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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소리야.”
“고딩 때나 대학 때나 너는 스타 선수였잖아. 고시엔에서는 끝내기 안타를 날리고, 6개 대학 리그에서 베스트나인에 선정되고…. 프로에 입단해서도 1년 만에 레귤러 자리를 차지하고 올스타전에 항상 나가고….”
“놀면서 그렇게 된 거 아니야” 말하는 태도에 은근히 부아가 났다.
“그야 그렇지. 노력의 결과겠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복 받은 야구 인생이야. 좌절을 모르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
“그럼, 이 입슨지 뭔지도 좋은 경험이냐?”
“시비 걸지 마. 그런 뜻이 아니라 그저 순탄하게 살아 온 사람은 볼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나는 줄곧 2군이었잖아. 거기도 입스는 많았어. 인코너를 공략할 수 없는 녀석, 견제구를 못 던지는 녀석, 심지어 투수한테 송구조차 못하는 포수도 있었어.”
잠자코 듣고 있었다. 욕조 가장자리에 기대어 천장을 올려다본다.
“네가 스로잉 입스를 모른다고 했을 때 절실히 느꼈어. 아, 반도 신이치는 딴 세상에 살고 있었구나. 바닥에서 악전고투 하는 무리들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구나, 라고.”
“아주 냉혈동물 취급을 하네.”
“왜냐면 그렇잖아. 말하자면 처음부터 잘 나갔던 인간은 자신이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를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일단 상황이 틀어지면 되돌리는데 시간이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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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상해서 후쿠하라에게 물을 튕겼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뭐, 너는 바로 회복될 거야. 의외로 실전에서는 플레이에 집중하느라 입스 따위는 잊어버릴지도.”
“그러면 좋겠지만” 한숨을 쉬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눈을 감는다. 갑자기 이라부의 말이 생각났다. “야, 후쿠하라. 야구에서 제구력이란 게 뭘까?”
“어? 뭔 소리야.”
“아니, 갑자기 궁금해서. 골프는 원리로 알잖아. 임팩트의 강도와 각도로 공이 날아가는 방향이 정해지는 셈이고. 테니스나 축구도 마찬가지잖아. 그런데 사람 손으로 공을 던진다는 게 꽤 특이하잖아. 그러니까 맞추는 게 아니라 던져서 보내는 거니까.”
“야, 쓸데없는 생각 말어. 물건을 던지는 건 인류가 수렵시대부터 해 온 거야.”
“그런데 투구 자세는 백점인데 제구력이 엉망인 투수도 있잖아. 반면에 엉터리 투구 자세로 멋지게 코너로 보내는 투수도 있잖아. 그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람은 제각각, 자신에게 맞는 자세가 있는 거지. 부탁이야. 그딴 생각 그만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