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가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흔드는 모순, 원유는 '파고 또 파고 마구 파내라'가 될 수 없다 / 12/21(토) / JBpress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세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트럼프 씨는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고 있지만, 캐나다는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원유에 수출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대항할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유가의 침체로 미국내에서의 증산은 트럼프 씨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여, 관세를 둘러싼 캐나다와의 대립이 미국의 에너지 안전 보장을 흔들 리스크도 있다.
(후지 카즈히코 : 경제산업연구소 컨설팅 펠로우)
미 WTI 원유 선물가격(유가)은 이번 주 들어, 1 배럴=69달러에서 71달러 사이에서 추이하고 있다. 하한가가 절상해 레인지권의 폭이 작아지는 한편, 1일의 흔들림 폭은 커지고 있는 감이 강하다.
우선 여느 때처럼 세계 원유시장의 수급 움직임을 확인해 두고 싶다.
중국 국유 석유 대기업인 중국석유화공집단(시노펙)은 12월 19일, 「중국의 원유 수요는 2027년에 피크에 이른다」라고 전망을 나타냈다. 2027년의 피크는 일량 1600만 배럴 이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노펙은 지난해 2026~2030년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했지만 올해는 더 명확한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자동차와 전기자동차(EV) 보급으로 디젤과 가솔린 수요가 감퇴하는 것이 주된 이유다.
최대 석유 국유기업인 중국석유천연기집단(CNPC)도 지난주 같은 이유로 중국의 원유 수요는 내년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기존 전망을 5년 앞당겼다.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해 온 국유 석유 대기업인 중국해양석유집단(CNOOC)도 14일 미국 멕시코만의 권익을 유럽 석화 대기업인 이네오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원유 수요의 정점이 가깝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의 11월의 원유 수입량은 전년비 14.3% 증가한 일량 1181만 배럴로 7개월만에 호조였지만, 비축의 증가가 주된 요인이었다(12월 16 일자, OILPRICE).
중국은 과거 20년에 걸쳐 세계의 원유 수요를 견인해 왔지만, 지금은 옛날이다. 세계 원유시장의 구도가 앞으로 크게 바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공급 측면으로 눈을 돌리자 유럽연합(EU)은 16일 러시아가 석유 거래에서 서방국의 제재 회피에 이용하고 있는 그림자 선단에 대한 추가 조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 선박은 27척에서 79척이 된다. 영국도 17일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을 구성하는 20척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 충돌할 가능성은?
석유 수송에 종사하는 러시아 선박의 사고도 발생했다. 흑해와 아조프해를 잇는 케르치해협에서 15일 러시아 선적 소형 유조선 2척이 거친 날씨로 좌초돼 이 지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환경재해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난파된 2척은 건조된 지 50년이 넘었으며 사고 당시 총 6만 2000배럴의 석유제품을 싣고 있었다. 러시아의 해상 석유 수송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란의 원유 수출도 저조하다. 11월의 원유 수출량은 전월대비 52.4만 배럴 감소한 일량 131만 배럴이었다. 이스라엘과의 긴장 고조가 수출 가격을 끌어올리자 큰손인 중국의 독립계 정유소들이 사재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원유 시장은 반응하지 않고 있지만 중동 정세는 전혀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리아인권감시단(영국)은 16일 아사드 정권 붕괴 후 시리아에서 이스라엘군이 벌인 공습은 470회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시리아로부터 탈취해 병합을 선언한 골란고원의 정착민을 배증시키겠다고 하고 있고, 이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가 맹반발하고 있다.
하마스, 헤즈볼라의 약체화에 더해 아사드 정권이 붕괴함으로써, 이란이 주도해 온 「저항의 축」은 붕괴 직전이다. 이스라엘군은 19일 최후의 일각이 된 예멘의 반정부 무장조직 후시파에 대해 공격을 가함과 동시에 지도부의 암살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일간지는 14일 이스라엘군이 제공권을 장악함에 따라 이란의 핵 관련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13일 트럼프 당선인이 이란의 핵무기 제조를 막기 위해 공습 가능성을 포함해 이란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면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유가는 또다시 100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취임 전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원유시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언동에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다.
■ 관세 캐나다 원유수출세 맞불
트럼프 당선인은 규제 완화를 통해 증산을 꾀하고 유가를 낮추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OPEC플러스(OPEC과 러시아 등 대산유국으로 구성)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탄생을 우려하고 있다(12월 18일자 OILPRICE). 하지만 다행히 OPEC의 걱정은 기우에 그칠 것으로 본다.
유가 하락은 채굴 비용 상승을 고민하는 미국 석유기업에 역풍으로, 10년 전과 달리 채산이 맞지 않을 위험을 무릅쓰고 트럼프가 주장하는 것처럼 파고 파묻기가 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캐나다에 대해 관세를 25% 부과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원유 수입량은 일량 700만~800만 배럴, 그 중 약 6할(약 400만 배럴)이 캐나다로부터이다. 일부 정유소는 값싼 캐나다산 원유에 의존하고 있어 대안이 없다. 캐나다산 원유에 25% 과세하면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에 제외 조치가 마련되겠지만 도매상들이 도매를 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12월 13일 자국 공산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캐나다 정부는 원유 등에 수출세를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도 자주의 공산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생산 중인 전력의 미국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관세 조치는 트럼프 씨가 내거는 미국의 에너지 안전 보장의 향상(에너지 도미넌스)을 크게 후퇴시켜 버리는 심각한 부작용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공약은 용감하지만 모순이 많다. 게다가 예측 불가능하다. 세계 원유시장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후지 카즈히코 / 경제산업연구소 컨설팅·펠로우 1960년 아이치현 출생. 와세다대학 법학부 졸업. 통상 산업성(현·경제 산업성) 입성 후, 에너지·통상·중소기업 진흥 정책 등 각 분야에 종사한다. 2003년에 내각관방에 파견(이코노믹·인텔리전스 담당). 2016년부터 현직. 저서로 「러일 에너지 동맹」 「셰일 혁명의 정체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일본을 구한다」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