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남성, 누나와 완전일치 동종이식환자 입니다.
이식을 하고 상태도 안좋고 기운도 없어서 이제 기억을 더듬어서 있었던 일을 적어봅니다.
겨우 3일 지났는데 뭐가 생각이 안나네요.
#이식 당일
이식전날 토끼혈청과 사이폴이 좀 힘들었어서 컨디션은 좋지 않았습니다.
누나의 조혈모세포가 오후에 도착해서 수혈을 시작했는데 받는중에 계속 혈압이 올라서인지 가슴이 답답하고 가슴과 등 어깨쪽에 통증 느낌이 있었습니다.
다 맞고 잠시 지나서였던것 같은데 ...혈압이 190넘어가니까 갑자기 두통이 와서 너무 아프더라구요.
머리속 혈관이 움찔움찔 하는것처럼 느껴지면서 그때마다 쥐어짜는듯한 두통이 오는데 도저히 못참겠어서 약간 소동이 좀 있었습니다.
간호사샘은 혈압을 재야 하는데 저는 아픈데 가만히 있는다고 있는데 잘 안되고 기계도 말썽이어서 자꾸 압력호스가 바람이 빠지고. 저는 죽겠는데 혈압만 몇번을 재도 안되니까 저도 짜증이나고 뭐 그랬던것 같네요. 그때가 시간이 오후긴 했는데 몇시였는지..기억이 안나네요..다른 간호사샘이 한 분 더 붙어서 보조해주면 좋겠는데 다른때는 두분이 같이 많이 다니시더니 하필 교대쯤이었는지 계속 한분이 왔다갔다하니까 저는 혼자 방치되고 간호사샘 한분이 동동거리고 다니고 아무튼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가슴쪽은 속쓰림이 휩쓸고간것처럼 타들어가는듯해서 호흡도 잘 안되고 동시에 머리는 아프고..
그러니까 약간 공황상태처럼 와서 괄약근이 풀리려하고 변의가 와서 그 와중에 머리를 싸잡고 화장실에 앉아서 식은땀 흘리면서 변을보고 뒤처리하고..뭔정신이었는지 잘 생각도 안납니다.
그러다가 아 이게 가슴이 타는듯 하는게 평소에 속쓰림이 올라올때랑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겔포스 같은거 있으면 달라고 했더니 처방없이는 약이 없다고 못준다고 하셔서 한참 기다렸다가 받아먹었습니다.
그러니까 속은 좀 가라앉더라구요.
두통은 진통제와 혈압강하제로 잡혔구요.
그 시간이 1시간이나 됐을까요 20분이나 됐을까요, 시간이 얼마동안 이었는지 감도 안잡히고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찾아올까 두려운 시간이었습니다.
밤에는 열이 39도를 넘어서 오한과 발열이 수없이 반복돼서 진통제, 해열제가 몇번 들어오고 도대체 이 긴 시간동안 시달렸는데 이제 아침쯤인가 보니 겨우 새벽3시..생에 가장 긴 밤중 하루였습니다.
# 이식 두번째 날
첫번째 받은 조혈모세포가 부족하다고 하여 (성인 남성은 한번에 충당되는경우가 많고 여성은 이틀에 걸쳐 채집하는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두번째 이식을 준비했습니다.
전날 두통의 공포가 있어서 긴장했는데 스테로이드 미리 처방해주시고 혈압약이랑 더 강한 진통제 등 다 준비되었으니 걱정말라고 안심시켜주시더라구요.
다행히 아무일 없이 수혈을 잘 끝냈습니다.
밤에 오한과 발열은 여지없이 찾아와서 적도와 북극을 몇번이나 오갔는지.. 침대에서 오들오들 떨다가 이러다가 병원에서 얼어죽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오한 발열은 해열제로 잘 잡아주니 다른 통증보다는 덜 무섭습니다..
#이식 세번째 날
이식 첫날 두통의 후유증으로 머리가 계속 아프고, 감기증상이 원래 있었는데 기침을하면 머리가 깨질듯이 아픈 상태가 지속되었습니다.
면역억제제 사이폴이 부작용이 나타나 산디문이라는 약으로 바꿔주셨고요.
그런데 이때쯤부터 설사가 심해져서 오늘까지도 계속 설사를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실수할수도 있기때문에 예방차원에서 기저귀를 스스로 차게 되더라고요.
두시간 간격으로 계속 화장실에가서 설사를하고 뒷처리를하니 기력이 다 빠지고 여간 힘든게 아니네요.
그래도 첫날의 두통에 비하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억지로라도 밥은 먹어야한다는 생각으로 한숟가락만 먹더라도 밥을 계속 시켰는데 설사도 심하고 식욕도 도저히 올라오지 않아서 밥을 중지시켰습니다.
두통은 완화되었고, 기침을 해도 견딜만한 통증이 있네요. 오한도 이제는 거의 없어져서 잠도 잘 자는 편입니다.
설사만 잡히면 살만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더 지켜보고 글 남기겠습니다.
하루만지나도 저도 잘 생각이 안나서 나중에 돌아보기위해서라도 글로 간단하게나마 남기는게 좋은것 같아요.
첫댓글 그고통을 어찌 가늠 할 수 있을까요?
오롯이 혼자 이겨내야 하는데 무섭지는 않으셨을까요?
저는 넘 아플때 남편이라도 옆에 있어주면 심적으로 도움이 되더라고요
지금 울아들도 6일째인데 백혈구수치 떨어지고염증수치올라가고 요동을 치고 있네요
혹시 기저귀는 미리 준비 해 가셨나요?
힘든시간 잘 이겨내셔서 무탈하게 퇴원 하시길 바래요
나이가 40이 넘어도 무섭긴 하지요. 그래도 간호사샘이나 의사샘이 다들 많이 겪는 일이라고 하셔서 좀 안심은 되더라구요.
기저귀는 병원 준비물품에 있었어서 10개들이 한묶음 미리 샀습니다. 필요없을줄 알았더니 설사가 시작되니 필요하네요.
아드님도 쾌차하길 빌겠습니다.
@I am Sam 정보 감사합니다
저희도 아산인데 물품리스트에 기저귀 없었거든요
심난하네요
@아들맘 아, 맞아요. 물품리스트에는 없었어요.
무균실 간호병동에서 따로 연락와서 추가로 알려준 품목이예요.
병원마트에 파니까 가능하시면 지금 사서 넣어도 되지요. 병동입구에 놓고 간호사실에 전화하면 환자에게 넣어주니까요.
근데 저도 지방 사람이고 혼자라 그 간단한걸 해줄사람이 마땅치가 않네요.
그래서 상황봐가면서 아껴쓸건 아껴쓰고 최대한 병원 제공 물품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전화도 안 왔고 물건 소독 하실때도 부족 한 거 없다 하셨거든요
저희도 지방이라 서울 한번 가기쉽지 않은데 빨리 한번 다녀가야 겠네요
저처럼 설사가 심하지 않다면 속옷만으로도 괜찮을수도 있어요. 그리고 성인이 아니고 아이라면 간호사샘들이 약간 부족한것은 알아서 잘 케어해주지 않을까요. 저는 기저귀는 열날때 또 너무 더워서 기저귀 대신에, 일회용 수건으로 쓰려고 가져온 마른 타올을 차고 있었어요.
일본남자들 그 훈도시 처럼요. ㅋ 그렇게라도 때워야죠.
지방사람들은 여러모로 더 불편한데 별 수 없지요..
울아들은 29살 만으로27살이에요
그래도 늘 아프니 아기 같아서 맘이 아파요
말수도 없어서 연락도 안하고 묻는 말에만 짧게 대답하니 제가 이렇게 카페를 들락 거리게 되네요
하루 하루 무탈하게 잘 이겨내시길 바래요
부모에게 자식 나이가 의미가 있나요.ㅎㅎ
저희 부모님도 아직 저를 아이 대하듯 하시죠.
아드님도 잘 이겨내시길 기원합니다!
설사는 항생제때문에 하시는 걸거예요. 저희도 설사를 해서 여쭤보니 이식방 다 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ㅎㅎ 그 뒤로 안심되었고, 아이가 설사가 싫어서 음식을 안 먹었어요. 저희도 새벽에 그 난리가 나서 당황했다죠ㅠ 화장실 가는 길에 지릴거 같은 느낌 그래서 생리팬티 하고 있었어요. 그때요긴했어여. 그리고 좌욕 할수 있으시면 꼭 하시는 게 좋아요. 혈압약 계속 안 드시니 머리 아프면 꼭 혈압체크해달라하시고 약 드세요. 바로 괜찮아진답니다. 설사 곧 멈출거예요. 좌욕 꼭 하셨으면 좋겠어요;; 혼자계셔서 많이 힘드시겠어요 ㅠㅠ
아산은 좌욕은 잘 모르겠네요.
아예 물을 쓸 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
마이비데에 생수를 좀 적셔서 최대한 부드럽게 닦고는 있습니다.
설사가 항생제 때문일 수 있군요.
말씀 듣고보니 저도 더 안심이 되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
고생이 많으십니다. 완치하기 위한 고생이니 조금만 더 참고 견디세요. 저희 딸도 이식하고 나서 설사때문에 계속 고생을 했습니다. 먹지도 못하고 설사만 하고.. 키는 165인 애가 몸무게가 43키로까지 빠졌었어요. 지금은 원래 체중이 되고 오히려 늘 다이어트 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약이에요 조금만 더 견디세요.
네, 감사합니다.
좋은 날이 오겠지요^^
얼마나 힘드셨어요. 조혈모 수혈 받느라 고생이 많으셨네요. 환우마다 이식시 받아들이는것도 다 다른거 같아요. 그만큼 누님의 조혈모세포가 잘 생착 되는 걸거라고 생각해 보아요. 조금만 더 힘내시구 무사히 무균실 탈출 하시길 응원합니다.
네, 과정도 수월하고 결과도 좋으면 최상이겠지만, 말씀처럼 잘 생착되는 과정이라 여기겠습니다.
메모하고 그날그날 상황을 기록하고 싶어 애쓰다가 어느순간 기록을 멈췄네요 ᆢ너무 무기력하고 힘겨운 일이 돼버려 어떻게 무균실에서 버텄는지 이제와 생각하니 잘 견뎌주고 버텨줬다 자신에게 토닥토닥 하게 되네요. 가끔은 악몽같아도 모든게 회복 과정임을 압니다. 잘버티고 계시는 sam님 파이팅!!
네~ 잠을 자도자도 무기력하니까
이닦고 화장실가고, 쓰레기치우고 기본적인것만 하기에도 체력이 달리죠.
저도 잘 버티겠습니다^^
아이고 혈압 잘 안재지면 허벅지로 재는 기계가 있을텐데 간호사분 대처가 미흡했나보네요..ㅠㅠ
이식하면 예민해지죠ㅠ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좋아지실겁니다 화이팅 하세요! 이식 후 이야기는 제 글 보시면 됩니다.
통증이 오니까 정신이 없어지더라구요.
스쿼시매니아님 글 읽으면서 차분히 기다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