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바리 들어오는 혼수용품과 팬드래건식 예복을 보면서 유나는 찜찜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예쁘긴 하네.'
그러나 이 인간의 기준에서 웨딩드레스는 소녀의 로망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이름도 찬란한 독. 신. 주. 의. 자 였기 때문이다.
"폐하. 잠깐 치수를 재보겠습니다."
'그래, 니들 맘대로 해라.. 난 모르겠다.'
'......그래도 양심이란 게 극소량이나마 남아있었던 모양이군. 아니면 차마
날 덮칠(?) 배짱은 없었던가."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거의 99.9%가 아닐까 싶다.
'설마... 그 할아버지.... 진짜로 잘 전해줬겠지?'
은근히 불안해지는 것도 부지기수....
역시 기분이 생숭생숭 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결혼이라......"
한바퀴 뒹굴~
"결혼이란 말이지...."
두바퀴 뒹굴~
"결혼인 건가....."
세바퀴 째 뒹굴~
"버몬트랑 말이지......."
빠직! (--+)
네바퀴째 돌려다가 풀썩- 침대위에 얼굴을 박고 엎어져버렸다.
"조금만 늦게 와봐라....내가 원래 몸에 돌아가기만 하면....!"
현재로선 메아리없는 외침일 뿐이다....
"....기분나쁘네..."
하얀 시트위에 얼굴을 푹 쳐박고는 머리를 가동시켰다.
.....팬드래건식 혼인이라면 말 그대로 신부 아버지가 신랑에게 신부를 싼값
에(?) 훌러덩 넘겨주는 그 식인가?
.....사피 알딘이 살아있었다면 그 사람이 넘겨줘야겠지? (....그, 그 상황이
아닌데? 어이, 이봐....)
.....생각해보니 철가면이 넘겨주는 것도 꽤나 괜찮을 것 같아. 오라버니를
죽였으니 그 책임을 져야지. 빈 자리 메꾸라고. 나이대(!)도 딱 좋고.
아버지는 아니더라도 막내삼촌쯤은 되지 않나?
음.... 그럼 들러리는 마르자나랑 얀이 드는 건가? 신랑 들러리는.... 무카파
씨는 예식에 안어울리니까 때려치우고.... ...설마 시즈를 세울수는 없지. 마
스터...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도와주는 건 고맙지만 모양새가 별로야. 신
부 아버지(?)가 철가면인데... 이븐 시나는....생각해보니 얘도 시즈지. ...아
깝다. 이 녀석, 명색이 무슬림 출신이니 결혼축가나 부르라고 하면 딱인데.
상상은 날개를 타고 티비앙으로 건너갔다. (--;) 아니, 이미 필라트 라인을
넘었나?
....어쩔 수 없이 버몬트가 신랑들러리로군. ....아냐. 발라씨도 나쁘지 않아.
쳇, 얀언니가 남자였으면 버몬트따위 머매니안 바다에 던져버리고 오는 건
데.
아깝다. 그러고보니 얀언니가 신부 들러리같은 걸 할 사람이던가?
.......차라리 경님이랑 소연이 시키는 게 낫겠네. 케먈은 사회를 보고, 일사
담아저씨는 주례서라 그러고.... 아두스 베이씨는 축하금 걷는 걸로 하지.
아냐, 차라리 일사담 아저씨가 이건 더 잘할 지도....
그래도.... 주례를 할만한 연배의 사람은 이 사람밖에 없는 데...
에잇! 그러니까 심보 좀 곱게 쓰지! 알 무파사! 당신 살아있었으면 댁한테
주례줬을 거 아냐! .....하긴, 당신이 눈뜨고 있는 데 팬드래건 왕자랑 세라
자드 공주랑 결혼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되긴 해.
.....그렇다고 죠엘 할아버지한테 주례주기도 싫어. 웬지 뭔가가 부족해. 2%
가 부족하다고.....(--;;) 그럼 지그문트 박사는? 오옷! 딱 좋아! 이 할아버
지, 왠지 일사담 아저씨랑 닮은 구석도 있는 거같고, 무엇보다 최초이자
마지막이야! 살라딘한테 왕자님이라고 부른! (대체 이거랑 그거랑 무슨 상
관이데스?)
그럼 식장은?
........으음. 아드리아노플은 시즈들이 더글더글 대고 있으니 별로고....
....팬드래건 대성당같은 곳에서 누가하냐! ....태양의 신전은? ...그건 루시퍼
결혼식때나 하시고... 자마후자리? ......영혼결혼식이냐?
자비단? .....사피 알딘 죽은 곳에서 하라고? 으음......
이색결혼식이 유행이니 아지다하카 위에서 해볼까?
신랑들러리나 신부들러리나, 주례선생님이나 신부아버지나 신부나 신랑이
나... 아무튼! 다들 아지다하카 위라고 해서 쫄 사람들은 아니잖아?
케먈도 덩치는 없지만 기백이나 배짱은 보통이 넘으니까. (철가면을 몰아
세우던 그 모습.... 쿠쿠, 총애해주지....;;)
긴 머리카락을 겁도 없이 마구 헝클어뜨리며, 유나는 그야말로 실감나는
자폐아연기를 했다. - 침대위에다 머리를 몇 번 푹푹 처박는...;;
"........타이밍 안맞으면 개죽되는 거야."
아니당. 비유가 뭔가 안맞다. 개죽(일명 라면죽..;;)이 나름대로 얼마나 맛있
는 데.
라면 국물 남은 데다가 계란 하나 더 풀어넣고 김치국물이랑 작은 조각들
집어넣어서 밥이랑 푹 끓이면.... 아, 이거 설명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냥 이렇게 멍하니 있는 건 마음에 안들어!
유나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헝클어져있던 머리를 마구마구 손가락을 빗
어내리더니 뚜벅뚜벅 문 앞으로 걸어갔다.
뻥-! 하고 발길질하니, 쾅-! 하고 문이 열렸다.
보호 겸 감시병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은 상관도 안한채, 유나는 뚜벅
뚜벅 복도를 걸어갔다.
"저, 저기....."
"................"
"저, 나, 나오시면 안되는 데...."
- 이것들.... 바보아냐?
요 의미가 고~대로 담긴 시선으로 확 째려보니, 찍소리도 못한다.
.....유나는 갑자기 내가 버몬트를 살려준 게 그렇게 고마웠나... 하며 지난
일을 반추하기 시작했다. 그 감시병들은 바로 버몬트가 배치해둔 팬드래건
병사였기 때문이다.
"옥상에 가요."
그래, 인생이 불쌍하다. 말단이야 무슨 죄가 있냐. 격언에도 있지 않은 가,
전쟁으로 인해 죽는 목숨은 그 전쟁을 하자고 나선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
도 모른 채 끌려나간 사람이라고.
자유주의자들의 역사관으로는 선량하고 불쌍한 시민을 억압하는 악독한
독재자따윈 존재할 수 없는 거라고 하지만...... 뭐, 나도 거기에 동의하지
만... 어쩌겠어.... 정말 아무것도 모른 체 죽는 사람들도 있는 걸...
멋도 모른 체 계속 쫓아오던 병사들의 곤혹스러움이 멈춘 것은,
다행히도 아델라이데의 등장 덕분이었다.
"......대체, 이게...."
아델라이데는 여술탄을 감금하라는 버몬트의 명령을 알고 있었다. 터져나
오려는 불호령에 당장 병사들의 목이 찔끔했다.
아무튼 누누히 생각하는 바지만, 이 정진정명, 성실한 성기사언니의 최대
불행은 그 상대가 이 겁대가리를 상실한 사이비 술탄이라는 거다.
"바람쐬러 나가요."
병사들을 야단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유나는 계속해서 휘적휘적 걸어갔
다.
"따라오고 싶으면 맘대로 하든지."
....덕분에 그만 병사들을 닥달한 타이밍을 놓쳐버린 아델라이데는, 차마 술
탄의 팔을 잡아끌어 걸음을 멈추게할 생각도 못한 채, 아까까지 병사들이
반복해온 바보짓을 따라해버리고 말았다.
"술탄... 대공의 명령이십니다."
"지금 난 어린애 칭얼거림 받아줄 기분이 아니에요~"
"....방금 발언은 무례하십니다."
"아, 그래요? 그래서요?"
"......그, 그러니까...."
"결혼은 앞둔 여자는 기분이 생숭생숭한 법이라고요~ 평소엔 눈에도 안들
어오면 옆집 총각이 갑자기 멋있어보인다지요? ......아니, 지금 내가 미쳤
나? 뭔 소리를 하는 겨?" (--;;)
"........;;"
정신분열증 초기증세를 보이고 있는 마왕은 둘째치고 아델라이데가 그걸
알리가 있나? 그녀는 세속의 일에는 관심도 없는, 검과 기사의 의무에만
충실했을 모범생인데.
"싱숭생숭해~ 자살충동을 느껴요~ 그러니 말릴거면 따라오고~"
.......자살?
니가 자살을 해?
왜~ 차라리 세라자드가 메리 팬드래건의 코스프레를 한다고 하지 그래?
"..........;;"
정말 고지식하군. 그냥 팔 잡아당겨서 말리면 되잖아?
"후와~ 시원하다~"
길고 고운 머리카락이 사정없이 흩날렸다.
치마자락은 제멋대로 춤을 추고, 눈은 제대로 뜰 수 조차 없었다.
유나는 천천히 팔을 벌리고 온 몸 가득 안겨오는 바람을 품에 넣었다.
아래로는 자비단의 제왕의 홀을 본땄다는 중앙홀이 보였다.
지붕 위는 그야말로 쏟아져내려오는 빛을 그대로 맞이하는 스테인 글라스.
투르 본연의 특이한 양식으로, 팬드래건 대성당을 더욱 신성하게 만들어주
는 극도로 정교한 유리세공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었다.
바로 저곳에서 결혼식이 올려진다.
마치 새처럼 팔을 벌린 채로 마음 껏 거센 공기의 흐름을 즐기던 유나는
천천히 시선을 움직였다.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에서, 옆에서 아무말없이 서있는 아델라이데
와, 그녀의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왜인지 알 수 없지만 차분하게 잠겨있는
눈동자까지..
".....그만 내려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걱정마요, 걱정마. 남의 손에 죽었으면 죽었지. 자살은 절대 안해."
"그게 아니라... 위험할 수도..."
그 말이 끝나자 마자 유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확실히 서있는 것보단 앉아있는 게 덜 위험하다.
"..........."
결국 아델라이데 역시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 까...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귀에 익어 아무렇지도 않게 되
었을 때쯤, 유나는 불쑥 물었다.
"당신은 날 싫어하지요?"
"................"
"내가 당신들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러십니까?"
"근데 이상하게도 그 사실이 유쾌하네요."
"............."
"특히나 당신네 대공은 날 갈아마시지 못해서 안달인 것 같거든."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 지, 혼자서 쿡쿡 웃던 유나는...
".....아무튼 극한상황이 오면 결정하게 될꺼야. 정말 일이 커지면.... 그는.....
나를 두고보기보다는 차라리 죽이겠지."
".....술탄! 그건...."
"이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각성제가 다라는 건가봐요.... 안정제나 치료
제는 따로 있습니다."
"......예?"
팔을 뒤로 돌린 채, 발을 까닥거렸다. 샌들 밑으로 까마득히 아래, 잘 가꾸
어진 화단이 보인다.
"....이상해. 어째서 나는 항상 당신에게 말을 하고 있을 까?"
"........무슨.... 말씀이신지...."
"언제나 생각했거든. 혹시나 녀석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죠
엘남작일거라고. 그런데.... 잘 몰랐는 데 말이야......"
이렇게 실제로 눈 앞에서 움직이니... 새로운 게 보인다고 해야 하나...
"......왜 나는 그 녀석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당신에게 하는 걸까?"
"........!!"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좋든 싫든 그에게 직접 전해줘야겠지. 그에게 할
말이 있어."
".........대공께 가시겠습니까?"
"아니. 너무 일찍 알려주면 재미없지. ....참, 결혼식이 언제죠?"
"......내일 모레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아, 그리 멀지 않군."
"당신, 독신주의자죠?"
".....어떻게 아셨습니까?"
"별로 남자를 사랑해본 적도 없고, 사랑하고 싶지도 않고, 그다지 필요도
없고, 애초부터 남의 시선에 별로 신경쓰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것 같군요."
"남이 자기 일에 참견하는 것도 별로, 자기가 남의 일에 참겨나는 것도 별
로. 하지만 굳이 참견한다고 해서 발끈할 건 없고. 귀찮은 정도에서 벗어
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고... 항상 생각하는 건, 끝까지 염두에 두는 건
왕실과 국가, 그리고 검밖에 없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어감이긴 합니다만... 크게 틀린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신경쓰입니까?"
"예?"
아델라이데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뭐가 말씀입니까?"
".......나도 몰라요."
훌쩍, 툭툭 엉덩이를 털며 유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단지, 새로운 치료제가 있을 지도 모르는 것 같아서 말이야."
"여왕님만 모시고 나오는 게 좋겠군."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손대다가는 끝이 없으니까요."
"늙은 여우의 목이 아깝긴 하지만 그건 나중에 따오기로 하고."
"우선, 경님씨, 철가면씨, 소연씨. 세 분께서 나서주십시오."
"철가면씨는 유, 아니, 폐하를 데리고 나오고, 우리둘은 그때까지 사방을
엄호하고 있지요. 죠엘 할아범만 필사적으로 덤비지 않으면 나머지는 그럭
저럭 괜찮을 거예요."
영감탱이에서 할아범으로 승격시켜준 거냐? 냉정하고 단호하게 말하는 소
연을 말을 듣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낸 철가면은 케먈과 더불어 곧
세세하고도 구체적인 역할 분담에 들어갔다.
"우선, 이러이러한 식으로 침입한 다음,"
"분명 위로는 경비가 허술할 겁니다."
"내가 침입해서 주의를 흐트러놓는 동안, 여기 두 아가씨가 뒤따라 들어가
서 여왕님의 신병을 확보하고,"
"크리스티앙씨에게 썬더볼트를 대기하라고 할까요?"
"비행기에 있어서는 그 청년을 따라갈 자가 없지."
"아지다하카쪽이 임팩트가 클텐데 아쉽네~"
".......무대연출이라는 건가?"
이마를 짚고 한심하다는 듯 묻는 철가면.
"아니, 단지 팬드래건군뿐만 아니라 반역자들에게도 마룡은 공포의 대상이
잖아요. 비공정을 개박살낸 데는 울 이쁜 아지다하카들의 공로가 얼마나
컸는 데. 심리전인거죠."
의외로 논리적인 발언에 철가면이 약간 놀라고 있을 때, 정작 반론은 엉뚱
한 데 있었다.
"하지만 안돼. 아지다하카들은 숲의 상공에선 비행을 할 수가 없어."
"그거야 그렇지. 그러니까 아쉽다는 거지."
".....심리전....이라?"
"아저씨?"
"심리전...... 그래. 알겠어. 그럼 심리전으로 가지!"
"예애?"
.
.
.
.
.
.
화르르륵-
유나는 방금 날아온 철가면의 연락을 꼼꼼히 읽어보고는 촛불의 불꽃 위
에 갖다댔다.
조금씩 재가 되어 사그라드는 흰 종이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빠지던 유
나는.... 이윽고 그 종이가 재로 흩어지자 잠시 눈을 감았다.
말해야 한다.
이제는 끝내야한다.
이쯤이면 됐다.
확인사살같은 거 안해도 돼. 이정도면 됐을 거야.
이제 믿어보자.
믿어보자.
믿어보자.
한번이라도 좋으니 믿어보자.
"폐하."
밖에서는 세라자드의 몸이 생전 처음 입어보는 팬드래건식 예복을 든 시
녀가 대기중이었다.
"혼인식 준비를 하셔야 할 시간입니다."
저들도 투르인이다. 언제나 감정없이 되묻는 목소리에 씁쓸함이 배어있지
않다면 거짓말.
홀의 구조는 원형에 천장이 유리로 되어있다는 것 밖에 모른다.
들어가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
임기응변으로 모든 것을 다해내야 한다.
"들어와요."
팔자에 없는 웨딩드레스.
입어는 주지.
"쓸데없이 경비를 많이 들인 건 없소. 엄연한 전쟁중이니."
"하오나, 전하. 이것은 엄연히 국혼입니다."
"이미 결정된 것이오. 그리고 팬드래건에서 식을 올려도 나의 계획은 이랬
을 것이요. 쓸데없는 왕실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은 체면을 유지할 정도면
됐소."
조촐하기 짝이 없는 혼인식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은 기묘하게도 신랑
본인이었다.
"이제, 식만 올리면 되는 거로군."
마치 무대위의 하이라이트같이 햇살이 천장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금실로 수가 놓아진 하얀 혼인예복을 입은 채, 버몬트는 한참동안 그 햇살
이 부서지는 곳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백색의 왕자는 금새라도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아델라이
데는 조금 서투르게 그를 불렀다.
"전하!"
"....말씀하시오. 아델라이데경."
".....소신, 어리석은 참견이라 노여워하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만... 무례를
무릅쓰고 말씀 올리겠습니다."
"?"
"....진심으로.... 함께.... 살아가실 수는 없겠습니까...?"
!!
적갈색의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부풀어올랐다.
-----------------------------------------------
우아한 라인의 백색 드레스는 아름다웠다.
길게 드리운 뒷자락, 빛이 반사될 때마다 부드러운 광택을 내는 백색의 새
틴, 고운 손에는 똑같은 재질의 장갑, 목에는 수십개의 다이아를 박아만든
은목걸이. 틀어올린 머리에는 최고급 흑요석에다 진주를 박아넣은 장식으
로 땅에 끌릴 만큼 긴 면사포를 고정시켰다.
'하아.......'
유나는 대뜸 한숨부터 쉬었다.
'...이런 말 내입으로 하기는 싫지만.....'
거울을 보던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글썽글썽거렸다.
'넘 예쁘다~~~'
물론 세라자드님의 혼인식때 이.따.위 팬드래건식 예복을 입을 수는 없지
만!
이것보다, 열배, 백배는 훨씬 예쁘고 화려하게 시집보내드려야지!
그러기 위해선....
'훗훗... 탈출할 때 들고 튀어야지. 이 무지 비싼 장신구들...'
....다 좋은 데 제발 보석들 보면서 침흘리지는 마라. --;;
"폐하."
왠 시녀하나가 들어와서 고개를 숙이고 아뢴다.
"시간이... 다 됐습니다."
.
.
.
.
.
쿠아------------
크리스티앙의 저공비행 실력은 만인이 인정하는 바. 일행들은 레이더망에
걸리지도 않고 스리슬쩍 나무 바로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와아....꼭 숲의 바다위에 떠있는 것 같아..."
"그래서 수해(樹海)라는 말이 생긴 거겠지."
바람에 따라 파도치는 녹색물결을 보며 경탄하는 두 소녀를 보며, 철가면
은 피식 웃어버렸다.
'아무리 강해도 소녀는 소녀군.'
"그나저나 아저씨. 자신있어? 무작정 죽이는 것도 아니고."
"아아, 이번엔 이렇게 든든한 아군이 둘이나 있네."
그때 마침, 그 믿음직한 아군 둘은 나무 맨 꼭대기로 날아온 날다람쥐를
보며 꺅꺅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으음;;;"
"차암~ 믿음직스럽군."
"그, 그래도 정작 전투때야....."
"그나저나 타이밍을 잘 잡으라고 했는 데....."
"무슨 쇼연출이 그렇게 복잡해? 으이그~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걸 알고
서 미리 몸 뺄려고 했던 건데."
"하는 수 없지 않나. 있는 거라곤 제국의 전투기와 마룡밖에 없는 데. 마
룡은 숲에서는 날지 못한다고 하니."
"쳇."
"자네가 좀 수고를 해줘야지."
그렇게 말하는 철가면의 얼굴은 왠지 즐거워보였다.
그리고....
결혼식이 있었다. (뭐야, 이 간단함은? --;;)
결혼장소, 결혼날짜, 신부, 신랑을 비롯, 그 어느 것 하나 어울리지 않는,
이 엄청난 부조화의 산물이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었다는 건..
역시 아무리 마왕에게 어린애취급을 당하고 작가에게 깔아뭉개져도, 신랑
의 능력이 평균은 가볍게 뛰어넘고도 남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실이다.
젊은 대공은 얼음을 깎아만들어놓은 것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
다.
투르에 온 지 몇달이 넘어가는 데도 창백하리만치 하얀 안색은 그을리는
법이 없다. 천창의 유리를 통해서 쏟아져내려오는 햇살에 하얀 예복은 더
더욱 눈이 부셨다.
적갈색 눈동자가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사락-
하객들 대신 호위군사들로 가득찬 기묘한 홀 안으로 누군가가 한발자국
내딛었다.
새틴자락이 이끌리는 소리와 함께, 신부가 등장했다.
(빨리 쓰고 나가게 해줘! 정신붕괴가 일어날 것 같아~~~~~ ㅠ.ㅠ)
아름다웠다. 나머지 사정이야 어쨌던 간에.
카리스마나 능력이상으로 시선을 모았던 오라버니의 수려한 외모를 닮은,
그녀의 아름다움은 어떠한 장애로 인해 퇴색되거나 바래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지금 현재 그 안에 들어앉아있는 게 마왕이든, 괴수이든(....;;)
크고 선한 눈망울, 높지도 낮지도 않은 콧날, 갓피어난 장미꽃잎같은 입술,
약간 그을린 아이보리빛 피부는 '절세미인'이 어떤 것인지 그대로 보여주
었다.
손에 든 월광초부케가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살풋 떨리고 있었다.
신랑의 표정은 냉랭하기 그지 없고, 주변에 있는 거라고는 둘의 결합을 축
하하는 하객들이 아니라 만에 하나 있을 지도 모르는 구출자들을 막기 위
한 군사들이니 신부의 표정이 굳어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때까지 이 허접을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
'제길... 망할 놈의 하이힐... 드레스 자락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구만...'
'썩을...! 넘어질 뻔 했잖아! 이 놈의 드레스는 왜케 긴거야!'
'얼씨구얼씨구.. 결국 여기까지 왔네. 빨리 좀 와줘~ 이 인간들아~~~!!'
곱게 연지를 바른 입술을 보이지 않게 질끈 깨물면서 유나는 간신히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드레스 자락 밟지 않으랴,
굽 부러뜨리지 않게 걸으랴... 사람이 할 짓이 못되었다.
'결혼은 두번해도 결혼식은 두번 할게 못된다는 옛 성현들의 말씀이 그른
것이 아니오니.....'
완전 굼벵이가 기어가는 속도와 다를 바가 없었다.
다행한 것은, 원래 신부는 그렇게 굼벵이 기어가는 속도로 입장해야 된다
는 거다.
".........?"
그때였다. 온통 빛으로만 가득 채워진 신부의 버진로드 위에 검은 그림자
가 드리워졌다.
그러나 신부를 가로지른 것도 아니고 그저 가는 길 위를 슬쩍 지나치고
가는 것뿐이었으니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딱, 한사람만 빼고.
"..................."
저 윤곽을 놓칠리가 없다.
성인여자 하나를 넉넉히 감쌀만큼 풍성한 망토자락의 휘날림.
유나는 속으로 감동의 눈물을 흩뿌리며 의기양양, 고개를 들었다.
숙이고 걷던 고개는 평소 하고 다니던 것처럼 오만하게 치켜들고, 어쩐지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곧게 폈다.
난데없는 웨딩 오오라에 침식당하고 있던 마왕의 정신은 온전히 부활했다.
......이 인간 혼자 뻗댔지만 은근히 소심한 구석이 많다.
그녀의 변화에 누구보다도 민감한 사람이 있었다. 의외라면 의외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버몬트 그라는 것이.
"............?"
버몬트의 미간에 작은 주름들이 졌다. 20살도 안된 청년에게는 절대 어울
릴 수 없는 표정이건만, 저 미약한 불쾌감의 표상은 어느새 이 소년과 청
년의 중간쯤되는 남정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있었다.
웅성웅성...
팬드래건의 수많은 병사들이 도열한 가운데.
투르의 여술탄은 발걸음을 멈췄다.
우선 내던진 것은 희디 흰 월광초의 부케.
부케는 멀찍이 포물선을 타고 날아가, 근처에 있던 애꿎은 병사의 머리위
로 떨어졌다.
그 다음은 머리에 뒤집어쓰고 있던 근사한 면사포. 시야를 가리는 데다가
호흡까지 불편하게 하는 애물단지였던 고로, 마지막 기념으로 한번 지근
밟아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다음은 빌어먹게 높던 하이힐. 로마의 휴일에서 앤 공주가 서있으면서
도 하이힐을 벗어 발바닥을 움츠리던 심정을 너무나 통감하게 된 유나는
손으로 벗지도 않고, 그대로 발을 들어 휙휙 날려버렸다.
다행히, 사정거리안에 주둔하고 있는 대상이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얼굴에 덕지덕지 바른 신부화장은 너무 어색하고 싫었지만 이 상황에서
닦아낼 수야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산뜻하다. 욱신거리던 발바닥은 차가운 돌바닥에 닿아, 발가락들이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것 같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면 춤이라도 췄을 지도. (--;;)
휙-
어느새 장갑을 벗어버린 손이 거칠게 드레스자락을 움켜쥐었다.
길게 늘어진 뒷자락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앞자락은 어떻게든 커버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때까지의 굼벵이 걸음이 무색하게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표정이 없는 버몬트에게 다가갔다.
.....병사들의 웅성거림을 필사적으로 제지하는 가신들의 눈물겨운 노력도
보람없이 버몬트는 그야말로 철저한 무표정으로 자신의 신부를 바라봤다.
마주 선 미남미녀는.... 아마도 이 둘의 관계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다면 어
울릴 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것은 이루어질리 없는 환상이다.
유나는 유리알처럼 차고 매끈한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그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의 외침은, 그의 고통은, 그의 아픔은........ 나에게, 그리고 그녀에게 닿지
않는다.
그와 나, 세라자드와 그는 한사람을 사랑하면서도 평생 이런 관계일 것이
다. 만날 수 없는 평행선 위에서, 살라딘이란 교차점을 공유하면서도 영원
토록 이런 눈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갑자기 그 명백한 사실이..... 아파왔다.
".............!!"
병사들의 소란속에서도 굳건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던 아델라이데의 얼
굴에 경악이 떠올랐다.
유나는 버몬트의 목을 끌어안았다.
침묵이 흐른다.
병사들의 웅성거림도, 그것을 막으려는 자들의 고함소리도, 어떻게든 상황
을 수습하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시녀들의 움직임도...
완전히 정지했다.
그 침묵과 정지의 세계속에서...
서서히.... 아주 서서히.... 버몬트의 차가운 눈동자가 당황하고 있었다.
..........들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분명, 그의 귓가에서, 붉은 연지를 바른 고운 입술이 달싹 거렸다.
아주 잠시동안.
확-
바람소리가 날 정도로 갑작스레 버몬트의 목을 놔버린 유나는 다시금,
단상아래로 쌩하니 내려갔다.
"자, 잠깐만......"
당황한 듯, 평소의 냉혹한 울림이 완전히 사라진 대공의 목소리가 울려퍼
지고,
"지금이에요!"
유나의 고함소리가 뒤를 이었다.
그리고 잽싸게 뒤로 물러섰다.
와장창창창창창창--------!!!!!!
요란한 소리와 함께, 홀 안으로 빛의 파편들이 쏟아져내렸다.
유리조각하나하나가 마치, 거울처럼 빛을 반사해냈다.
쏟아져내려오는 자연광과 차가운 공기냄새에 사태를 파악하기도 전,
병사들의 등 위로 공포의 시린 물줄기가 스쳐지나갔다.
머리끝부터 말끝까지 감싼 검은 복장, 그 자리에 서있다는 것만으로도 타
를 압도하는 위용, 무엇보다 손에 들린, 싸늘한 검광을 흩뿌리고 있는 대
검. 전설로 내려오는 사막의 악귀와도 같은 모습으로 그는 홀 중앙에 내려
섰다.
등 뒤에서 펄럭이는 검은 망토는 사령(死靈)의 날개, 그로테스크한 디자인
의 검은 가면은 사신의 얼굴, 온통 검은 가운데 두드러져보이는 녹색의 눈
동자는 지옥의 불꽃.... (근데, 얘 니네 국왕이야.....;;)
"와아~ 나 당신이 이렇게 반가워보기 처음이에요~!"
이때까지 실컷 줄줄 늘어놨던 묘사가 한순간에 아까워졌다.
........그래그래.. 어차피 마왕에게 약점잡혀 사는 불쌍한 정의의 용사 신세...
그러나 눈치없는 철가면은 그것도 모르고서 아저씨의 관록이 느껴지는 미
중년의 트레이드 마크! '미.소' 를 지어주었던 것이다.
"나도 여왕님이 이렇게 예뻐보이긴 처음인 것 같군."
.....상당히 느끼한 대사를 읊으며 기합이 아닌 비명을 지르며 달려드는 병
사하나를 가볍게 밀쳐버렸다.
평소의 마왕이었다면 '능구렁이 중년변태!' 까지는 아니더라도 꽤나 타박을
줬을 터지만, 너무나 반가웠던 나머지, 그럴 정신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이스 미사일!"
"연!"
안그래도 차가운 공기를 더욱 차갑게 얼리며 작열하는 얼음덩어리는 몇명
의 병사들을 얼음동상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미처 얼음동상으로 만들어질 기회를 잡지 못한 자들을 위해 소연
의 연이 착실하게 병사들을 행동불능으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소연아~!!! 경님!!!"
"어허~! 오랜만!"
"앗, 그 드레스 예쁘다~!"
철가면은 언제나 그랬듯이 자신의 망토 한쪽을 유나에게 내주었다.
순백의 하얀 드레스위로 어둠의 한자락이 내려앉는다.
"꺄아~ 이 감촉까지 반갑다니... 확실히 내가 제정신이 아닌가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유나는 에너지 충전 100% (--;;)
이제까지 한번도 쓰지 않은 마법 필살기들을 난무하기 시작했다.
"화이어볼!"
"화이어 애로우!"
"라이트닝 볼트!"
"가라가라가! 가버리라구!"
사자(死者)는 만들지 않기로 했다손 치더라도 상자(傷者)까지 생산중단할
수는 없었다. (;;) 경상자, 중상자 할 것 없이, 생존자를 가장한 반시체들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됐겠지?"
"옙! 빨리 떠나요~ 나 여기 있기 싫어!"
"알았네. 꼭 잡고 있게나."
"알았어요!"
어느새 뚫린 천장 위에서 로프 사다리가 내려와있었다.
"어이, 아가씨들! 이만 철수네!"
"에? 벌써? 아직 재미볼려면 멀었는 데?"
소연이 투덜거리며 검을 챙겨들었다.
"니미야, 가자!"
"..............."
"...경님아?"
소연은 경님의 시선이 따라간 곳으로 눈을 돌렸다.
버몬트.
하얀 예복의,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검을 통탄하며, 수많은 호위병들에게 둘
러싸인 채 활활 타는 듯한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 대공.
순간, 오싹하고 소름이 돋았다.
분명.... 지금 그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쥐고 있으리라.
그 어떤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여술탄을 안아들던 검은 옷의 사내.
뿌드득-
상처받은 자존심의 맹수가 울부짖었다.
바로 눈앞에서....
고스란히, 손가락 하나 대보지 못하고 빼앗겼다.
하얗고 가는 팔이 순식간의 자신의 목을 끌어안았다.
놀랐던 것은, 당혹했던 것은....
적국의 군주를 눈 앞에 두고서도 무방비상태였던 자신에 대해서.
그녀가 손에 작은 단검이라고 쥐고 있었다면 자신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 너를 택해.
......믿었다는 건가...!
- 버몬트! 너 지금 와주면 결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께!
....그럴리가....
코웃음을 치며 부정한다.
- 한 사람 정도는 그의 죽음을 기억해!
어디서 감히..... 감히 투르인 주제에 그의 죽음을 입에 담는 거냐....
목언저리에 느껴지는 것은 따뜻한 숨결, 그걸 받아들이고있는 자신에 대한
경악.
귓가에 들려오던... 나지막한 속삭임은.....
- 구원해줄께....
머리는 계속해서 알 수 없다고, 이해할 수 없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 널 구원해줄께. 나는 할 수 없지만...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을 돌려줄께.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모르는 자들은 말할 것이다. 정당한 복수라고, 혹은 무의미한 살육의 반복
이라고.
그러나 그 허울좋은 길이 의미하는 것이...
그저 단순한 살육이라는 것을, 치졸하기 그지 없는 투정에 불과한 것을 알
고 있는 나 자신이........
멈출 수 없었다.
나는 그만 둘 수 없다고.
그러니 나를 사랑하지 말라고.
나를 멈추게 하지 말라고...
나를....... 살고 싶게 만들지 말라고.....
- 구원받을 수 없어! 진정으로 원하는 건 그게 아니잖아!
감히 아는 척을 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눈으로, 적을 향해 날리는 마법조차 머뭇거리는
주제에 감히 나의 아픔에 대해 아는 척을 했다.
애써 무시했다.
나는 구원을 바란 적이 없노라.......
- 구원해줄께.
할 수 있을리가 없다. 당신이.
- 널 구원할 사람을 돌려줄께.
입에 담지 마라! 당신따위가!
부서진 가면
녹아버린 얼음
드러나버린 약점
걷잡을 수 없는 분노
녹아내리는 얼음조각에 다시 한번 상처입는다.
처음으로 증오한다.
그녀를 증오한다.
적을 속인 것 뿐이다.
나는 그녀의 적이다.
그녀가 나를 속였다.
그녀는 정당하다.
아무리 머리속으로 되뇌여도......
- 진심으로... 함께 살아가실 수는 없겠습니까?
어느새, 그 조용한 존재를 신뢰하고 있었나보다.
다름아닌 아델라이데 우드빌의 말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