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을 주으며 깨닫는 교훈
완연한 가을이다. 이제는 기온도 이불을 덮어야 할만큼 선선하다. 오전에 텃밭을 둘러보고 아내와 함께 알밤을 줏게 된다. 지난해에는 알밤을 한번도 안 주웠던 것 같으니 2년만인 셈이다. 이제는 밤나무들이 오래된 탓인지 전만큼 수확이 많지 않은듯 하다. 한창 알밤이 많을 때는 한번 주으러가면 배낭으로 하나 가득 찰만큼 주웠었다.
알밤줏기는 나름 깨달음을 얻게하는 작업이다.
첫째 자세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 그래야 낙엽과 풀 사이에 숨어있는 알밤이 보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나보다 먼저 누가 다녀갔다고 낙심할 필요가 없다. 방금 내가 지나갔던 자리에서도 또 알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나무에 매달린 밤송이가 바람에 의해 송이째 떨어지기도 하지만 알맹이만 하나씩 흔들림에 의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통업이나 식당등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불문율이 있다. 목이 좋아야 사람이 모인다는 원칙. 심지어는 개척교회를 처음 시작할 때도 이러한 원칙은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알밤을 줏다보면 그러한 원칙은 그다지 통하지 않음을 체험하게 된다. 물론 밤나무가 있어야 알밤이 떨어질 것이고 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나무여야 한다.
우리가 빗물을 저장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저수고 바로 위에 알이 굵은 밤나무가 두그루 있는데, 거기서도 밤알이 제법 떨어지고 있다. 금년에 울타리를 재정비하면서 산쪽으로 확장 작업을 했더니 외부에서 들어오지를 못해 고스란히 우리 차지가 되었다.
아내는 눈에 보이는대로 주워담다보니 나보다 량은 많아도 대다수가 작은 것들 위주라고 하였다. 사실 너무 알이 작으면 먹기가 불편하다. 그래서 내 경우는 청설모등 야생동물이 먹으라고 양보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그렇지가 않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