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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301명(?)의 몸짱들이 만들어낸 리얼싸나이의 영화입니다. 실제로 301명(군대 300명에 레오니다스까지 301명이겠죠...?)이 죄다 출연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스크린에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진정한 서구식 스펙터클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유명한 이유는, 제식 훈련을 방불케 하는 배우들의 '몸짱 훈련' 덕분이죠. 배우들 근육 하나는 정말 어지간한 프로 레슬러 못지 않습니다.
수많은 패러디를 낳을 정도로 한국에서도 흥행몰이를 한 작품이죠.
자, 그럼 이번에도 작품의 세계로 고고!
1. 줄거리 요약!
고대 그리스의 두 개의 축은 모두들 알다시피 아테네와 스파르타이다. 철학의 폴리스 아테네, 그리고 상무(常武)의 폴리스 스파르타. 사실 스파르타는 정말 정글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영화의 도입부에도 언급되었듯, 스파르타에서 기형아로 태어난 아이는 '폐기처분' 된다.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내아이라도 언제든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다. 7살이 되기 전까지는 가정에서 '싸움의 기술'을 배우고, 7살부터는 '에고게'라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실전 기술을 체득하게 된다. 그 시절의 소년들에게는 오로지 약육강식만이 미덕으로 인정된다. 폭행? 절도? 살인? 그딴 거 필요 없다. 이들에게 윤리는 없다. 오로지 살아남는 법을 익히는 것만이 이 시기의 소년들에게 요구되는 사항이었다. 단 300명의 병력으로 수십만의 페르시아 상륙군을 막아내려 했던, 다혈질 임금님 레오니다스 역시 그러한 교육 과정을 통해 성장했다. 그의 마지막 통과제의는 늑대를 나무 막대기 하나로 때려잡는 것이었다.
레오니다스는 시커먼 늑대 이후 최강의, 최대의, 최악의 적과 조우하게 된다.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와, 사상 최강의 페르시아 군대가 서쪽으로 진군하기 시작한 것이다. 크세르크세스는 사절을 보내 스파르타의 항복을 요구한다. 레오니다스? 아테네가 항복 권유를 거절했는데, 스파르타는 할 것 같은가?
"This, is, SPARTAAAAAAAAAAAA!" [캡춰가 안되네요... 아쉽 T^T]
외교 사절을 구덩이에 밀어넣은 순간부터 그들의 치열한 전쟁은 시작된 것이다. 레오니다스는 그의 출정을 가로막는 신탁(신탁을 받는 장면은 정말 최고다 잇힝 *-_-*)도 무시한 채, 장정 300명을 닥닥 긁어 모아 "아침 운동 갔다 올게, 나 싸우러 가는 거 아냐" 하고는 크세르크세스와 맞짱뜨러 간다. 그들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페르시아의 군대에 결코 무릎 꿇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스파르타의 영광만을 외치다가 몰살당한다. 뭐, 이건 사실로 기록된 역사니까 굳이 스포일러 했다 이런 비판을 들을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이 영화는 줄거리가 참 단순명료해서 좋다.
레오니다스가 비정규직 근로자 300명 모아서 아침 운동을 감. -> 뇌물 먹은 스파르타 수뇌부가 정규군 안 보내줌. -> 아침 운동 갔던 레오니다스와 아이들 몰살당함.
이런 이야기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1시간 50분 동안 끌어가는 것은 오로지 스크린의 화려함이다.
2. 스크린!
말이 필요 없다. 엄청난 그래픽과 화면 집약도이다. 이 영화의 연출가는 분명 인간의 시각을 왜곡시키는 법을 철저하게 분석했을 것이다. 전투는 시종일관 어두컴컴한 분위기와 약간의 빛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하늘에는 내내 검은 먹구름, 또는 연기가 끼어 있고, 그 사이로 햇살의 일부만이 땅에 꽂힌다. 그리고 그 빛이 꽂히는 곳에는 레오니다스와 그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서 있다. 전체적으로 하늘은 검붉은 느낌이라, 밝은 노란색이 주는 시각적 집중도가 훨씬 높아진다. 게다가 스파르타의 말도 안되게 화려한 블링블링 무장 덕분에, 집중도가 훨씬 높아진다. 햇빛을 반사하는 구리 방패와 구리 투구, 붉은 망토. 크세르크세스의 파격적인 피어싱보다 훨씬 화려하다. 이러한 301명의 복장이 그들의 각잡힌 근육과 함께 역동적으로 움직일 때, 그것은 이미 전쟁이 아닌 예술이다. 그래서 첫 전투는 다소 잔인하면서도 왠지 모를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물론 두번째 전투부터는 이 영화가 왜 19세인지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심각하게 잔인해진다. 아무튼 이 영화는 시종일관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그래픽을 자랑한다.
3. 연기력!
이것도 뭐 그냥 최고다. 레오니다스 역을 맡은 제라드 버틀러는 진정한 스파르타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소화해냈다. 아마 이 영화를 찍으면서 삑사리 덕분에 필름 몇 장 날려먹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말 관객을 압도하는 성량이다. 제라드 버틀러 못지 않게 연기를 잘해낸 배우는 300명 중의 캡틴 역을 맡은 빈센트 레건이다. 캡틴은 가족을 잃은 가장의, 슬픔을 초월한 분노와 증오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그가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함께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연기력이 탁월하다. 사실 레오니다스보다 더욱 빛났던 연기자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빈센트 레건을 꼽겠다.
4. 고증!
이 영화는 솔직히 말하자면 고증에서 약간의 오점을 남겼다. 먼저, 고대 그리스인들의 전투 복장은 이렇게까지 화려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의 유물로 밝혀진 한 벽화에서 표현된 바에 따르자면, 고대 그리스 병사들은 투구와 방패, 그리고 창과 칼만을 들고 전투에 임했다. 방패도 그렇게 크지 않았고, 투구 역시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쫄쫄이 빤쓰 따위 입지 않았다. 싸울 때 빤쓰 입고 싸우면 솔직히 좀 거추장스러울 것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 나오는 300명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다. 결코 정규군이 아니다. 그런데 영화 막바지에 나오는 1만명의 스파르타 정규군과 복장이 똑같다는 것은 약간 모순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또한 301인이 취하는 대형은 약간씩 순서가 바뀌어 있다. 페르시아군의 보병 돌격대에게 보여준 이들의 진형은 밀집대형, 팔랑크스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방진이다. 제 1열 병사들이 열을 맞추어 방패를 앞에 두고 서면, 제 2열과 제 3열 병사들이 창을 방패 사이로 내놓고 다가오는 적들을 선제공격 하는 진형이다. 이 진형은 보통 4m에 달하는 장창을 이용해 돌진해오는 기마대를 견제하기 위해 취하는 진형으로, 보병 돌격대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 다음 페르시아 기마대가 돌격해 올 때 사용하는 진형인 '쐐기대형'은 기동력을 이용해 진형을 갖춘 적을 돌파하기 위해 취하는 진형이다. 방어를 위한 진형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렇듯 역사의 고증 측면에서 조금 아쉬운 점을 남기기는 했지만, 300이라는 영화 자체가 원래 비쥬얼 임팩트를 목적으로 만든 영화이므로 간단히 넘어가겠다. 무엇보다 필자는 역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저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배경지식만 가지고 고증을 평가한 것이다. 필자의 말이 50%나마 진리라고 믿는다면 곤란한 상황이 닥칠수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어물쩍 넘어가겠다.
5. 생각해볼 것들!
이 영화에 대한 대표적 비판은 한 때 EBS에서 출판한 언어영역 문제지에 제시문으로 출제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바로 이 영화가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현대인의 관점에서 스파르타 301인의 무장은 화려하면서도 강인해 보이고, 결코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반면 페르시아 군대의 기괴한 복장과 장신구 등은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이것들을 가지고 이 영화가 오리엔탈리즘의 관점에서 만들어졌다고 규정할 수 있는가?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이것을 기괴하고 역겹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오리엔탈리즘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리엔탈리즘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미적 가치가 특정 가치에 편중된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크세르크세스의 장대한 기골과 온갖 장신구들은 분명 평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고대 세계에서는 용맹과 권위, 부의 상징일 수 있다. 사실 그렇게 온 몸에 구멍을 뚫어가면서 장신구를 하는 것은 웬만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힘들 것이다. 살을 뚫는 행위 자체가 고통스러운 행위 아닌가. 또한 온갖 금붙이 장신구들을 함으로써 일반적인 페르시안들과의 차이를 부각시키려 했을 수 있다. 차별화를 통해 권위를 획득하는 것이다. 사실 금은 과거부터 부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할만한 사실이니 따로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뭐, 그렇다고 이러한 비판 자체가 가치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민주 사회에서는 어떤 이든 비판할 권리가 있고,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펼칠 권리 또한 주어졌으므로, 이러한 비판을 제기한 사람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공신이라 하겠다.
영화 300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301인의 위대한 전사들은 스파르타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하늘을 가리는 화살 아래로 뛰어든다. 억압 당하느니 자유를 지키다 영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유에 대한 무한한 열정은 현대 사회에서도 다시금 생각해볼 문제이다.
과연 현대인들은 온갖 종류의 폭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지는 않았는가? 오만가지 핑계로 억압에 대항하는 것을 주저하지는 않았는가? 고백하겠다. 필자는 새 정부가 쇠고기 전면 수입을 일방적으로, 국민의 어떠한 사전 동의도, 양해도 없이, 허용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수험생'이라는 변명 아래 숨어있었다. 영화 300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6. 총평!
영화 300은 '스파르타의 비정규직 근로자 300명이 왕 따라서 싸우러 갔다가 몰살당했다'는 짤막하고 다소 허무한 내용 안에, 수많은 볼거리와 생각할거리를 담은 영화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현란한 그래픽과 301명의 몸짱 슈퍼맨들, 그리고 빵빵한 음향효과 덕분에 눈과 귀가 심심하지 않은 영화다. 의도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논술 문제로 자주 나오는 철학적 주제 두 개를 큰 토막으로 던져주는 영화다. 19세 이상? 그딴 거 없다. 고등학생이면 봐도 된다. 어지간한 거 다 알 나이에 19세 그런 거 가릴 처지가 아니다. 다만, 이 영화를 보고 일반적인 19세를 뛰어넘는 철학적 사색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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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간만에 철학적 주제가 나와서 그런지 흥분해서 딱딱하게 써진 부분도 있네요 ㅋㅋㅋ
고증 부분은 그냥 가볍게! 신경쓰지 마시고 넘어가 주세요 ㅋㅋㅋ
저도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소감게시판 살리기 운동중 ㅋㅋㅋㅋ
첫댓글 제목에 300도 써줘야지 그래도 잘 봤어
몰살 당했다는게 좀 아까웠습니다.
300 abs 라고도 불린다죠 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