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esman 9회
“너 말대로라면 불·홍수나 사람에 의한 파괴 따위가 짐의 등극과 같다는 말이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아나이까. 또한 제 말이 그런 뜻이 아닌 줄 아시면
서.............”
“폐하, 조례에 나가 실 시각이옵니다.”
그때 주상의 옆에 있던 여관 이모현의 한마디가 긴장감이 맴도는 방안의 공기를 휩쓸고 지
나갔다. 그녀의 시선은 승휘공주를 향하였다. 그녀의 알 수 없는 눈초리에 승휘공주는 자신
을 도와준 건지 의문이 들었고 자신도 모르게 의기소침해졌다.
“이만 물러가거라.”
이모현은 주상을 모시고 나갔고 궁녀들도 뒤따라 나가버렸다. 방에는 승휘공주 혼자만 남았
다. 그녀는 적막강산(寂寞江山)속에 마음 또한 적막강산이 되어버렸다.
그 자리에 어떠한 미
동도 않고 계속 서 있었던 그녀에게 어느 새 방에 들어 온 장 용지성이 다가왔다.
“마마, 강효 황녀께서 처소에서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고모님이....?”
보는 이마다 뛰어난 언변솜씨로 염장을 지르는 그녀를 승휘공주는 만나고 싶을 턱이 없었
다. 한숨을 크게 내쉰 후 자신의 처소로 향하는 공주는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고모님께서 제 처소엔 어인 일이시옵니까?”
“조카 얼굴 한번 보는 것이 꼭 무슨 일이 있어야 하느냐”
탑배(榻背)가 화려한 의자에 앉아있던 강효황녀는 승휘공주를 웃으며 반갑게 맞이하였다. 올
해 29인 그녀는 남들보다 빼어난 미모와 다방면으로 뛰어난 재주로 어렸을 적부터 소문이
자자했으며 그에 걸맞게 학식도 풍부해 많은 이들의 입에 올랐다.
“냉정한 오라버니께서 아침문안으로 자식들에게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할애할 리 없을 터...”
승휘공주는 자신의 처소로 오면서 분명 고모가 캐물을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기분은 역시
좋지 않았다.
“사실은 아바마마께 여성의 등용에 대한 의사를 묻고 싶었나이다.”
“묻고 싶었다면... 아직 묻지도 못했고 대답도 못 들은 모양이구나. 보다마나 이상궁이 막았
겠지.”
강효황녀는 뭔가 흥미롭다는 듯 교활한 미소를 띠며 자신이 차고 있던 금지환(指環)을 만지
작거렸다.
“이상궁이 절 막은 것이옵니까? 모순되게도 절 도와준 격이 되었는데........”
“아무튼 그녀를 조심 하여라. 주상의 측근 자리를 독 자치하려는 심보로 가득 찬 모양이니..
후훗..”
강효황녀는 뭐가 좋은지 계속해서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한(嫺)아, 정치의 욕심이 있는 것이냐?”
“어인 말씀이나이까?”
“난 시치미를 뚝 떼며 흑행(黑行)을 보이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느니..”
그 말을 들은 승휘공주는 기가 막혔다. 본인이 가장 그런 인간에 속하면서 그것을 알고 그
러는 건지 모르고 그러는 건지 긇어 오르는 부아를 꾹 참았다.
“아아 주상의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은 지금 훗날을 위해 기약이라도 할 요량인 것인가..”
“...................”
“한아 넌 아직 어리다. 네 아무리 명석하다 할지라도 12살 꼬마 아이지 않느냐.”
“네. 고모님. 전 어리기 때문에 앞으로의 가능성은 다다(多多)하겠지요?”
“하하하...나이 먹은 나한테 자랑이라도 하는 것이냐?”
“먼저.....”
승휘공주는 가뜩이나 욱실(燠室)속에 있는 것도 참기가 힘든데 간교하게 웃어대며 비꼬는
그녀의 고모를 보고 있자니 슬몃슬몃 화가 치밀어 올라 표정이 굳어졌다.
“오해 말거라. 고영군은 장자이며 남들에게 어질어서 사람들이 잘 따르고 또한 어린 나이임
에도 불구하고 문무에도 출중한 기량이 엿보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는 뛰어난 정치가
가 못될 것이며 더군다나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엔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고모님은 여전히 뜻 모를 말씀만 하시는군요.”
“원래 일국의 지도자 란 것은 개인의 성정과 능력만 완벽하다고 해서 백성의 인정을 받을
순 없는 것이다. 치세를 잘 한다는 것. 그것은 자신을 따르는 사람은 물론이고 자신을 미워
하고 적대시하는 사람들까지 끌어안고 지시할 수 있는 통솔력을 갖추어야 이룰 수 있는 것.
또한 일국을 대표하는 자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자신을 굽힐 줄 아는 지혜로움을 갖추어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뜻을 성찰시키기 위한 고집도 중요하지만 혼란
한 정세(政勢)를 통합시키는 협상가다운 기질도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다음 줄거리 -
강효황녀는 승휘공주에게 손을 잡자는 제안을 하게 되고 현루는 학문에 매진하여 실력이 나
날이 발전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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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여성중심의 요런내용♡
잘읽고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