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헝가리의 안락사 법률을 개정하려 했고 유럽의 안락사 여론을 바꾸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다니엘 커사이가 47세 짧은 삶을 마쳤다고 영국 BBC가 30일(현지시간) 전했다.
헌법 전문 인권 변호사였던 커사이 박사는 2021년 운동 신경(motor-neurone) 질환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진단을 받고 안락사 캠페인에 나섰다. 그는 헝가리와 유럽 재판소에서 조력 자살을 입법하려는 소송을 주도했다. 헝가리 집권 중도 우파 정당은 강력 반대했다. 이 나라에서는 국내와 외국에서 누군가 죽는 일을 돕는 사람은 1년부터 5년까지 징역형이 선고된다.
커사이 박사는 의사가 환자에게 치명적인 약물로 주사하는 적극적인 안락사를 합법화하려고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재판에서 졌지만 상당한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미디언(Media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헝가리 대중의 3분의 2는 정부와 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락사를 지지하고 있어 사회 문제에 관한 한 굉장히 보수적인 이 나라에서 상당히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 역시 생전에 법을 개정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커사이 박사는 수시로 자신의 용태와 생각을 소셜미디어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10월 부다페스트 청중을 향해 "확실히 하자… 난 오늘 죽고 싶지 않으며 내일 죽고 싶지도 않다"면서도 "고통 밖에 아무런 것도 없는 신체 상태에 있을지 모르는 상황은 가능하다. 그리고 고통만이 있는 때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좋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최고 책임자도 커사이 박사에 동정을 표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지난해 12월 취재진에게 "우리는 그를 지지하며, 우리는 그와 공감하며, 우리는 그가 힘을 더 내길 바란다. 그리고 그가 우리를 허락한다면, 우리도 그를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와 그의 집권 피데츠(Fidesz) 당은 법 개정을 거부했다. 의회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당만이 해낼 수 있는 일로 치부되고 있다.
법무부는 생명의 권리를 2011년 헌법에 불가침의 것으로 규정했다.
지난 6월 커사이가 전에 일했던 유럽 인권재판소는 안락사를 거부하는 것이 헝가리 시민으로서 그의 근본적인 권리를 침해한 것은 아니란 헝가리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9월 유럽사법재판소도 그에게 반하는 판결을 내렸다.
커사이 박사의 죽음이 알려진 지 몇 시간 만에 헝가리의사협회는 "인생 말년에 존엄성을 위해 싸우는 개인들과 조직들의 목표를 지지하기 위해" 그의 이름으로 추모하는 상을 제정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커사이 박사가 부분적으로 각본을 쓴 연극 'One Perfect Day'가 지난 6월 부다페스트의 6SZÍN 극장에서 초연됐다. 페이스북 포스트들과 다른 저작들, 대중 연설들을 묶은 책이 10월에 출간되며 그의 말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내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그를 지지하는 팀과 유족이 그의 캠페인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BBC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