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지난 번의 영화 ‘베테랑’에 대한 감상 후기에서 빠진 부분이 있어 첨부합니다.
별거 아니지만 나름의 ‘시그니처’라고 생각해서...^^;
<영화 ‘베테랑’의 간략 평가>
관람비용: 0원(카드포인트)
지불의향: 18,000원(조조가 아닌 시간에도 두 번은 더 볼 수 있을만한 재미)
재관람의사: 이미 날짜 잡아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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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녀: 칼의 기억’에 대한 감상 - 섬세한 영상미와 배우들의 떨림에 매혹되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을 보고 왔습니다.
기대가 컸던 영화였습니다.
박흥식 감독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를 통해 저에게 있어 신뢰할 만한 감독이었고,
전도연, 이병헌, 김고은의 캐스팅 라인업은 기대를 하기 충분했죠.
우려가 깊은 영화였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개봉이 밀리고, 시사회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까, 괜찮은 경쟁작들이 득세하는 여름 극장가에서 밀려 금새 IPTV에 풀려버릴까 우려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굉장히 난감한 영화이고, 마음아픈 영화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영화에 대해 굉장히 관대한 편입니다.
이왕 돈주고 보는 거 열린 마음으로 재미있게 보려고 하고, 영화를 고를 때도 만족할 만한 영화를 고릅니다.
이점을 차치하고라도 저는 이 영화를 굉장히 만족하며 봤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완전 몰입해서 봤습니다.
하지만, 추천하기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액션은 기시감으로 가득하고, 이야기는 매끄럽지 못합니다.
감정은 강요를 하고, 스타일은 자아도취에 빠져있죠. 실소가 나오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유난스럽게 무더운 올 여름과 같은 날씨에 추천하면 욕먹기 좋을 영화라는 거 인정합니다.
이미 상영 중인 경쟁작들도 쟁쟁하니까요.
원래 개봉하려던 겨울 시즌에 개봉했으면 지금보다 상황이 조금이나마 낫지 않았을까 하네요.
아무튼 객관적으로 볼 때 세간이 혹평이 이해가 갑니다. 저도 다 동의하는 부분이구요.
문제는 저는 재미있게 봤다는 거죠.
곧 인터넷을 통해 관객들의 냉혹한 혹평이 급속도로 퍼질테고, 상영관은 무서운 속도로 빠져나갈 겁니다.
금새 IPTV에 출시될테고, 다운로드 사이트에도 뜨겠죠. 그러면 다시 한번 냉혹한 혹평들이 쏟아질겁니다.
작은 모니터로 보면 약점이 더욱 두드러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혹평은 더욱 가혹해질겁니다.
그런 상황을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심정으로 목격하게 되겠죠.
이처럼 모두가 혹평하는 영화를 저는 왜 만족스럽게 보았을까요?
아무리 완성도가 떨어지는 영화라도 어떤 특정 부분에 꽂히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한 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협녀’에서는 어떤 부분에 꽂혔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을 느꼈습니다.
1. 어쨌든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상미
이 영화는 영상미에 집중한 영화입니다. 촘촘한 이야기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불만족스러울 겁니다.
그리고 이 영상들은 아름답지만 설득력이 떨어지고, 이야기와의 시너지도 약합니다.
하지만 저는 '홍이'(김고은)가 해바라기 밭을 뛰어다니는 첫 장면부터 시종일관 펼쳐지는 아름다운 영상에 매혹되었습니다.
화려함만을 강조하는 영상이었다면 금새 피로감을 느꼈겠지만,
섬세하면서도 우아했기에 설득력이 떨어짐을 인식하면서도 매혹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2. 배우들의 떨림에 빠져들다
이병헌은 동요에 의한 '눈빛의 떨림'을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서서히 변해가는 감정의 동요가 떨리는 목소리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표현될 때의 흡인력은 참 대단합니다.
그 ‘동요’와 ‘떨림’에 저는 이번에도 빠져들었습니다.
‘광해’에 이어서 이번 ‘협녀’에서도 위엄있고, 위압감 넘치는 연기도 잘 할 수 있음을 증명해보였네요.
그러나 연기를 통해 작품을 든든히 받쳐주었지만, 연기 외적인 부분에서 작품에 큰 타격을 주고 말았네요.
헐리웃에서는 혼자 ‘쓸데없이 고퀄리티’ 연기를 한다 싶었는데, 안방에서는 ‘제대로 고퀄리티’의 연기를 뽐내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언젠가 헐리웃에서 치명적이고 끈끈한 멜로 연기를 보여주길 기대했었는데,
한국관객들에게만큼은 몰입하기 힘든 연기가 되어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큽니다.
전도연은 최근의 영화들의 흥행성적이 그리 좋지 않죠.
‘밀양’에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로 흥행에서 멀어져 있다는 게 참 아쉽습니다.
물론 전도연말고도 흥행배우라 불리는 여자배우가 없는 현실이지요.
영화는 흥행적으로는 아쉬웠지만, 연기적으로는 그녀의 모든 영화에서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협녀’의 전도연은 아마 연기적으로 아쉬운 평가를 받을 몇 안되는 작품으로 남을 것입니다.
쉽지 않은 역할이긴 하죠. 연기자체로도 깊숙한 가라앉은 감정을 끌어내야하는 연기들이고,
사극이라는 특성, 맹인의 설정, 검술의 액션까지 신경을 써야했으니 그녀가 토로한대로 고충이 많았을겁니다.
그렇다해도 ‘전도연’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원숙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이병헌의 ‘눈빛의 떨림’처럼 전도연의 ‘몸의 떨림’은 인상적인 여운을 남깁니다.
비록 기존 작품들과 비교하면 어색한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만, 전도연은 전도연입니다.
필요한 부분에서는 그녀만의 여운이 길고 흡인력 강한 연기들을 보여줍니다.
평균 30득점 하던 선수가 16점의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 득점이 다 고단백의 득점인 격이랄까.
아무튼 이제는 흥행작에서도 볼 수 있길 기대합니다.
‘협녀’의 김고은은 개봉 연기가 아쉬울 수밖에 없네요.
‘홍이’의 입에서 ‘엄마’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차이나타운’의 ‘일영’이 오버랩됩니다.
일정 부분 비슷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같은 배우가 연기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협녀’가 먼저 개봉하고, ‘차이나타운’이 뒤에 개봉했다면 캐릭터의 잔영이 덜 하겠지만,
‘차이나타운’의 ‘일영’이 ‘협녀’의 ‘홍이’보다 더욱 강렬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잔영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똑같은 연기라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김고은은 동년배의 연기자들과는 차별성 있는 외모를 가졌고, 강렬한 연기를 보일 줄 아는 배우입니다.
그리고 이전에 ‘차이나타운’의 감상 후기에서도 언급했듯이 몸을 참 잘 쓰는 여자배우입니다.
이번의 ‘전도연’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여배우들에게 한 가지 안타까운 부분이 ‘몸 쓰는 연기’가 약하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는 김고은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강렬한 연기들을 보여왔는데, 처음 도전하는 TV 드라마에서는 일상적이고 편안한 연기를 선보이길 기대합니다.
잠시 샛길>
김태우를 볼 때, 평생 악역은 할 수 없을 얼굴로 보였는데, 어느새 비열하 악인의 얼굴이 드러나는군요.
준호는 아이돌 중에서는 영화에서 가장 안착할만한 외모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역할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전형적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감시자들’, ‘스물’에 이어 아이돌의 후광이 느껴지지 않는 안정적이고 무난히 조화되는 연기를 보였네요.



3. 스크린을 가까이 마주한 최선의 선택
결론적으로 저는 ‘아름답고 섬세한 영상미’와 ‘떨림이 강한 연기’에 꽂혀서 이 영화를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이런 감상에 영향을 준 것은 아마도 ‘스크린과의 거리’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애초에 영화를 예매할 때는 스크린과는 거리가 있는 지점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막상 상영관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보니 스크린이 너무 작게 보여서 스크린에 가까운 자리(C열)로 옮겼습니다.
다행히 그쪽 열은 자리가 많이 비었더군요. 평소에는 그 정도 앞자리는 선호하지 않지만, 자막이 필요없는 한국영화이고,
영상미에 공을 들인 영화라는 사전정보가 있었기에 스크린에서 가까운 자리로 옮기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선택이 영화감상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네요.
가까운 자리에서 큰 스크린으로 영상과 인물을 마주하니 더욱 ‘주관적인’ 시선과 자세로 영화를 감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아마 스크린 전체와 앞쪽 관객석이 다 보이는 뒤쪽 자리에서 영화를 봤으면 좀 더 객관적으로 뜯어봤지 않았을까 합니다.
‘협녀’ 감상에 긍정적이었던 선택이었네요.
아무튼 혹평으로 가득한 영화를 혼자서 좋다고 추천하는 것은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취향은 다양한 것이고, 영화를 보는 시점의 자신의 상황과 외부의 환경도 영화 감상에 영향을 줍니다.
다른 사람들이 혹평하는 영화도 자기한테는 만족스러울 수 있을 겁니다.
미리부터 영화에 대해 판단하지 마시고, 보고 나서 판단해보세요. 의외로 본인한테는 맞을 수도 있습니다.
만족스럽지 않다면 관람비용이 아까울 수도 있지만, 영화를 보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문화 생활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극장 상영관에 걸리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집니다. 극장에서 보는 게 만족스럽게 볼 수 있는 최선입니다.
영화 비용이 다른 문화 상품들에 비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니, 극장에서 직접 본인만의 시선으로 영화를 판단해보세요.
남들이 다 아니라고 하는 영화를 혼자서 좋다고 하니 알바로 오해받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혼자서 응원하는 마음으로 올린 감상이니 오해하지 마세요~^^;
관람비용: 6,000원
지불의향: 9,000원(조조가 아닌 시간에 봤어도 돈아깝지 않았을 듯)
재관람의사: 조만간 조조로 한 번 더 볼 예정.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봐야 할 듯 ㅠㅠ
첫댓글 전 베테랑 예상외로 별루였는데....
암살은 보는내내 안타까워서...
그러신가요?^^; 저는 최근에 만족스러운 영화 생활의 연속인데요^^
재미있게 관람평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도연의 최근 부진이 좀 아쉽네요.
저도 아쉽습니다. 그래도 연기는 좋으니까요. 차기작을 기대해봐야겠습니다. '멋진 하루'의 이윤기 감독과 재회한다니...
@풀코트프레스 멋진 하루 잔잔하게 참 재미나게 잘 보았었는데 기대가 되네요.
@둠키 흥행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작품은 저도 기대가 됩니다^^
후기가 너무 재미나요. 재미나게 읽었어요 :-) 지금 베테랑 보러가고 있는데, 기대되네요. 협녀도 기대하고 있고요.
감사합니다~^^ 베테랑은 많은 분들이 좋아하니까 걱정이 안되는데, 협녀는 걱정되네요;;
오늘 보고 왔는데 영상미는 인정!! 현실은 초반에 보다가 지루해서 졸았죠.....ㅋ 솔직히 보다가 나가고 싶단 생각이...ㅎ
이해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