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박은정기자]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정규 진도를 한참 앞서가는 수업이나 교육과정을 벗어난 반배치 고사 등 각종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일체의 시험이 12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교육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 금지법)'이 이날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선행교육은> 선행학습금지법은 크게 '선행교육'과 '선행학습 유발행위'를 규제한다. 선행교육은 수업이나 방과 후 학교에 편성된 학교 교육과정에 앞서서 가르치는 행위를 말한다. 예컨대 1학년 2학기 때 편성된 과목을 1학년 1학기에, 또는 2학년 과목을 1학년에 가르치는 것이 선행교육이다.
입학이 예정된 학생을 입학 전 학교로 불러 교육하는 것도 선행교육에 해당된다. 선행학습금지법은 선행학습 유발행위도 규제한다. 선행학습 유발행위는 중ㆍ고교, 대학교 입학전형 등 평가에서 이전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는 내용을 출제하는 것을 뜻한다.
<초중고의 적용> 구체적으로 '선행교육'과 '선행학습 유발행위'를 규제하는 이 법이 발효됨에 따라 특목고나 자사고 등이 고교 입학 전 선발된 학생을 학교로 불러 고교 과정을 미리 가르치는 것이 금지된다. 특히 고교에서 예비 신입생인 중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고교 1학년 수준의 과정을 출제하는 '반배치 고사'를 실시하는 것도 금지된다.
초•중•고교의 중간•기말고사 등 각종 지필평가와 수행평가, 각종 교내 대회 등에서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내용을 출제할 수 없다. 다만, 사교육 증가 우려 목소리를 반영해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3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대학 전형의 적용> 대학 입학전형에서도 선행학습유발행위를 엄격하게 통제한다. 논술 등 필답고사, 면접•구술고사, 실기•실험고사, 교직적성•인성검사등 대입전형에서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나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할 경우 '입학정원의 10% 내에서 모집정지' 제재를 받게 된다.
<징계수준 입법예고안 후퇴지적> 지난 4월에 발표한 선행교육규제법 입법예고안보다 감시 기능, 징계 수준 등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확정안에서 대학이 대학별고사를 실시할 경우 '대학 입학전형평가 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조항이 삭제된 점을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은 "대학은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의 전문가, 현장 교사 등의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며 "이렇게 되면 대학들이 입학 전형에서 마음만 먹으면 선행교육규제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의 징계수준도 입법예고안에 비해 후퇴됐다고 사교육걱정은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은 "초•중등 교육기관과 관련된 5개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기준인 학교운영경비 삭감 범위를 10%에서 5%로(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경우는 정원의 10% 범위 모집 정지를 5% 범위로) 줄이는 등 행정처분의 수위가 상당 부분 완화됐다"고 말했다.
<실효성 논란..사교육은?> 입법예고안 당시부터 선행학습금지법은 공교육에만 적용되는 만큼 사교육 업체에서 선행교육 등을 실시해도 막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속적으로 지적받았다. 실효성에 관한 논란인 셈이다.
공교육에만 적용돼 사교육 업체에서 선행교육을 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사교육 업체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내용의 광고나 선전을 하지 못하도록 했을 뿐이다. 이마저도 위반 시 제재 조항이 없어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학교에서 선행교육 자체를 하지 못해 선행학습을 위해 사교육을 찾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며 "일부 대형 사교육 업체의 선행학습을 막을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공교육정상화법 시행에 따라 일선 학교의 각종 시험에서 선행학습 유발행위가 일어나는지 점검하고 시ㆍ도교육청과 공동으로 학원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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