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17. 불날(화) 날씨: 미세먼지가 나쁨. 낮에는 봄기운이 느껴질 만큼 포근해졌지만 밤에는 여전히 쌀쌀해 겉옷을 챙겨야 하는 날씨다.
[베트남을 만나고, 흙을 빚고, 가락을 맞추다]
칠판에 아침수학으로 혼합계산 한 문제를 어린이들이 돌아가며 내는 것도 재미있고 익숙해간다. 승주랑 햇빛샘 차와 새참 채비를 하고, Phuong 선생의 영어 수업 채비를 도왔다. 사라졌던 리코더를 드디어 찾았다. 잘못 놓아둔 탓에 손발이 고생했다. 작은 물건 하나도 제자리를 벗어나면 찾는 일이 이렇게 번거롭다.
오늘은 5,6학년 통합수업의 날이다. 먼저 5,6학년 영어수업에서 Phuong이 베트남 문화를 소개해 주었다. 미리 부탁을 드렸는데 영상과 사진, PPT까지 준비해 와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들었다. 영어가 다른 나라와 다른 나라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로 쓰인 시간이다. 내가 통역을 하긴 했지만, 또 다른 문화를 영어로 직접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뜻이 있다.
베트남의 지형과 언어, 여러 부족 이야기, 전통 의상 아오자이의 역사, 대표 음식과 후에라는 도시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거리마다 오토바이가 가득한 모습, 달걀커피와 소금커피 같은 독특한 음식 이야기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Phuong 덕분에 어린이들이 베트남을 조금 더 가까운 나라로 느끼게 된 것 같다.
오전에는 5,6학년이 마을 흙빚기 공방에 가서 그릇을 만들었다. 올해 첫 수업이라 도자기와 과학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다. 마을 안 공방에서 도예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늘 고맙다. 5학년은 채소 그릇과 향로를, 6학년은 뚜껑 있는 작은 그릇을 만들기로 했다. 먼저 종이에 향로 모양과 뚜껑 손잡이 디자인을 그렸다. 저마다 다른 생각이 그림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 찰흙을 받아 손으로 모양을 만들고 차례로 전기 물레 앞에 앉아 그릇을 빚었다. 물레 위에 흙을 올려 자기 그릇을 만들어 가는 느낌은 해 본 사람은 안다. 아이들도 그 느낌을 아는지라 표정이 모두 진지하다. 손끝에 정성을 모으고 흙의 모양을 살핀다. 그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많이 담았다.
수업을 마치고 공방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역사 공부와 연결해 유약 색을 넣어 보자고 제안했다. 5학년은 고려 시대 상감청자 색을, 6학년은 조선 시대 분청사기와 백자 색을 넣기로 했다. 흙을 빚는 일과 역사 공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수업이 될 것 같다.
학교로 돌아와 5학년은 영어 수업을 했다. 내일 성교육센터 방문이 있어 영어 수업을 하기 어려워 오늘 시간을 내어 진도를 조금 더 나갔다.
오후에는 4학년 영어수업도 Phuong과 함께했다. 파닉스 C 단어를 익히고 스크린을 보며 영어 노래를 크게 불렀다. Phuong 선생님이 함께하니 아이들이 더 즐거워했다. 파닉스 책에서 C 음가가 들어간 단어를 확인하고
“Do you like ___?”
“Yes, I do.”
“No, I don’t.”
표현을 서로 마주 보며 반복해 연습했다. 이번 주에는 집에서도 “Do you like ~?” 표현을 연습해 보라고 했다. 대답도 함께. Yes와 No를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낮 공부는 사물놀이다. 세 번째 시간이라 꽹과리를 배웠다. 장구와 북으로 먼저 필요한 가락을 쳐 보고, 소고를 꽹과리 대신 삼아 쇠장단을 익혔다. 쇠소리가 너무 크고 악기 수도 많지 않아 쓰는 방법이다.
중간에 잠깐 쉬고 줄곧 치다 보니 땀이 난다. 타악기 소리가 커서 중간에 혼자 치는 걸 말리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신이 나서 줄곧 장단을 맞춘다. 사물놀이 가락은 비교적 빨리 익힐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호흡과 속도를 맞추어 조화로운 소리를 내는 일이다. 곧 저마다 맡을 악기를 고르는 날이 다가온다.
열심히 배운 Phuong 선생도 한국 사물놀이에 관심이 많았는데 직접 경험하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타악기를 다룬 뒤 이어진 현악기 해금과 피아노 수업에도 5,6학년은 진지하게 참여했다. 베트남 문화를 소개하는 영어수업에 집중하는 모습도, 물레 위에서 흙을 빚는 모습도, 사물놀이 가락을 맞추는 모습도 모두 그랬다. 진지함과 집중이 참 멋있다.
어린이들과 사는 하루가 날마다 휙휙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