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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몸은 원래 남자보다 수기(水氣)가 많다. 그 수기는 북방 현(玄)의 “검(儉)”으로 연결되어 있다. 검은 색이라는 말과 아울러 하늘로 부터의 내림받은 “검스러움” 즉 신령스러움이라는 믿음으로 전해지거니와 이는 우리의 속신(俗信)으로 하늘로부터 생명을 전달하는 삼신이 관장하는 일이라 믿어왔던 바다. 그 삼신은 마고(麻姑)의 또 다른 이름이겠지만 범인들은 거기까지는 모른다. 아니 몰라도 좋으리라.
그런 내력은 설화처럼 전해졌고 그래서 제정일치시대(祭政一致時代)의 제사장들은 검은 의상을 입었다. 또 설화내력의 신령하다함은 쇠(金)나 신비한 소리를 내는 금(琴)이나 받들어 모신다는 뜻의 금(禁) 또는 왕을 뜻하는 임검(任儉)이라는 말 뿌리에 심어놓았지만 실상 이 말들은 한 결 같이 수(水)에 근본을 둔 말이다.
여인의 몸은 그토록 신령스러움의 집합체가 된다. 남정네들이 그 신령스러움 앞에서 갈기를 세울 때는 주(主)에 의지할 뿐 논(論)은 접어 저만치 밀어놓는 법이다.
공과 색(空色)이라는 말에서 주(主)가 공이라면 논(論)은 색에 해당한다. 그래서 주는 땅에 묻혀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와 같고 논(論)은 뿌리에서 돋아난 줄기와 같다. 즉 감춰진 부분은 공이고 나타난 체는 색이라는 말이 된다. 이것을 유무(有無)의 개념으로 보면 감춰진 부분 즉 공은 보이지 않음의 있음이고 무는 절대 무에서 벗어난 있음이 된다. 그래서 남자는 주에 의지한다. 그래야만 신령스런 여체와의 교합조건이 갖춰지고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어떤 목적이 되어 욕과 정에 얽매이지 않는 신성한 결과를 얻는 것이다.
광흡이 김씨의 허벅지 안쪽을 계속 부드럽게 쓸어내리자 여체가 풀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여체 어느 부위에 점화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으리라. 기미를 알아차린 광흡이 여체의 원시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남녀의 정사에서 남자에게 양(陽)의 공격법칙이 있다면 여성에게는 음(陰)의 방어밀도가 있다. 그것은 여체만이 갖는 아름다운 특권이다. 여성의 그 방어밀도는 한없이 부드럽지만 남성의 공격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밀도다. 그 밀도는 외압을 가하면 가할수록 응집력이 강해진다. 그러다가 외압이 지나치면 그 응집력은 풀리는 것이 아니라 산산조각 나버리고 만다. 그렇게 되면 여체는 공포로 꽁꽁 얼어붙은 불모지가 된다. 그래서는 만사가 뒤틀린다. 씨앗이 아무리 견실하고 그 씨앗을 뿌리는 남정네의 수고가 크다 할지라도 발아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관약방을 운영할 정도로 인체에 해박한 광흡이 그 점을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그는 여체를 설득하고 있다. 남자의 집요한 설득을 받아들이라고 고무하며 해찰무망의 근력이 찾아낸 천상의 열매를 더듬거려 껍질을 벗기고 입으로 깨물어 짜낸 과즙을 여인의 초원에 뿌려준다. 그 과즙은 싱그럽다. 그 싱그러움에 여체가 쾌재를 부른다. 광흡이 때를 놓치지 않고 쇠(굉과리)를 챙겨든다.
여인의 손에도 어느새 장고 채가 잡혀있다. 남자의 손이 쇠를 잡자 쇠소리가 여문(女門) 어귀에 박혀 통통히 살 오른다.
광흡의 온 몸에 열기가 번지더니 사대육신 뼈마디가 신열로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도도한 흥을 어쩌지 못한 광흡이 쇠를 때린다. 남자가 쇠(괭가리)라면 여자는 장고다.
“챙챙 채쟁 채-앵,
사시사철 사방사유 성음으로 천지를 가득 채우니 숨 쉬고 뿌리 뻗는 일체가 소리에서 비롯됨이라. 나 그대에게 성음을 심으리로다. 소리는 만상의 으뜸이요 만유의 숨결이라.
챙챙챙 채쟁”
여인의 성감(性感)은 앙탈에 엉큼새를 겹으로 두어 만들어진 이중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허나 도화의 기를 흡입한 김씨의 몸은 이미 그 경계를 넘어 서고 있었다. 이미 알고도 모르는 척 좋아도 토라진 듯 하는 대거리가 아니다. 이쯤 해서는 딴전을 부릴 처지가 아닌 것이다. 광흡의 처가 장고 채를 휘두른다.
들어보니 장고의 뒷소리 울림 가락이 두 마디에서 다섯 마디를 흐르다가 그치고 만다. 그것은 여체가 설 풀렸다는 조짐이다. 여체가 농익고 보면 장고 한 채에 울림 가락 일곱 마디가 모두 풀리는 법이다. 광흡이 쇠를 재우친다. 재우치는 손바람이 여체의 허벅지를 훑고 올라 울울한 가시랭이 숲을 슬쩍 건드리며
“멋기도 사무치다. 거둠거둠 홍상자락 흉당으로 걷어 올려 젖가슴에 매어달고 요만하고 앉았으니 규화만개 곧 아닐런가. 채쟁 챙챙”
찌검 당한 여체가 발끈한다. 가시랭이 울숲에 숨어있던 치심에 불이 옮겨 붙는 기미일까. 김씨의 콧김이 한치 앞으로 당겨지고 다물었던 입술이 움찔움찔 거리더니 다습한날 빨랫줄의 빨래만큼 촉촉해지며 대거리하는 장고 채가 침넘기는 소리에 휘청하더니 담담할 수만 없는 한 채에 울림가락 다섯 마디가 쪼르르르 뒷줄에 엮이다가 한 울림을 더 보탠다. 그쯤해서 쇠 소리에 이빨이 돋기 시작했다. 이빨 돋은 바람이 뒷줄에 엮인 다섯 마디 울림가락을 한입에 쓸어 물더니 잘근거리기 시작한다.
때를 맞춰 초산 월조봉의 낭주가 성운으로 하늘의 뜻을 감지하고 지세로 땅의 기운을 읽어내고 있었다. 그녀가 월조봉 으뜸봉우리를 보니 일척을 도도라친 형세인 것이 글자머리(字頭)에 해당하고 수평으로 그어나간 산허리가 약간 잘룩하게 휘어진 요첨횡이다. 다소 약해보이기는 하나 그 약함이 오히려 창생을 달래는 인자(仁慈)가 되리라는 판단이었다. 그랬다. 가늘지 않고서야 어찌 부드러울 수 있으며 부드럽지 않고서야 어찌 창생의 고통을 껴안고 천지분간 없이 함께 굴러갈 수 있으랴.
금(金) 석(石) 사(絲) 죽(竹) 포(匏) 토(土) 초(草) 목(木)을 단초로 시작한 팔음(八音)이 혼란스럽게 어우러진 낮과 밤사이를 흘러 빛과 어둠의 경계를 만든 태초 이후 국풍조(國風條)에 이르기까지의 정신 살림이 피내림을 통해 가까스로 이어왔거니와 홍익인간 하고 재세이화(在世理化)하려는 본래의 모양세가 자꾸만 헛헛해지며 겨레살림이 척박해지고 거기에 외침내란으로 헐벗을 대로 헐벗은 나라의 터전을 지켜온 것이 왕권이나 병권이 아니요 민초의 목숨이며 희생이었을 때 이를 위안하고 격려할 그 무엇이 있어야만했다.
그런데 그 무엇을 누가 마련해주랴. 궁핍한 살림으로 살라고 모개지어 버린 것이 하늘의 게으름 탓이라 치더라도 이제 와서 그를 바로잡을 방도는 없는 것이고 바로잡을 수는 없는 것이 하늘의 방도라면 살아내야 하는 사람의 힘으로 더듬어 고처가야할 일이었지만 허나 소도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고 하지 않던가.
저 철부지처럼 무잡(無雜)하고 어리석기까지 한 겨레들의 지혜가 숙성되어 질풍노도기(疾風怒濤期)를 다스려갈 그 무엇은 국풍 안에 흐르고 있는 팔음팔여의 힘뿐이라 믿어왔다.
홍익인간 하려는 뜻이 국풍 안에 있어 재세이화하려는 낭가이념을 바탕으로 하여 현묘지도를 거치는 관행으로 심어야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몸뚱이가 바스라저 초토가 될지언정 반드시 이뤄야할 소임이라고 굳건한 믿는 그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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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홍익인간 하려는 뜻이 국풍 안에 있어 재세이화하려는 낭가이념을 바탕으로 하여 현묘지도를 거치는 관행으로 심어야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몸뚱이가 바스라저 초토가 될지언정 반드시 이뤄야할 소임이라고 굳건한 믿는 소비자, 대설, 동지, 성탄의 12월*^^**^^* 만복 축원과 함께*^^*더욱 건강 다복하시길 축원하며*^^**^^*<> 고창 고창 고창*^^*고맙습니다반갑습니다*^^*만사형통의 축원과 함께"고창" <고수고창공음대산무장부안상하성내성송신림심원아산해리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