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적으려다가 너무 길어져서 답글로 남깁니다.
NBA의 득점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는 물론 슛거리가 늘어나고 페이스가 빨라지고 3점슛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큽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NBA가 공격농구를 권장하며 계속해서 룰을 개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즉, 이전보다 득점을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특히 외곽선수들의 득점을 더 쉽게 하기 위해 룰을 개정하고 있고, 여기에 선수들의 피지컬과 기술적 발전 (슛거리 증가) 등이 결합하면서 이렇게 득점이 증가하고 있는 거죠.
폴 피어스와 빈스 카터가 ESPN에서 대담형식으로 말했던 것처럼 NBA는 지속적으로 득점을 더 쉽게 하기 위해 규정을 바꿔왔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CoOqUedQ6U) 98년에 데뷔한 선수인 둘은 초창기에는 득점하는 게 어려웠으나 노장이 된 현재는 그때보다 득점하는 건 훨씬 쉬운 반면, (상대방이 득점하기 쉽기 때문에) 수비하는게 어렵다고 하고 있죠.
제가 알고 있는바로는 최소한 1980년대부터 NBA는 공격자를 보호하기 위한 개정을 해왔습니다. 플래그런트 파울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80-81시즌이지만, 이때는 파울을 당한 팀의 감독이 자유투를 쏘는 선수를 지정할 수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한 페널티가 없었어요.
예를 들어 당시 기계처럼 슛을 쏘던 마크 프라이스같은 선수를 파울하거나, 주전중에 자유투가 1,2등을 다툴 정도로 정확한 조던을 상대로 플래그런트 파울을 받으면, 그냥 파울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거죠. 실제로 1980년대 NBA는 전쟁터였습니다.
조던이 1차 은퇴전까지 받은 수비(https://www.youtube.com/watch?v=7GpIzCDynkE)를 보면 내동댕이쳐지는 수준의 파울을 받아도 징계나 퇴장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다보니 NBA는 1990-91시즌을 앞두고 플래그런트 파울 규정을 개정하죠. 이때 개정된 페널티는 자유투 2개+공격권+해당 파울이 부상을 유발할 정도로 과할 경우 심판재량에 따라 퇴장시킬 수 있게 됐습니다. 플래그런트 파울은 이후 여러 번 개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죠.
91시즌의 플래그런트 개정 이전 최강의 수비팀이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였다면, post-플래그런트 개정 시대의 최강 수비팀은 단연 뉴욕 닉스라고 봅니다. 배드보이즈처럼 대놓고 깡패짓을 하진 않았지만 팻 라일리의 팀은 규정의 한계까지 상대방을 육체적으로 몰아붙히며 골밑돌파 자체를 괴롭게 했죠. 라일리는 페이스가 느린 강한 수비팀을 조직하며 한때 스튜 잭슨 체제에서 평균 28점 넘게 찍었던 유잉의 득점을 25점 이하로 내렸지만, 그를 앵커로 한 강력한 수비팀을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92-93시즌 조던은 닉스를 상대할 때 (당시 플레이스타일에 비하면) 유독 롱2의 비중이 높았고, 이때 피지컬한 닉스를 상대하느라 시리즈 평균 40%라는, 당시 조던으론 상상하기 힘든 야투율을 찍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때 한이 맺혔는지 피닉스 시리즈에서 골밑을 유린하죠.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역시 1, 2차에 걸쳐서 개정된 핸드체킹룰입니다. 사실 핸드체킹룰은(정확히 말하면 핸드체킹 금지룰) 널리 알려진대로 1994년에 처음 도입된 건 아닙니다. NBA의 초창기에도 핸드체킹은 금지되었으나, 수비수가 공격수의 움직임을 대놓고 방해하지 않는 이상 (즉, 밀지 않으면) 수비수는 항상 공격수의 몸에 손을 댈 수 있었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대놓고 밀지 않으면 밀고 당기고 해도 웬만하면 불지 않았죠.
그러나 핸드체킹금지룰은 1994-95시즌을 앞두고 강화됩니다. (https://www.washingtonpost.com/archive/sports/1994/11/04/nba-rules-changes-for-1994-95-season/5b275ea5-540f-4028-858d-1ac9ceeb2f3d/?utm_term=.4c6957fdd227) 이 기사에 따르면 핸드체킹이 백코트의 엔드라인부터 반대쪽의 자유투라인 부근까지 금지되고 심판들이 룰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시즌 초반에 파울 갯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나와있습니다. 이 시즌에는 clear-path-to-the-basket룰도 강화되고, 또한 3점슛라인도 줄어들었습니다.
다만 3점슛 라인 단축은 3점의 비중이 적었던 당시 농구 특성상 오히려 코트를 좁게 쓰는 부작용을 낳아 오히려 공격이 더 어렵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세 시즌만인 97-87시즌부터 원상복귀되죠.
제가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post-94년 막강 수비팀은 바로 시애틀 슈퍼소닉스와 시카고 불스였습니다. 96파이널에서 조던을 27점, 41.5%로 막은 공신으로 보통 페이튼을 들지만 정확히는 소닉스의 팀수비였죠. 당시 소닉스는 정말 정밀한 기계를 보듯 활발하면서도 낭비가 없는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조던이 미드레인지에서 공만 잡고 잠깐만 움직이면 최소 두세명의 수비수에 맞닥뜨리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선수들의 숨통이 트인것도 아니죠. 피펜의 야투율은 조던보다도 낮았으니까요.
더욱 강력한 수비팀은 바로 시카고 불스였습니다. 사실 역대 최강의 공격무기를 보유했다는 이유로 묻힐때도 있는데, 당시 불스는 공격보다 수비가 더 무서운 팀이었습니다. 98파이널 당시 팀이 공격에서 극악으로 부진했음에도 (조던 제외하고 피펜 15.7점, 쿠코치 15.2점, 론 하퍼 5.3점, 롱리 5점, 그 외엔 4점 이상 넣은 선수 없음) 우승할 수 있었던 건 1. 조던 2. 수비였습니다. 무한 로테이션과 강력한 팀수비를 자랑했던 불스는, 아무리 기량이 하락세라고 해도 무려 존 스탁턴에게 턴오버쇼를 하게 만들었고, 당시 반대편 재즈에서 제 몫을 해준 선수는 칼 말론 뿐이었죠. (호너섹이 2차전인가 한번 폭발한 적이 있긴 합니다만)
말이 삼천포로 빠졌는데 이어 1997-98시즌 도입된 노차징 존, 프런트 코트에서 페이스업을 하고 있는 선수에 대해 수비수가 팔을 사용해 막는 것 금지도 있었죠.
1999-00시즌에는 백코트 수비수들이 손이나 forearm을 이용해 수비하는 것 자체를 금지시켰습니다.
흔히들 수비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하는 지역방어 재도입 (01-02시즌)은 수비범위를 좁게 하는 것을 가능케해 프런트 코트 선수들에게 상당히 타격을 줬습니다. 실제로 1995-96시즌 당시 득점 톱 10을 보면 외곽에서 뛰는 선수는 조던과 8위 미치 리치몬드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2016-17시즌 득점 10걸을 보면 빅맨이 오히려 두명 (앤서니 데이비스와 드마커스 커즌즈) 뿐이고 가드가 6명, 스몰포워드가 2명입니다.
그런데 당시 지역방어 도입은 돌파위주 외곽선수들에게는 별 영향이 없었습니다. 같은 해에 도입된 수비 3초 룰 때문이죠. 실제로 이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 3점슛이 당시 2할대 후반~3할대 초반에 불과했고 돌파 위주 선수였던 알렌 아이버슨의 스탯인데 2000-01시즌 31.1점/42%를 기록했으나 그 다음 시즌 31.4점/39.8%로 야투율이 2% 떨어졌을 뿐입니다. 게다가 그 다음 시즌엔 41.4%로 반등했습니다.
당시 아이버슨은 원래 4할 초반대에서 놀던 선수였고 01시즌은 최전성기였기 때문에 높은 기록을 찍었을 뿐 지역방어 도입으로 크게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버슨은 01시즌 이후 3할대를 기록한 두 시즌은 부상과 씨름하던 (60경기/48경기 출전) 시절이었으니까요.
2004-05시즌엔 다들 아시는 핸드체킹룰 2차 강화가 이뤄졌죠. 그리고 룰 개정은 현재도 계속 이뤄지고 있고요
NBA의 룰 변화를 정리한 페이지:
http://www.nba.com/analysis/rules_history.html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천!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엄청난 양질의 글이네요 !
좋은 글 고맙습니다 ㅎ
댓글 적고, 다시 정독 ㄱㄱ
좋은 글이네요 ㄷㄷ
많은 이유중에서도 전 공수전환이 빨라진게 득점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라고 봤는데
NBA측에서 보다 많은 득점의 공격농구를 원하는 모양이군요. 규칙을 계속해서 변화하면서 까지요. 자세한 내용 감사히 잘 봤습니다.
즉 순서를 보면 지금처럼 공격지향과 3점선호추세가 단지 플랜뿐만아니라 그전에 이미 오랜기간 공격자보호룰때문에 발생할수있었다는 뜻이신거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캄사!!!!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완전 동감합니다.가끔 레전드들이 현리그에서 평균몇점 얘기는 과장이 있더라도 그만큼 공격이 쉬워졌단 얘기겠죠.
쓰신글에 약간만 더 첨부하자면 룰개정에 통해 약해진 수비를 더 쉽게 찢을 수 있는 전술의 발달과 이로 인해 3점 능력발달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고 생각합니다.
수비수가 쉽게 공격자의 공간을 침범하기 힘들어진 점이 나비효과처럼 연쇄효과를 일으킨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본문에도 쓰셨지만 전 96불스소닉스 파이널때 왜 페이튼이 조던을 락다운 시킨것처럼
표현되는지 모르겠더군요. 물론 페이튼이 수비를 잘한건 사실이지만 감탄 나오는건 페이튼보다도
소닉팀수비던데 말이죠
역시는 역시네요
감사합니다
세계적인 모든 인기 스포츠가 경기템포는 빠르게 하고 딜레이 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로 룰들을
개선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공격시간룰과 자유투 관련 룰에 대해 조정을 꾸준히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으로 비디오리뷰 판정룰을 간편하고 정확하게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요즘 눈에 보이는 룰도 콜을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내요
MLB가 그러고 있죠. 야구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모습이 안스럽지만...
크흐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룰 개정이 크군요.
트래블링 완화도 공격지향적인 룰 개정이겠군요.
과연 믿고보고 끄덕이고 알아가는 maverick45 님의 글.
이 분 제가 아는 농구 최고수 (본인은 극구 부인하지만)
저도 농구하는 고딩 동창들과 끊임없이 토론하는 주제인데...
저는 그냥 친구들에게 그럽니다. 지금 NBA는 득점에 혈안이 된 계집애 농구라고.
그럼 몇몇은 저에게 동의하죠. 혈기 왕성한 고딩 혹은 대딩시절인 90년대의 육탄 농구를 진정한 파이팅으로 생각했으니까요.
그럼 몇몇은 반대합니다. 지금처럼 깔끔한 농구가 낫다고.
역시는 역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스탯 구분을 포스트 세컨찬스 14초룰 이후로 해서 구분해야하나 싶기도 해요. 아니면 3점 라인 변경 후 다시 변경같은 룰이 될지도 어떨지 시즌이 끝나고 난 후 한번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고 봐요.
점수 많이 나는 것 까진 좋은데 점수차가 너무 심하게 벌어지는 게임들이 속출하는 점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