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이틀간 내리던 비도 그치고 맑고 푸른 하늘이 보이길래 서둘러 산책길을 나섰다.
마치 하늘과 땅, 바람, 구름, 나뭇잎의 흔들림과 계곡을 휘젓는 물소리까지 완벽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아니 그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새털구름이 파란 하늘을 차지하고 그 사이 봉우리마다 운무가 자락자락 올라오는 모습이 어찌나 황홀경이던지.
걷다가 혼자만 보는 그 광경이 얼마나 아깝던지 말로 표현 못할 풍광과 정경에 푹 빠져 버렸다.
어디 멀리 움직일 필요 없는 사철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누리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이기도 할 터.
사실 처음에 안성 자락을 찾아든 것은 같은 출판계에서 만나진 장석주 시인의 호출에 의해서였다.
그가 출간하는 책에 삽입될 사진이 필요하다는 말에 두말도 하지 아니하고 금광호수 바로 곁에 있던 시인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매주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일주일을 꼬박 기다려 화요일에 안성으로 찾아들었다.
그렇게 일년을 안성과 연애하듯이 매주 화요일에 안성으로 출근을 하여
시인과 둘이서 손수 준비한 자연식 점심을 챙겨먹고 커피를 음미하며
가까운 곳을 찾아다니면서 책에 첨부될 사진 촬영을 미친듯이 해대었다.
물론 그 덕분에 안성 구석구석 경관 좋은 곳을 찾는 행운을 누리거나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많이도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하나 둘 물꼬를 트게 된 사람들과
먹을거리, 마실거리, 흥거리를 공유하며 재미나는 일상을 보내기도 했었다.
원래도 직업적으로 문화 예술계통이었던지라 곳곳에 괴짜라고 불리우는 독특한 예술가들과의 교류는 필수였으나
또 새롭게 안성이라는 곳에 정착한 많은 예술가들을 알게되는 즐거움도 누렸다.
와중에 다가왔다가 떨어져 나가는 사람 중에는 인연이었던가 싶다가도
서로 생각이 다르고 지향하는 방향이 다르고 삶의 원동력이라 할 에너지가 달라서도
시절인연의 소임을 다해 거리가 멀어지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했지만
어쨋거나 분명한 것은 여전히 좋아하며 지낼 사람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어지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일년을 본업을 병행하여 안성으로의 출근을 마다하지 아니하고 기꺼이 먼길을 다니다가
결국에는 안성에 정착을 하고 싶어 온 거처를 옮기고 싶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너는 내땅이야" 라고 불리울만한 장소, 지금의 무설재 자락에 둥지를 틀었다.
하였어도 여전히 서울로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음은 물론 매주 토, 일요일에 벌어지는 바비큐 파티와
들끓는 사람들의 발길에 무설재 문턱이 닳아가고 있었고 그 문턱은 결국 봄, 가을 음악회와
이런저런 전시회와 다양한 능력과 끼를 가진 사람들의 기획전까지 벌이며 자초하는 고생은 덤.
그리하여 안성에서의 삶자락은 일년 내내 즐겁다 못해 온전히 만끽하는 일상을 향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야말로 천혜의 복은 그 다음으로 찾아들었다.
십승지를 운운한 선조들이 있었으나 그들도 놓치고 간 명당이 바로 이곳 무설재 근방이렸다?
그렇게 숱한 물난리가 벌어져도 이곳만은 무탈하고 미치도록 타들어가는 가뭄이 찾아들어도
여전히 기세등등한 그리하여 지하수가 마르지 않는 그런 자연의 혜택은 내 인생의 플러스 알파 였다.
그야말로 물과 공기와 배산임수의 명당, 바로 쥔장과 맞는 장소였던 것이다.
게다가 사철 자연이 선물로 던져주는 변화는 그야말로 없던 감성도 치솟게 하나니
원래도 감성마인드 가득이었던 쥔장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금상첨화란 말이지.
암튼 그렇게 도시를 버리고 안성으로 스며든지 이십여년.....
그야말로 더 구구절절이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편안하고 평온한 곳이다.
어딘가를 향해 나돌아치다가도 안성으로 돌아오는 순간 몸은 이미 알고 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느끼지 못할 쾌적함의 공기가 온몸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을.
더구나 금광면 자락으로 들어서기 시작하면 지치고 힘들었던 온 몸의 세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언제 그랬냐 싶게 엔돌핀이 마구마구 쏟아져 나온다.
그래, 바로 이 맛이지...이래서 이곳에서 살 이유가 있는 것이지 라며 혼자 웃고 만다.
그렇다.
오늘의 산책길이 무설재 자락이 쥔장에게는 얼마나 "길지" 인지를 인지하게 하였으므로
비록 횡성수설이었어도 오래도록 살고 질 일이겠다.
첫댓글 그대의 안성사랑, 자연사랑이 스멀스멀한 그간의 얘기를 같이 따라 영화보듯 그려봤네요. 부디 늘 건강 잘 챙기시기를~!
ㅎㅎㅎㅎㅎ 고맙다요.
그러나 세월은 비껴가지 못하는 법.
주어지는대로 살아낼지어다 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