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 8일, 서울을 초고속으로 다녀오다
8월 19일 수요일 새벽, 길을 나섰다.
개벼룩 때문에 혼이 난 지니는 평소 좋아하던 집이 아닌, 로버라는 펫시터 앱에서 새로 찾은 집에 맡겼다. 집에서 15분 거리였고 별 다섯 개를 받은 시터라서 조금은 안심이 됐다. 전날 저녁 8시 반쯤 거금 265달러를 카드로 미리 결제하고 새벽길에 올랐다.
공항 근처에 미리 예약해 둔 커버가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차장에서 제공하는 승합차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새벽 6시쯤이라 아직 날이 밝기 전이었다. 차가 어찌나 덜컹거리는지 엉덩이가 찰과상을 입을 만큼 아팠지만, 여유 있게 공항에 도착했다.
캐리어 하나를 체크인하고 아침 9시가 조금 넘어 아메리칸항공을 탔다. 달라스까지는 40분 남짓. 나는 당연히 달라스에서 짐을 찾아 다시 체크인해야 하는 줄 알고 짐을 찾으러 나갔다. 그런데 내 캐리어는 별도의 절차 없이 서울까지 바로 간다고 했다.
다시 검문소를 통과해 오전 11시 20분 인천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기내에서는 비빔밥, 샌드위치, 아침용 달걀 요리 중에서 골라 먹었다. 그렇게 14시간을 날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평소 같았으면 냉큼 직행열차를 탔겠지만, 이번에는 5,700원짜리 일반열차를 탔다. 한 시간 정도 걸려 서울에 도착하고,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종각역에서 내려 숙소인 종로 큐브호텔로 들어갔다.
짐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워 5천 원을 주고 데이터를 충전했다. 길을 찾으려면 지도를 봐야 하니 인터넷은 꼭 필요했다. 냉동해서 가져온 주꾸미볶음과 밥을 먹고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금요일 아침이었다.
아침부터 서둘러 세종로에 있는 출입국외국인청에 갔다. 거소증을 연기해야 했는데 예약이 되어 있지 않아 처리할 수 없다고 했다. 한참 사정을 설명하니 직원분이 이 일을 도와주는 행정사분들의 명단을 알려주셨다.
그중 한 분을 소개받아 동대문역 근처 사무실로 찾아갔다. 사정을 말씀드리니 예약을 잡아 주시겠다고 했다. 너무 고마워서 사례비는 어떻게 드리면 되느냐고 여쭤봤더니 그냥 해 주시겠다고 했다.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사무실 근처에서 우거지 소고기 국밥을 한 그릇 먹고 오후에는 강동구에 있는 친구의 치과에 갔다. 엑스레이도 찍고 12월 예약까지 해 두었다.
토요일은 하루 종일 잠을 잤다.
일요일에는 지하철을 타고 강동구에 있는 상록분식에 갔다. 쯔양이 소개했던 곳이라 들깨순두부, 오징어볶음, 불고기뚝배기를 먹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다.
아쉬운 마음에 건너편 순두부집으로 들어가 순두부 맑은탕과 비빔밥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만 원에 세 송이나 하는 거봉 포도를 사고 메로나도 하나 샀다. 순두부 두 팩도 사 왔는데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직원에게 먹으라고 주었다.
월요일에는 종로에 볼일을 보러 갔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종로 3가의 우렁뚝배기에 들러 우렁순두부를 먹고, 자갈치 과자도 2천 원어치 사 먹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화요일에는 드디어 예약해 주신 덕분에 아침에 출입국에 가서 거소증 연기를 마쳤다. 큰일 하나를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머리를 자르려고 했는데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었다. 대신 낙원상가 쪽으로 걸어가 떡집에 들러 두텁떡과 쑥인절미를 사고, 작은 통닭 한 마리도 사서 돌아왔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수요일.
아침에 연신내에 가서 통닭을 사다 드리려고 했는데 가게가 늦게 문을 열었다. 대신 떡볶이와 순대, 튀김에 식혜까지 사서 고마운 마음을 담아 동대문에 있는 행정사 사무실에 가져다 드렸다.
그리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26일 밤 10시였다.
일주일 동안 정말 많은 일을 했다.
지니를 맡기고, 비행기를 타고, 거주증 문제를 해결하고, 치과에 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사고 싶은 것도 샀다. 그래도 이번 여행에 초적약을 해서 그런지 집에 계산해 보니 비행기값, 숙소 등을 제외한 한국에서의 경비만 114불 정도 쓴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지니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강아지를 기르니 남한테 맡기니 돈이 많이 들고 여행 가서 절약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절약한 것 같다.
돌이켜보니 정말 초고속 초절약 서울행이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다 했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만나고, 나름 먹고 싶었던 것도 먹었다. 무엇보다 지니까지 무사히 다시 데려왔으니 딱 좋았다.
짧지만 꽉 찬 일주일이었다.
첫댓글 딱 좋으셨군요.
정말 꽉 찬 한 주를 보내셨네요.
더워서 처지기 쉬운 때,
할일도 하고, 잘 먹고, 잘 보살피셨으니. 엄지척입니다. 홧팅
교장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번 트립은 집안일도 살펴보고, 거소증도 연장할 겸 다녀왔어요. 이번 겨울에 부산에 여유 있게 내려가면 좋겠지만, 경비를 감당하기가 조금 힘들 것 같아요. 제가 2월부터 이석증으로 집에서 쉬고 있어서 버젯이 많이 남아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내년 5월 10일 이후쯤 부산에 가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는 날씨도 지금보다 훨씬 좋을 것 같고요. 혹시 그때 구포 오일장에 가서 유명한 돼지국밥도 먹고 시장 구경도 같이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구포장은 5일과 8일에 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년 5월 15일이나 18일쯤 만나면 어떨까 싶어요.. 마른 제철 나물도 사고, 제철 과일도 조금 사고, 다시 멸치 같은 것도 사면 저는 참 좋을 것 같아요. 시장을 천천히 돌아다니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요.
올여름은 정말 덥더군요. 제가 사는 곳은 10월이나 되어야 좀 살 만해요. 😊
그럼 행복하고 건강한 9월 보내세요, 교장 선생님.
그렇군요. 5월이면 날씨가 더 좋지요.
스타님, 스케줄에 따르겠슴니다.
건강하시고, 경제적으로도 더 윤택하시고,
더 여유있는 나날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