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탕뿌리를 돌아선 강물은 느릿느릿 영동으로 흘러든다. ‘양산8경’의 명성을 떨쳤던 영동 양산면 산자락에는 오지마을이 여럿 남아 있다. 젊은이들이 대부분 도회지로 떠나 텅 빈 마을. 그래도 궁벽한 마을을 지키는 허리 굽은 노인들은 여전히 황소에 길마를 지워 ‘이랴~ 이랴~’ 비탈밭을 갈아 엎으며 향수를 자극한다. 우리의 고향마을 같은 풍경을 변함없이 보여주는 금강 상류. 이 땅의 강이란 강마다 콘크리트 둑방이 들어서고, 허리를 잘라 댐이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도 옛모습 그대로의 옥색 맑은 물을 흘려보내는 곳. 지금 그곳으로 연초록 봄이 한껏 달려오고 있다. 연초록 고향…금강 상류따라 깃든 봄 금강(錦江)은 ‘비단강’이란 뜻이다. 강줄기를 따라 펼쳐진 산수가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다. 국내 4대강의 하나.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금강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강이다. 백제의 왕도였던 공주와 부여, 대청호 주변은 찾는 사람이 많지만 금강 상류지역은 잘 모른다. 물줄기를 따라 상류로 가면 아직도 소를 끌고 쟁기질을 하는 농촌이 있고, 기암절벽 사이로 물길이 휘돌아가는 비경도 있다. 충남 금산(錦山)이 그런 곳이다. 지명에 ‘비단 금(錦)’자가 붙은 곳치고 경관이 수려하지 않은 곳이 없듯이 금산의 금강 줄기는 하류와는 사뭇 다르다. 강을 따라 벼랑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마치 강원도 심심산골 같다. 전북 장수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은 무주에서 진안천, 적상천, 남대천을 합하고 금산 제원면에 이르러 제법 강다운 강줄기로 변한다. 충북 영동을 지나면서 양산8경을 빚어놓고 대청호에 잠시 머물렀다가 공주와 부여를 지나 군산으로 흘러든다. 길이는 천리길인 401㎞. 금산 제원면 용화리 시탕뿌리는 무주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금산으로 휘어드는 금강 상류의 강마을이다. 강줄기는 완만한 산줄기 사이로 꼬리를 감춘다. 겨울바람을 버텨낸 강변의 갈대는 이제는 푸석푸석해졌고, 겨울을 난 물새들도 많이 떠났다. 강자갈은 며칠전 내린 비로 말끔해져서 봄햇살을 담아 반짝거린다. 옥색 강물도 봄바람에 풀어져 부드러운 잔물결을 만들어낸다. “수온이 올라 새벽이면 물안개가 자욱히 피어나고 물고기도 많이 잡혀유. 조금 있으면 산란기가 시작되니까, 낚시꾼들도 많이 몰릴 거구유.” 용화리는 모두 30여호. 토박이 어부 김근호씨(40) 등 3명의 어부가 주변 음식점에 어죽을 끓이는 민물고기를 대고 있다. 옛날 용화리 일대는 금산과 영동을 잇는 교통 요충지였다.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넌 뒤 산을 넘어 영동·양산으로 나다녔다. 시탕뿌리는 ‘세 탕째 부리는 곳’이라는 뜻이다. 강 건너 영동 쪽에서 지웃재를 넘어오는 나무꾼들이 이 시탕뿌리 나루를 건너와 세 번째로 쉬어가던 곳이란다. 이제 나루터는 없어지고 용화리 끝머리 마달피 관광농원에서 길이 끊겨 더이상 들어갈 수 없게 됐다. 시탕뿌리 일대는 아직도 오염을 모르는 청정지역이어서 반딧불이가 서식한다. 김씨는 여름이면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에 꼬마전구를 붙여놓은 것처럼 반딧불이 반짝거린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상류쪽 진안에 용담댐이 들어서고 난 뒤부터는 수량이 줄어들고 물도 탁해진 것 같다고 했다. 시탕뿌리의 하류 쪽에는 닥실나루가 있었다. 강을 건너면 영동을 거쳐 경상도로 이어지는 길목이고, 반대편은 금산을 거쳐 호남으로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인 까닭에 한때 흥청거렸던 나루터였다. 우도 경상과 좌도 전라에서 상인과 선비들이 밤낮없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이곳은 가뭄 때 강물 깊이가 허리춤밖에 차지 않았다. 임진왜란 때 다케시케가 이끄는 1만 대군이 이곳에 집결했다. 금산군수는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야트막한 상류의 바닥을 파서 흙물을 흘려보냈다. 왜군들이 수심을 가늠하기 어렵도록 해 더이상 북진하지 못하도록 해 시간을 벌자는 계책.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아낙네가 뽕잎을 따서 머리에 이고 강을 건너는 사고를 쳤다. 왜군들이 안심하고 강을 건너 주민들을 도륙해 강물이 피로 물들었다는 슬픈 역사도 지니고 있다. 시탕뿌리에서 영동 쪽으로 이어진 길은 금강이 내내 동행하는 길이다. 첩첩 산줄기 사이로 맑은 강물이 힘차게 흘러간다. 강바닥은 유리처럼 환히 비친다. 강줄기 중간에 콘크리트관을 박은 ‘잠수교’가 놓여 있다. 시멘트 길은 굽이굽이 산허리를 타고 돌다가 9부 능선에서 산마을을 만난다. 영동군 양산면 가선리 장선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차 한 대가 겨우 비켜갈 정도의 시멘트 도로가 놓여 있다. 시멘트 포장을 도와준 주석수씨를 기리는 현대판 ‘송덕비’가 세워져 있다. 아마도 도로 포장이 마을 사람들에겐 숙원사업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제 마을은 쇠락의 기운이 역력하다. 집들은 대부분 비어있다. 한때 20여호가 넘었던 마을은 6가구만 남고 대부분 떠났다. 허리 굽은 촌로들이 아직도 소를 앞세워 밭을 간다. 대문 앞에는 누렁 송아지가 앉아 있다가 외지인들이 나타나면 목을 세워 ‘음메’ 하고 운다. 아직도 오지에 속하는 마을 입구에 도시 사람들이 펜션 같은 전원주택들을 지어 대조를 이룬다. “옛날에는 20리를 걸어서 금산 제원에 있는 학교를 다녔다우. 지금은 많이 좋아진 셈이여. 하지만 제원 가는 길은 아직도 비포장이여.” 금산 제원면과 영동 양산면의 경계를 이루는 천태산은 금강 줄기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다. 천태산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때 세워진 고찰로 양산8경 중 1경으로 꼽힌다. 비포장 도로로 연결돼 있는 영국사는 규모가 크지 않고 분위기도 호젓하다. 영국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수령 1,000년의 은행나무. 높이 31m, 둘레 12m, 동서로 뻗은 가지 길이 25m, 남북으로는 22m. 땅에 닿은 가지 하나는 다시 뿌리를 박고 자라나 높이 10m 이상 자랐다. 나라에 변고가 생길 때는 이 은행나무가 울어댄다고 한다. 선원 뒤편에 있는 대각국사비와 부도가 한때 번성했던 영국사의 역사를 말해준다. 한껏 봄기운이 감도는 금강 상류. 벽촌 강마을의 봄 풍경이 향수를 한껏 자극하면서 우리의 지친 심신을 어루만진다. ▲여행길잡이 ▶교통 경부고속도로~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대전·진주간 고속도로. 금산 IC에서 빠져 나온다. 금산읍 대신 영동 방면으로 나서면 금강 가는 길. 601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보면 추부와의 갈림길이 나온다. 68번 지방도를 타고 영동 쪽으로 달려 제원대교를 넘으면 영동으로 이어지는 금강길이다. 제원대교를 건너지 않고 우회전하면 둑을 따라 시탕뿌리로 빠진다. 가선마을은 영동 쪽으로 더 달리다 왼쪽에 콘크리트 관을 박아놓은 임시다리를 건너면 된다. 비가 오면 물에 잠기는 ‘잠수교’는 두 개로 첫번째 다리를 건너야 가선리로 갈 수 있다. 68번 지방도로 영동 쪽으로 달리다 호탄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하면 영국사가 나온다. ▶먹거리·숙박 금강 상류는 어죽이 유명한 곳. 온갖 민물고기에다 소면을 조금 넣고 얼큰하게 끓여낸다. 시탕뿌리에선 ‘시탕뿌리’ 식당이 잘 한다. 주인이 직접 강에서 고기를 잡아다 어죽을 쑨다. 4,000원. 도리뱅뱅이도 금강 상류의 별미다. 프라이팬에 빙어를 동그랗게 놓고 튀겨낸 음식. 1만원. 도리뱅뱅이 대신 모래무지를 튀겨내는 마주바도 고소하다. 1만원. 술안주로 좋다. 쏘가리 매운탕은 4만~5만원, 메기탕은 2만~3만원, 잡고기매운탕은 2만~3만원. (041)751-1456. 금강 상류에서는 떨어져 있지만 금산의 복수 일대는 한우마을로 유명하다. 금산읍내에서 20분 거리. 20여년 전 한 할머니가 정육점 쇠고기를 대도시의 반값에 팔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우집 10여곳 가운데 수령 700년의 느티나무가 있는 ‘복수한우집’(753-2059)은 금산군이 향토음식점 1호로 선정한 곳이다. 추부 3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시장통 3거리에 ‘마전인삼추어탕’(752-5049)이 있다. 수십년째 인삼추어탕만 내놓고 있다. 쌉쌀한 맛의 여운이 남는다. 7,000원. 시탕뿌리와 금강변에는 금강모텔(754-1622)과 약수모텔(754-7622) 등이 있다. 금산읍내에 여관이 많다. 〈글 최병준·사진 정지윤기자〉 |
첫댓글 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2탄 동참하실 분! 손들어봐용 ^^ 자격 : 일주일 후~욱 털고 떠나실수 있는 분~~~ 언제 다음주에 떠나봅니다. ㅋㅋㅋ 부럽죠 ^^
ㅎㅎ 난 열심히 일한 당신이 아닌데 자격이있나 몰라,,, 근디 회비는얼마유,,, 1주일이라 넘긴데 중간에 와두되죠? 2박정도는 할수있는디,,, ㅋㅋㅋ
와~우!! 다들 잠안자고 뭐하시남여? 날 새남여? 지산님, 또맨님! 그럼 병나요.ㅋㅋ잠이 보약이라더만....일찍 주무시고, 일찍 일어나시는게 건강의 첫걸음!!! 명심합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