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출근길이 세 코스가 있다.
걍 평소에 이용하는 칠보산 뒷길을 통해 곧바로 가는 길-1코스
정체가 예상될 때는 비봉습지를 지나 신외리쪽으로(주로 정체가 심한 월, 금요일)-2코스
바다의 물때에 따라 조암을 통해 화옹호 궁평리로 이르는 출근길-3코스
한달에 두어차례
물때가 좋아 새들을 만나려는 기대감으로 선택하는 3코스의 출근길
바로 지난주가 그랬다.
물론 평소 출근길의 두배가 되므로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화옹호 남단 매향리 갯벌에 이르니 물이 쓸기 시작한다.
봄철 3만여마리의 도요새들을 떠올리며 기다려보지만 괭이갈매기와 백로들만이 한가롭다.
전날 비온 탓에 제방 비포장길은 여간내기가 아니다.
차가 진흙으로 뒤집어 쓴 것은 순식간이었다.
선착장을 지나니 좀 낳았다.
갯벌과 달리 화옹호 쪽의 호수 주변에는 수많은 도요물떼새가 쉬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저어새 무리도 모이고 간혹 몇십마리씩 도요새들의 군무도 보인다.
근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출근시간에 쫒기는데 나를 홀리는 녀석이 나타났다.
가까이 다가가면 유유히 날아 30여미터 앞의 기둥에 앉기를 반복
이렇게 10여분 동안 이녀석과 놀다가 결국 10분 지각을 했다.
화옹호 제방에서 만난 새홀리기
내겐 퇴근길이 다섯가지 코스가 있다.
1코스-집으로
2코스-학교 인근의 화옹호 주변습지를 돌아보는 것
3코스-마도 인근의 황오리도래지를 거쳐가는 것
4코스-화옹호를 들러 조암으로 오는 것
5코스-남양에서 신외리를 통해 비봉습지쪽으로 가는 퇴근길
우리 가족은 1코스를 제일 좋아한다.
지난주는 비도 많았고 날씨도 꿀꿀한 날이 많았다.
3코스를 택해 마을로 들어서는데 쇠백로 한마리 개구리 물고 내 앞길을 막았다.
내가 훼방이 됐는지 먹이를 물고 논으로 날아간다.
비바람에 쓰러져 누?품? 익어가는 논
바로 쓰러진 벼 위에 눈에 띄는 녀석이 있다.
너구리
퇴근길 이녀석과 15분간 눈싸움 했다.
봄철 황오리가 번식지로 떠나기 전에 먹이활동을 하는 너른 농경지로 접어드니
마음이 편안하다.
이렇게 여유롭게 황금들녘을 즐기는데 발길을 부여잡는 녀석(꺅도요)
이녀석과 2m의 거리를 두고 한참동안 지껄였다.
'요즘 사는게 너무 복잡해. 그게 다 내 팔자라고?'
첫댓글 너구리 안녕! 반갑다^^ 그런데 쓰러진 벼 어디쯤이지요?
핵교 근처입니다. 너구리아빠가 생각나네.
정말 바쁘면서도 즐거운 출퇴근 시간입니다.
여러가지 코스로 출퇴근 하시는 군요. 부럽당~ 저도 두 개쯤의 코스가 있긴한데...
서로 닮았다고 생각하고 눈싸움한 건 아닌가^^ 너구리랑. 참. 멋진 출퇴근길입니다.
부러운 출퇴근 길 입니다. 전 예전에 2호선 전철에서 몸이 S자로 휘고 다리하나 어쩌다 들면 다시 자리 잡기 힘들었는데...
우왕.. 너구리.. 교사모임 게시판으로 퍼갑니다. 스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