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트럼프, 바이든과 ‘리벤지 매치’
트럼프, 뉴햄프셔 경선도 과반 승리
11월 美대선 공화당후보 사실상 확정
바이든 고령-트럼프 사법리스크 변수
23일(현지 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의 두 번째 관문인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오른쪽)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소 공화당 상징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즐겨 하지만 이날은 미국 국기인 성조기의 빨간색, 파란색이 섞인 넥타이를 착용했다. 그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팀 스콧 상원의원(왼쪽)과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인도계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가운데)가 박수를 보내고 있다. 내슈아=AP 뉴시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의 두 번째 관문인 23일(현지 시간) 뉴햄프셔주(州)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승리했다. 공화당 경선 시작 8일 만에 트럼프 독주 체제가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되면 11월 대선에서 전·현직 대통령인 두 사람의 재대결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개표율 91% 기준 54.6%를 득표해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43.1%)를 제치고 승리를 확정했다. 앞서 15일 당원들만 참여한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51%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비당원까지 투표할 수 있는 이번 경선에서도 과반의 지지를 얻으며 무난하게 승리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승리 연설에서 “엄청난 승리”라며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에서 이긴 후보는 누구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가장 위대한 성공을 거두고 미국이 가는 방향을 되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헤일리 전 대사는 “아직 수십 개 경선이 남았다. 우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퇴 압박에도 다음 달 24일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릴 프라이머리에 참여할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같은 날 치러진 민주당의 뉴햄프셔 경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개표율 89% 기준 50% 이상의 지지를 얻어 승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인 인구가 대부분인 뉴햄프셔주가 미국의 다양성을 보여주지 못한다며 이 지역 경선에 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았지만 지지자들은 투표용지에 직접 그의 이름을 써넣는 ‘기명투표’로 지지를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 확실시된다. (민주주의에) 이보다 큰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전·현직 대통령의 이른바 ‘리벤지(Revenge·복수) 매치’가 조기에 확정되면서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위험, 두 사람의 고령 논란 등을 둘러싼 미국의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와 경제·통상정책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싼 대결도 본격화되면서 국제 정세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경선 8일만에 사실상 후보 확정… “공화당원 74% 몰표”
[2024 美 대선]
공화 뉴햄프셔 경선 르포
승리회견장, 대선후보 출정식 방불
여성-대졸이상선 헤일리 지지 많아… 고학력-중도층 확장성 한계 드러나
“대선에서 우리(공화당)가 승리하지 못하면 미국은 끝이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의 두 번째 관문인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도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소감이다. 이날 내슈아에서 열린 그의 승리 회견에는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흑인 중진 팀 스콧 상원의원,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직후 경선을 사퇴하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인도계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등이 총출동해 마치 대선 후보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원들만 참여하는 아이오와주 코커스에 이어 비(非)당원들도 투표할 수 있는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도 모두 50%를 넘는 득표를 했다. 경선 시작 불과 8일 만에 독주 체제를 확고히 한 것이다.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연이은 패배에도 다음 달 24일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 참여할 뜻을 고수하고 있지만 남은 경선 일정과 무관하게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본선 경쟁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 공화당 지지층, ‘대세’ 트럼프에 몰표
비당원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프라이머리는 중도 유권자의 표심이 중시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의 깜짝 선전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에디슨리서치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디어 합동 출구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종,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헤일리 전 대사보다 많은 지지를 얻었다.
이는 공화당 지지층의 결집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프라이머리에 참여한 유권자의 50%는 공화당원, 46%는 무당층이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공화당원의 74%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졌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층으로 꼽히는 대졸 미만 학력 소지자, 가구 소득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 이하 유권자의 지지도 여전히 강력했다.
AP통신은 뉴햄프셔주의 중도 성향, 무당층 유권자의 뜨거운 투표 참여 열기 등으로 인해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해 보였지만 그가 쉽게 극복했다며 “트럼프는 현 시점에서 막을 수 없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라고 평했다.
● 반(反)트럼프 정서 확인… 본선에 부담
23일(현지 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가운데)이 지지자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그는 이날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의 경선 사퇴를 압박했다. 런던데리=AP 뉴시스
다만 이날 만만치 않은 반트럼프 정서도 확인됐다. 여성, 대졸 이상 학력, 가구 소득 10만 달러 이상 유권자는 헤일리 전 대사를 집중적으로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패배 요인으로 꼽히는 고학력·고소득 공화당원, 중도층 유권자에 대한 확장성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는 의미다.
또 강경한 낙태 반대론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 비교적 이 사안에 중도 성향인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했다는 투표 참여자 또한 64%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낙태권 의제를 집중 부각하며 낙태 찬성 성향이 강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 공화당 지지층이 대부분인 당내 경선과 달리 중도층을 두고 다투게 될 본선에서는 이 같은 요인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헤일리 전 대사를 ‘사기꾼(imposter)’으로 부르는 등 그의 경선 사퇴를 강하게 압박했다. 공화당과 중도 성향 유권자의 반트럼프 정서를 결집시키는 헤일리 전 대사의 존재가 부담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맨체스터=문병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