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수료·세금 등 거래비용만 집값의 10% 육박
목돈 쥐자 투자 소극적으로 변해…고수익은 ‘옛말’
섣부른 ‘다운사이징’…은퇴자금 불리려다 되레 ‘쪽박’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해 살던 집의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온다. 예상치 못한 막대한 거래 비용과 투자 위험, 정서적 상실감 등 숨겨진 함정이 많아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가장 큰 복병은 생각보다 훨씬 큰 거래 비용이다. 수십 년 만에 집을 파는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놀라기 쉽다. 판매자가 부담하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보통 집값의 3~6%에 달하고, 새로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 등 정부 수수료도 1~3% 수준이다. 여기에 변호사 비용, 이사 비용, 새 가구 구입, 인테리어 비용까지 더하면 주택 가치의 10%에 육박하는 돈이 사라질 수 있다. 기대했던 은퇴 자금 보충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운사이징으로 생긴 목돈을 관리하는 것 역시 큰 문제다. 많은 은퇴자들이 자산 축적기일 때와 달리 투자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주식 투자 등에 대한 위험 감수 능력이 현저히 낮아진다. 과거 10년간 S&P 500 지수가 연평균 13.6%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더 큰 자산을 지키려는 조바심에 시장 상황에 따라 잦은 매매를 하거나, 시장 공황에 따른 투매에 나서는 등 잘못된 투자 습관에 빠질 위험이 크다.
금전적인 문제만이 전부는 아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버리고 정든 집과 동네를 떠나는 과정에서 겪는 정서적 상실감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이사를 망설이다가 결국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더 들면 이사 자체가 육체적으로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계단이 많은 다층 주택처럼 노년에 살기 위험한 집에 계속 머무르게 되는 신체적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특히 캐나다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권자는 세금 문제에도 유의해야 한다. 캐나다에서는 주거주지 매각 시 양도소득세가 대부분 면제되지만, 미국은 자국민의 전 세계 소득에 과세하며 주거주지 매각에 대한 비과세 한도가 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세금을 미국 국세청(IRS)에 납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