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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는 안개가 하루종일 성주산을 감싸더니 어제는 또 하루종일 비가 내렸지. 그러더니 오늘은 바람이 몹시 부는게 꽃샘추위가 시작된 모양이다. 오늘 TV자막에서 본 글귀를 적어보면 '꽃샘추위는 봄을 향한 쉼표'라고 하더구나.
겨울이 끝나고 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잠시 주춤하고 다시 한차례 추워지는 것은 지난 것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여유같은 거 아닐까.. 어쩌면 겸손과 겸허를 배우라는 자연의 가르침일지도 몰라. 힘듦과 어려움과 모든 고통과 고뇌는 다 끝나고 이제 희망만이 존재하는 봄을 향해 질주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춥고 배고프고 힘들었던 지난 날들을 잊지말고 매사를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꽃샘추위의 강한 메시지일지도 몰라. 겨울이 끝났다고 해서 고생이 다 끝난 것이 아니고 더 험난하고 긴 인생의 길이 남아있음을 예고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고보면 꽃샘추위도 참 필요한 자연의 가르침이자 우리가 피부로 겪어야 할 소중한 체험의 시기인 거 같다. 맞다. 바로 군대생활이 꽃샘추위를 겪는 시기로 생각할 수 있겠다.
사회로 나가 바로 설 수 있는 인간이 되기 위해.. 부모의 보호 아래 따뜻하게 먹고 자고 공부하고 있다가 험난한 사회로 나가기에 앞서 잠시 너의 정신과 체력을 단련시키는 곳. 그 시기.. 그건 정말 봄날로 가는 도중 아주 잠시 거치게 되는 꽃샘추위일 뿐이야. 이 꽃샘추위만 잘 견디고 나면 따뜻한 봄이 올테고 여름 가을을 지나 다시 겨울을 맞더라도 어떤 추위도 견뎌낼 수 있는 면역력을 몸 안에 키운 넌, 뭐든 다 헤쳐나갈 수 있을 거야.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로 혼자 설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이 그 꽃샘추위, 군대생활을 통해 길러지리라 믿는다.
아들아.. 며칠 남지 않은 훈련기간, 잘 마무리하길 바라며 혹 원하던 자대배치가 아니더라도 넘 실망하거나 불평하지 말고 모든 걸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너의 역할이 무엇으로 주어지든지 넌 다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거다. 그곳에 네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준비해 놓으신 걸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어떤 결과가 주어지든 기꺼이 씩씩하게 수용하길 바란다.
창밖에 눈발이 날리는구나. 네가 훈련소에 입소하던 날엔 안개가 눈처럼 나뭇가지에 하얗게 내려앉았었지. 엄만 그걸 안개얼음꽃이라 이름지었다. 오늘은 나뭇가지에도 땅에도 하얗게 덮일 것 같지는 않다만 작은 눈송이가 여기저기 흩날리는 것이 네가 떠나던 쌀쌀했던 그날을 기억하기엔 충분하구나.
너 그거 아니? 지난 2월부터 우리집 모니터 바탕화면이 네 얼굴로 바뀐거.. 엄마가 집안일 할 때도 컴퓨터로 음악들으면서 모니터는 바탕화면으로 고정시키고 있는 거.. 그리곤 왔다갔다 집안일 하면서 가끔씩 쳐다보고 웃음짓는다는 걸..
사랑한다. 아들아..
- 엄마가..
♬김광석/내사람이여 |
첫댓글 사랑이 가득담긴 엄마 글을 보고 도드람인 힘이 절로 나겠네요..도드람이는 멋지게 잘 해낼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