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출신 초선… 인수위 대변인도 지내
[배현진 의원 피습]
피습 배현진 의원은 최고위원 등 당직 맡아 인지도 높아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2.6.2.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41)은 초선이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당 최고위원과 조직사무부총장 등 핵심 당직을 맡아 활동했다. 당내에서는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대야 투쟁에도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 의원은 2020년 4월 21대 총선 당시 서울 송파을에서 당선돼 의정 활동을 시작했다. 21대 국회 시작과 함께 당 원내대변인에 임명됐다. 같은 해 6월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선출되며 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현 대구시장) 캠프에 참여했던 배 의원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인수위에서 대변인을 지내면서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배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와 대통령실 간 갈등으로 당이 비대위로 전환을 시도할 당시 최고위원 중에서 가장 먼저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당내에서는 배 의원의 사퇴를 두고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배 의원은 지난해 김기현 지도부에서도 당무 감사 등 공천 실무 과정에 관여하는 조직부총장을 맡았다. 당시 사무총장과 전략기획부총장을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과 박성민 의원이 각각 맡으면서 배 의원도 친윤계로 입지를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배 의원은 올해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실시된 국민의힘 당무 감사 결과 현역 의원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배 의원은 2022년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당신이 얘기하는 민주주의가 이런 것인가”라며 항의하는 등 대중적 인지도를 활용해 대야 투쟁에도 적극 나서며 국민의힘에서 대표적 ‘스피커’ 역할을 해왔다.
권구용 기자
“또 증오정치 테러, 용납못해” 여야 모두 충격
[배현진 의원 피습]
한동훈 “테러는 진영 문제 아냐”
이재명 “어떤것도 용납해선 안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배현진 의원을 병문안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 의원은 이날 강남구 신사동 거리에서 괴한에게 습격당했다. 2024.01.25.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2일 부산 피습 사건이 발생한 지 23일 만인 25일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흉기로 공격을 당하자 정치권은 충격에 빠졌다. 이 대표 피습 이후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을 향해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는 극단적 증오정치에 대한 자성론이 나왔지만 양극단으로 갈라진 정치 문화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용의자가 백주대낮에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배 의원의 신상을 확인한 뒤 공격하고, 여성 의원을 향해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는 점에서도 규탄이 이어졌다. 증오정치 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총선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야는 증오정치로 인한 폭력 범죄는 용납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범죄 피해, 테러의 피해는 진영 문제라든가 당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다 같이 대책을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막연한 추측이라든가 분노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도 안 될 것 같다. 냉정하게 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국민들께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전해 달라’는 (배 의원의) 부탁이 있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 대변인은 논평에서 “극한의 정치, 증오의 정치가 가득한 혼란한 시대에 또다시 발생한 폭력과 정치 테러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이 대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상처가 저릿해 온다”며 “어떠한 정치 테러도 용납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배 의원임을 알면서 자행한 명백한 정치 테러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우리 사회가 증오와 혐오로 오염되고 있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거듭되는 정치 폭력에 한국 정치가 병들고 있다”면서 “내전적 정쟁과 극단화가 이제 단순히 불통을 넘어 실질적인 폭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인들부터 증오정치와 서둘러 단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3지대 신당 미래대연합 공동대표인 이원욱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그리고 민주당은 혐오정치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국회는 여야 모두 혐오정치 단절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제3, 4의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인재위원장도 “대립과 혐오는 폭력을 부르고, 폭력은 빠르게 모방되며 사회를 병들게 한다. 그런 악순환을 끝낼 의무가 우선 정치에 있다”고 했다. 개혁신당 김영호 대변인은 “정치가 더 이상 사회적 증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정치권 전체가 힘을 모을 때”라고 했다.
신나리 기자, 조권형 기자, 이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