하는 ‘어벤져스’ 보다 실존하기 때문에 더욱 악랄하고 잔혹한 ‘조태오’(유아인)를 응징하는 ‘서도철’이 더욱 위대해 보입니다.
물론 현실에 기반을 둔 설정과 이야기이기 탓에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과 영화 사이의 괴리감’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지만 말입니다.
3. ‘우영구’와 ‘강철중’의 훌륭한 후계자
제작진도 그렇고 캐스팅도 그렇고, 감독의 전작인 ‘부당거래’를 떠올리게 됩니다. ‘부당거래’의 변주와 같은 작품이죠.
소재와 장르의 특성상 당연히도 선배 형사 영화들인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공공의 적’ 계속 생각납니다.
형사의 세계를 디테일하게 묘사했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몇몇 장면이 오마주 됐고,
‘돈이 없다고, 말 안듣는다고, 얼굴이 기분나쁘다’고 사람을 패고 다니던 ‘강동서 강력반 강철중 형사’는 ‘쪽팔리게 살기 싫어’하는 ‘광수대 서도철’ 형사로 변신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세 영화 모두 주인공인 형사 캐릭터(우영구, 강철중, 서도철)가 돋보이는 영화이고, 세 캐릭터 모두 ‘우직’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다만, ‘서도철’ 형사는 ‘스마트’ 시대의 형사답게 치밀하고, ‘귀신꿍꼬또’의 시대를 살아가는만큼 깜찍 발랄하기도 합니다.
캐릭터의 개성은 선배 형사들이 돋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서도철’ 캐릭터가 정감이 가네요.
4. 최적의 팀워크를 보여준 배우들
영화를 보면 직접 보지도 못했던 제작현장의 분위기가 보였습니다.
영화의 분위기처럼 유쾌한 팀웍을 보여줬을거란게 느껴지더군요. 물론 실제 현장은 어땠는지 모르지만요.
아무튼 배우들은 자신의 역할들을 잘 소화해줬습니다. ‘놀자’ 오달수 선생은 말할 것도 없구요.
가장 우려했던 ‘미스 봉’ 장윤주는 튀는 부분이 있지만 팀웍을 헤치지 않는 무난한 ‘발연기’를 보여주었네요.
악역인 ‘조태오’ 유아인은 처음에는 분명 어색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연기가 조금 넘치는데?’라고 생각됐는데, 결국 제법 훌륭한 악역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네요.
자칫 전형적일 수 있는 캐릭터인데, 유아인의 ‘소년스러움’을 만나면서 ‘미운 7살’에서 성장이 멈춘듯한 악역이 만들어졌네요.
특히 ‘완득이’의 천진한 미소가 ‘조태오’를 만나니 한없이 악랄한 미소로 변해버리는 모습이 강렬했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최상무’ 유해진은 막판에 흐지부지 퇴장하고, 막내형사로 나온 김시후와 ‘조태오에게 발목이 나간 수행원’ 엄태구는 비중이 너무 작았습니다.
유해진은 한창 물오른 연기력을 선보이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크네요.
‘짝패’에서 류승완 감독의 아역을 연기했던(감독의 권력남용이었죠ㅎㅎ) 김시후는 차세대 꽃미남 배우로,
최근 ‘차이나타운’에서도 활약했던 엄태구는 선굵은 성격파 연기자로 성장하길 기대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아쉬움이 남게 됐네요.
그나저나, 깨알같은 ‘아트박스’ 사장님. 빵 터졌어요~ㅎㅎ
5. 국민들에게 고함. ‘쪽 팔리게 살지 말자!’
‘서도철’ 형사는 ‘쪽 팔리게...’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마초’의 흔한 입버릇처럼 들리지만, 영화를 보다보니 감독이 스크린 밖을 향해 외치는 말로 들립니다.
결국은 ‘직업정신’을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선장으로서, 경찰로서, 교수로서, 교사로서, 의사로서, 기자로서 ‘쪽 팔리는 짓 하지 말자’는 외침.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직업정신’의 부재라고 오랫동안 생각해 왔는데요.
‘서도철’의 말처럼 ‘쪽 팔리지 않을’ 정도로만 자기 직업에 충실하면 대한민국의 여러 문제가 해결될 것 같습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너무 좋은 얘기만 늘어놓은 것 같네요. 분명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이런 류의 한국영화를 기다리고 있어서인지, 반가운 마음에 아쉬움이 쏙 묻혀버리네요.
2시간 동안 맘껏 웃었고, 액션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금새 휘발되지 않은 즐거움이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판타지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재벌들의 사면 뉴스를 마주하게 되네요.
영화관에서 실컷 웃고 즐기고 나왔는데, 그게 꼴 보기 싫다는 듯이 갑갑한 현실을 직면하게 해줍니다.
그래도 영화에서만은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그걸로 됐습니다.
첫댓글 주진우 기자에게서 모티브를 받았다고 하니, 쪽팔리게 살지 말자 이런 워딩이 많이 나오고 캐릭터도 전반적으로 그런 것 같습니다.
베를린 때부터 주진우 기자가 영감을 많이 주네요^^
다른 댓글에도 썼는데 서도철이라는 캐릭터를 활용해서 시리즈로 만들어도 될 것 같아요.. 중장년층 관객들 뻥뻥 터지는 개그코드도 좋았구요... 그 정도로 뻥터질 상황은 아닌것 같은데 박장대소 하시더군요... 마지막 판타지 영화라는점 공감하구요... 이랬으면 좋겠는데 정말 이렇게 안되니까 판타지죠 뭐...
우리나라도 시리즈 영화가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여러모로 쉽지 않아보이네요;;
와 잘 읽었습니다. 영화가 보고싶어지네요ㅎㅎ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어제 봤는데 올해 본 한국영화중 제일 재밌었네요 근데 황정민은 경상도사투린지 전라도 사투린지 헷깔리더라구요 ㅋ
'신세계'랑 '국제시장'의 말투가 섞여버렸을까요?ㅎㅎ
기본은 해주는 소재지만 동시에 식상하기도 하더라구요ㅎ
동서고금 보편한 소재지요^^ 어떻게 풀어내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보긴했지만 캐릭터들의 연기가 넘 오바스러운 부분이 있었던거 같애요
그랬나요? 영화의 분위기를 헤치는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돈 받은 경찰한테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말이 멋있었어요.
'가오'가 생명인 인물이죠ㅎ
류승완 감독 인터뷰를 보니 성룡 액션에 대한 변주도 많지만 톰과제리도 좋아해서 이번 액션에 많이 적용 시켰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오바스럽고 슬랩스틱 적인 면이 많은것 같네요 잘읽었습니다 ~
톰과 제리.. 저는 성룡만 떠오르더군요. 그런 코믹액션이 무척 반가웠습니다ㅎㅎ
어제 밤에 보고 왔는데 배우들 연기력이 대단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유아인에 대해 그렇게 좋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유아인 연기보고 감탄했습니다.
황정민, 오달수, 유해진은 말할 것도 없는 명배우들의 모습을 보여주었구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연기에서 우려되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막상 보니 균형을 잘 맞췄더라구요. 유아인도 생각보다 잘해줬구요.
이 영화 진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요~본문을 보고나니 더욱이요! 여담이지만 아이언맨은 주소지가 캘리포니아입니다ㅎ
뉴욕 전투를 생각하면서 적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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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달라멘티 영화의 감상은 상대적인거니까요. 저는 이런 류의 한국 영화를 기다려왔기 때문에 더욱 좋게 본 것 같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전작들에서 크고 무거운 이야기를 다뤘었기 때문에, 이번의 방향선회가 저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내(진경)의 대사는 반응이 갈리더군요. 저도 굳이 그런 식의 연출이 너무 직접적이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관습적으로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들의 여자들이 주인공의 걸림돌로 묘사됐던 것보다는 훨씬 좋았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진짜 그렇게 얘기할 것 같았어요^^
감상평 잘읽었습니다.:-) 아무래도 황정민만의 몸에 밴 연기스타일이 있어서 그런지, 그가 연기를 하게 되면 이전 캐릭터의 잔상이 남아 몰입을 방해하는 게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 그만큼 연기해내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요.( 액션은 정말어색.ㅋ) 그리고 유아인의 연기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았습니다. 관객의 통쾌함이 커질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관객을 빡치게 만든 그의 연기력 때문이었죠.ㅋ 다른 조연들도 맡은 바 역할 또는 감초 역할을 잘해낸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만족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한동안 나쁜 놈 대놓고 밟아주는 이런류의 영화가 없어서 그런지 전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선역들이 하는 멋진 대사도 많은데, 그만큼 유치한 대사도 많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게 느끼는 건 그 캐릭들이 지금 현실에 없는 판타지, 비현실적 캐릭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ㅋ 말씀하신대로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더욱 과장되고 유치하게 느껴져요. 감독이 모르고 쓰진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현실이 그만큼 썩었다는 반증이죠.
@울산남자 영화에서 정의를 묘사할수록 현실감이 떨어진다는게 참 안타까운 현실이죠
캬 멋지네요 쪽팔리게 살지말자!
쪽팔리면 안되죠^^
그냥 스트레스 풀기에 적당한 영화인것 같습니다. 스토리도 굉장히 단순한 편이고 여태까지 많이 비슷한 영화도 많기는 했는데 연기를 대부분 괜찮게 맛깔나게 했네요. 오달수 형님은 진짜 웃겨요. 사실 액션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그냥 웃고 통쾌한 맛에 보는 재미는 좋았습니다. 가볍게 즐기기에는 좋은 영화 같아요. 게다가 막판에 나온 장소가 영화를 본 극장하고 몇미터 차이가 안나서 사람들이 거기서 더 재밌었던.......................
익숙한 장소가 나오면 반갑고 흥미가 높아지기 마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