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정말로 특이한 아침식사를 들라면 '물에 삶아먹는 흰 소시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나의 남편이 특히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나의 남편이 이 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특별한 사건에 속한다. 이 흰 소시지는 남독의 바이어른 주(바바리아 주)의 특산품이고 나의 남편은 프로이센으로 통하는 북독 출신이기 때문이다.
독일에도 지역감정이 만만찮아서 북독과 남독 사람들은 서로 흉보기에 여념이 없다. 북독에서는 자유로운 남독의 정서를 둔하고 촌스럽다고 비웃고, 남독에서는 철저한 독일병정의 대명사인 북독의 정서를 오만하고 쩨쩨하다고 싫어한다. 미안하지만 이방인인 나의 눈에 비치는 독일인들은 다 그게 그거다. 이들이 서로 다르다고 침을 튀길 때에는 나는 돌아서서 몰래 웃는 수밖에 없다.
북독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음식이 바로 남독에서 아침에 먹는 흰 소시지이다. 그들은 독일의 남부를 가로지르는 또는 도나우 강을 '흰 소시지의 적도(Weisswurstaequartor)'라 부르며 문화적 경계선으로 단정지으며 놀린다. (프랑크푸르트가 위치한 중부독일을 흐르는 마인 강을 '흰 소시지의 적도'로 보는 관점도 있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론 북독인들이 놀리는 것은 흰 소시지 자체가 아니라 흰 소시지와 단짝을 이루어 함께 마시는 음료수인 맥주가 아닐까 한다. 즉 열심히 일해야 할 아침시간부터 맥주를 마시며 건들거리는 남독인의 근성이 맘에 안 드는 것은 아닐까 혼자 생각해 본다.
흰 소시지, 맥주, 브레쩰의 아침식사
왜 남독일인들은 흰 소시지를 하필이면 아침식사로 먹을까? 같은 소시지라도 저장을 목적으로 만드는 다른 소시지들과는 달리, 금방 삶아먹는 용도의 흰 소시지는 실온에서 상하기 쉽다. 소금도 덜 들어가고 연기에 그슬리지도 않았고 물기도 많기 때문에 냉장고가 없었던 시절에는 아침에 만들어놓은 흰 소시지가 해가 높이 뜨는 정오쯤에는 상하곤 하였다. 그래서 '흰 소시지는 정오의 종소리를 들으면 안된다'라는 속담까지 생겼다.
엄밀하게 말하면 흰 소시지는 삶는 게 아니다. 끓는 물에 소시지를 집어넣고 불을 끄고 소시지를 데우는 것이다. 조심하지 않아서 물이 너무 뜨거워지면 소시지가 터져버리기 십상이고 그러면 소시지의 고소한 국물이 다 빠져나간다고 나의 남편은 벌벌 떤다. 이렇게 데운 소시지는 '흰 소시지 겨자'라고 해서 하나도 맵지 않고 달콤하기만 한 겨자를 듬뿍 찍어서 먹는다. 그 외에도 절대로 빠지면 안되는 것이 신선한 브레쩰과 무이다. 브레쩰에는 버터를 바르고 무는 얄팍얄팍 썰어서 즉석에서 소금과 후추를 쳐서 먹는다.
뮌헨 토박이와 타지역에서 온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고 한다. 흰 소시지를 먹을 때 껍질을 벗겨서 먹는 사람은 뭔가를 하는 인사이더이고, 껍질 채로 그냥 잘라서 먹는 사람은 관광객이거나 나중에 이주해 온 사람이라고 한다. 껍질 채로 먹으면 송아지 고기와 신선한 파슬리가 어우러지는 부드러운 속살의 맛이 희석이 된다고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과일이고 소시지고 껍질을 벗겨먹고 어쩌고 하며 까다롭게 구는 데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 처음에는 “그래, 나 원주민 아니다. 보면 모르냐?” 하면서 항상 껍질 채로 먹었었다. 그런데 유럽에 광우병이 돌면서 송아지 고기를 주원료로 쓰는 흰 소시지가 구설수에 올랐을 적에, 이 흰 소시지의 껍질로 쓰이는 창자를 국내에서 충당할 수 없어서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중국의 위생관념에 대해 별 고무적이지 못한 정보를 너무나도 자주 접하는 나는 그 이후로는 껍질을 벗겨서 먹고 있다.
나의 남편이 흰 소시지에 반하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우리는 칼스루에 대학에 다닐 적에 하우스메이트로 만나서 사귀면서 여름방학이면 자전거 여행을 즐기곤 하였다. 한번은 알프스를 넘어서 이태리로 자전거 여행을 가면서 남독에 있는 뮌헨을 경유하게 되었다. 뮌헨에서 유학하고 있던 나의 고등학교적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내 친구는 대학교 기숙사에 살고 있었는데, 독일에 온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적응이 빨라서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리며 재미있게 지내고 있었다. 남편은 내 친구의 뛰어난 음식솜씨에 홀랑 반했다. 그녀가 손쉬운 듯 슬렁슬렁 차려내는 한식 진수성찬을 황홀하게 즐긴 그 이튿날, 친구가 기숙사 부엌에서 차려주는 아침상을 대하고 나의 남편은 흥분하였다. 그가 처음 보는 통통한 흰 소시지가 접시에 담겨있었던 것이다. 남편은 남독의 촌스러운 음식이라는 사실도 잊고 처음 먹어보는 그 부드러운 맛에 심취하였다.
남편이 무엇보다도 감동한 점은, 그가 여태까지 같은 독일인인데도 선입견에 사로잡혀서 시도해 보지도 않았던 독일 음식을 동양에서 금방 온 여성으로부터 대접받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는 내 친구가 온 몸으로 풍기는,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삶에의 적극성을 경이롭고 존경스럽게 여겼다. 아직도 남편은 자기에게 흰 소시지의 맛을 배워준 사람은 독일에 온지 얼마 안 되던 한국여성이라고 흰 소시지를 먹을 때마다 자랑을 하곤 한다.
독일인들은 많이들 휴일 아침 늦은 시간에 브런치를 즐긴다. 브런치는 아침식사와 점식식사가 합성된 영어 단어인데 독일에서도 그렇게 쓰인다. 브런치는 가족끼리 즐기기도 하고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한다.
손님을 초대하게 되면 브런치에는 커피나 차 외에도 샴페인이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샴페인이라 불리우는 이 술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정말로 불란서의 샴페인 지방에서 생산되는, 자연적으로 혀끝을 찌르르 쏘는 고급 샴페인 포도주가 있고, 보통의 백포도주에 탄산을 인공적으로 가미하여 샴페인의 흉내를 내는 젝트 포도주가 있다. 한 병에 50 유로 넘어가는 샴페인은 너무나도 비싸서 내가 아는 사람들은 평소에는 젝트를 마신다. 아침부터 술을 마시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젝트와 오렌지쥬스를 반반씩 섞어서 마시기도 한다.
브런치에는 금방 구운 브뢰첸이나 바게트는 필수이고, 그 이외에 달착지근한 종류의 다른 빵과 통밀로 만든 검은 보리빵도 곁들이게 된다. 점심 겸 몇 시간이고 앉아서 먹게 되므로 이런 날엔 뮈슬리와 과일도 함께 상에 오른다.
꿀과 잼, 햄과 치즈가 평소보다 다양하게 준비되는 것 이외에도 얇게 저며놓은 훈제 연어나 삶은 송어의 살이 상에 오르기도 한다. 이런 생선을 빵 위에 얹고 그 위에 메어레티히(Meerrettich, 서양 고추냉이라고 번역된, 와사비의 재료로 쓰이는 매운 무우. 겉은 까맣고 속은 하얗다.)를 갈아넣은 생크림 소스를 듬뿍 바르고 마지막으로 프라이젤베어(Preiselbeer)라는 야생딸기를 설탕에 졸여놓은 잼을 얹어서 먹으면 보기에도 예쁘지만 맛도 기가 막히다.
아보카도를 반으로 갈라서 씨를 빼버리고 그 자리에 소금 넣고 삶은 새우를 채워넣은 후 레몬즙을 뿌려 놓으면 아침상이 한결 고급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나는 잘 익은 아보카도의 살을 포크로 짓이겨서 다진 양파 약간과 레몬즙을 넣고 소금, 후추로 간해서 되직한 소스를 만들기를 더 선호한다. 빵에 발라 먹으면 맛있다.
멜론이 나는 철이라면 달디단 멜론을 8등분 내지는 12등분하여, 껍질이 있던 부분이 아래로 가게 쪽배처럼 접시에 담아놓고, 각각의 쪽배 위에 투명할 정도로 얇게 썬 햄을 펴놓기도 한다. 원래는 이태리의 파마지방에서 생산되는 파마의 햄을 얹는 게 정석이지만 이 햄은 가격이 매우 비싸므로 우리는 평소에는 우리 입맛에 맞으면서도 가격이 만만한 독일산 햄을 얹어먹는다.
독일에서 특별한 아침식사에 빠지지 않는 것이 달걀이다. 반숙으로 삶아먹기도 하고, 달걀과 우유를 대략 같은 비율로 넣고 포크로 달달 섞어서 소금 후추로 간해서 프라이팬에 버터로 재빨리 하르르하게 구워내는 '뤼어아이(Ruehrei, 휘저은 달걀이라는 뜻)'을 먹기도 한다. 우리 부부는 아침 식사에 달걀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일부러 평소에는 안 먹고 주말에만 먹는다. 별 것 아니라도 특별한 음식이 있다는 사실은 행복한 일이기에.
방법론에 있어서 구설수가 많기로는 삶은 달걀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이 김밥 마는 와중에 어느 새 후르르 끓여내는 삶은 달걀을 가지고 독일에서는 얼마나 난리법석을 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우리 집의 달걀 삶는 의식을 낱낱이 피력하기로 한다.
대부분의 독일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은 '5분 달걀'이라 불리우는 반숙이다. 물이 끓을 때 달걀을 넣고 정확히 5분 후에 꺼내면 흰자는 부드럽게 익고 노른자는 따끈 말랑하게 흐른다. 우리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서 냄비에 물을 아주 조금만 넣고 냄비뚜껑을 꼭 덮어서 달걀을 증기로 찌는 방식으로 한다. 물의 양이 적으므로 금방 끓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최소로 줄여도 계속 보글거리므로 에너지가 가장 적게 드는 방법이다.
달걀의 양 끝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쪽은 좀 뾰족하고 한쪽은 좀 뭉툭한데, 이 뭉툭한 곳의 껍질 아래에 공기주머니가 있다. 차가운 달걀을 끓는 물에 갑자기 집어넣으면 이 부분의 공기가 갑자기 팽창해서 달걀이 깨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삶기 전에 미리 이 부분을 바늘로 찔러서 공기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딱딱하고도 미끄러운 달걀껍질에 바늘로 구멍을 깔끔하게 내는 일은 숙련을 요하는 기술이라 독일에는 달걀을 바늘로 찔러주는 기구가 있다. 단추처럼 생긴 기구에 달걀의 뭉툭한 부분을 대고 꾹 눌러주면 단추가 밑으로 밀리면서 가운데 구멍에 서있던 바늘이 쑥 튀어나오는 형국이 되어 달걀의 엉덩이를 꼭 찌른다. 버튼만 보았다 하면 무조건 꼭 눌러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은 여기에 한번씩 손가락이 찔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과학박물관인 뮌헨의 독일박물관에는 많은 실험기구들을 전시해 놓았는데,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청소년들은 보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버튼들만 꾹꾹 누르며 다니는 습관이 있다. 남편이 그 꼴을 못 못봐줘서 투덜거리는 게 재미있어서 내가 “그런 애들이 그렇게 얄미우면 자기가 버튼 대신에 달걀 찌르는 기구를 달아놓지 그래?” 했더니 남편은 뜻밖에도 너무 좋아하며 상상만으로 고소해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기구 없이도 달걀을 잘만 삶더라. 왜? 달걀껍질에는 미세한 구멍들이 있으므로 달걀이 서서히 뜨거워질 때는 이 공기가 서서히 팽창하면서 밖으로 빠져나갈 시간이 있다. 그래서 애초부터 찬물에 달걀을 넣고 삶으면 달걀이 잘 깨지지 않는다. 그럼 독일인들은 왜 물을 먼저 끓인 후에 달걀을 넣음으로써 바늘로 미리 찔러주는 수고를 자초하는 것일까?
이들은 '꼭 5분 동안 섭씨 100도의 물속에서 익힌 달걀'을 고집해서 그렇다. 달걀을 찬물에 미리 넣고 삶기 시작하면 바로 이 시간을 맞추기가 나쁘다. 달걀과 찬물을 함께 데우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5분을 맞추면 달걀이 덜 익고, 좀 더 기다렸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5분을 맞추면 달걀이 더 익는다. 물과 달걀의 양에 따라서 물이 끓기 시작하는 시간이 달라지니 이를 감안해서 미리 계산을 해두기도 나쁘다.
달걀이 '꼭 5분 동안 섭씨 100도의 물속에서' 익으면 필히 찬물에 잠시 담가주어야 계속해서 익는 것을 막고 또 나중에 숟갈로 파먹을 때 흰자가 껍질에서 잘 떨어진다. 이때 독일어로는 달걀을 놀라게 해준다는 표현을 쓴다(abschrecken). 이렇게 놀란 달걀은 달걀 담는 작은 용기에 오뚝 세워진다. 많은 집에선 달걀에 예쁜 모자를 만들어 씌워서 먹을 때까지 식지 않게 하기도 한다.
달걀 찌르는 기구뿐만 아니라 독일의 시중에는 삶은 달걀을 위해서 많은 소비상품들이 나와 있다. 독일에는 본래 달걀 파먹는 숟가락이 따로 있다. 보통 티스푼보다 작은 크기의, 전복껍질로 만든 예쁜 숟가락이다. 독일에서는 전통적으로 은이나 은도금의 숟가락을 써왔었는데, 은에 생기는 녹이 달걀 노른자에 들어있는 황산과 반응하면 대단히 역겨운 맛을 낸다. 요즈음에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스테인리스 숟갈을 사용하는 고로 굳이 따로 전복껍질로 만든 '달걀숟갈'이 필요없게 되었다. 그러나 격식 따지기를 즐기는 가정이나 예쁜 살림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달걀숟갈을 따로 장만하고 있다.
달걀을 숟갈로 파먹으려면 꼭대기의 껍질을 깨야한다. 독일어로 달걀의 머리를 친다는 표현을 쓴다(Eier koepfen). 어떤 사람은 달걀 높이의 삼분의 이 지점에 나이프를 대고 톱처럼 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나이프를 맵시있게 휘둘러서 그 지점을 단칼에 절단하여 손으로 떼어내기도 한다. 어떤 집에서는 날이 양쪽으로 동그랗게 휜 달걀가위를 써서 잘라낸다. 그러나 진짜로 식탁예절에 맞는 방법은 경박스럽게 칼을 휘두르지 않고 숟갈로 윗부분을 톡톡 쳐서 손으로 뜯어내는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하는 독일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
이제는 우리집에서는 어떻게 달걀의 머리를 치는지 고백해야 할 순서이다. 짐이 늘까봐 벌벌 떠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살림살이 사는 일을 즐긴다. 한번은 그릇가게에 갔는데 남편이 환호하며 한 물건을 가리켰다. 달걀의 머리를 치는 기구였다. 달걀에 쇠로 만든 모자를 씌우고 그 위로 무거운 쇠공이 쿵 떨어지게 하여, 모자가 달걀에 닿았던 가장자리 부분에 그 타격이 전달되어 달걀껍질에 마치 그린 듯이 깨끗하게 금이 가게 하는 기구였다. 아이디어도 참신하고 디자인과 마무리가 깨끗하다며 나도 적극적으로 찬성하였다.
우리집의 삶은 달걀 먹는 데에 필요한 기구들, 소금통, 시계들(뒤에 있는 시계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내가 샀고, 앞에 있는 시계는 초까지 잴 수 있다고 남편이 사왔다), 달걀 찌르는 기구, 달걀 머리치는 기구, 달걀 담는 용기
언젠가 딸아이가 핸드폰도 없으면서 핸드폰 케이스를 사왔을 적에 너는 어쩜 그렇게 쓸데없는 물건을 돈 주고 살 수 있느냐고 우리가 나무랐다. 그때 딸아이가 엄마 아빠는 쓸데없는 물건을 사지 않느냐고, 달걀 머리 치는 기구를 보라고 해서 내가 “맞다 맞다”하며 박장대소를 하다가 남편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내가 그렇게 쓸데없는 물건을 사자고 동의한 데에는 사실은 이유가 달리 있었다. 그것을 사기 며칠 전에 우리는 부부싸움을 했었다. 우리집에서 아침식사 준비는 보통 남편이 하곤 하는데, 그날 따라 도와준답시고 내가 달걀을 삶았다. 그런데 나는 철저하게 의식을 지키지 않아서 달걀이 좀 되직해졌다. 남편이 그거 보라는 듯이 투덜거렸다.
“우리 엄마도 당신처럼 이래서 달걀은 꼭 우리 아버지가 삶으셨다구.”
내딴에는 잘하려다가 졸지에 시어머니와 비교당한 나는 기분이 팍 상했다. 더구나 시아버지는 그 세대가 다 그랬던 것처럼 가부장적인 사람이어서 내가 다른 면에서는 존경을 했지만 남편감으로서는 별로였기 때문에 남편이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싫었다.
“아휴, 쫀쫀해. 당신은 무슨 달걀 하나 삶는데 박사논문을 써요, 박사논문을.”
“그럼 당연하지. 달걀은 정확히 삶아야 맛있는 거야.”
“우리나라에선 아무도 이렇게 난리를 치지 않고 대강 삶아도 달걀 맛만 좋더라.”
“삶은 달걀이라고 다 같은 줄 알아? 당신은 달걀 맛을 모르는군. 건축하는 사람이 미각이 왜 그리 둔해?”
달걀 하나 가지고 싸우다 보니 부모, 조국까지 들먹이다가 이제는 직업의식까지 도마에 오른다. 이쯤 되면 나도 질 수가 없다.
“당신 자꾸 정확 정확 하는데 말야, 5분만 정확히 지킨다고 다 똑같이 되는 게 아니에요. 미안하지만 달걀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구. 내가 여태 몰라서 가만있은 줄 아나 봐? 정확 좋아하는 물리학 전공이 그것 계산은 왜 안 하시나? 솔직히 말해봐. 당신 그거 생각 못 했지?”
나는 더 퍼부어주려고 아드레날린 분비선을 잔뜩 부풀리고 있는데 남편이 갑자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어, 그래. 그렇다. 달걀의 크기를 감안하지 않았어. 그게 상관이 있지, 물론.”
내 귀에는 피식 김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곧 주제를 달걀의 크기로 바꿔서 토론을 하기 시작하였다. 양계장에서 대량생산을 하기 이전의 달걀의 크기는 오늘의 유기농 달걀처럼 작고 일정하지 않았을까? 아참, 그런데 노른자가 두 개 들어있는 쌍둥이 달걀은 어떻게 감별해 내며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거위의 알로 케이크를 구우면 맛있다고 하더라.
그리고 우리는 전통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대화를 하였다. 아버지들이 했던 습관을 무심코 따라서 한다는 것은 꼭 어떤 의미가 있어서가 아니라는 얘기, 아무 생각없이 답습하는 전통적 의식이 주는 편안함, 옳고 그르건 무언가 틀이 하나 있어야 기댈 수도 있고 박차고 벗어날 여지도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얘기로 우리 부부는 두런두런 대화의 꽃을 피웠다.
나는 그날 약간의 쇼크를 받았다. 자신들의 선조인 나치의 범죄를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 민족주의를 철저히 배격하다 보니 전통과 관습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남편, 냉랭한 가정분위기에서 자란 탓인지는 몰라도 부모세대가 고수하는 기존의 가치관에 항상 치열한 검토를 행하는 나의 남편이 그렇게도 달걀 삶는 의식에 집착하는 이유를 나는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가 크리스마스 트리는 유치하다고 비웃으면서도 크리스마스 음식에는 집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은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그이 역시 전통과 관습이라는 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래서 며칠 후에 그가 달걀 머리를 치는 우스운 기구를 비싼 돈 주고 사고 싶어했을 때 나도 흔쾌히 맞장구를 쳤던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그의 달걀 삶는 성스러운 의식과 결과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내 입에는 달걀이란 달걀은 어떻게 요리했건 다 맛있다.
나는 이 남자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를 바래서 결혼을 한 게 아니다. 사랑인지 콩깍지인지 호르몬의 조화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간에 이 남자와 결혼을 하였으니 이 남자와 더불어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독일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나의 삶의 질을 높이려고 독일을 선택해서 거주하는 게 아니다. 어찌하다 독일에 살게 되었으니 같은 값이면 독일에서 잘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때 남편에게 맞추는 과정에서, 그리고 독일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인간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내가 항상 신경쓰는 점이 하나 있다. 새로운 것을 포용하는 과정에서 나의 본질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자식이나 남편을 위해서 목숨까지도 바칠 용의가 있는 사람이지만, 이들이 나의 인간성과 존엄성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면 나는 당장에라도 이들을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남편은 이를 두고 나의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이를 갈지만, 나는 이런 점이 바로 우리 관계의 생명수라고 하며 맞선다.)
나는 독일인의 좋은 점을 배우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지만, 나의 것을 죄다 버린 채 남의 신발을 신고 뛴다면 내가 불리하게 경쟁하는 셈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남이 가질 수 없는 나의 인간적 장점과 나의 문화적 배경을 단단히 품고서 다른 것을 받아들여야 나는 남보다 더 부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 소세지는 겨자소스에 찍어먹으면 젤 맛있는거거텨!! 그리고 세계 어디를 간들 아침식사에 계란 나오지 않는 곳은 없었던거같고... 노른자에 콜레스톨이 어찌고 해도 가장 쉽게 단백질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 바로 "계란"... 아무튼, 정아!! 바쁜 시간에 글 올리느라 욕봤다. ^^*
ㅎㅎㅎ 인숙이 맘이 내맘이다. 쟈한테 짜~허게 얻어 묵는것 다 틀렸는갑다. 냉수! 마지막 단락이 끝내준다. 솔직히, 중간 중간 건너뛰었다. "나는 남보다 더 부자가 되는 것이다." 이부분은 느그들 부자되라는 소리겠지. 그래야, 내것도 굳고, 니것 얻어먹어도, 내 맘이 편하제. 히히
첫댓글 내가 좋아하는 칼럼이어서 퍼 왔는데 너무 기네용~~~,재미 없으면 방장 지워도 되여
정이야, 옴메~ 길긴 길다. 우선 스크롤을 쭈욱 내려서 길이를 잰 다음에! 일딴은 나간다. 왜? 나가 쫌 볼 일이 잇거등. ㅋ..
소시지에 맥주나 한잔 해야겠네..정아! 방장은 그런 권한없으니 걱정마..니글은 니가 주인이여...
다~ 읽고 나니 ... 으~~난 정이 얘긴줄 알았네 *^-^*
정이 얘기가 아니구나........
아주 독일사람다운 이야기....허유~길긴기네.........
그래~ 소세지는 겨자소스에 찍어먹으면 젤 맛있는거거텨!! 그리고 세계 어디를 간들 아침식사에 계란 나오지 않는 곳은 없었던거같고... 노른자에 콜레스톨이 어찌고 해도 가장 쉽게 단백질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이 바로 "계란"... 아무튼, 정아!! 바쁜 시간에 글 올리느라 욕봤다. ^^*
난 처음엔 넘 길어서 시간상 나갔는데 오늘 아침 시간을 내서 보니 결론이 아주 잘 되어있구나 그리고 계란 삶아서 찬물에 얼른 담그면 껍질이 잘 버껴지든데...처음으로 긴 글을 읽다보니 인내가 필요하더라 정아! 언제 보자~
ㅋㅋㅋ 미안, 내가 요즘 tag재미에 빠져서 뵈는게 없시요. 고저 어디서 재밌는게 있으면 이방저방 퍼 날르고자파 . 누가 말려줘.근디 얘긴즉슨 재밌쥐??
아이고 또 공부해야제~ 또 주말까지 미뤘다가 해야겠다. 공부하느라 바쁘다 바뻐 (즐거운 비명).
달걀 요리 ☞ 배워서 남주기 에 올릴까 말까 ㅋㅋ
제 친구놈중에 석줄 넘어가면 안 읽는 놈이 있어 저는 그녀석 보라고 아주,아~~~주 길~~~~~게 두줄 반만 쓴답니다.ㅎㅎㅎ그나저나..길긴 기네요.길면?????기차지요.기차는????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빨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솔방울님 참 밝으셔서 좋은데.... 오래오래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아니여도, 주신것만큼 챙길께요.
글 올리느라 무지 수고했다 정이.(솔직히 고백하는데 읽다가 졸앗당~zz)그래도 읽긴 다 읽엇음다. 좋은글 감사~~^^
대차나.. 긴게 기차네..
정아, 너무 오랫만이지? 근데 요새 너 환자없냐? 카페만 들랑거란게 걱정시럽다야.
ㅎㅎㅎ 인숙이 맘이 내맘이다. 쟈한테 짜~허게 얻어 묵는것 다 틀렸는갑다. 냉수! 마지막 단락이 끝내준다. 솔직히, 중간 중간 건너뛰었다. "나는 남보다 더 부자가 되는 것이다." 이부분은 느그들 부자되라는 소리겠지. 그래야, 내것도 굳고, 니것 얻어먹어도, 내 맘이 편하제. 히히
더해? ㅎㅎㅎ 혀를 물고 참는다.... ㅇ ㄱ ㅠㅣㅈㅎ ㅣㅓ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