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와세다(왼쪽) 한국 고려대(오른쪽)가 바둑을 끝낸 후 화기애애하게 복기하고 있다. |
한국의 바둑호랑이 고려대와 일본의 사학명문 와세다대가 만났다.
2월 25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1층 라운지에서 한국 고려대와 일본의 와세대가 '제5회 고려대-와세다대 바둑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고려대 참석자는 고려대의 유서깊은 바둑동호회 '기호회' OB들과 1학년 신입생들이 주축이 돼 나왔고, 일본은 50대 후반과 60대 이상의 시니어들과 와세다대 1학년이 주축이 됐다. 자연스레 시니어와 주니어 부문이 나눠지고, 10:10의 단체전으로 1라운드와 2라운드 대결이 치러졌다.
▲ 지도기에 지고나서 갑자기 눈물을 흘려 한철균 7단의 마음을 '짠'하게 만든 주인공, 쯔즈이 모모코 ○● 일본 여대생, 지도기 바둑지고 눈물
교류전이라 승부근성이 없을 거라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비록 내건 상금은 없지만 지고싶어하지 않는 자존심이 팽배했다.
오전타임 프로기사 지도기에 나선 한철균 7단은 "일본 대학생 3명과 지도기를 했는데, 보통 1판정도 질 거 같으면 한 판 정도 이기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승률을 맞추려 했다. 남학생 1명에게 지고 이어 여학생 1명을 이기게 됐는데, 갑자기 이 여학생이 진 것이 분했는지 눈물을 흘렸다. 아, 가슴 아프다. 져줄 걸 그랬나. 5점바둑이었는데 마음이 상한 것 같았다. 아무튼 승부근성이 있는 것 같다." 고 분위기를 전했다.
▲ 미우라 히로시(왼쪽)와 조혜연 9단이 복기하고 있다. 미우라 히로시는 서툰 한국말로 내이름은 "싼포호(三浦浩)"요 라고 말했다. ○● 와! 쎄다!, 와세다 바둑 - 바둑으로 다양한 사람 만난 인연, 인생의 보물
제5회 대회는 일본에서 총 10명이 왔다. 백발이 자연스러운 시니어 신사 5명과 풋풋한 새내기 대학생 5명이 팀을 꾸렸다.
일본팀 단장은 65세의 미우라 히로시, 일본 아마바둑 4천왕급으로, 일본의 전국규모 아마바둑대회를 9번 우승했었다. 제5회 교류전에 온 일본팀의 최고수이기도 하다.
많은 시간 바둑을 둬온 미우라 단장에게 물었다. - 지금까지 바둑을 둬오면서 좋았던 것이 무엇인가?
미우라 단장은 "바둑을 배워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 인연을 이어온 것, 그 인연이야말로 인생의 보물이다. 바둑이 아니었다면 직업과 나이, 신분에 상관없이 그렇게 많은 사람과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을 것이다." 라고 진지하게 대답을 했다.
고려대 출신 시니어 강자 이웅기 아마 7단은 "와!쎄다! 일본팀의 시니어들이 굉장히 쎄다. 오로바둑으로 치면 7단이나 왕별이다."라고 칭찬.
1회전은 일본 시니어들이 선전했지만, 한국의 젊은 새내기들이 남은 판을 모두 승리하면서 한국의 승리.
▲ 멋있게(?) 자유롭게 늙는 것에는 일본이 한국보다 조금 앞서는지도 모른다. 잘 다듬어진 콧수염과 장발 등 일본의 노년은 스타일이 제법 자유롭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최종우 고려대 기호회 회장 - 승부심 강하지만, 주최측이 균형을 맞춰
두 대학은 이전부터 축구,럭비,농구 등의 스포츠 교류전을 가져왔고, 바둑 교류전은 2007년부터 시작됐다.
최종우 고려대 기호회 회장(변호사)에게 대회 연혁 등 현황에 대해 들었다. 최 회장은 "한-일 대학의 바둑교류는 '서울대-도쿄대'가 고려대보다 먼저 있었다. 고대 기호회도 그런 교류전을 항시 생각해오다 현재 기호회 총무를 맡고 있는 양세모씨가 일본 유학중에 고려대- 와세다 대와 바둑교류의 다리를 놨다. 고려대가 교류를 시작한 후에 연세대가 게이오 대학과 바둑 교류전을 시작했다"고 설명.
교류전이 좋기야 하지만 경비 문제가 항상 내부적으로 중요하기 마련. 최 회장은 상황에 맞춘다고 한다. 최 회장은 "바둑교류전도 한-일 양국의 경기상황을 따라간다. 경기가 좋으면 규모도 커진다. 나빠지면 그 반대다. 그리고 주최측이 원정오는 측의 경비를 많이 대줘야 하니까, 원정오는 측이 미리 주최측에 부담을 주지않기위해 인원을 조정한다. 올해는 한국이 치르니까, 내년(6회)은 한국이 일본에 간다."고 말했다.
다 좋은데, 타이틀이 걸리지 않은 대회라 좀 맥이 빠지지 않을까? 절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최종우 회장은 "승부심이 다들 강해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매우 크다. 그렇지만 초청하는 쪽에서 균형을 맞춘다. 당연히 초청하는 쪽이 원정하는 쪽보다 선수가 많아서 강한 선수들을 많이 내보낼 수 있다. 1회전의 결과를 보고 너무 이기는 거 같으면 2회전 선수를 조정해 균형을 맞춘다."라며 웃었다.
1회전서 한국이 크게 이긴 후, 한국팀의 양세모 총무는 한국팀의 출전선수를 대폭(?) 조정하며 스스로 출전 선수가 됐다. 또 2회전에 출전했던 최종우 회장은 일본팀 선수가 진검승부인 '만원전' 내기바둑을 요청하자 '호선에는 내가 안될 것 같은데'라면서 흔쾌히 응하기도 했다. - 과연 1회전서 크게 이긴 한국팀, 2회전의 승부는 어찌 되었을까? 균형을 맞췄을까?
고려대 기호회는 2011년 보노겐배를 우승하는 등 대학바둑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고려대 출신 프로기사는 심종식 6단, 한철균 7단, 안달훈 8단, 하호정 3단, 조혜연 8단, 김명완 9단(미국에서 보급활동)이 있으며 이번 교류전에 지도기 및 대회 심판으로 활약했다.
와세다대학 참가자들과 관계자들은 교류전을 포함한 모든 일정을 2박 3일 기간으로 마칠 예정.
▲ 제5회 교류전, 일본 주니어 선수들에는 여대생이 2명 포함되어 있다.
▲ 조혜연 9단이 자신의 사활풀이 시리즈를 교류전 참가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줬다.
▲ 1회전서 가장 늦게 끝난 한판, 진지하기 그지 없다. 2회전 시작이 너무 늦어져 심판이 고민한다. 끝까지 계가하실래요? 아니면 심판이 계가 판정해드릴까요? 중앙에 손짓하는 안달훈 8단
▲ 프로들이 복기에 더 열심, 안달훈(왼쪽), 조혜연(오른쪽)이 수를 연구하고 심종식 6단(중앙)이 지켜보고 있다.
▲ 왼쪽부터 고려대 기호회 최종우 회장, 이웅기 아마6단(97년 세실배 준우승), 조군환 전기 회장(공인회계사)
▲ 2회전 대진을 정하는 기호회 양세모 총무(가운데), 한일 교류전의 다리를 놓았다.
▲ 2회전 페어바둑
▲ 2회전 모습, 조군환 한국선수
▲ 교류전 진행과 준비에 홍시범 A7대표가 도움을 줬다. 아마바둑 있는 곳에 홍시범 있다. 오로바둑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 2회전이 끝날 무렵이 되자 열기가 더욱 뜨겁다.
▲ 2회전이 끝날 무렵, 승자와 패자의 표정이 교차되는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