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인용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최근 그의 몇 가지 행보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에 겹쳐진다. 먼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지키기'다. 이태원 참사 9일 뒤인 지난달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거회의에서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에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 장관 해임을 거부했다. 대통령의 입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해임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는데도 변함이 없었다. 지난 11일 야권 공조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해임건의안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이틀째 침묵으로 거부 의사를 표하고 있다.
다음은 '화물연대 짓밟기'다. 화물연대의 지난 6월 파업 당시 정부·여당은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확대 등을 논의한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라'며 화물연대가 11월 다시 파업에 나서자 윤 대통령은 강경 대응에만 매진했다. '지지율 상승'을 맛본 탓일까. 파업을 풀면 대화에 나설 것처럼 굴던 정부는 파업이 끝나자 '안전운임제 폐지'까지 거론하며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윤석열 정부가 주52시간제 약화,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 개악'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의 맞은편에 선 이들에게도 '꺾이지 않는 마음'은 있다. 지난 10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출범식에서 이정민 협의회 부대표는 "왜 벌써부터 갈라치기를 하고 진실을 호도하는 것인가. 이게 정부가 할 일이고 책임있는 여당이 할 일인가"라고 아파했다. 출범식 도중 통곡하다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 간 유가족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 대통령의 사과 △ 책임자 처벌 △ 정쟁을 배제한 진실 규명 △ 유가족 소통공간 마련 △ 희생자 추모공간 마련 등을 담은 창립선언문을 읽고 "이상민을 파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 파업 당시 철골구조물 안에서 31일 동안 농성했고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13일째 단식 중인 유최안 씨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소회를 페이스북에 남겼다. 그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노조 한다고 했을 때 모두 잘릴 거라고 생각했다. '너희 것들은 안된다'고 조롱했다"며 "'뭐 얻었냐, 뭐 바꿨냐, 뭐가 좋아졌나' 묻냐면 나는 바뀌었다. 내가 속한 계급, 노동자를 사랑할 줄 아는 노동자로 바뀌었다"고 썼다. "오늘까지만 딱 아프고 함께 웃자", "고생했다. 사랑한다"는 위로도 건넸다.
윤석열의 마음과, 이정민·유최안의 마음. 이들의 마음이 부딪치는 광경을 보며 사회적 약자들의 앞에 선 '대통령의 마음'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돌아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절규와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피해자 앞에 선 대통령의 마음이 측근 지키기와 약자에게만 엄격한 법치주의, 혐오 정서에 기댄 지지율 올리기 같은 것이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첫댓글 ㅅㅂ 진짜 좆같은 짓만 골라 하는 것도 재주지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