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문의글에서 '학력'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하다가 좀 더 정리된 사실적인 관점을 공유하고자 이렇게 따로 글을 씁니다.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사항이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이런 업계 관점이 분명히 있다는 점을 공유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학력이라는 사항에 대해 다소 편파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신 분들이 있는데,
저는 절대로 학력으로 인한 차별이나 비하를 조장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실제로 저 스스로도 학력은 특별히 내세울게 없습니다.
다만 업계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 중 한명으로서 한쪽으로 사뭇 치중된 비객관적인 관점이 보이기에
이와는 다른 제 관점을 공유하고자하는 취지에서 입니다.
향후 여러 가지 기회를 접하실 때 분명 어떤 측면에서든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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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번역 업계를 비롯하여 어느 업계나 통용되는 법칙이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 본인의 실무 실력이 중요합니다.
즉, 번역을 잘해야 한다는 당연한 요건이 있지요. 이 점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없으므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렇다면 '실력'외에 다른 요소는 작용하지 않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실력을 뒷받침해주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으니까요.
개개인의 역량, 성향, 작업환경, 경험, 학력 등등.
이 중에서도 유독 번역 업계에서 간과하고 부정하려는 '학력'이라는 요소에 대해 진지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번역업계에서 '학력'이란 과연 어떤 작용을 하는 요건일까요?
실력에 반하는 잘못된 기준일까요? 실력을 반영하지 않는 전혀 쓸모없는 요건일까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업계 인하우스 종사자의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그렇습니다.
묻겠습니다. 학력이란 무엇일까요?
특정 분야에 대한 공부를 했다는 기록, 지식의 증표입니다. 단순하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실무적 관점에서 보겠습니다. 건설 관련 프로젝트가 수주되었습니다.
우선 해당 작업을 발주하는 Client나 또는 이를 수주받은 업체의 입장에서 담당 번역사를 물색합니다.
여기서 여러가지 기준이 적용됩니다. 절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클라이언트 요구사항 및 업체 방침마다 다르니까요.
하지만 제 인하우스/프리랜서 경험을 기반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수많은 번역사분들이 지원을 하셨습니다. 다양한 지원자 풀이 형성됩니다.
꼼꼼하거나 까다롭거나 실수가 잦거나.. 성향면에서 제각각.
경력이 전무하거나 10년 이상이거나... 경력면에서 제각각.
고졸이거나 대졸이거나 석사졸이거나 학력면에서 제각각.
여기서 이 수십명에 달하는 다양한 스펙의 번역사들의 실력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치는 무엇이 있을까요?
네, 샘플 번역입니다. 관련 문서나 유사한 작업을 부분적으로 배포하여 번역사의 실무 실력을 판정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학력'이라는 기준으로 먼저 1차적 필터링을 한다면 어떨까요?
일부 프리랜서분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학력'을 선별 기준의 하나로 적용한다면 실력을 전혀 보지 않는 신뢰할 수 없는 처사일까요?
제 경험을 미루어보아 이같은 주장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본 예에서는 '건축' 또는 '토목'이나 최소 유사 분야 또는 통번역 전공자에게 작업 수주가 한정됩니다.
왜일까요? 단순합니다. 건축분야의 전문지식과 용어에 대한 개념이 튼튼하게 잡혀있는 인력이니까요.
물론 이러한 지식을 공부하고 검색함으로써 비전공자도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겠습니다만,
설명이 필요 없이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의 폭은 비전공자와 전공자는 비교가 될 수 없습니다.
특히 전력/공업/의학/법률 분야의 난이도가 높은 작업은 이러한 학력 기준이 더더욱 적용됩니다.
학력의 유무 / 전공자와 비전공자 - 라는 기준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런 관점에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과연 '학력'으로 1차 필터링된 사람들이 모두 번역 실무를 잘 할까요?
아시겠지만 결코 아닙니다. 카이스트, sky 재학자/졸업자들도 번역을 못하시는 분들은 그냥 못하십니다.
(여담이지만 의학쪽의 경우 실무 종사자분들이 거의 대부분 번역 실력 또한 출중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2차 필터링으로 번역 샘플 작업이 요청되지요. 여기서 적격자가 선별됩니다.
해당 전공자분들 중에서도 영어와 번역을 아주 수준급으로 잘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특히 근래에는요.
만일 요구 학력/전공 범위 내에서 적격자 없을 경우 1차에서 배제된 인력풀에서 다시 적임자를 물색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기준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일부 프리랜서 번역사분들은 이렇게 주장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력/전공유무 기준에서 걸러져버린 인재 중 실력이 더 출중하고 최고인 사람들이 있는데 당연히 이는 비효율적인 기준이다-'
물론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공자보다 지식이 더 많지 않으리란 법도 없고 번역 자체를 더 잘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확률적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아이러니한 점이 있습니다.
과연 어딘가에 존재할 수 있는 이러한 '전공자보다 해당 분야 지식이 출중하고 덩달아 최고의 번역 실력을 자랑하는 비전공 저학력 개개인'을 업체에서 선별 시에 알아보고 온전히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과연 업체에서 제공하는 한 두장의 A4 샘플로 이런 사실이 여실히 보여질까요?
절대 아니라는 것이 제 경험상의 주장입니다.
가히 신이 내린 필력과 번역의 천재라 불리울만큼의 실력을 지녔다면 한 두장만으로도 감동과 감탄을 자아내는 결과물이
도출될 수도 있겠습니다 ^^;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직 없었습니다. 다만 실력이 깔끔하고 여실히 좋은 분들은 많습니다.
이 많은 분들이 전해주시는 샘플 결과물을 보면 특정 한 분만을 짚어내기 어려울 정도로 실력이 비등비등하신 경우가 대반사입니다.
학력, 전공 유무를 떠나서요.
그렇다면 여기서 좀 더 평등하고 객관적인 시점으로 보겠습니다.
앞서 말한 정말로 특출난 실력의 번역사가 아닌,
서로 비등비등한 높은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번역사 A와 B가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특정 분야의 프로젝트에 지원합니다.
이때 A는 해당 분야를 4년 공부한 전공자이며 B는 그렇지 않은 비전공자입니다.
두 사람 모두 해당 분야의 작업 경력은 동일하게 5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도 '학력'이 불공평하고 의미가 없는 기준 장치일까요?
여러분이 직접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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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길고 긴 글을 쓰게 된 요지는 다시 말하지만 결코 '학력 차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가 절대 아닙니다.
다만 분명히 학력이라는 기준과 장치가 여실히 업계에서 존재하고 이를 인지하고 있어야 업계에서 롱런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며
또 일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반실용적인 기준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하고 싶어서입니다.
물론 이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제 관점도 순전히 제 경험을 미루어 본 것이기 때문에 모든 업계 측면에서 적용되는 절대적인
사실이라고 할 수는 절대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것 또한 사실입니다. 제가 아는 선에서는요.
그리고 학력과 전공에 무관하게 여러 분야에 걸쳐 번역 업계에 종사하는 분들께서는
그만큼 실력이 받쳐준다는 반증으로 여기시고 앞으로 더 건승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첫댓글 학력 기준으로 1차 선별, 번역 이력으로 2차 선별, 샘플 테스트로 최종 선별이 가장 합리적이라 볼 수 있겠네요.
학력이란 것은 단지 번역 실력 뿐만 아니라 일을 순조롭게 진행하는 인격 생활 배경 등이 됩니다. 대개는 학력이 이 모든 일의 비교 우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실 없는 고민을 하고 계시네요.
본글에서 명시했듯이 업계 관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취지입니다. 완강하게 부정하는 견해들이 심심치않게 보여서요. 실 없는 고민으로 보셨다니 오히려 웃음이 나오네요.
@Transition 트랜님 글 잘 읽었습니다.
용기내서 잘 올려 주셨네요.
가끔 아이러니한 댓글이 달릴수도
있겠지요 ㅎ 그러려니 하면 되시겠지요.^^
문제 의식에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용감하게' 글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공감합니다 . 이런 글조차 마음 놓고 게시하기 조심스런 (우리 사회) 분위기가 있음에도 용기있게 피력하셨군요^^ 제게도 많은 깨달음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동일한 영어 실력에 아니 심지어 영어 실력이 좀 부족할지라도 전공에 대한 지식이 확실한 사람이 번역을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는 것, 또는 배경 지식이 없이 번역은 어떤 면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처럼 영문과 졸업은 아주 불리한 입장이구요(영문학 번역 거의 해본 적이 없네요.)
다만 번역에 학력이 필요없다고 말하는 분들 역시 글쓴 분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말일 것입니다. 일반적인 기술 번역이 번역의 다수를 차지하는 현 번역계에서 원문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공과 상관없이, 또는 학력과 상관없이 번역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성공하신 경험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저도 기술번역에 입문하기 위해 무던히도 경력쌓기 위해 노력했었지요. 일을 주려 하지 않아서였지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진입에 성공한 경험 때문에 학력이 없어도 된다 말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런 입장에서는 학력을 비관하며 학력 때문에 번역에 진출 못했다는 것이 핑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분명 학력 때문에 근접하지 못하는 번역도 있을 것이고 또 근접해 보았자 별로 좋을 것도 없더군요. 예전에 받은 번역이 너무나 전문적인 번역이라 한참 애먹은 적이 있었거든요.
다만 많은 사람의 경험상 번역을 해서 먹고 살 수는 있을거란 의견일 것입니다.
저를 예로 들면, 저는 학력은 고사하고 토플, 토익 조차 쳐본 적이 없는데도 그럭저럭 번역으로 먹고 사는 입장이니까요. 물론 고소득은 아닙니다. 꼼꼼한 성격이고 다량의 일을 소화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요.
여러 레벨, 여러 수준, 여러 필요, 여러 방향에서 본 것에 대해 각자가 이야기한 것이니 읽는 분들에게는 많은 참고가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단가 35원 40원이 최대인 한국 번역업계에서 석박사 이상의 수준의 사람들만 찾는 입장이고 또 그걸 수용하는 고급 인력이 많다는데는 조금 긴장하게 되네요.
정보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런 상황인가 보네요. 번역일이 줄어들었을 리는 없는데 일이 없다고들 해서 이상하다 했는데... 사정이 그렇게 된 걸까요?
전 회사에서 일하던 입장이라서 이력서를 많이 받았었는데요, 프로필 화려하신 분들 참 많습니다. 물론 외국에서 학위하시고 박사하시면 처음에는 어필하는 점이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많이 참조하는 것은 참여한 프로젝트 목록이고, 설사 학력이 좋아서 뽑았더라도 프로젝트 두어번만 하면 실력 파악이 됩니다. 결국은 실력이 좌우하는 바닥이니 학력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지 않을까 하네요. 그렇지만 직원을 뽑는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학력은 성실성을 말해주는 척도이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학력은 그 사람이 인생에 투자한 것들에 대해 말해주잖아요. 시간 노고 금전 지적 추구와 호기심 등등...투자 대비 수익은 당연하거던요. 그래서 학력은 번역계에서도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요. 예외적인 사람은 그에 버금가는 증명이 필요해요. 세상의 평범한 이치가 모든 일에 적용 된답니다.
그런데 그게 이상하더군요. 적어도 스카이대, 인서울을 졸업했으면 영어를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영어실력이 학벌과 비례하는게 아니더군요. 스카이대, 인서울 영문과는 만나보지 못했지만 그 외의 학과의 경우, 영어실력과 학벌은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교수급도 수준 미달이 있더군요. 적어도 영어에서는요.
그렇게 영어를 죽어라 공부하는 대한민국에서 나타나는 그러한 현상은 정말 이상하지 않을 수 없고, 아마도 교육에 무엇인가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확률은 높겠죠. 그것마저 부인한다면 그야말로 이상한 일이고 기형적인 상황일테니까요.
저는 심지어 통번역대 졸업자 중에도 정말로 기가막히는 수준으로 번역했더라는 예를 실제로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영어 잘하는 명문대생이 있고 또 명문대 아닌 사람보다 명문대인 사람 중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 많을 확률이 더 높을 지는 몰라도 명문대생은 영어를 잘하고 번역도 잘한다는 맞는 말이 아니고 특히나 석박사급은 석박사급이 아닌 사람보다 영어 번역을 더 잘한다는 말도 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단 서울대 졸업생은 만나보지 못했지만 항간에 서울대 졸업생도 영어가 힘들어 과외를 받는다는 말도 있더군요.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 생각하는 사람도 다른 측면을 볼 필요가 있겠지만 학벌이 중요하기 때문에 석박사급 이하는
@agent 무조건 아웃이다라는 시각도 한번은 재고하심이 좋을 듯하지 싶습니다. 건전한 대화는 어찌되었던 변화와 확장을 가져온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참고로 제가 만난 연세대 졸업생도 연대 들어가서 따로 영어과외를 받았다더군요.
"그리고 성적 좋은 사람이 성실하다"라는 한가지 가치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 못하는 사람은 성실하지 못하다나 이런 명제는 사실이 아니니까요. 다만 다른데 관심이 있고 다른 면에 더 성실할 수 있습니다. 또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최선일 수만도 없구요.
그 한가지 인식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버려지는 인재와 개발되지 않는 재능이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