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당 마중나와 있어야할 녀석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또 해찰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
지난 두번째 방문때 참깨주산지인 곤도르에서 10여일간 머물며 함께 지내면서 녀석의 됨됨이를 어느 정도 숙지하였으니 지금 바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었다.
잠깐 의자에 앉아서 공항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춤을 여미면서 녀석이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찌 생겨도 저렇게 생겼을까?
영화‘부시맨’에 나오는 주인공의 얼굴 비슷, 살이 조금 더 쪘으니 망정이지 영락없는 그 주인공이었다.
골마리를 집어넣으면서 어슬렁거리며 나오는 꼴이 가관이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야했다.
그에게는 나의 도착이 하나도 급할 것이 없다.
외국손님이라고해서 우리처럼 뭐 극진대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니 무엇이 그리 특별한 일이겠는가?
더군다나 자신이 직접하지도 않는 사업이니 책임질 일도 없고 오로지 영국본사의 지시만 따라 움직이면 되는 것이니
어떤의미에서는 나와같은 손님은 부담이 전혀 없는 꽃놀이패.
또한 그도 지난번 곤도르에서 나와 함께 머무는 동안에 나의 푼푼이 됨됨이를 이미 알고도 남았을 것이니 하등 서두르고 잘 보일 필요가 없을 것이었다.
아주 진짜 자기들식으로 있는대로 하는 것이니 나는 또 그것이 오히려 편해서 좋았다.
닭살이 돋을 정도로 너무 극진친절하면 정말로 나는 바로 닭살이 돋고도 남는 것이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When in Rome, do as Romans do'
그래도 그의 일제 고물차는 잘도 달렸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아디스아바바 시내풍경은 3년 전의 그것과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도시는 눈에 띄게 활기차고 거리는 많이 깨끗해졌으며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 밝아보였다.
차들이 많아져서 이제는 교통체증을 걱정할 정도가 되었다 하니 좋은 것인가 아닌가?
강산이 변하려면 10년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는 3년도 채걸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마침 날씨마저 쾌청하니 또 좋았다.
지금 이곳은 겨울이 슬슬 나가시고 봄이 살살 들어오시는 중, 겨울의 끝자락이라 하였다.
5/6/7/8월 우기
지난 첫 번째 방문은 5월, 첫 일요일에 빗님을 만났었고, 두 번째는 7월이었는데 곤도르에 머무는 동안 비가 거의 매일같이 와서 참깨운송에 많은 고생을 하였다.
8/9/10/11월 건기
이번 세 번째는 11월 중순,겨울의 끝자락이라고 하나 나에게는 우리의 가을날씨처럼 좋기만하였다. (계속)
On The Banks Of The Ohio - Joan Ba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