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육군대령의 이야기
어느날 북가좌동의 이씨 성을 가진 보살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보살님의 친구 남편이 군인인데 갑자기 목이 돌아가서 병원에 가도 소용이 없고, 너무 아프다고 하소연을 하기에 문득 스님 생각이 나서 염치없이 전화를 드린다고 하면서, 수고 스럽지만 환자가 절에 올 수가 없으니, 수고 좀 하셔서 북가좌동을 찾아 주셨으면 한다고 정중히 부탁을 하였다.
군인이면 할 일이 많고 나라를 위해서 불철주야 애쓰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우리들이 안정된 생활을 하고 편한 잠자리를 하는 것도 모두 그들의 노고가 있음이라 생각하고 큰 마음을 먹고 북가좌동을 찾아갔다.
이 보살님의 안내를 받아서 나는 그 군인댁으로 갔다. 2층집이었다. 환자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사람의 목이 어떻게 저렇게 돌아갈 수가 있을까? 180도 가까이 뒷목에 얼굴이 돌아가 있지않은가? 무척이나 당황 할만한 일이었다.
휴가를 받고 나와서 잠시 자다 일어나 보니 그렇게 되어 있다고 했으니 모두가 놀랄 수 밖에 없었으리라. 지압도 해보고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도 찍고 물리치료도 했으나 치료할 때만 부드럽지 다시 몇 시간이 지나면 도로 원상태로 목이 돌아가고, 이젠 시간이 지나서 아프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우연히 이 보살님이 나의 이야기를 해서 마음이 쏠리기에 부탁을 드렸다고 하였다. 정릉의 절에 있을 때라 정릉에서 스님이 오신다고 하니까 부인은 기대도 하고 한편 또한 병원에서도 못 고치는 병을 어떻게 절에서 스님이 고칠 수가 있나하고 반신반의 하면서도 안팎으로 집을 깨끗이 정리를 해놓고 있었다.
이보살님과 들어오는 나를 보고는 역시나 실망의 눈빛이 역력했다. 그러더니 스님께서 오신다고 하더니 하면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보살님은 "이 분이 내가 이야기한 정릉 스님이셔."하고 간결하게 말을 했다.
그리고는 "이 스님께서 많은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시고 아주 용한 분이셔."하고 다시 덧붙였다. 괜히 어쭙잖게 칭찬을 듣는 것 같아서 별로 즐거운 기분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나보다.
아무런 말이 없이 여자는 자리에 앉아서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저 외람되지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머리까지 기르시고 저희들 보다 더 멋쟁이시며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군요."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냥 그 길을 나오려고 하는데, 이보살님이 신경질을 내면서 퉁명스럽게 "왜 그래요? 바쁘신 분을 정말 어렵게 오시라고해서 이렇게 모셨는데... 그래도 정 의심스러우면 기도를 하고난 뒤 아저씨가 다 나으면 사례를 하면 되지." 하고는 오히려 나에게 물어 보지도 않고 소리를 질렀다.
와중에 거실을 한 번 휘 둘러 보았더니 벽에 예수의 그림이 있었다. 아하! 종교가 다르구나. 묘한 감정이 생겼다. 나는 누가 나를 비웃고 무시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있으나 종교적인 대립은 절대로 지고 싶지않다. 역시 나도 중생심이 남보다 강한 탓이리라.
나는 마음속으로 그래 종교가 다르다면 한 번 해볼 일이다, 어떠한 인연이든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 또한 인연이려니 인연을 맺어 보자하고 생각하여서 "좋습니다. 사례는 나중 문제고 일단 병이나 신경을 써 봅시다. 나 역시 아무런 능력이 없으니 부처님께 한 번 매 달려봅시다." 하고 공연히 여길 온게 아니고 군인이기에 그 노고에 보답하고자 왔으니, 마음을열고 인연을 맺어보자 하였다.
그리고, 필히 한마디를 더 해주었다. "천도식과 구병시식을 하여서 병이 차도가 있거든, 필히 나에게 사과를 하시고 불교를 꼭 믿으십시오."하고는 그 집 주소와 이름을 적어서 절로 돌아왔다.
차를 타고 오면서 공연히 그들이 괘씸한 생각도 들고, 잠시 잠깐사이 봉변을당한 듯 심장이 두근거렸다. 하늘을 보고 웃었다. 물론 당연한 일이다. 수없이 겪는 일이지만 대중들은 스님이라 하면, 삭발을 하고 법복을 입고 해야만 스님인 줄 알고 있기에 번번이 당하는 또 하나의 곤욕이 아니던가.
머리를 기르고 성직자 생활을 하는 나의 입장은 어쩌면 비구 비구니 스님들보다 몇 천배 힘들고 고통이 따르나 또 한편 생각하면 이것 또한 나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면서 극복해 나간다.
일단 이왕에 한사람이라도 포교를 하기위하여 나는 또 기도를 시작하였다. 아마도 오기가 깃들이지 않았다고는 말 못하리라. 아상(我相)과 중생심이 가득한 우리 중생들은 우선은 눈앞에 보여주고 손에 쥐어 주어야만 느끼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나는 자신이 넘쳤다. 그때 만해도 젊음이 있고 또한 무서운게 없었다.
기어이 저 군인의 목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그 날의 멋쩍었던 일을 깨끗이 사과를 받으리라. 여러가지 착잡한 생각으로 기도를 시작했다. 다른 기도를 할 때도 항상 마찬가지이지만 온 정열을 다하여 "나반존자"를 염송하기 시작했다. 아무개의 목을 제대로 고쳐주소서.
무엇 때문에 그러한 현상이 오게 되었는지 가르쳐 달라고 미친듯이 나반존자를 염송하기 시작한지 일 주일 쯤이었다. 이 팔이 부러져도 이 몸이 이 자리에서 기도를 하다가 재가되어도 나는 알고싶었다. 나반존자님의 대답을 들어야만 했다.
아! 이게 웬일인가? 수많은 기도중에 여러가지 많은 허상이나 환청도 있었지만 넓은 벌판에 하얀 홑이불을 덮어쓴 시체4구가 눈만 빼꼼이 쳐다보고 누워있지 않은가? 나반존자! 나반존자! 더욱더 큰 소리로 기도를 했다. 온 몸에 전율이 왔다.
그래! 이것이다. 나는 그 군인의 병이 이 4구의 시체와 인연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 집에 전화를 걸어서 군인을 바꾸어 달라고했다. 불편한 몸으로 전화를 받은 군인에게 4구의 시체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군인은 깜짝 놀라면서 하는 말이 오래 전에 자기가 소대장으로 있을 때 훈련 도중에 대원들이 총기를 청소하다가 사고가 나서, 군인 네 명이 사고를 당하여서 아까운 목숨을 잃었단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등에다가 죽은 군인을 업고 부대로 돌아온 적이 있으나, 항상그 때 생각을하면 목이 메이고 가슴이 아프다고 하였다. 허나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게 무슨 일이냐고 반문하였다.
나는 그게 본인의 병의 원인이며 그 4구 시체의 영혼들을 천도를 해야만 목이 제대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경하게 이야기했다. 군인은 그런데 그 일로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을까요? 나로 인한 사고도 아니고 저희들이 부주의한 탓에 생긴 일인데요하였다.
그러나 잠시 머뭇거리던 군인은 "죄송하지만 한 번만 더 수고 스럽시겠지만저의 집을 찾아주십시오. 염치없지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하고 아주 정중하게 부탁을 하였다. 나는 이왕에 시작된 일, 전생의 인연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처음 먹은 마음대로 도와주기로 했다.
다시 그 집을 찾았을 땐 정말로 정중하게 대접을 받았다. 부인 역시 이보살님 보는 데서 무릎을 꿇고 앉아서 다소곳이 이야기를 들었다. 군인은 사실 그 후 아주 자주 그 날의 악몽을 꿈꾸고는 땀에 흠뻑 젖어서 제대로 잠도 못자고 시달리는 날이 있었으나, 집사람이나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었기에 혼자만 시달리고 있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스님께서 기도를 입재하신 날부터 그 날 4명의 군인한테 깊은 골짜기로무섭게 내쫓기는 꿈을 계속 꾸었다한다. 그런 속에서 아무도 모르는 이 일을 스님께서 말씀하시니 놀랄 일이라고 하였다.
나는 "강대령님, 그들 원혼들은 너무나 젊은 나이에 죽음을 당하여 억울하여서 뭔가 그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밤마다 꿈에 나타난 듯합니다. 비록 강대령님의 실수는 아니었으나 그 부대의 책임자이셨고, 또 강대령님이 그들과 전생에 인연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원혼을 달래줍시다."하였더니 선뜻 승낙을 하였다.
그리고, 부인을 불러서 "스님께서 하라시는 대로 해달라"고 했다. 우리는 처음 만남의 어색함과는 달리 한마음으로 진실로 음식을 장만하여 지장보살님앞에서 그들의 천도재를 잘 지내주었다. 부인 역시 절에 나와 정말로 열심히 기도를하고 처음 해보는 절이나마 땀을흠씬 흘리면서 무사히 천도재를 마쳤다.
그 후 10일이 지난 후에 강대령에게서 전화가 왔다. "스님 감사합니다. 천도재를 지낸 후에 그들을 꿈에 또 보았습니다. 깨끗하게 흰 옷을 입은 4명의 젊은이들이 고맙다고, 몇 번이나 절을 한 후 떠났습니다. 그 다음날 세수를 하려고하니 무척이나 목이 편안해서 거울을 보니, 정말로 기적처럼 목이 편안하고 기적처럼 목이 바로 돌아왔습니다. 지극한 이 천도의 이치를 영혼들은 신령스럽게도 아는가봅니다."하고 말을 했다. 바로 전화를 드리려 하였으나 며칠 경과를 보느라고 이제야 전화를 한다고 하였다.
나무지장보살마하살!
출전: 혜강 박영옥저 우리 곁에 지장보살 오셨네 (광연문화刊) |
출처: 까치 원문보기 글쓴이: 희작(喜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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