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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숫물도 고이면 바위를 뚫고,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일으킨다.
푸아티에 가문의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 오늘은 도입과 말미에 모두 조각글이 있습니다. 스크롤 압박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컴퓨터로 보시는 분은 창 크기를 위의 카페 헤더 너비에 맞춰 조절하시면 읽으시는 게 좀 더 수월합니다.
☆
아버지.
실바람처럼 고요하고 잔잔한 목소리였다. 소리의 주인공은 다소 마른 몸을 단정한 회청색 드레스로 감싸고 다소곳이 두 손을 모은 채 웃었다. 여름날 피는 하얀 꽃처럼 해끔한 얼굴로 웃는 맏딸 파트리샤를 보고 기욤은 마주 미소를 지었으나 내심 아쉬웠다. 언제쯤이면 저 그림자가 둘로 늘어날 수 있을까.
“어머니는 미열이 있어서 줄리아나와 함께 벌써 잠드셨어요. 저랑 함께 가요.”
“그래. 그러자.”
기욤은 파트리샤의 손을 잡고 말을 대기시켜놓은 데까지 잠시 걸었다. 푸아티에의 가주가 자녀에게 차별을 두지 않고 사랑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일이었고 이젠 아키텐 왕국에서 공주가 부왕과 말머리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수시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기욤은 딸을 직접 말 등 위에 앉힌 후 자신의 애마를 앞서 몰았다. 밤색 털과 검고 큰 눈이 아름다운 두 말은 탑승자와 마찬가지로 부모자식 사이였다.
“이젠 이 아이가 제 말을 잘 들어요.”
파트리샤는 콩스탕스를 닮아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었다. 개체 차이가 있지만 말은 기본적으로 겁이 많은 주인은 따르지 않는다. 말 자체가 겁이 많은 생물이라서. 말이 불길이 치솟고 창검이 번뜩이는 전장에 뛰어들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 자신과 함께하는 이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신뢰를 줄 만한 주인이 아니라면 절대 따르지 않는다. 그러니 평소 같았으면 주인 될 이에게 아직 안장을 얹지 않은 어린 망아지를 골라 시간을 들여 가까워지게 하면서 승마술을 가르쳤을 텐데.
“네가 잘 대해주니 그렇겠지.”
시간이 없었다. 왕국의 모두에게 그들의 공주가 연약한 소녀가 아니라 엄연한 지배자이며 여타 남자들 이상의 역량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말을 타지 못하는 걸 사람들은 큰 결격 사유로 본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자식이 부모를 자연히 따르는 걸 이용해 자식말이 자신의 위에 탄 사람에게 익숙해지도록 했다. 다행히 결과는 순조로웠다.
본성의 문 앞에 다다르자 미리 대기하던 기사와 위병들이 국왕과 공주를 향해 예를 올리고 뒤를 따랐다. 말쑥하게 입은 갑사 한 무리가 주군 부녀를 위시하며 성문을 나가 이동하는 모습은 꽤 장관이었다. 성 아래 거주민들은 주인이 대공이었던 시절보다 더 빈번히 행차를 구경했다.
가도를 지나 벌판이 나오자 그들은 말을 달렸다. 머리 위로 내리쬐는 태양 아래 짧은 그림자가 조금씩 벌어졌다. 드넓은 평야에서는 햇볕에 익은 흙냄새와 더불어 코를 찌르는 새콤달콤한 향기가 물씬 풍겼다. 기욤은 고삐를 늦춰 말을 천천히 걷게 했다. 포도가….
“작황이 그렇게 좋진 않아요.”
부왕의 시선을 파악한 파트리샤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특별히 병충해가 발생하거나 농민들이 게을렀던 건 아니에요. 올해는 유달리 구름 낀 날이 많았잖아요. 일조량은 적고 강수량은 많아서 작년에 비해 모든 것이 다 보름 가까이 늦어질 거예요.”
조곤조곤한 목소리에서 말없는 타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니 당분간은 내실에 집중하고 일을 벌이지 마라. 전쟁을 수행하는 건 장병들만이 아니다. 부재중인 성주를 대신해 여주인이 내치를 보고 내부의 인원이 경제를 유지하면서 전선으로 보낼 군량과 군비를 확보하는 등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 여유분이 하늘에서 떨어질 리는 없고, 아무리 풍년이라도 생산량에는 한계가 있다.
“10월이 오기 전까지 겨울 방책을 생각해 보마.”
흉작이 예고된다면 일부러 역사를 일으켜 영민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것도 타개하는 한 방법이다. 허나 가을걷이를 할 때까지 다행히 큰 비가 오지 않는다면 일을 벌여봐야 올 사람이 없다. 기욤은 연두색, 빨간색, 자주색 알이 섞여 알록달록한 포도 중에서 흑자색으로 깔끔하게 잘 익은 포도를 찾아 홱 땄다.
“자네들도 몇 송이 더 찾아보게. 먹으면서 가지.”
기욤은 자신이 딴 포도를 딸에게 넘겼다. 아직 승마가 서투른 파트리샤는 한 손만 사용해 고삐를 쥐게 되자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아아, 어디서 이런 모습을 본 것 같다 싶더니.
기욤은 저 멀리 묻어두었던 빛바랜 추억 한 조각을 꺼내 펼쳤다. 노을빛으로 물든 추억 속의 주인공은 파트리샤를 아주 많이 닮은 어린 공주였고 신랑을 따라 낯선 곳으로 처음 온 새색시였다. 신부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어렸던 신랑은 신부에게 그를 키워낸 고향을 보여주고 싶었고, 말은커녕 마차도 몇 번 타 본 적이 없을 만큼 곱게 자랐던 신부는 결혼식을 올린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중노동을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종자도 위병도 없이 겁 없는 짓을 했지. 기욤은 무심결에 피식 웃고는 이내 표정이 흐려졌다. 아내와 말을 달리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다. 첫 아이 파트리샤를 잉태하자마자 승마를 금지 당했고, 아이가 많아질수록 아내의 자유가 박탈된 시간 또한 길어졌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지금은 오히려 사이가 더 벌어졌고. 푸아티에 가문의 명운을 걸었던 독립 전쟁도 벌써 5년 전 일이건만 아내의 얼굴을 보는 건 사적인 시간보다 공적인 시간일 때가 훨씬 많았다.
- 야! 미쳤어? 저리 비켜!
갑자기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리자 말이 푸르르하며 낮게 울었다. 타박타박 이동하던 새에 어느새 산그늘이 짙은 곳으로 와버렸다. 경계에 익숙한 기사와 위병들이 재빠르게 창을 고쳐 잡고 눈을 크게 떴다. 그러거나, 말거나. 알아듣기 어렵게 여럿이 단체로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나더니 잿빛 연기가 모락모락 솟았다. 소리로 짐작컨대 인원은 예닐곱. 기욤은 손짓으로 전원을 하마시키고 불이 났으리라 짐작되는 곳으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아무 일도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일이 벌어졌다면 서둘러서…….
“어, 아버지! 누나! 시몬 아저씨!”
낯선 아이들 틈에서 얼굴에 검댕을 묻히고 햇살처럼 환하게 웃는 갈색머리 소년, 아니 아키텐의 하나뿐인 왕자 조슬랭을 보고 어른들은 그대로 멈춰 섰다. 제법 좋은 입성으로 나갔을 것이 분명한데, 왕자는 그 얼굴을 익혀두지 않았다면 촌부의 아이와 분간이 가지 않을 뻔했다. 앞섶을 풀어헤친 건 날이 더우니 그렇다 쳐도 겉옷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사고에 정지가 온 것은 함께 어울리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근처에 살면서 위병을 대동하고 다닐 수 있는 귀족은 왕가 아니면 카스틸리옹 남작가 뿐인데, 지금 등장한 무리의 대장이 머리가 허옇게 센 남작이 아니라는 건 당연히 안다. 정말 임금님과 공주님인가? 아니, 그보다, 이 녀석이 정말 왕태자라고? 그렇게 가족인 국왕과 공주를 제외하고 모두들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주저하던 차에 매캐한 연기가 더 심해졌다.
맞다, 불!
“저, 저희는 그냥…. 그러니까….”
어서 비켜! 성급한 어른들은 여유를 갖고 변명을 기다리는 대신 아이들을 제치고 연기의 진원지를 확인했다. 돌을 둥그렇게 이어 놓아 만든 간이화덕. 그건 잘했다. 그런데 그 위에 파직파직 불꽃이 튀면서 시꺼멓게 타고 있는 토끼는 잘한 게 아니다. 연기가 유달리 짙었던 이유는 고기를 익히기 전에 털가죽을 하나도 벗겨내지 않아서였다. 분명 구이를 하려면 손질을 거쳐 살코기를 발라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의 솜씨겠지.
“……우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주지 않겠니? 사랑하는 동생아.”
파트리샤가 굳이 ‘사랑하는’을 붙인다는 건 기분이 언짢다는 반증이란 걸 여러 사람들은 다년간에 걸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화살 끝이 향하는 대상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잘못한 게 없으니까!
“…미안합니다아.”
그러나 얌전하던 사람이 화나면 제일 무섭다는 진리를 알고서도 굳이 맞서는 건 바람 앞에 촛불을 내던지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이럴 때는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자. 잘못한 게 없다는 건 누나 앞에서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데.
“뭐가 미안한 건데?”
이번에야말로 말문이 막혀버린 조슬랭은 도움을 요청할 대상을 찾았다. 일단 완벽하게 누나 편일 아버지는 아니었다. 그럼 누구? 없다. 사람이 열 명이 넘든 백 명이 모이든 무서운 누나에게서 자길 보호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쳇.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조슬랭은 기가 저절로 죽었다. 후우. 파트리샤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첫째로, 혼자 나가지 마. 둘째로, 말도 없이 나가지 마. 셋째로, 나가 놀 거면 옷 갈아입고 나가. 넷째로, 잘 다루지도 못하면서 초목이 있는 데에서 불 피우지 마. 마지막 다섯째, 여러 사람 곤란하게 만들지 마.”
파트리샤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다가.
“안 그래도 아버지에게 이번 작황이 좋지 않을 거라고 말했는데 네가 들판에서 쏘다니다가 가을걷이할 걸 다 태워버리면 내가 무슨 면목으로 일을 계속하겠어? 안 그래도 다들….”
날 싫어하는데. 파트리샤는 입술 속으로 뒷말을 갈무리했다. 이 이상은 화풀이다. 파트리샤는 손을 내밀어 아직도 풀을 깔고 주저앉은 조슬랭을 일으켰다. 다가오는 11월에 15세 생일을 맞이할 어린 소년이지만 이미 신장만은 누나와 비슷했다. 나도 이랬다면. 만약 내가….
“다 아버지 때문이에요.”
옆에 있는 사람만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말을 한 이조차 자신이 말한 것이 소리가 되어 나갔는지 그냥 마음속에서 떠오르다 사라졌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아버지가 왜?”
“……나?”
하필이면 바람도 불지 않아 부자가 모두 듣고 말았다. 파트리샤는 눈을 두어 번 깜빡이는 짧은 시간 동안 말을 골랐다.
“…할머니와 숙부님이 그러셨어요. 얘가 아버지를 닮아서 천방지축이라고. 아버지도 조슬랭이 우리 남매 중 가장 아버지를 닮았다고 그러셨잖아요.”
없는 말을 하진 않았다. 사실로만 구성된 답을 하며 파트리샤는 일부러 조슬랭의 옷을 작은 손으로 툭툭 털었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부왕을 볼 자신이 없었다. 뛰어난 부모를 자식이 그대로 닮았다는 건 분명 미담이다. 파트리샤는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조슬랭의 사교적인 성격이 부러웠고 멋진 청년으로 변하는 건장한 몸도 부러웠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부러운 것은 조슬랭만이 아버지를 이을 유일한 자식이라는 점이었다. 아버지가 푸아티에의 가주이자 독립전쟁을 이끈 아키텐 왕국의 초대 국왕이라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부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쟁에서 언제나 승리만을 거뒀던 상승장군이라는 점만으로도 자신이 짊어질 수 있는 이름이 아니었다. 세상에는 아무리 원해도 꿈조차 꿀 수 없는 게 있다. 아마도, 태어날 때부터.
“그럼 왜 나만 쥐 잡듯 잡는 건데?”
퍽. 옷의 흙먼지를 털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눈치가 없는 게 이럴 땐 다행이구나.
“억울하면 오빠로 태어나지 그랬니. 그랬으면 지금쯤은 더 얌전했을 텐데.”
네가 아예 우리 남매의 맏이였으면 내가 너를 보면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하진 않았을 텐데. 누구도 영영 들을 수 없는 말이 파트리샤의 심장 언저리를 묵직하게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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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로 인사드리는 기욤입니다. 안녕하세요.
무력으로 즉위했으니 더더욱 교회의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제 즉위는 신의 뜻이고 제가 아키텐의 통치권을 신에게서 위임받았다고 만인에게 증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바티칸으로 사자를 보냅니다. 우리 집으로 올래?
바티칸의 소식을 기다리던 중, 지난 전쟁의 소중한 연합이었던 외사촌형 부르고뉴 공작 외드 2세가 기꺼이 아키텐 왕국의 일원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감사하고도 현명한 판단이군요.
부르고뉴는 현재 아키텐 왕국과 프랑스 왕국, 그리고 신성로마제국 사이에 끼여있습니다.
공작령 하나만으로는 가문의 존속을 장담하기 어려울 겁니다.
적어도 아키텐 왕국에서는 부르고뉴 가문이 변함 없이 번성할 겁니다.
제 외가니까요.
피카르디 공작 쪽에도 좋은 회답을 기대했지만, 피카르디 공작은 우리 아키텐 왕국과 프랑스 왕국, 잉글랜드 왕국 셋에 끼여있는데도 무슨 배짱인지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맞다, 피카르디 공작은 제정신이 아니었지.
그래도 한때나마 동지였는데 저 편의 선제공격 없이 먼저 피카르디를 노리는 건 내키지 않습니다.
지금 피카르디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자랑스러운 제 아우 위그입니다.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형을 따라 수 많은 전장을 누빈 역전의 용사입니다.
이제 이 녀석과 1:1로 싸우면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군요. (*기욤 전투기술 10, 위그 전투기술 36)
그런데 지휘관 월급은 어디다 까먹고 빚을 진 거야? 주식 샀니?
왕이 되었으니 아우의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겠습니다.
마침 제수씨가 반 플란더렌 가문의 딸이었지요.
"둘이 함께 잘 다스리리라 믿는다. 연락 자주 하고."
그래서 모두가 탐내는 플랑드르를 통째로 줬더니 형을 향해 주먹을 치켜듭니다. 어?
하지만 절 지극히 사랑하는 아우가 제게 주먹질을 할 것 같진 않군요.
전 앙주 공작은 독립전쟁 도중에 불행히도 요절했습니다.
풀크라는 19세 청년이 투르 백작이 되었네요.
잠시 맡아둔 것 뿐이었으니 앙주 가문에게 앙주를 돌려주겠습니다.
"자네 아버지와 형이 다스리던 영역을 모두 돌려주겠네. 우리는 가까운 친척이니 앞으로 많이 도와주게."
자문회에 넣어주지 않는다고 빨간 주먹을 치켜듭니다.
이 어린 놈이 립서비스라는 개념이 머리에 박혀있지 않은 건가…….
아이야, 넌 국정을 맡기엔 너무……. 아니다, 열심히 공부하렴.
내가 네 나이 때에는 이미 프랑스의 재상이었다만…….
내가 해봐서 아는데……. 중얼중얼…….
교황성하께서 출장비 250원을 청구하셨습니다.
좋습니다. 기꺼이 내지요.
그런데 제가 옛 동지를 먼저 치진 않겠다고 하자마자 피카르디의 실성한 토마스 드 듣보잡 코시가 절 대상으로 한 반국가연합에 합류했군요.
밟는 거야 간단하지만, 지금 아키텐은 베드로의 후계자를 초청하고 축제를 준비 중입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경사를 앞두면 몸을 삼가지요.
어차피 우리는 왕국이고, 저 쪽은 고작 바닷가 변두리 땅을 가졌을 뿐인 공작입니다.
"내버려 둬라. 프랑스 안에서는 강자였으나 지금의 코시는 아무것도 아니다."
영역 전체에 대관식을 알리는 방이 붙습니다.
사신들이 초대장을 받들고 이웃한 군주의 궁정으로 떠납니다.
아키텐은 그들의 주인을 충실히 섬긴 보상을 받을 겁니다.
보르도는 변방의 도시가 아니라 새로운 왕국의 중심부가 될 테니까요.
당조카인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끝으로 귀빈들이 다 참석했습니다.
처남은 당연히 안 왔습니다. 올 리가 없겠죠.
왕조를 개창하는 제게 도움을 주고 싶은지 군주들이 저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세상 문제의 95% 정도는 돈으로 해결되더군요.
나머지 5%는 돈으로도 해결 못할 문제들이고…….
그런데 성문 쪽이 시끄럽습니다.
"폐하, 글쎄 이 자가 꼭 폐하를 뵈어야겠다면서…."
우수한 취업준비생이 절 찾아왔습니다.
스물넷밖에 안 된 젊은 청년인데 어디서 수련을 했는지 상당히 강해보입니다. 네 스승이 누구니…?
"먼 길을 오느라 피로할 터이니 우선 밥부터 먹게. 저녁에 자네를 지도해 줄 이를 소개하지."
곧 겨울인데 신참이 들어왔으니 제 대장군이 좋아하겠군요. 눈 치울 인원이….
"국왕폐하, 오래 통치하소서!"
10월 30일,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사랑하는 아내 콩스탕스와 함께 왕관을 썼습니다.
변화된 모습과 아키텐의 영역입니다. 보이지 않지만 플랑드르도 아키텐 왕국의 영역이지요.
이번 대관식 진행으로 보유금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아이들도 아직 어리고, 축제로 들뜬 분위기에 냅다 찬물을 끼얹기도 뭐하니 당분간은 얌전히 있겠습니다.
제 대장군 엔초가 늦둥이 아들 체사레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 대관식으로 보르도가 10월부터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지금까지 쭉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말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이웃 지역에 한 번 가기도 엄두를 내기 어렵습니다.
이 와중에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건 쉽게 얻을 수 없는 특수입니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요. 어차피 농번기도 지났으니, 풀어만 주면 다들 알아서 할 테고.
아들 조슬랭이 어느새 열 살이 되었습니다.
이젠 공작의 아들이 아니라 왕태자가 되었으니 태자비가 될 아가씨를 찾아야겠습니다.
스코틀랜드 왕의 어린 누이 유나 공주가 천재군요. 마음에 듭니다.
마침 아홉살이라니 조슬랭과 잘 어울리겠죠.
스코틀랜드 왕에게 혼담을 보냅니다.
맏딸 파트리샤가 성년이 되었습니다.
첫 아이라 그런지 엄마를 많이 닮았습니다. 외모는 친할머니인 제 어머니를 좀 닮았지만, 성격이 비슷하네요.
소심하고 순하지만 아주 명석하고 재무에 밝은 아이입니다.
분명 좋은 혼처가 기다리고 있겠죠.
공주로 태어났으니 군주의 배필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겠죠.
그렇지만….
"저 순한 아이가 낯선 이방에서 어떻게 살아간단 말인가? 도저히 먼 곳으로 보낼 수가 없구나."
세 살 연하의 천재 소년과 약혼을 맺어둡니다. (*생일이 지나지 않았음)
벌써부터 될성부른 떡잎이네요. 장래가 기대됩니다.
"엔초, 늦었지만 그 동안 자네가 내게 베푼 봉사에 대해 보답하겠네. 자네는 이제 귀족이야. 어린 체사레가 자네 뒤를 이어 페리고르의 백작이 될 걸세."
대장군 엔초에게 예전에 반역자에게 회수했던 페리고르 백작령을 하사했습니다.
왕을 위해 목숨을 건 이는 합당한 보상을 받을 겁니다.
수오미가 자신들의 토속 신앙을 버리고 카톨릭 교회의 품에 들었다 합니다.
돈이 어느 정도 모였군요.
전 왕의 보물금고를 채우고 싶어졌습니다.
이제 나라가 갈라진 처남이 겨우 여백작에게 맞고 있을 정도로 약해진 어느 날…
조슬랭은 활달한 소년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라고 하는 건 쥐약이겠죠.
그래서 공부 시간을 빼먹고 제가 부른 세공장을 귀찮게 하는…….
아니, 책에 있는 것만이 공부는 아니니까요.
아이가 모처럼 흥미를 보이는 분야가 있는데 그걸 막았다가 무슨 원망을 들으려고….
"내 하나뿐인 아들이다. 해달라는 건 다 해주게. 불에 가까이 가는 것만 조심시키고."
곧 여름인데 조슬랭이 이색수업을 잘 견딜지 모르겠네요.
"아버지. 저도 아버지를 위해서 일하고 싶어요. 어려우시겠지만…."
우리 기특한 맏딸이 태어나 처음으로 아비에게 부탁을 합니다.
그리고 제 왕국에서 우리 딸이 제일 똑똑합니다. (*현 재무관 관리력 15)
원래 재무처럼 기록이 주를 이루는 영역은 가장을 비롯한 남성 가족원이 부재한 동안 여성 가족원이 도맡는 일이기도 했지요. 그러면 왕국 재무관이 왕의 딸이어도 상관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베아른 백작 가스통 그 친구도 모은 돈을 쓰지도 못하고 철야와 특근이 이어지는 월급쟁이 생활보다야 돈 많은 백수의 꿈을 이루는 게 훨씬 더 즐겁지 않을까요?
"처음에야 시끄럽겠지. 그러나 모두들 네게 익숙해진다면 후일 또 다른 공주가 자문회에 출석하는 걸 봐도 더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
특별히 전 재무관에게는 퇴직금을 쥐어줬습니다.
돈 싫다는 사람은 못 봤거든요.
3종신기 아니…….
어쨌든 진주왕관과 홍옥왕홀, 황금 검이 갖춰졌습니다.
푸아티에 왕조가 이어지는 한 대를 이어 신왕에게 계승되겠죠.
그런데…….
조슬랭의 약혼이 파기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 왕의 마음이 변한 걸까요?
"스코틀랜드에 어떤 복마전이 펼쳐졌단 말인가…. 어린 아이가 안됐구나."
유나 공주는 작년 이맘때 불운히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같은 인간에게 잡아먹혀서….
스코틀랜드 왕실은 전염병을 피해 오랜 기간 칩거했다고 하니….
운이 없었군요.
다행히 푸아티에 가문과 조슬랭을 위해 보헤미아의 왕가 프르셰미슬 가문에 천재 소녀가 있었습니다.
차후 사돈댁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이 즈음 둘째딸 필리파가 통치자와 결혼하고 싶어해서, 비잔틴 제국의 모에시아 공작에게 시집보냈습니다.
둘째사위와 필리파는 한 살 차이입니다.
10월이 되자 스코틀랜드에서 약혼대로 아들을 데려가라고 신부에게 줄 반지를 보냈습니다.
천재 맏사위가 드디어 성년이 되었군요.
바로 승락했습니다.
1116년 10월 초, 아키텐 왕국의 첫 국혼은 성대했습니다.
천재로 소문난 신랑과 왕이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직접 재무관을 맡길 만큼 총명한 신부의 결합이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부의 앞날을 축복했습니다.
비록 신랑이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지만….
열두 살 어린 나이부터 아키텐 왕이 맏사위로 점찍었는데 아무 여자나 쳐다볼 순 없었겠죠.
그렇죠?
'내가 내 딸과 저 아이에게 몹쓸 짓을 한 건지도 모르겠군…….'
심란해하던 중에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다가옵니다.
"폐하, 긴히 아뢸 것이 있습니다. 잠시만 주위를…."
"……알았다. 이만 물러가게."
전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부모로서 아이의 행복을 가장 우선하려 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아들이 살아갈 이 세상은 설령 아들이 왕이라 해도 마음대로 하게 두지 않을 겁니다.
제가 미래를 위해 준비한 안배는 모두 버거운 짐이 되지나 않을까요.
'널 위해서 이 왕국을 만들었는데…. 그게 오히려 널 옥죄는 결과가 되고 말았구나. 차라리 필부에게서 태어났으면 좀 더 행복했을까…….'
천천히 시간만 흘러갑니다.
제 명재상 마리가 대박을 칩니다.
바르셀로나 공작령의 클레임을 통째로 물어왔습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를 얻으려면 국가 총력전을 각오해야 합니다.
바르셀로나 공작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아키텐 국왕인 제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보다 더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원정을 해야 하는 입장이고, 바르셀로나와 아키텐 사이에는 피레네 산맥이 있습니다.
우선 마리를 돕기로 하고, 원정은 보류합니다.
바르셀로나 원정을 그나마 용이하게 수행하려면 피레네 산맥 이남에 보급지가 될 곳이 있어야 합니다.
알바라신 백작령 하나를 갖고 있는 무늬만 공작이 있으니 바티칸에 명분을 요청합니다.
사돈이던 히메나 가문은 이미 망하고 '드 바르바스트로'라는 웬 듣보잡 가문이 아라곤 공작이라 칭하면서 알바라신만 점거하고 있는 기괴한…….
제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군요.
아무튼 공작위에 대한 명분이 아니라 백작령에 대한 명분이므로 실질적으로 신앙심 반액세일입니다.
교황께서 허락하셨으니 알바라신을 얻기 위한 전쟁을 겁니다.
1118년 11월 20일은 제 사랑하는 아들 조슬랭의 16세 생일입니다.
"생일 축하한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아키텐의 후계자는 큰누나처럼 재무 능력이 뛰어나고, 건장하며 근면하고 인내할 줄 알며 조신하고 용감합니다.
고작 알바라신 하나일 뿐인데 왕이 친정할 필요까진 없겠죠.
가족이 함께 모여 성년을 맞은 아들을 축하했습니다.
저 없어도 잘 싸우는 우리 장병들입니다.
알바라신을 제가 관리할 건 아니고, 이 상을 받아야 할 이가 있습니다.
"고마움을 말로 다할 수 없네. 허나 상이 너무 늦었군. 바르셀로나를 얻으면 더 보상하겠네."
유대인이라는 게 뭐가 중요한가요.
그는 평생을 절 위해서 일했습니다.
우선 병력을 늘리기 위해 훈련소를 새로 짓습니다.
바르셀로나는 만 명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아키텐의 병력은 7천을 조금 웃돕니다. 아키텐이 부를 동맹은 없습니다. 아키텐은 원정군이 되어야 합니다.
국고를 병력 증강에 투자합니다.
2~3년만 기다리면 성과가 나올 겁니다.
"가지 마라……, 날 두고 가지 마…! 우리 형제가 함께 일궈낸 왕국이잖아…!!"
1120년 새해가 밝고 얼마 지나지 않은 1월 말, 동생 위그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첫 전쟁이었던 이집트 십자군 원정, 플랑드르 정복, 툴루즈 정복, 앙주 정복, 독립 전쟁 등 제가 참여한 모든 전쟁에는 언제나 아우가 함께 있었습니다.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던 제게 또 다른 비보가 날아들어옵니다.
"……고마웠어. 형…. 잘 가…."
독립전쟁의 연맹이었고 이후 제 자문회에서 조언자로 있으면서 절 많이 도와준 외사촌형 외드 2세 외드 드 부르고뉴도 60세를 일기로 사망했습니다.
잠든 것처럼 편안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시설 발전 기금 탓에 국고는 바닥을 보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좌장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영토 내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덕분에 영역은 순조롭게 번창하고 있습니다.
약탈도 겪지 않았습니다. 파트리샤가 우수한 재무관이라 수금도 순조롭습니다.
왕태자 조슬랭은 저 이상으로 군재가 있는 아이입니다. 곧 제 숙부처럼 훌륭한 장군이 될 수 있습니다.
슬픔에 잠겨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조금만 더 모으면….
조금만 더….
☆
사서 일을 만드는 유형이라고 네가 그랬는데. 기욤은 충혈이 되어 흐려진 눈으로 아무도 없는 옆을 보았다. 밤의 어둠을 겨우 촛불 몇 자루만으로 밝힌 터라 그에게 보이는 건 어둠과 가구에 반사되어 보이는 흐린 실루엣뿐이었다. 정말 없구나. 떠나갔구나. 폐부를 깊숙이 꿰뚫는 지독한 공허가 그를 묵직하게 짓눌렀다.
“……미안하다. 미안해.”
왜 좀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우리 형제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걸 왜 몰랐을까. 처의 고향이자 자신의 영지이기도 한 플랑드르에서 보르도로 돌아온 위그는 더 이상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다. 어딜 가도 심지어 지중해를 가로지르는 항해를 할 때도 창검이 오가는 전장에서도 묵묵히 곁을 지키던 다정한 눈을 이젠 볼 수 없다. 손만 내밀면 바로 잡을 수 있었던 거리는 함께한 추억만큼이나 아스라이 멀어졌다.
기욤은 저도 모르게 손으로 눈을 꾹꾹 누르고 자신의 앞에 놓인 지도를 보았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재상으로 충직히 일한 마리가 알바라신의 백작이 된 이후 새로 제작해 올린 것이었다. 아키텐은 물론이고 이제는 적으로 갈라진 프랑스,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그리고 이교도가 점거한지 오래되어 정보가 끊어진 이베리아 반도와 제노아 공화국의 무역 경로. 천혜의 장벽 피레네 산맥은 이교도로부터 프랑스와 카페 왕가를 보호하는 방패가 되었다. 기욤은 책상 한 구석에 모아둔 모형 깃발을 집어 지도 위 알바라신에 놓았다.
마리를 파견한 이상 이베리아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평원에서 육성한 아키텐의 군대는 대다수가 보병이었고 산악에 취약했다. 야생의 미개척지를 거치지 않고 이베리아에 진입하려면 피레네 산맥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로셀로가 필요하다. 해안선이….
……누구에게 맡겨야 할까.
아우의 뒤를 이어 플랑드르 공작이 된 조카는 아직 성년도 되지 않았다. 다년간 전장을 다닌 제 아비만한 군재가 있을 리 없다. 부르고뉴는 바로 이번 달에 주인을 잃었다. 앙주 공작 폴크는 유약한 청년이다. 몇 해 전 페리고르 백작을 제수한 대장군 엔초를 비롯해 오래 봉사해 온 숙장들은 원정길을 수행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젊은 장수는 원정의 경험이 없는 것은 물론 그들의 신분을 트집 잡아 반발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결국 직접 가야 한다. 그럼 언제? 기욤은 지도 위에 백묵으로 얼마 전 새로 바뀐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경계선을 그었다. 지도에는 지브롤터 해협까지밖에 표시되어있지 않지만 이 너머로는 홍해를 지나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북아프리카를 집어삼키는 셀주크 투르크가 있다. 알모라비드와는 같은 전선이라 봐도 무방하겠지.
머리가 무겁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처럼 시야가 흐려졌다. 늦가을의 찬 공기가 불 즈음부터 달고 살았던 미열이 다시 올랐다. 그렇지, 지금은 겨울이었지. 하지만 이번 겨울은 눈도 겨울비도 별로 보지 못했다. 지난 겨울에는 함박눈이 내려 조슬랭이 우리 가족을 둥근 눈사람으로 만들었는데. 자기가 제일 키가 크다며 자길 가장 큰 눈사람으로 만들고, 두 번째는 위그였었지. 이번 겨울에는 우리 아들이 많이 실망했겠구나. 그보다 겨울 강수량이 적으면 땅이 메말라 봄에 반드시 가뭄이 찾아오는 게 더 문제다. 저번에 걷은 비축분이 얼마라고 우리 큰딸이 저번에…….
어깨에서부터 힘이 쭉 빠졌다. 마치 자신의 팔이 아니라 피가 통하지 않는 고깃덩이를 붙여놓은 것 같은 기분 나쁜 감각이 생경하면서도 익숙했다. 머리가 뜨거우면 눈두덩이 꼭 누군가가 짓누르는 양 아프게 된다. 모두가 잠이 들었을 시각에도 홀로 밤을 지새우던 왕은 고개를 들어 별의 위치를 보고 시간을 가늠하려 했다. 허나 어느 틈에 구름이 뒤덮은 하늘은 달빛 한 조각도 찾을 수 없었다. 왕은 속절없이 침대에 누웠다.
한뎃잠을 자는 건 익숙했다. 어디든 머리만 대면 바로 잘 수 있던 때도 있었다.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옛날 일이다. 잠이 드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면 하늘이 밝아오기 전에 저절로 눈이 떠진다. 왕은 겨울 한기에 차갑게 식은 이부자리 속에서 눈을 감았다.
아우의 장례를 치르느라 아내 생일과 막내딸 생일을 그냥 지나가고 말았다. 일주일 전에는 큰딸 생일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곧 결혼기념일이다. 부르고뉴의 선대 공작 외드 2세와 플랑드르 공작 위그 왕제에 대한 애도 기간을 선포했으니 그 뒤로 미뤄야겠지. 뭐를 해야 마음이 풀릴까. 많이 서운했을 텐데…. 둘째딸에게는 미리…. 바다로 가야 하니까……. 날이 밝으면 편지를….
우리 큰딸을 많이 도와줘야 하는데…….
우리 아들을…….
내…, 아내를.
아, 빗소리다.
이제 눈이 녹고……, 새 봄이…….
☆
“내가 당신을 미워해서…, 용서하지 않아서……. 그래서 날 두고 떠난 거예요…? 이렇게 갑자기…. 우린 아직…….”
1120년 2월 18일, 푸아티에 가문의 초대 국왕 기욤 드 푸아티에 승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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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단이 이어지는 구간이 길어서 가독성 탓에 두 줄씩 엔터를 쳤습니다.
++) 시험이 있어서 다음주 이후에 2대 주인공 조슬랭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마지막 대사는 콩스탕스의 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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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악;; 브리타니가 아니라 브르타뉴…… 이런 피렌체를 플로렌스라 부르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세인트피터스버그라 부르는 급의 적폐 단어를 쓰다니 ㅇ<-< 저녁에 돌아와서 수정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앜ㅋㅋㅋ 드디어 순결한 천재 동성연애자의 시대!!!
깔쌈하게 생식력 30을 깎고 시작했습니다 ㅇ_<
순결.. 건장.. 용감.. 스트레스받고 있는..
뭔가 딱 스테레오타입이 떠오릅니다(ANG!)
@Weichs 이게 장르가 BL이라면 자형인 길패트릭하고 케미 쩌는 조합이었을 거 같지만 이 이야기는 크킹이고…… 하지만 조슬랭은 후계자로서는 괜찮게 자랐다고 생각합니다. 왕이 선정만 베푼다면야 왕이 두 집 살림을 하든 삼궁육원을 채우든 독신주의든 무슨 상관인가……… (하지만 이 게임은 크킹이고…)
이런 초 명작이 묻혀서는 아니됩니다!
정통 AAR- 애프터 액션 리포트의 귀환이로군효!
아앗 감사합니다 ㅇ<-< 제가 이길 게 뻔한 전쟁은 굳이 스샷을 찍지 않고 이 때만 해도 '와 이번 플레이 무난하다…' 했기 때문에……
앙주백 풀크 5세 드 앙주 (카페 분가 앙주가 아닌 구 앙주가, 본 플레이에서는 앙주공 풀크2세 )는 예루살렘 국왕까지 지낸, 위키백과 엔트리도 있는 네임드인데 어찌 듣보잡 취급을 하십니까.. ㅜ (지금 플레이중인 캐릭이라 이런 것은 아님)
군왕 앞에서는 감히 자기 성씨도 대지 못하는 법이거늘 무엄합니다(?)(ex. 신 량이 아뢰나이다)
그 양반으로 잡으셨다니 곧 카페 왕조를 찬탈하시겠군요……
+)뭔가 이상타 싶어서 봤더니 게임 로직이 꼬인 모양입니다;; 그 양반은 1편 왕국 제일 권세가에서 잠깐 얼굴 비추고 곧 죽었는데 어쩐 일인지 저 녀석이 풀크 2세가 되어 있네요…… 3세여야 하는데… 뭐가 문제여……
그리고 아퀴텡의 수도라면 역시 부유하고 데 쥬레 수도이기는 하지만 바닷가 구석에 있는 보르도보다는 아퀴텡의 지리적 중심인 툴루즈가 낫지 않겠습니까?
드 푸아티에 신 왕조시여, 부디 어서 드 툴루즈 가를 내쫓고 천도하소서!
흑흑 선산을 버리는 불효막심한 짓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디보자 올해의 보르도 와인 생산량이……)
대관식 중에 온 친구는 무력이 23인데 개인 무력이 22..
어디서 용병술만 배우다 왔나요. 중세 기사 치고는 대단히 특이하긴 하네요.
취준생이기에 망정이지 간판깨기를 하러 왔으면 여지없이 썰릴 뻔 했습니다… 명장이 될 자질이 충분한데 안타깝게도 국왕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