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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 치료를 해야하나요?
http://blog.naver.com/catakablog/120089574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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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씨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 '청연'에서 돌아오지 못했던 마지막 비행처럼, 깊고 힘들었던 고통은 땅에 내려두고 파란 가을 하늘로 날아, 날아갔다. 고교시절, 그녀의 드라마는 자율학습도 마다하고 시청할 만큼 열성팬이였는데 앞으로는 기억 속에서만 찾아 볼 수 있게 되어 슬프다. 그래도 가는 길 외롭지 않게 많은 분들이 함께 하였고, 또 편안히 갔다는 말에 스스로 위안을 삼아 본다.
장진영씨의 기사를 찾다보니 사인이였던 위암과 헬리코박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보인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슬픔 중에도 그런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나 자신이 조금 안스럽긴 하지만, 어쩌랴! 산 사람은 그 슬픔마저 짊어지고 꾸역꾸역 살아가야 하는 것임을...
마음을 가라앉히고 슬픔의 원인이 되었던 위암과 그리고 헬리코박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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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변치 않는 모습으로 남은 고(故)장진영씨. 편히 영면하길. 출처)
헬리코박터와 위암의 관련성에 궁금증이 생겨 관련 자료를 찾다보니 최근 자료 중 Lancet oncology, news / special report 에 흥미로운 제목이 있어서 내용을 살펴 보았다.
H. pylori and gastric cancer in Asia : enigma, or a play on words?
www.thelancet.com/oncology Vol 9 September 2008
내용을 요약해 아래 옮긴다.
연구에 의하면 "조기 위암을 내시경적으로 절제해낸 사람"에게는 위암의 재발 방지를 위한 헬리코박터 제균이 분명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몇몇 아시아 나라에서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높음에도 위암 발생률 되려 낮게 나오는 희안한(?) 결과가 있어 연구자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인도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태국의 경우 헬리코박터의 감염률(55~92%)이 높은데 위암 발생률은 되려 낮고(이런 나라를 enigmatic countries : 수수께끼의 나라라고 칭하고 있음),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헬리코박터의 감염률(약50%)은 낮은데 위암 발생률은 높으니 분명 이상하게 생각해 봄직 하다.
이 보고서에서는 이런 수수께끼, 파라독스의 원인으로 수명과 숙주요인, 식습관, 헬리코박터균의 병원성 및 동반된 기생충 감염의 영향 등을 꼽고 있다.
어쨌든 그 싸움(?)을 좀 들여다 보면...
일본(Masahiro Asaka)에서 시행된 임상연구에서는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를 한 그룹이 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위암 발생률이 현저히 낮게 나왔고, 그 결과 제균 요법이 위암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 말한다. 그리고 각 나라에 있어 위암 발생률의 차이는 위암의 전단계인 "위축성 위염"을 유발하는 식습관과 숙주요인에 기인할 것이라고 일축한다. 아울러 위암의 발생에 있어 헬리코박터 감염은 필수적이며, 위암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아직 감염의 영향이 충분치 않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즉, 최초에 언급된 그런 수수께끼는 존재하지 않으며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쿨하고 명확하나 좀 헛점이 있어 보인다.
한편 인도(Uday Ghosal)는 일본의 연구 결과에 동의를 하면서도 그 결과가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도 적용 가능할 지는 의문스럽다고 한다. 제균치료의 이득 효과와는 별개로 다른 위암의 유발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래서 일본 외의 나라의 인구 그룹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얻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다.
즉, 여전히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꼼꼼하고 조심스러우나 갑갑해 보이기도 한다.
Ghosal은 결국 여러 요인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위암의 발생률이 낮고 헬리코박터에 감염률이 높은 나라(수수깨끼의 나라)의 경우, 위암의 위험성이 높다 하더라도 제균 치료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비중을 둬야 된다고 결론을 낸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헬리코박터 감염률도 높고, 위암의 발생률도 높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중국도 일본도 있는데 연구에서 우리나라만 빠져있으니 기분이 상한다. 아시아의 용인데 말이다.) 찾아보았더니 비교적 오랜 기간동안 추적 조사를 하였고 최근 결론을 낸 논문이 있었다. 논문에 지불할 돈이 없어 Full text를 읽지는 못했지만 Abstrat를 통해서 결론은 알 수 있었기에 소개를 하면 다음과 같다.
Helicobacter pylori Infection and Development of Gastric Cancer in Korea : Long-term Follow-up
Journal of Clinical Gastroenterology: May/June 2008 - Volume 42 - Issue 5 - pp 448-54
Abstract를 또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 연구는 위암의 전단계 및 위암을 유발하는 인자로 헬리코박터균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며, 헬리코박터 제균요법을 통해 위암의 발생빈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1790명의 한국인을 평균 9.4년 간 추적조사를 하였다. 그 결과 5명의 위암 환자가 생겼고 모든 환자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었다.(5명의 환자 중 4명은 연구과정 중 위암과 장상피화(위암의 전단계)를 함께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한명은 위암 진단 당시는 제균이 된 상태였지만 제균되기 전 이미 조직학적으로 장상피화 상태를 지니고 있었다.) 조직학적으로 장상피화가 생겼을 때가 없을 때보다 위암이 10.9배 높은 빈도로 발견된다. 결국 헬리코박터 감염과 장상피화, 장상피화와 위암의 진행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장상피화가 진행되기 전 헬리코박터를 제균하는 것이 위암을 예방하는데 최우선이라 할 수 있다."
결론만 말하면, "한국인에게 헬리코박터를 제균하는 것은 위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가 되겠다.
그러면 모두가 위암 예방을 위해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할까?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헬리코박터 감염률은 60~70%에 이른다는데...(참고로 본인도 가지고 있다.)
"모두 치료를 받도록 하라!"라고 외칠 수 있다면 글을 읽는 당신도 본인도 좋겠지만 이 또한 그리 쉽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아니다.
헬리코박터에 의해 유발되는 질환이 위암 외에도 다양하고, 필수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사람군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그때 그때 달라요~"다.
또한 의사의 입장에서는 치료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하며, 그 외에 약복용법 및 예방에 대한 교육도 중요하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치료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재발 방지와 식습관을 바꾸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위궤양을 유발하고 있는 헬리코박터균, 부지런하게 생겼다. 출처)
이런... 쓰고나니 결국 수수께끼 같은 글이 되었다.
(사실 의학에는 명확히 결론을 내리기가 힘든 것이 많다. 의사의 판단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쯤되면 아는 것이 병이 된다. 그렇다면 위에 읽었던 것을 다 잊고 맘편히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
스트레스 없이 지내면 내 몸안의 헬리코박터도 별탈 없이 착하게(?) 머무르고 있을 것 같은 생각에서 하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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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레드썬! 다 잊었습니다. :)
꼼꼼히 읽어주셨군요. 글을 쓴 보람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ㅎㅎ
NDSL 자료군요. 원하신다면 제가 원문을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아.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abstract만 보고 좀 부족하다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참조하는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mail은 tdsa74@daum.net 입니다. (__)
인증이 조금 느리네요. 인증된 후에 메일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좋은 내용이네요... 전 병원에서 내시경 했는데 아직 헬리코박터균 없다고 하네요... 다행이다...
와~ 다행이시네요. 앞으로도 그런 건강한 위를 늘 간직하시도록!!
잘 읽었습니다. 저 눔들의 존재때문에 사실 제 주변 사람들에게 아이들 이뿌다구 먹던 젓가락으로 반찬주지말라구 이야기하는데 야박스리 산다구 가끔 핀잔먹어요 , 초등학생들의 감염률은 약 30프로 정도로 알고 있는데 이런 것만 자제해도 아이들 건강에 꽤나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욕먹어도 계속 시비검^^...가족간이라 할지라도 비벼서 밥숟가락을 같이 담그는 일조차 절대 금하는 한의학자도 있어요.
헤리코박트균은 전염이 되는건 가요?
침같은 타액으로 전염되는 거지요 .한 그릇에 비벼서 여럿이 수저 들이밀구 먹는 사진은 사실 한국 사람만이 갖는 좋은 그림이지만 그런 단점이 있지요. 더 무서운 것은 .....키쓰를 통해서두 전염이 된다는 사실.ㅎㅎㅎ
저는 있는데...근데, 건강검진 받았을때 의사조차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데요...
헬리코박터 균이 있다하더라도 특별한 증상(속쓰림, 소화불량)을 동반한 위염, 위궤양, 집이지장 궤양 등의 병이 없다면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침에 나와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