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장하성 교수의 신간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소재로 쓴 글(일독 소감)이지만 서평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장교수와 노동, 진보 학자들의 오래된 지론에 대한 비판입니다.
이 지론들은 너무 많은 무지와 착각이 뒤섞여 있어서 제대로 비판하려면 이 보다 훨씬 긴 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조만간 쓰려고 합니다. 이 글은 뉴스레터용 글 치고는 꽤 긴 글이기에 먼저 내용을 개괄하고 써 내려갈까 합니다.
대한민국 국가(사회경제) 개혁 담론을 조망해 보면 몇 개의 줄기가 있습니다.
장교수를 비롯하여 노동, 진보 담론의 논리적 구조와 흐름은,
수많은 경제-고용-소득 통계(격차, 증감율, 백분율)를 통해 이중구조(양극화)를 보여주고,
결론은 자본/재벌대기업의 독과식(탐욕)을 제1의 원흉으로 지목합니다.
보수 담론의 논리적 구조와 흐름은 각종 경제통계(성장률, 수출 등)를 통해 위기론을 제시하고, 동시에 황당한 규제를 줄줄이 예시한 후, 결론은 관료적 규제를 일자리 창출을 틀어막고 경제활력 및 성장동력을 잠식하는 제1의 원흉으로 지목합니다.
결론은 규제완화와 작은 정부 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자유주의 이론을 든든한 뒷배로 가지고 있습니다.
진보는 "복지/분배가 곧 성장"이라고 한다면, 보수는 "성장과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양극화 완화 비전이 부실합니다.
낙수효과가 약화된 것은 상식인데.....가장 결정적인 맹점은 한국 여름철에 온 산야를 덮고 있는 무성한 잡풀 같은 규제의 끈질긴 생명력 내지 규제를 자라나게 하는 토양에 대한 통찰이 부실하다는 것입니다. 보수 담론의 맹점 비판은 다른 글에서 할 것입니다.
진보 담론의 대안은 국가 규제 및 처벌 강화와 증세 및 복지 강화 입니다.
전자는 주로 1차 분배 개선, 후자는 2차 분배 개선 안 입니다.
비정규직 사용(남용) 제한, 해고요건 강화, 최저임금 상향, 경제민주화(일감 몰아주기-갑질 등 불공정거래 근절, 골목상권 보호 등)와 각종 복지 상향입니다. 노조운동, '을'의 연대 등도 빠질 수 없습니다.
경제성장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비판을 받자, 분배가 곧 성장이다 면서 소득주도성장론 등을 내 놨고, 이어 '사회적 경제'도 꺼내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소득 분위별(상위 1%, 2~10%, 90% 등) 소득 점유율/증가율 통계가 나오면서 자본/재벌대기업/1%부자 탓만 해온 진보가 곤혹스럽게 된 처지입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 다룰 진보 담론의 치명적 맹점은
첫째, 통계 수치에 대한 해석 오류입니다.
20 대 80구조에서는 80%의 처지, 조건을 주로 반영할 수 밖에 없는 평균값의 눈속임, (경제주체의 상대적 비중을 표현하는)백분율의 눈속임, 통계의 모집단(5인이상 상용직 등)의 문제 등이 있습니다.
둘째,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을 기준으로 하는 통계는 넘쳐나지만 한국 특유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기준으로 한 통계는 너무 부실합니다.
셋째, 동전의 양면 현상을 별개로 파악하는 것입니다. 볼록한 앞면은 그대로 두고, 오목한 뒷면만 피려하니 잘 될리가 없습니다.
넷째, 공공부문과 대기업의 '높은 생산성' 혹은 '지불능력'의 근원이나 성격(세금, 렌트, 글로벌 경쟁력 등)을 간과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한국 노조의 실제 성격과 역할에 대한 착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섯째, 절대적 수준(하는 일/생산성과 받는 처우 등)이 아니라 상대적 격차만 문제 삼다 보니 대체로 상향평준화론으로 달려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한지는 묻지 않고....... 이 글에서는 위에서 지적한 내용의 일부에 대해서만 상술할 것입니다. 책 일독 소감입니다. 1.요즈음 책은 중국집 짜장면같다. 서울의 경우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보내준다. 12월2일 장하성 교수의 신간 "왜 분노해야 하는가"(헤이북스)를 오전에 주문해서 오후에 받아, 새벽 4시까지 거의 다 읽었다. 나이도 있고 해서 이런 식으로 책을 새벽까지 읽는 경우가 드문데, 요즈음 혼신의 힘을 다해 쓰는 책의 주제와 관련이 깊어서 좀 무리했다. 사실은 이 책은 1/3쯤 보고, 자정 즈음 그냥 자려고 불끄고 누웠으나,
장하성의 너무 많은 짧은 생각, 치명적인 착각들이 뇌리를 맴돌아 1시간 쯤 뒤척이다가 다시 일어나 책을 펼쳐 들었다. 2. 사실 통계와 해석이 많이 들어가는 책은 참 쓰기 힘들다. 이건 누구 말마따나 내가 해봐서 안다.
이 책은 고용노동 통계 관련해서는 최신(2014년 기준) 통계다. 보기도 좋다. 좋은 해석만 뒷받침 된다면 참 가치 있는 통계다.
장하성 교수가 흘린 땀과 씹은 고뇌에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내가 새벽까지 읽은 것은 참신함과 감동 때문이 아니라, 너무 답답해서다.
책 표지 왼쪽 날개에 보면 장교수가 맡은 직책과 경력이 나오는데, 이렇게 중요한 직책을 많이 맡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실물을 모르고 치명적인 착각을 하는지!!
대한민국과 (장하성과 진보의 뿌리 깊은 착각을 너무 오랫 동안 방치하는) 이 나라 지식사회가 참으로 걱정이 되었다. 3. 이 책은 청년의 각성과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썼다. 맨 마지막 제9장의 목차에는 책의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청년에게 미래는 있는가?/ 저항하지 않는 젊은이들…아프지만 행복하다? 긍정의 노예, 포기의 대가/ 청년세대에게 고함…깨어나야 한다 일어서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중요하고도 긴급한, 참여와 행동/ 청년세대가 희망이다” 뒤에 길고 거칠게 장하성을 비판할 것이지만, 사실 나는 장하성의 문제의식에 전폭적으로 공감한다.
“지금 한국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기성세대 중에서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리더를 찾을 수 없다”는 것,
“정치, 경제, 노동, 종교, 교육, 언론, 문화, 법조, 시민사회 단체 등에 있는 사회적 기구들은 대부분 이념 갈등으로 대립화 되어 있거나, 이해관계에 얽매어 기득권화되었거나, 또는 비판적 역할과 기능이 이미 크게 손상되어 있다”는 것 (책 400~401쪽),
청년의 각성, 참여, 행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 등을 깊이 공감한다.
또한 지난 20년 동안 보여준 경제 정의, 시장 정의를 세우기 위한 장하성의 실천과 용기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 진단과 대안은 우리 청년들과 진보를 크게 오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발전에도 거의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책 402쪽에는 개미 방아(ants mill) 현상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군대 개미라는 종은 대부분 장님으로, 앞서가는 개미의 페로몬 자취로 따라가는데, 맨 앞에 가는 개미가 방향을 잃고 원을 그리게 되면, 뒤따르는 수만 마리도 같이 원을 그리며 돌다가 결국 지쳐서 집단 폐사 한다는 얘기다.
장하성은 청년 세대가 군대 개미처럼 기성세대를 따라가다가 비극적인 죽음을 당하면 안된다는 취지로 이 얘기를 했다.
그런데 나는 장하성이 수만 명의 청년들을 잘못 이끄는 멘토가 될 수 있다고 보기에 이렇게 거칠고 긴 글을 쓰는 것이다.
4. 한국자본주의’와 ‘왜 분노해야 하는가’(부제가 Capitalism in Korea 2)를 통해 토해낸 장하성의 지론은 이렇다. ‘한국에서 불평등의 근원은 재산의 격차보다는 소득의 격차에서 비롯되며,
이는 임금격차가 주요 원인이며,
임금의 격차는 고용의 격차와 기업 간 불균형에서 비롯되며, 이 책임은 결국 재벌대기업에게 있다’
중간 단계를 생략하면 한국 불평등의 핵심 원흉은 재벌대기업의 탐욕 내지 불법적 빨대질이라는 얘기다. ‘한국에서 불평등의 근원은 고용의 격차와 기업 간 불균형에서 비롯’된다는 것까지는 공감한다.
문제는 '재벌대기업 탐욕' 원흉론이다.
재벌대기업이 전혀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의 진단(책임)은 너무 과도하고, 대안은 전혀 아니라는 얘기다. 그의 지론은 신문 인터뷰 등에서 집약적으로 나타나는데,
노동개혁 반대를 외치며 민중총궐기 시위에 나서는 사람들의 구미에 딱 맞는 얘기다.
논법을 한번 보자. “한국은행 자료 등을 분석해보면, 100대 기업은 전체 고용에 딱 4%만 기여한다. 중소기업은 70%다.
그런데 고용은 딱 4% 하는 자들이 전체 이익의 60%를 가져가는 구조다. 중소기업은 그 절반밖에 못 가진다.
임금 불평등은 고용 불평등에서 온다.
(중략) 지금 한국에선 누구의 자산이 많고 적음이 결정적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의 절대다수는 힘들게 일하고도 임금이 안 늘어서 문제지, 배당을 못 받는 게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대기업도 아니고 초대기업 일부의 곳간이다. (중략) 외환위기 때 모든 게 반전됐다.
고용 유연화로 비정규직이 생겼고, 임금은 동결됐고, 30대 재벌 중 16개 군데가 망하고 나머지가 시장을 장악하며 대기업 집중은 심화했다.
초대기업과 나머지 하청기업들로 기업이 양분되고 소득구조가 이렇게 됐다.”(한국일보) 5. 장하성의 진단과 대안이 얼마나 비약이 심하고, 일면적인지를 상세히 얘기하려면 책 한권 분량의 얘기가 필요할 지 모른다.
지면 관계상 몇 개만 얘기할까 한다. 무엇보다도 경제 양극화를 얘기할 때는 10대 기업 혹은 100대기업의 매출-이익-고용 비중을 근거로 얘기하면 곤란하다.
장담컨대, 미국, 일본, 독일 등도 소수 글로벌 기업의 매출-이익의 비중은 압도적일 것이다.
물론 고용은 우리 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처럼 적극적으로 분사화, 외주하청화를 하지 않고, 고용도 많이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이 미국, 일본, 한국이 엇비슷하다는 것이 아니다.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된 대안이 나온다는 얘기다. 6. 경제-고용 관련 통계를 볼 때 진짜 주의 깊게 살필 지점 중의 하나가 부가가치와 고용이다.
한국 국민계정상 제조업이 생산하는 총부가가치(31.0%)는 그 종사자 비중(16.7%)의 2배 가까이 된다.
하지만 일본은 취업자의 16.9%가 부가가치의 18.8%를, 독일은 18.6%가 22.2%를, 영국은 9.8%가 9.7%를, 미국은 10.3%가 12.1%를 생산한다.
OECD평균(2010년 기준)은 13.9%가 14.9%를 생산한다.
반면에 한국 농림어업의 경우 부가가치 비중에 비해 종사자 비중이 너무 높다.
취업자의 6.1%가 부가가치의 2.3%를 생산한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하다. 취업자의 3.7%가 1.2%를 생산한다.
하지만 독일, 영국, 미국은 한국, 일본 만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요컨대 한국 제조업은 인력이 과소하고(그래서 생산성이 너무 높다), 농림어업은 과다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서비스업도 과다하다.
농림어업이 과다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소농(가족농)이고, 노령연금이 부실하다 보니 취업-실업 통계 조사 시 다 취업자로 응답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조업의 인력이 과소한 이유, 이게 진짜로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인력을 덜 쓰는 산업 구조 탓도 있겠지만, 고용에 대한 부담과 공포 탓이 크다.
이는 제조업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과 그 수준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도 너무나 좋은 예다. 7. 장하성의 책 98쪽에도 임금 수준 얘기가 나온다.
현대자동차 9400만원, 1차 부품업체 5700만원, 2차 3400만원, 3차 2300만원 (조선일보 2015.3.21인터넷)이란다.
장하성은 이에 대해 “2차와 3차 하청 기업의 노동자 임금이 현대자동차 대비 1/3, 1/4에 불과할 정도로 극심한 격차를 보이는 것은 현대자동차에 대한 납품가격 결정이 직접적인 이유이다.
그렇다고 기업 간 임금 격차가 자동차 생산의 최종 부가가치에 대한 기여의 차이에 따른 격차라고 볼 근거는 없다” 책 28쪽에는 그의 지론이 집약되어 있다.
”동일한 생산 사슬에 있는 원청 기업과 하청기업 사이에 이렇게 엄청난 임금 불평등은 어떤 합리적인 경제이론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다.
고용을 창출하지 않는 초대기업이 순이익을 독차지하지 않는 지극히 불균형한 기업 생태계는 대기업이 ‘갑의 힘’이라는 시장 외적 요인으로 만들어 낸 것이지 공정한 시장이 작동한 결과가 아니다" 분명히 맞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 부조리한 현상의 원인과 대안이다. 장하성은 이게 완전히 잘못되어 있다.
이런 부조리를 만든 굵직한 원인만도 불공정거래 외에도, 글로벌 경쟁력과 글로벌화, 산업 구조와 역사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는 없는 독특한 부조리가 한국에는 있다.
바로 하는 일(직무)과 받는 처우(근로조건)의 엄청난 괴리다.
한마디로 사회적, 산업적 근로조건의 표준=공정시장 가격의 부재다.
이것이 바로 직장계급사회, 공공양반 사회를 만들고, 국내 투자(공장 증설)와 고용을 엄청나게 꺼리게 만든다.
현대자동차와 인연이 깊은 박태주("현대자동차에는 한국 노사관계가 있다" 저자) 얘기다.
" 2005년의 일이다. 노조간부를 만나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오리엔테이션 기간은 얼마 정도 입니까?”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일주일이나 길면 이 주일 정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믿기 어려웠다. “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 생산현장에 투입돼도 그렇습니까?” 대답은 허무개그였다.
“논에 모심는 아지매를 데리고 와서 바로 현장에 투입해도 차 만드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놀라운 (?) 비유였다.
실제로 현대차는 주말특근 부족인원을 메우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투입한다.
그들은 금요일 오후 오리엔테이션을 겸해 4시간 교육을 받는 것이 고작이다.
주말특근의 생산효율은 평일과 동일하다. (박태주, p89) “노조는 숙련에 따른 보상의 차별화가 내부 분열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숙련 형성을 반대했다.
생산직 노동자들 역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기피한다.
교육을 받더라도 승진급여상 인센티브가 없고, 일만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조형제 외, 2010)
오히려 현대차에서는 승진 자체가 기피 대상이다.
승진하면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역차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회사와 노조/조합원 사이에 일종의 저숙련 동맹이 맺어진다.
그것은 효율성 저하와 고용불안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노사 양측에게 독묻은 사과였다” (박태주, p88~89) 이것이 1996년 이후 완성차를 생산하는 해외 공장은 15개나 생겼는데, 국내에는 왜 단 한개도 생기지 않은 이유이자, 제조업의 과소 고용=과도하게 높은 생산성의 이유 중의 하나다.
이것이 노동소득분배율의 급속한 하락(노동자 비중의 증가를 감안하면)과 무관할까?
이것이 내가 노동개혁을 찬성하는 이유다.
노조 조직률 10%를 들먹이면서 이게 너무 낮아서 그 영향력이 별거 아니라는 사람들이 좀 있다.
그런 논리라면 대통령은 1명 뿐이고 국회의원은 300명에 불과해서 별거 아니라는 것과 같다.
노조는 민주-진보 진영과 공공부문, 대기업과 한국 고용체제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여,
한국 5천만 명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모심는 아지매도 현대차에 들어오기만 하면 9400만원 받는 상황이면 자본이 어떻게 움직이겠나?
이게 장하성이 성토하는, 원청-1차-2차-3차-4차로 내려가는 가혹한 갑질(문화)과 무관할까?
노조도 해도 너무 하면 안된다는 얘기다.
그런 노조를 30년전 생각으로 옹호하면 바보거나 반동이다.
그리고 원청에서 1차로, 1차에서 2차로 내려가면서 임금수준이 40% 가량 떨어지는 것은
이게 원청의 가혹한 착취(?)로만 설명될 수 없는 문화적 요인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8. 가장 동의하기 힘든 것은 장하성의 핵심 대안이다. 책 170~171쪽에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제조업 대기업의 기업 잔류 수익 비중을 7.1%에서 6.5%로 0.6%p 낮추어서 이를 공급자 분배 몫을 늘리는데 사용하고, 중소기업이 늘어난 공급자 분배 몫을 중소기업 노동자 분배에 사용한다면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이 약 10.6%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중략)
'이익율이 가장 높고 현금 여유가 가장 많은 제조업 대기업이 사내유보를 줄이고 공급자 분배를 늘려서 중소기업 노동자 분배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현실적이고 직접적이며 파급효과도 큰 불평등 해소 방안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제조업 대기업의 임금 일부를 중소기업 노동자 분배의 몫으로 분배하는 것이다. (중략) 이것은 대기업 노동자의 양보가 전제되어야 할 만큼 당장의 임금 문제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중략)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인상분 일부를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과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은 노동계 전체가 심각하게 고민해볼 만한 방안이다" 이게 무슨 얘긴가? 장하성은 갑질로 얻은 초과수익을 좀 내놓으면 될 것아니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원청이 1차 협력업체에서 좀 더 비싸게 조달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는 점심 때 대학교 주변 식당에 가서 6천원짜리를 7천원 내고 사 먹는 것과 유사한데, 이것이 현실적일까?
경영사정 관련 통계는 원청대기업과 하청중소기업을 기준으로 산출하지만, 현실은 두 회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청도 무수히 많은 회사가 있다. 1차, 2차, 3차, 4차.....처지 조건도 천차만별이다.
적자기업, 흑자기업, 독보적 기술 기업과 범용 기술 기업, 원청 의존도 100%인 회사와 5%도 안되는 회사 등. 흑자 기업과 적자 기업이 뒤섞여있는 제조업에서 원청이 수익 많이 냈다해서 일률적으로 납품단가를 인상할 수도 없고, 인상 한 적도 없다.
설사 엄청난 수익을 내는 원청 대기업이 이윤을 일부를 푼다하더라도 1차 협력업체 이상은 담보할 수가 없다.
2차 협력업체에 푸는 것은 1차 협력업체의 몫이며, 3차는 2차의 몫이다.
1차도 적자 기업들은 있을텐데, 이들은 원청이 (납품단가 인상 차원에서) 돈을 풀면 적자를 보전하려 하지 노동자 임금인상으로 돌리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흑자 기업이라 하더라도 임금인상으로 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물론 이것은 갑질을 하면 되긴 될 것이다. 임금인상 안하면 잘라버린다고!! 이런 식으로 시장경제가 잘 굴러갈까?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각 부서의 목표와 존재 이유가 있다. 구매나 자재 조달 본부는 좋은 물건을 적기에 싸게 사는 것이다. 이를 상층에서 지시해서 비싸게 사라고 하면??? 이게 바로 배임이다.
일감 몰아주기와 (시장 가격에 비해) 가격 더 주기는 공정거래 시각에서 보면 그게 그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하성이 제대로 정리한 것은 있다.
전체 평균을 들먹이며 저임금, 장시간노동,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약자 코스프레하는 대기업 내부(노동자)의 노동분배율을 올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올려야 할 것은 대기업 내부의 노동분배율이 아니라 공급자, 즉 하청업체에 대한 분배 비율”이다.(책169쪽) 9. 하지만 장하성의 개선 방안은 전혀 아니다.
우리나라 고용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킹핀은 산업적,사회적 차원의 고용임금의 표준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비록 표준을 관철하는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내 지론도 중향평준화다. 그런데 장하성 식으로 원청이 하청에게 더 비싸게 사주는 것이 아니다.
부당한 초과이윤(렌트 등)이 최소화 되도록 시장 기능을 활성화 하는 것이다. 당사자간의 무기대등의 원칙, 거래를 단절할 수도 있는 거부권=방어권 확보, 약자들의 연대=담합,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 직무별 사회적, 산업적 표준 관철 등과 더불어 원청이 비싸게 아니면 제 값 주고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하나 같이 어렵지만, 그래도 이것이 정도 아닌가? 그리고 장하성은 비정규직이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때문에 생겼다고 보는 것 같은데 정말 단견이다. (이 얘기는 너무 많이 했으니 통과)
그리고 사내유보금 등 과잉 건전화의 원천인 부채=은행 공포, 외환위기로 인한 피해의식,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도 잘 모르는 듯하다. 10. 결정적인 것은 한국 특유의 산업-기업-고용의 양극화의 원인을 잘 모르는 듯 하다.
도저히 빼놓을수 없는 굵직한 요인만 해도 열손가락으로 꼽기 힘들다.
글로벌화와 개방화--장하성이 양극화의 원흉으로 지목하는 초대기업은 국내 협력업체에 대한 빨대질을 심하게 해서가 아니라 해외에서 장사를 잘해서 수익이 좋은 것이다--,
산업-기술 구조 자체와 중국의 공세, 잘못된 표준(특히 공공),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연대조직(노조, 협동조합, 직능협회),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 고용노동 사상(공평, 생산력 수준, 시장환경과 조응 개념 부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금융, 교육, 부동산 시스템, 부실한 국가 재분배(복지, 세금) 시스템, 그리고 장하성이 강조하는 부실한 규제감독(공정거래, 지배주주의 빼먹기 단속 등) 11. 고용불안 문제를 약한 고용보호 법규제에서 찾는 것도 보통 심한 착각이 아니다. 이는 동전의 양면 현상을 별개로 보기 때문이다.
책 138~139쪽에서 장하성은 이렇게 얘기한다. “(한국은) 정규직 노동자의 개인 해고에 대한 보호 규제의 경우 34개 회원국 중에서 12위로 OECD평균 보다 조금 높다.(중략) 그러나 집단 해고에 대한 보호 규제의 경우 34개 OECD 회원국 중에서 다섯 번째로…..매우 취약한 편”이다. 정규직 개인해고 규제 경직성은 한국이 2.29, 최하위 미국은 0.49, OECD평균은 2.04이다. 정규직 노동자 집단해고 규제 경직성 지수는 한국 1.8, 미국 2.88, OECD평균은 2.91이다. 한국 보다 낮은 나라는 칠레, 뉴질랜드, 핀란드, 이스라엘이다. 칠레, 뉴질랜드는 0점인데, 이는 개인해고 규제 조항은 있지만 집단해고 규제 조항은 아예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칠레, 핀란드, 이스라엘은 개인해고에 관한 한 한국 보다 규제가 더 까다롭다. 어쨌든 장하성은 이 통계를 근거로 "한국에서는 개인 해고 보다 집단 해고가 쉽다"고 결론을 내리고, 구조조정이 극단적인 대립 양상을 띠는 이유도 여기서 찾고 있다. “(한국은)사용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회사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집단 해고가 상당히 유연한 규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중략) 집단 해고에 대한 보호 장치가 취약한 제도 때문에 한국의 노사관계에서 일단 갈등이 점화되면 합리적 대화보다는 극단적인 대립 양상을 띠게 되는 것이다” (장하성, 141쪽) 그런데 "한국고용체제론"의 저자 정이환은 집단해고보호(규제)지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 지수는 집단 해고의 엄격성 그 자체를 반영하는 지수가 아니라 개별해고와 집단 해고의 절차상 차이가 있는가를 보는 지수다…..
한국의 점수가 낮게 나타나는 이유는, 정리해고 규제 자체가 약해서라기 보다는 일정 수 이상의 근로자를 해고하는데 대한 별도의 규제나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한국고용체제론, p182~183) 한국에서 집단해고=정리해고 관련 별도의 규제나 절차가 없는 것은 진보 진영과 (노사정 협의 기구의 노동 측 대표인) 노조가 정리해고 자체를 있어서는 안될 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고용안전망(실업수당 등)도 부실하다. 독과점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주로 포진한 노조는 유사시 법정 실업수당의 몇 배 아니 몇십 배에 이르는 희망퇴직금 등을 받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2. 장하성은 한국의 높은 노동이동성=노동자 회전율에 대해서도 큰 착각을 하고 있다.
이는 전체 노동자 중에서 매년 일자리를 바꾸는 노동자 비율(신규 채용 노동자 비율+그만두는 노동자 비율)을 의미하는데 한국은 63.7%(2013년)로 압도적 1위다. 여기에 대해 장하성은 이렇게 설명한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고 해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며, 그로인해 매년 대규모로 단기 고용 노동자가 양산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높은 고용이동성은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결과가 아니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강요한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131쪽) “한국의 노동자가 다른 나라의 노동자보다 자발적으로 이직을 더 자주한다고 추정할 근거는 없다. 따라서(중략) 규제와는 별개로 실제 해고가 어렵다는 사용자들의 주장과 다르게 해고 유연성이 상당히 존재한다고 봐야한다”고 말한다(책137쪽) 그런데 이는 장하성의 평균값에 대한 착각 중의 하나다. 노동시장이 이중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생산직)은 해고가 지극히 어렵다는 말은 사실이다. 한번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정년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규직 해고는 법적으로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밖에 없다.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조항이 사실상 없다. 법적 규제 수준 보다 훨씬 경직적이다.
기업주들이 거짓말 하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한국은 초단기 근속의 나라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80%(외부자) 노동시장은 사실 자발적 이직도 많고, 변칙적 해고도 많다. 법적 규제 수준 보다 훨씬 유연하다. 따라서 통계도 사실이다. 13.한국의 고용 불안정—짧은 근속연수, 낮은 장기근속자 비중, 높은 단기근속자 비중과 임시직 비율—은 해고에 관대한 법제도 때문이 아니다.
또한 고용불안정성도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공무원과 공기업 및 대기업 근로자들(조직노동)도 불안한 것은 아니다.
여러 통계--1인당 GDP 등--를 종합해 보면 이들의 임금과 고용은 OECD국가 중에서는 가장 높고 안정되어 있어 있다.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등 파산했거나 파산위기에 내몰린 대기업의 정리해고가 전쟁을 방불케 하는 갈등을 초래하는 것은 해고가 부당하거나 멋대로 남발해서가 아니다. 사실 대기업에서 노조로 조직된 생산직 정리해고는 지극히 드물다.
이런데서 한번 내몰리면, 다시는 이만큼 근로조건이 좋은 곳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해고는 가히 죽음이고, 결사 항전은 필연이다. 정규직 개인 해고 규제 지수든, 정규직 집단 해고 규제 지수든 한국의 노동 현실에 대해 아무것도 얘기해 주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법 따로 현실 따로, 판결 따로기 때문이다.
현실과 법을 따로 놀게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하는 일(직무)과 받는 처우의 간극이다. 한마디로 경제적 지대(렌트)다. 여기서 사용자의 변칙〮편법과 노조(근로자)의 결사투쟁이 나온다. 직무에 따른 사회적〮산업적 표준이 없다보니--기업 및 기관의 지불능력과 근로자의 교섭력에 따라 처우가 천차만별이다--외부 노동시장 가격에 비해 월등한 가격(처우)을 받는 사람들; 즉 공공기관과 민간 대기업의 생산직 노조원들은 단결투쟁으로 해고 규제(법)를 사실상 무력화 시킨다.
여기서 쫒겨나면 다시는 이만큼 좋은 곳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죽음의 충격(추락)을 받는다. 이것이 잇단 자살과 고공농성의 뿌리다.
어쨌든 죽음을 불사한 투쟁은 법(규제)로 막아내기는 어렵다.
게다가 판사의 성향에 따라 크게 다른 판결도 법과 현실의 간극을 키운다. 한편 공무원은 헌법과 관련법으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철밥통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공공기관과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사무기술직은 단결투쟁도 쉽지 않고, 또 상대적으로 외부 노동시장 처우에 비해 실제 받는 처우의 간극이 그리 크지 않은 사람들은 다르다. 자발적 이직, 편법적 해고(보직해임 등 권고사직), 거액의 명퇴금을 동반한 명예퇴직 등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 하지만 변칙〮편법은 포착, 처벌하기 어렵다. 하는 일이나 창출한 가치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것을 누리는 집단을 우리는 귀족이라 한다. 그 반대의 경우를 천민이라 한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 관계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 애플 창업자 스티브잡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 그리고 정주영, 이병철 등 억만장자를 귀족이라 하지 않는다. 귀족은 자신의 노력, 능력이 아닌 것으로 많은 것을 누리는 존재를 말한다. 한국은 고전적 의미의 귀족 계급은 없다. 하지만 지난 20~30년 동안 재벌 및 부동산 부자 2세, 3세, 4세는 많이 등장했으나 창업 부자는 가뭄에 콩나듯 드물어졌다.
결과적으로 최상층 부자는 점점 당대 부자가 아닌 세습 부자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극소수라 비록 수십 수백억원을 급여와 배당으로 빼 간다 하더라도 고용시스템이나 사회적 인센티브 체계나 근로윤리에 끼치는 악 영향은 크지 않다. 문제는 경영능력이 안 되는 자들이 선대 창업자가 주도적으로 창출한 자산과 지휘하던 인력을 좌지우지하여 그 잠재력을 소진하는 것이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기존 주주의 재산 내지 기업의 기회를 갉아먹고, 무엇보다도 혁신적인 도전자들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틀어막는 것이다. 소달구지나 고장난 차가 뒤에 오는 차를 막듯이…… 요컨대 2세, 3세, 4세라 하더라도 경영 능력이 탁월하기만 직접 경영을 해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그것이 안되면 빼어난 경영자를 선임하여 기업가치를 키워 주식 지분만큼 권리(배당 등)를 행사하면 된다. 그런데 능력이 안되는 존재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조건을 오래도록 방치하는 것이다.
14. 한국 고용체제를 청년에게 최악의 체제로 만드는 결정적인 힘은
하는 일에 비해 훨씬 높은 고용, 임금, 복리후생과 사회적 기회를 누리는 공무원, 공기업 임직원, 대기업 노조원, 독점 면허증 소지자들이다.
이들은 숫적으로 다수이고, 청년이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기회이기에---물론 수십 수백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 겠지만—고용시스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사회적 인센티브 체계나 근로문화 및 윤리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 사회(청년)의 에너지를 가치 창출 실력 경쟁이 아니라 좋은 자리(지대) 차지하기 경쟁으로 몰아간다. 이는 본질적으로 제로섬, 아니 마이너스 섬 경쟁이다. 좋은 회사는 높은 보상을 통해 구성원의 창의와 열정을 최대한 개발하되, 밥값을 못하면 비정하게 내쫓아 버리는 (미국 대학생이 선호하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회사가 아니다. 대체로 독점이나 규제를 통해 전후방 협력업체나 소비자를 손쉽게 약탈하는 회사고, 세금을 수익의 원천으로 삼는 회사다. 입사나 진입에 성공만하면, 성과가 아무리 저조해도 높은 임금과 안정적인 고용과 높은 연금까지 보장하는 회사다. 물론 일이 널널한 회사다. 한마디로 많을 수도 없고, 많이 있어도 안되는 사실상의 귀족=비정상을 정상으로 간주하니 가치체계가 뒤집히지 않을 수 없다. 일한만큼 먹고, 감수하는 위험 만큼 얻고, 부담하는 만큼 누리는 건전한 근로문화〮윤리도 퇴색한다. 당연히 누구나 정상(사실상 귀족)적인 삶을 누리려 하기에 청년 인재들의 흐름도 왜곡된다. 70억 인류를 위해, 창직, 창업, 민간기업 입사, 연구개발 등을 하며 글로벌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어야 할
엘리트 청년들이 가장 온화하고 안전한 후방(공공부문, 규제 산업, 직업과 독과점 산업)에 서고,
가장 용렬한 청년들이 창업, (민간기업) 입사, 연구개발에 나서니 나라가 발전할 리가 없다.
조선 사회처럼 가치체계가 뒤집히고, 근로문화와 인재 흐름이 왜곡된 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는 없다. 게다가 하는 일에 비해 월등한 처우를 보장하는 회사는 어느 정도는 국내 투자, 고용 능력이 있는 회사인데 유사시 구조조정이 불가능하기에—오직 여기서는 해고는 살인이니까!—국내 투자와 고용을 필요 이상으로 움추린다.
그만큼 괜찮은 일자리는 부족해지고, 좋은 회사로 들어가는 관문 통과경쟁은 더 극심해지고, 고시공시 낭인도 증가한다.
민간 중소기업은 엘리트 인재 기근에, 장기 근속이 요구되는 숙련 기술자 부족에, 성실하게 일할 중간수준의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이것이 고학력 취업난 및 고시공시 낭인 과잉과 중소기업 인력 기근과 외국인 노동자 과잉이라는 망국적 부정교합(미스매칭)이 일어나는 이유다. 대부분의 민간기업들처럼 실전으로(일 시켜보고) 검증하여, 채용-승진시키거나 강등-퇴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나 공기업처럼 관문 통과시험으로 영구직을 선발하게 되면, 객관적 스펙(기준)과 주관성이 덜 개입하는 시험이 중시되기 마련이다. 15. 상식적으로 가치 생산 생태계에서 힘센 놈이 창출한 가치를 많이 빨아가면, 나머지는 피폐해지는것은 상식이다. 한국은 시장(경제) 문화 자체가 힘이 허용하면 혹은 기회가 주어지면 전후방 협력업체나 소비자를 최대한 빨려고 한다. 폭우와 가뭄과 태풍을 끊임없이 선사하는 기후를 닮았는지 모르겠다.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는 것은 해방 이후의 습성인지, 조선 후기의 습성인지, 한반도가 살아남은 사람들의 유전자에 각인시킨 습성인지는 모르다. 어쨌든 원청과 1차협력업체 간에만 가혹한 약탈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1차와 2차협력업체 간에도, 2차와 3차 간에도, 줄줄이 사탕으로 가혹한 약탈이 일어난다. 이는 법정 최저임금에서 비로소 막힌다. 물론 2차든 3차든 4차든 독보적 기술력과 마켓팅 능력이 있는 회사는 제 값 혹은 그 이상을 받는다. 경제활동인구가 2500만명인데, 그 중 500만명이 1천만명분의 파이를 잡수시면 나머지는 그만큼 적게 먹을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경제활동인구가 3000만명이 되어야 하는데, 500만명이 경제활동인구에 밀고 들어오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1천만명분을 잡수시는 500만명은 늘리기도 어렵고, 늘려서도 안된다.
오히려 가능한 줄여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은 어김없이 ‘해고는 살인’이라는 절규가 터져나온다 .
현대기아자동차 같은 곳은 겉으로는 휴전선처럼 평온하지만, 속으로는 남한과 북한처럼 상호간에 불신과 상대에 대한 공포가 여간 심하지 않다.
회사는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받아가는 노동자를 내쫓고 싶은 충동과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싶은 충동이 지각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마그마처럼 들끓을 것이다.
동시에 노동자들은 내쫓기면 죽음이기에, 고용에 대한 불안과 해고에 대한 공포가 마그마처럼 들끓을 것이다. 벌 수 있을 때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는 집착도 강해지고, 동시에 제도적 고용안정과 정년연장에 대한 집착도 강해질 것이다. 근로자는 일한만큼, 창출한 가치만큼 보상을 못받는다고 생각하면 기회만 있으면 더 좋은 곳을 찾아 떠나든지(달아나든지), 아니면 싸워서 쟁취하든지 하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독보적 기술력이나 마케팅력이 없는 하위 협력업체는 대체로 피골이 상접해 있고, 불안정하기에, 근로자를 최대한 쥐어짜고, 유사시에는 비정하게 내쫓는다. 물론 그런 기업에는 ‘해고는 살인’이라면서 결사항전할 노동자도 없다. 기업주가 근로자의 바지가랭이를 잡고 매달려도 뿌리치고 떠나기도 한다.
이것이 해고 요건(규제)이 꽤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5년 이상 장기근속 노동자의 비율은 19.7%로 OECD 최하위인 이유다.
OECD평균은 36.2%이고, OECD회원국 중에서 영구직 해고 규제가 가장 약한 미국은 5년 이상 장기근속 노동자의 비율이 33.5%에 이르는데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은 하는 일(직무)과 받는 처우(보상)가 철저히 시장원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별 것 아닌 일을 하면서 높은 처우를 정년까지 받는 노동귀족도 없고, 그 반대인 노동천민도 없기 때문이다.
유럽도 노동귀족도, 노동천민도 없기는 미국과 같은데, 미국과 달리, 국가-사용자단체-노조가 협상을 통해 사회적으로 조율된 시장원리 혹은 직무별 근로조건의 표준을 따르기 때문이다. 16. 장하성 논리가 위험한 것은 “2차와 3차 하청 기업의 노동자 임금이 현대자동차 대비 1/3, 1/4에 불과한 것(도) 현대자동차 대한 납품가격"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는 원청이 1차에게 제값 쳐주면, 혹은 갑질을 하지 않으면 그 아래 2차, 3차, 4차에서는 갑질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논리인데 말이 되나? 그야말로 기승전결(재벌대기업이 원흉)이라는 논리인데, 그야말로 지독한 도덕주의다. 이런 식의 사고는 국가권력만 키우게 되어 있다. 책 407~408쪽에 보면 사법정의가 바로 서면 ‘일감 몰아주기'와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 정도는 쉽게 바로 잡을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재벌이 모든 업종에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수많은 정책들이 있다. 그 중에서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 몰아주는 것’과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 두 가지만 막아도 시장은 달라진다.
(중략)이 두 가지 부당 거래를 해서 적발될 경우에, 부당 거래로 얻은 이익의 열 배, 백 배를 벌금으로 물도록 하는 징벌적 배상 제도를 도입하면 몰아주기와 후려치기는 반드시 변한다" 문제는 둘 다 범죄인지 정당한 상거래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 다각화에 따른 기업 행위를 어떻게 구분하나? 상거래를 범죄로 간주하여--물론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단죄하면 기업 활동 자체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그 원수 같은 초대기업은 점점 더 해외에서 부품과 서비스를 조달하려고 하게 되어 있다. 하청단가 후려치기는 정당한 상거래와 범죄의 구분이 (일감 몰아주기 보다) 더 모호하다. 원래 숙련이 축적되면 생산성 향상이 되게 되어 있다. 게다가 더 싼 가격으로 공급하겠다는 곳도 생기게 되어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처음 계약이니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말이 되나? 17. 대한민국 진보는 희안하게 매사를 법이라는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정년강제연장법,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 등. 시장, 현장, 전문가가 판단할 일—특히 경제 문제를---꼼수와 야합이 판치며 때론 협상으로 법안을 무더기 통과 시키는 (국회를 통과한) 법률로 정하려 한다.
시장과 경제에 정치가 너무 깊숙히, 거칠게, 무식하게, 부당하게 개입하려 한다.
사회 여론도 매사를 범죄로 규정하여 사법(국가 권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쌍용차 정리해고도(회계조작, 먹튀 운운), 세월호 참사도 그렇게 보려 한다. 이현령 비현령인 배임죄도 그런 것이다. 장하성도 대중소기업 격차 문제도, 부당한 갑질, 빨대질의 문제로 보기에 사법적 수단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불법, 폭력, 갑질, 횡령 등이 왜 없겠는가? 분명히 있다. 이렇듯 사건, 사고, 현실 자체가 여러 측면이 뒤섞여 있는데다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충동은 넘치고, 장하성 식으로 지식인들은 얕은 진단과 무식한 대안을 휘두르고,
정치는 가능한 상대를 절대악이나 범죄집단으로 규정해야 대중을 공분시켜 동원, 결집하려 하니......점점 국가의 개입, 관여 영역은 늘어나는데, 국가, 특히 정치는 점점 총체적으로 퇴행해 버리고 있으니 어찌 망조가 아니겠는가?? 18. 기존의 대한민국 위기론의 핵심은 대체로 양극화 심화 였다. 재벌대기업의 독식, 과식, 문어발식 확장에서 원인을 찾았다. 거의 대부분의 진보적 개혁정책 담론은 양극화 문제에 관한 한 재벌탐욕론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동안 나홀로 성장하여 양극화를 한국사회 최대 난제처럼 보이게 만들어 주었던 재벌대기업의 주력이자, 한국을 먹여살려온 주력산업들도 휘청거리고 있다. 양극화의 한 쪽이 무너지면서, 드디어 양극화가 해소(?)될 조짐이 있는 것이다. 물론 가장 비극적 방식이지만!! 통계청은 2015년 11월 24일 국내 회사법인 중 상용근로자 50인 이상, 자본금 3억원 이상인 (한국 경제의 알짜들인) 회사법인 12,40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기준 기업활동조사 잠정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12,125개 법인의 총매출액은 2,231조원으로 전년 대비 1.2%(26조원)감소했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감소는 처음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것이 돌발 현상이 아니라 경향(추세)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2010년 +16.3% 2011년 +12.2% 2012년 +6% 2013년 +1.1%로 계속 떨어지다가 드디어 -1.2%에 이른 것이다. 그 동안 양극화, 일자리 3불 문제로 아우성을 쳤는데, 그 시기 성장률은 대략 3% 내외였고, 이들 알짜(주력)기업들의 성장률을 떠받쳐 준 것이다. 그런데 그 매출액이 드디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양극, 일자리 문제는 지금 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2016년부터는 정년연장법으로 청년고용절벽 현상까지 가세하게 되었다. 2014년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00배 미만인 대기업은 GS, 현대중공업, 한화, 대림, 동부, 현대, S-Oil,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한국GM, 태영, 대성, 한솔이다. 그래서 김상조 교수는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부실화 수준이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19. 매출이 감소한 이유는 제조업의 매출이 전년 대비 55조원 감소한 것이 결정타였다. 문권순 통계청 경제통계기획과장은 "석유정제, 화학제품, 전자부품, 통신장비 업종의 매출액(특히 수출액) 감소"를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일까? 서울대 공대 교수 24명이 쓴 “축적의 시간”에는 매출 하락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인 정유산업과 석유화학 산업의 속사정에 대한 얘기가 있다. “(정유산업의 경우) 한국이 그 동안 중국이 원유를 정제해서 팔아왔었는데 이제 중국도 정유시절을 갖추게 되면서 한국 정유회사들의 가장 큰 판로 중의 하나가 없어졌다…..큰 장비에 원유를 넣고 증류시켜서 석유를 분리해내는 단순한 설비를 사용하는 것이니까 중국이 상대적으로 쉽게 시작할 수 있었지요. 초창기에는 중국이 정유시설이 부족해서 한국 것을 사다 썼는데, 이제는 사다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 사업이 장치산업이라서 사업을 다각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p351~352)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이 부문은 공정이 훨씬 복잡하니까, 앞으로 4~5년은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는데, 앞으로 이 부문도 어려움을 겪게 되리라 봅니다…..
(미국)다우케미컬은 파나마 운하만 확장되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원료로 폴리에틸렌 1,000만톤을 만들어서 모두 중국에 수출할 계획까지도 검토하고 있지요. 그렇게 되면 한국의 석유화학산업은 판로가 없어지게 됩니다…..더 무서운 것은 사우디의 오일메이저인 아람코가 석유화학 사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자신들의 연구소를 한국에 짓고 있습니다. 한국이 축적한 그나마의 경험마저 뽑아서 사업을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새로운 산업을 하지 않으면 이제까지 석유화학 쪽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설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자원 없는 나라의 비애죠. 자원이 없으니….계속 새로운 영역으로 나가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합니다”(p352~353) 차국헌(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20.“축적의 시간”에는 최근 천문학적 적자를 내고 있는 조선산업의 처지에 대해서도 그 속사정을 얘기하고 있다. 한국 조선회사들이 해양플랜트 사업으로 조급한 진출을 부추긴 한국 특유의 요인이다. “외국은 2000년에 엑슨과 모빌이 합병을 해서 액슨모빌을 만들었습니다. 합병한 그해에 1만2000명을 구조조정했어요…..그해에 쉘도 1만6000명을 해고했습니다. 한국에서 만약 B조선이 1,000명을 해고한다고 하면……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겁니다…..그런데 선진국은 그게 되는 거죠……미국은 그렇게 정리해고를 통해 수지타산을 맞춥니다.
그런데 한국은 그게 안돼요. 산업 상황이 좋지 않아도 구조조정이 자유롭지 못합니다…..결국, 한국 조선회사들은 불황 타개책으로 사업 확장에 나선 겁니다. 경기 변동과 시장의 상황에 따라 고용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보유 인력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다른 사업을 찾아 나선 거지요.
해양 플랜트로의 확장은 노하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무리한 시도인 것처럼 보이는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한국적 경제사회환경에서 피치 못해 떠밀려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습니다.(P97~98) 21. “축적의 시간”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요지는 장하성과 대한민국 정치가 새겨야 할 얘기다. “산업 차원의 축적 노력으로는 선진국과 중국의 축적된 경험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산업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틀을 바꾸어 국가적으로 축적해가는 체제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우리 사회 전반의 인센티브 체계, 문화를 바꾸어 기업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주체가 축적을 지향하도록 변화해 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축적의 범위를 산업의 바깥 경계로 극적으로 넓혀 생각할 때, 비로소 선진국의 시간과 중국의 규모를 극복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고유한 축적 양식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p49) 사회 전반의 인센티브 체계, 문화를 바꾸어 기업 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주체가 축적을 지향하도록 변화해 나가는 것, 축적의 범위를 산업의 바깥 경계로 넓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법제도, 규제, 예산 등 엄청난 자원을 운용하는 국가의 역량이 사활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22. 지금 대한민국 거버넌스의 상황은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수천 가지 산해진미를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놓고는 스스로 다 먹지도 못하면서 방상 주변에 피골이 상접한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나눠 주지도 않고, 결과적으로 다 썩혀 버림에도 불구하고, 그 상의 주인석을 차지하기 위해 밤낮 없이 싸우는 꼴!
청와대도, 중앙정부(부처, 관료)도, 국회도, 법원도, 지자체도 다른 나라의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관에 비해 월등히 많은 권능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자율재량권이 큰 것도 많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건 모두가 너무 적다,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난리다. 권능이 많아 보이는 것은 시장, 지역(마을, 주민), 전문가 단체(협회), 합의제 기구 등이 할 일을 이들이 다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보수 쪽이 성토하는 수많은 공적 규제(주로 법령 사안)와 관료가 주무르는 각종 진흥, 촉진, 균형발전용 예산(정책금융 등)과 공기업의 규모-업역-행태-지배구조 등을 보면 이 권능의 실체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는 청와대, 국회, 지자체, 정당 등 국가의 요직을 차지한 존재들 치고, 자신이 받아 들었거나, 받아 들려고 노력하는 거대한 밥상 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밥상과 그 주변의 피골이 상접한 수많은 사람들까지 조망하는 사람은 정말 본 적이 없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소명을 잊었고, 대한민국 전체를 조망하는 시야--이것이 바로 공공성의 핵심!--와 주요한 국가 시스템에 대한 통찰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소명은 어디 처박아 두고, 그 권능, 이권, 의전만 후진 리더십이 너무 많다. 그 도전자들도 다르지 않다. 정치 신인이라는 자들도 뱃지와 자리가 주는 젖과 꿀을 탐닉하는 생계형들이 대부분이다.
대학(교수)과 행정, 사법의 직업공무원들 중에서도 자리가 좋아서 그 자리를 차지한 존재들이 넘친다. 가치가 전도되어 인센티브와 거버넌스 구조가 엉망이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공공 영역 뿐만 아니라 사회 거의 모든 중추적인 자리에 전혀 준비 안된 리더십이 앉아 있다. 재벌은 능력이 전혀 검증이 안된 2세, 3세, 4세가 앉아서 거대한 자원을 주무른다. 엘리트 청년들은 창직, 창업 보다 각자도생 취직(본질은 기존 일자리 쟁취다)에 매진한다. 물론 비난 할 수가 없다. 인센티브 체계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온통 기득권 문어발과 기득권 보호용 나와바리가 자원을 틀어쥐고, 창의열정을 누르고, 도전자를 내리누르고 있다. 민주/진보와 공무원이 스크럼을 짜고 기존 일자리 사수에 여념이 없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동력인 시장,경쟁, 개방,자유, 불안, 격차를 신자유주의 운운하면 극도로 두려워 하니 하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죽음에 이르는 병에 걸렸다. 이 상태로라면 대한민국은 시간이 흘러도 노하우가 축적 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축적의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축적의 인센티브와 가치생태계 전반을 관리하는 거버넌스가 문제다. 인재들과 기업들이 (독점 면허를 받아)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수 있는 곳으로 몰리게 하는 구조, 한마디로 불로소득=지대(렌트)를 쫓도록 되어 있는 구조에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23. 중국과 한국을 개인 대 개인, 기업 대 기업, 정부(정치) 대 정부(정치)를 비교하면 장담컨대 유일하게 그것도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바로 정부(정치)의 능력이다.
중국이 개발도상국(?)이고 언론의 자유가 없는 일당 독재국가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정치의 본령인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나 지속가능한 성장과 통합을 담보하는 질서(인센티브-거버넌스) 구축 능력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분명히 그렇다.
이는 기업인들이 체감하고, 많은 국제비교 지표도 입증한다. 다 아는 얘기지만, 정부(정치)의 능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자원이 많고, 잠재력 있는 인력, 인재가 있어도 소용없다.
이는 두개의 조선(이씨 조선과 김씨 조선)과 지금 대한민국을 비교해 보면 안다. 사실 중국의 거대한 공간(인구, 땅, 자치분권) 활용 능력은 중국 정부(공산당)의 빼어난 경세 능력의 산물이다.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도 물리적 공간과 인구는 대단하지만 중국의 추격, 혁신 역량과는 비교가 안된다. 공간이 문제가 아니라 공공리더십이 문제라는 얘기다. 24.지금 대한민국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자연환경으로부터의 위협(녹색), 에너지 자원 위기(탈원전), 북한 위기나 북한으로부터 오는 위협, 부실한 복지(복지국가), 사회연대성 부실 등도 심각하지만 진짜 심각한 것은 양극화 위기 보다 더 심각한 물질적 재생산 체제 전반이 위기다.
주력 산업의 존망(경쟁력) 위기이자, 신성장동력의 고갈 내지 피폐다.
북한 체제처럼 거대한 성장 잠재력(창의와 열정)을 억압, 말살, 구축하는 철저한 기득권 담합 체제, 지대추구 체제가 그 원흉이다.
이는 한마디로 불합리한 사회적 인센티브 체계와 거버넌스 체계로 나타난다. 재벌은 그래도 글로벌 경쟁이라도 하고 망하기라도 하는데,
엄청난 권능을 거머쥔 국가의 두뇌인 정치는 난공불락의 독과점이니 그 패악이 어느게 크겠는가?
바로 양당 독과점에 적대적 상호의존 관계로 인해 지독한 기능 부전 상태의 한국 정치가 모든 위기의 뿌리이자, 모든 위기의 활로다. -끝-
<어느 저명 인사가 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