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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그맨 이윤석씨가 통풍(痛風, gout)라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곧바로 "15년 전의 증상이였지 지금은 괜찮다"라는 해명 기사로 결혼 후 건강함을 뽐냈지만, 통풍이 희귀 질환이라는 기사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왜냐하면 통풍이 당뇨병처럼 굉장히 흔한 병은 아니지만, 소위 말하는 희귀 질환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약 300만명, 한국에는 약 20만명 정도로 추정, 기사) 더군다나 서구식 식습관으로 유병률도 크게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감히 희귀 질환이라고 하다니! 되려 이 기사가 훨씬 더 희귀해 보인다. 어쨌든 이번 포스팅을 빌려 점차 흔해지고 있는 질환, 통풍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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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몸꽝으로 대성한 희귀 개그맨이지만, 앓았던 통풍은 희귀 질환이 아니다. 출처)
1. 통풍(痛風), gout, 가우트? 들어 보셨나요?
남자는 태어나서 세번 운다고 하였는가? 그렇다면 통풍 환자에게 이 이야기는 가혹한 말이 되겠다. 통풍은 결코 쉽게 울지 않는 중년 남성(80~95%)에게 많은 질환이다. 그러나 정말 죽을 만큼 아프다. 야밤에 닫힌 병원의 문고리를 붙잡고 울었다는 사람부터 아픈 발을 잘라버리고 싶었다는 사람까지, 통풍 발작이 오면 출생 때 산도를 통과하며 느꼈던 그 고통이 떠올라 울면서 버틴다고 한다. 게다가 재발도 잦은 병이라 "다 큰 남자가 왜 울어?, 엄살 피우지 마!, 그냥 참어!"라고 윽박지르다가는 인간의 밑바닥에 깔린 공격성을 체험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전형적인 통풍의 증상은 아래의 그림과 같이 엄지 발가락 관절에 급작스럽고도 심한 통증이 지속되는 것이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의미의 (아플)통, (바람)풍, 痛風... 그렇다면 이런 통풍은 왜 생기는 걸까?
(James Gillray's The Gout : 과거 원인을 몰랐을 때 극심한 통증을 설명할 방법은 괴물 외에 딱히 없었을 것이다. 출처)
2. 통풍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통풍을 일으키는 핵심 원인은 요산(uric acid, urate)이다. 요산은 핵산의 구성 성분인 퓨린의 최종 대사 산물(손발이 오그라드는 뉴클레오티드의 생화학->연결)로 만들어 지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요산은 콩밭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된다. 태어나기 전 부터 만들고/섭취하고 그리고 배설하고... 죽을 때까지 만들고/섭취하고 그리고 배설되는 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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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 모양을 닮은 퓨린기, 아데닌(A)과 구아닌(G)... 사람 몸에서는 최종 대사 산물로 물에 잘 녹지 않는 요산이 된다.)
이런 요산의 생산/섭취와 배설은 우리 몸 안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고퓨린 음식물의 잦은 섭취와 특정 질병 등으로 요산의 생산이 많아지거나, 약물 또는 콩팥의 문제로 요산 배출에 장애가 생기면, 이러한 균형이 깨지게 되어 요산 수치가 올라간다. 이렇게 혈액 속에 요산 수치가 올라간 상태를 "고요산혈증(hyperuricemia)"이라 하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과다한 요산이 특정 관절(대부분 제1 중수족지관절)에 결정체를 형성하며 쌓이게 된다. 그리고 어느 임계점을 넘는 순간, 관절에 염증 반응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눈물의 통증이 유발되는데 바로 이것이 "통풍 발작" 이다.
A. B.
(현미경으로 본 요산 결정, 관절액을 뽑아 위의 결정이 보이면 확진된다) (요산 결정을 먹은 백혈구가 전사하면서 염증이 유발되는 과정)
C.
(염증과 부종, 발적이 생긴 전형적인 통풍 환자의 발, 아파보이는가?)
자... 그럼 지루한 원인에 대해 알아봤으니 관심이 가는 치료에 대해 알아볼까?
3. 통풍의 치료는?
통풍의 원인이 비교적 잘 밝혀져 있기에 치료는 쉬워보인다. 하지만 요산 배출 능력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정상 배출 능력의 40% 수준)가 많으며, 식습관/생활습관 교정 또한 쉬운일이 아니여서 재발을 경험하지 않거나 완치 판정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10년 내 재발이 전혀 없는 사람은 7% 정도). 따라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통풍 발작의 급성기 치료 후, 증상이 사라지더라도 제발, 절대, 필히, 결코, 방심하지 말고,
1. 지속적으로 요산 생성을 억제하고 배출을 도와주는 약물을 복용하면서, (약을 함부로 끊거나 조절하지 말아요~) 2. 저퓨린 식사를 통해 요산의 원인 물질 섭취를 줄이도록 해야 하며, (아무거나 먹지 말아요~ 특히 술은 자살행동 이에요~) 3. 몸속에서 퓨린이 많이 생산될 수 있는 생활 양식 또한 교정하도록 해야 한다. (과한운동/스트레스, 급격한 다이어트 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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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통풍의 치료에는 의사의 지속적이고 계획적인 처방 뿐만 아니라 환자의 노력 또한 중요한 것이 된다. 그런 노력을 돕기 위해 몇몇 분들은 "통풍 일기"의 작성을 추천한다. 일기의 내용은 "섭취한 음식/신체활동의 정도/체중/약 복용/검사 수치/통풍 발작 등"으로 꼼꼼히 작성할수록 더 좋다고 본다. 이를 통해 개인에 따라 다양한 통풍의 양상과 원인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Trial and Error"라는 조금은 무식한 방법이지만 개인별 맞춤 치료 계획을 세우기에는 이만한 방법은 없을 듯 하다. 어린 시절의 밀린 방학 일기의 무한도전 악몽이 떠오르긴 하지만 통풍 발작을 줄여준다는데 귀차니즘 따위는 접어두자. 재발의 고통 속에 후회어린 눈물을 흘리지 말고 미리미리 일기를 쓸 지어다. 아울러 의사 또한 환자를 잘 다독여 그 노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원망의 눈물이 가득한 눈동자와 정기적으로 마주치게 될 것이니...
4. 통풍에 좋은 것?!
통풍에 좋은음식/나쁜음식은 친절한 인터넷에 많이 있다. 대부분 퓨린을 적게 함유한 음식으로 요산의 생성을 줄여보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별로 효과에 차이가 많으며 몇몇 음식만 맹신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당뇨나 고지혈증, 비만의 교정도 중요한데 이는 몸속에서 생성되는 요산을 줄여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저퓨린 음식 섭취 보다 더 중요하다고 한다. 결국 환자마다 특성이 많이 다른 만큼 위의 통풍 일기의 작성에 한번 더 무게를 실어본다.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병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외 최근 Archive of Internal Medicine에 실린 논문이 있어 소개를 하고자 한다. 역시 가난한 시골보건의라 full text를 확인하지는 못했고 abstract를 요약해 본다.
Vitamin C intake and the risk of gout in men: a prospective study. Choi HK, Gao X, Curhan G., Arch Intern Med. 2009 Mar 9;169(5):502-7 |
비타민C의 섭취와 통풍 발병의 관계를 46,994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20년 간 추적 조사한 논문이다. 결과를 보면 비타민C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통풍에 걸릴 확률이 감소됨을 확인할 수 있다. 비타민C를 섭취하지 않거나 소량(250mg/d 이하) 섭취한 사람에 비해, 섭취량이 500mg/d 증가할 때마다 17% 정도씩 통풍에 이환될 확률이 줄어들고, 1.5g/d 이상의 비타민C를 섭취하면 통풍에 걸릴 위험이 대조군에 비해 55%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위 논문이 나오기 전 2008년에 비타민C 섭취량과 고요산혈증의 역상관관계를 밝힌 논문으로 비타민C가 통풍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측된 만큼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즉, 이 두개의 논문을 통해 볼 때 비타민C는 분명 효과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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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생리와 병리가 명확히 밝혀져있는 만큼 기존의 치료법을 신뢰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특히 초기 급성기 약물치료는 환자의 상태를 드라마틱하게 완화시켜 준다. 하지만 그 이후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 라뽀(rapport)가 중요하다. 다른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의사는 환자의 평소 생활 습관 및 복약 습관에 관심을 더 가지고, 장기적 치료 계획에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다독여주며, 환자는 의사의 처방을 믿고 따르며 생활습관을 개선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런, 쓰고나니 너무 교과서적인 말이 되었다. 지루하다. 하지만 어쩌랴, 편법에는 한계가 있는 법!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을 편법으로 치료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참고자료>
1. Choi HK, Gao X, Curhan G. Vitamin C intake and the risk of gout in men: a prospective study. Arch Intern Med. 2009 Mar 9;169(5):502-7
2. Gao X, Curhan G, Forman JP, Ascherio A, Choi HK. Vitamin C intake and serum uric acid concentration in men.J Rheumatol 2008 Sep;35(9): 1853-8
3. Hayman S, Marcason W. Gout: Is a purine-restricted diet still recommended? J Am Diet Assoc. 2009 Sep;109(9):1652.
4. 최신가정의학 textbook, 2007. 대한가정의학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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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비타민씨가 통풍에 좋군요 , 과일 더 열심히 먹으면 여기에도 도움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 과일의 경우 요산의 원 재료인 퓨린을 적게 함유한 음식인데다 비타민C를 많이 함유한 만큼 좋은 통풍에 좋은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짧은 저의 소견으로도 알고 있습니다.비타민은 우리 인체에서 아주 특효로 알고있지요. 비타민 많이드시면 겨울 감기는 물~러거라~ㅋㅋ아는척햇어 지송~^*^
통풍에 있어서 비타민의 작용은 상식적으로 알려진 것과 조금 다른 기전에 의한 것이지만, 도움이 된다는 면에서는 분명하다 하겠지요?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