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명 비밀투표
2016. 12. 8
신 보 성
내일이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의 표결이 이루어진다.
표결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가결과 부결에 따라 나타날 현상에 대하여 여러 정치세력들이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탄핵안의 가결을 한결 같이 외치고 있지만 야당 자체에서도 혹시나 반대표가 나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탄핵 반대표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누가 찬성을 하고 누가 반대했는가를 사후에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증샷을 하자는 등등의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누가 찬성을 하고 반대했는가를 사후에 조사하거나 인증샷이나 기타 방법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기로 한 법의 취지를 몰각하는 위법행위임이 분명하다.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위헌적 처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합의체 국가기관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국회의원이 독립된 헌법기관이기도 하다.
국회의원은 소속정당이나 선거민의 의사 여하와 관계없이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의결권의 보장을 위해서 무기명 비밀투표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양심이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가치가 파멸하고 말 것이라는 마음의 소리이다.
어느 국회의원이 대통령에게 설사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의 잘못을 이유로 대통령 직을 물러나게 하는데 찬성하는 것은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파멸시키는 것이란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면 그 마음의 소리를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장치가 무기명 비밀투표제도인 것이다.
양심의 자유에는 양심형성의 자유와 양심을 지키는 자유가 있고
양심실현의 자유가 있다.
양심형성의 자유는 구체적인 사항에 관한 양심의 결정에 어떠한 외부적인 간섭이나 압력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의 내면적인 소리에만 따를 수 있는 자유이다. 양심형성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다수의 양심이 소수의 양심을 무시해서도 안 되고 소수의 양심이 다수에게 강요되어서도 아니된다.
양심을 지키는 자유는 양심을 언어나 행동으로 표명하도록 강제 당하지 않는 자유와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를 포함한다.
양심실현의 자유는 양심의 결정을 행동으로 옮겨서 실현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사람이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인격적인 자기실현이기 때문이다.
무기명 투밀투표제도를 변질시켜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는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양심을 지키는 자유와 양심실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더하여 탄핵안 표결 당일에는 국회 앞 광장을 개방하여 탄핵반대의원 규탄대회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 발상이야말로 국회 스스로가 국민대표기관으로서의 긍지와 책임감을 포기하는 것이며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여 국회의원의 의결권을 침해하는 일종의 협박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촛불민심을 자극하여 자기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소승적 견지를 탈피하여 이 시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인지를 심사숙고하여 대승적 처신을 해 줄 것을 정치권에 당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