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해변 길을 걸으며(첫 번째)
(학암포∼소근진 입구, 2017년 3월 16일)
瓦也 정유순
봄이라고는 하지만 새벽날씨는 아직 봄이 아니다. 그러나 새벽을 달려 도착한 충남 태안 학암포(鶴岩浦)의 바람은 차갑기는 하지만 끝은 봄바람이었다. 학암포는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에 있는 포구로 1968년 해수욕장이 개장하면서 포구 앞 대분점도(大盆店島)에 큰 학바위[鶴岩] 때문에 이름이 생겼다. 전에는 분점포(盆店浦)라 하였는데, 조선시대에는 중국 명나라와 교역을 하던 무역항으로 질그릇을 만들어 수출하였다 하여 분점(分店)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학암포해변 지도>
태안해안국립공원 소속 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학암포 자연관찰로를 따라 들어간다. 학암포는 태안해안국립공원 최북단에 위치한 지역으로 바다와 갯벌, 해안사구, 곰솔 숲, 습지 동물의 세계, 사구습지 등 6구간 약700m로 이어지는 독특한 해안생태계 구조를 자연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해설사의 열띤 해설은 동·식물이 존재하는 이유는 “각 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이행 하는 것”이라고 요약해 보고 싶다.
<학암포 자연관찰로 입구>
배후습지에는 봄 가뭄 때문인지 바닥에는 물기가 별로 없고, 바싹 마른 억새는 땅으로 비스듬하게 누워 새싹이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자연관찰로를 나와 앞산 너머 화력발전소의 냉각수 증기가 뭉게구름처럼 하늘로 솟는 모양을 보며 전망대 옆으로 하여 학암포 B해변으로 들어선다. 곱디고운 분가루 같은 모래가 학암포항 까지 이어지고 그 끝에는 큰분점도가 성벽처럼 서있다.
<배후습지와 화력발전소>
<학암포해변 B-해안 끝이 분점도>
펜션단지와 오토캠핑장을 우에서 좌로 돌아 학암포 A해변으로 돌아간다. 방파제 안의 물이 빠진 갯벌에는 어선들이 물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꽃게 등을 포획하는 통발도 손질을 끝내고 차례를 기다린다. 전에는 썰물로 물이 빠져야 들어갔던 큰분점도도 가까운 곳의 이원방조제가 완공된 후로는 밀물 썰물 가리지 않고 아무 때나 들어 갈 수 있다고 한다. 무인도인 이 섬에 학암포 주민들은 어패류 등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하여 드나든다. 조선 때 옹기그릇을 굽던 분점도의 가마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학암포 항-네이버 캡쳐>
<통발>
학암포 표지석은 소분점도가 보이는 A해변에 서있다. B해변은 북향(北向)이지만 A해변은 서향(西向)으로 아무래도 A해변으로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몰려들 것 같다. 맑고 파란 바다는 넓은 백사장과 어울려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태안해변 바라길을 따라 신두리사구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바라길의 “바라”는 바다의 옛 이름 “아라”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하며, 기암괴석(奇巖怪石)이 펼쳐진 학암포 남쪽 해안에서는 곰솔이 우거진 솔밭언덕을 넘어 구례포구로 넘어간다.
<학암포 표지석>
<학암포해변 A와 분점도>
<소분점도>
곰솔은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송(海松)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잎이 곰 같이 억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또한 수피(樹皮)가 검다고 하여 검은소나무, 먹솔, 흑송(黑松)이라는 여러 이름을 같이 가지고 있다. 초기의 성장속도는 일반소나무 보다 훨씬 빠르게 자라지만 나중에는 성장속도가 느려 일반소나무에 뒤진다고 한다.
<곰솔 숲 언덕 입구>
구례포(九禮浦)해변은 학암포에서 곰솔 언덕을 넘어 약2㎞ 남짓한 거리를 지나면 구례포(九禮浦)해변이 나온다. 1993년 KBS사극 <먼동>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구례포는 주변에 산이 많고 나무가 울창하여 야영하기에 좋은 곳 같다. 해수욕장의 백사장 길이는 8백여 미터, 폭은 2백여 미터 쯤 되고, 백사장 양쪽 끝으로 낚시를 할 수 있는 바위가 많아 직접 낚은 생선으로 즉석 회 맛을 볼 수 있는 곳이며, 주변에 민박집이 눈에 띤다.
<구례포해변>
<구례포해변 모래포집기>
<구례포해변 남단의 캐이블>
<구례포해변 남단의 바위들>
국사봉자락의 언덕으로 접어들어 몇 구비를 넘으면 낙조가 아름다운 먼동해수욕장이 나온다. 이곳의 이름은 원래 <암매>라고 부르다가 <먼동>이 촬영된 장소로 유명해지면서 2009년도에 명칭이 먼동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해안경관과 아름다운 낙조가 알려져 용의 눈물(1996년), 야망의 전설(1998년), 불멸의 이순신(2004년) 등 여러 드라마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먼동해변>
먼동해변을 뒤로하고 다시 솔밭 길로 들어선다. 두어 고비 넘으면 개그맨 엄용수가 모델로 나오는 태안군 원북면 황촌2리 태안 해녀마을 간판이 나오고, 간판 뒤편으로 보이는 검은 비닐하우스는 광어를 양식하는 곳이란다. 고개 하나를 넘으면 또 더 높은 고개가 나오기를 계속한다. 능파사라는 절 앞에는 이 앞을 지나가면서 목이라도 축이라고 약수터를 만들어 놓았는데,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꼭지에 물이 흐르지 않는다.
<태안해녀마을 간판-뒤에 광어양식장>
능파사(能波寺)는 바다를 향해 불상이 앉아 있고, 풍상(風霜)을 막기 위해선지 투명유리로 앞을 가려놓았으나 밖에서는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절 이름의 뜻으로 보아 “어떤 험난한 일[파도]이라도 능히 이겨내라”는 뜻 같다.
<능파사-중앙의 유리 안에 있는 불상>
이제 막바지 고개를 넘어야 하는 가 보다. 지금까지는 경사가 완만하였으나 앞으로 넘어야 하는 고개는 비교적 가파르게 다가온다. 조금 힘겹게 고개 올라서니 쉼터가 나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고개를 넘어 가파른 내리막길을 빠져 나와 방조제를 넘어서니 넓은 신두리해변이 펼쳐진다.
<신두리로 가는 방조제 길>
<신두리해변>
신두리해변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구(砂丘, 모래언덕)로 천연기념물(제431호, 2001년)로 지정되었다. 이 모래언덕은 해안선을 따라 길이 3.5㎞, 폭 0.5∼1.3㎞로 남북방향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다. 또한 신두리 해안사구는 북서풍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길게 늘어서 있으며, 최대 높이 19m를 정점으로 하여 좌우로 끝없이 펼쳐진 모래언덕이 장관을 이룬다. 한마디로 신두리사구는 북서풍이 몰아치는 겨울철에 성장한다는 것이다.
<신두리해안사구 표지석>
<신두리해안사구>
<신두리해안사구 모래결>
<신두리해안사구>
사구는 단순하게 모래만 쌓인 언덕이 아니다. 첫째 해안과 뒤쪽으로 인간이 살 수 있는 거주공간을 마련해 주며, 바닷바람을 막아 바다와 농경지를 구분해 주고 해안선을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둘째 동·식물의 중요한 서식공간을 만들어 준다. 즉 사구의 주인은 이곳에 사는 동물과 식물들이다. 셋째 사구는 지하수를 저장하는 공간이다. 모래로 침투해 들어간 빗물이 사구 속 바닷물 위로 쌓이며 지하수를 만들어 내고 있다.
<갯그렁풀 등이 있는 신두리해안사구>
<통보리사초>
그리고 사구를 지탱해 주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배후에 있는 숲과 습지이다. 신두리 해안사구도 배후에 울창하게 우거진 곰솔생태 숲과 두웅습지가 있다. 곰솔 숲은 해일이나 태풍 등의 자연재해를 막아주고 바닷가의 모래나 사구의 모래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곰솔 숲>
<곰솔 숲길>
두웅습지는 우리나라 해안사구에 인접한 습지 중 제일 큰 습지로 세계습지 보호조약인 <람사르조약>에 의해 등록된 습지이다. 이 습지에는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와 금개구리, 표범장지뱀 등 수백 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야생 동·식물의 보금자리이자 귀중한 생태학습장이다. 또한 사구의 배후습지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시간이 안 되어 들르지 못하고 지나친다. 대신 신두리사구센터에 들러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신두리사구센터>
<모래 밭의 토종닭>
신두리해안사구 밖인 남쪽으로는 신두리해수욕장이 고운모래와 잔잔한 파도가 여름의 피서객을 기다린다. 해수욕장 주변으로는 대규모 리조트가 자리 잡았다. 긴 백사장 끝에서 좌측으로 돌아서면 갯벌이 발달되어 있다. 태안해변 1구간인 “바람과 모래의 나라” 바라길(학암포해변∼신두리해변)이 끝나고, 2코스인 소원길(신두리해변∼만리포해변)이 시작되어 소근로 입구 삼거리까지 행군한 후 태안해변길 첫 번째 걷기를 마감한다.
<신두리해수욕장 표지석>
<신두리해안 리조트>
<신두리해안 갯벌>
<소근로 입구 삼거리>
첫댓글 세세한 설명 으로 채워진 또 한편의 여행기를 읽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설사님보다 자세한 설명과 멋진 사진으로 태안 바라길과 신두리사구를 둘러봅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녀온 길을 더듬어 보았을 뿐입니다.
와야님 후기로 무심한 눈길로 지나간 섬들의 이름을 알게되었습니다
바라길은 모래 언덕의 중요성을 알게 된 도보였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해주셔셔 다시 공부가 됬습니다
감사합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후기를 쓰면서 많은 공부를 하게 되는 군요.
역시 자연은 위대한 스승 같아요~~~
학술적 설명이 깃들인
공들인 후기를 보며
걸었던 길에 스토리가
만들어지니 오래도록
기억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멋진 명품후기 감사드립니다.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나왔던 점과 선을 단순히 연결한 것 뿐인데~~~
더 실속 있는 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바라길을 다시되짚어보게 됩니다.
와야님 후기 감사드리며
담길에서도 멋진후기 기다려지네요.
수고하셨습니다 ~^*^
바람과 모래가 함께한 바닷길이었습니다.
덕분에 끝까지 완주해야 되겠다는
의욕이 생기네요~~
와야님의 바라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지니
두 번 걸은 듯 합니다
다음길의 후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걸으며 생각하는 바라길이었습니다.
후기로 태안해변길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와야님의 상세한 후기를 보며 놓쳤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지나친 통보리사초, 갯그렁풀도 보여 주시고
학암포 해변, 신두리 해변 정도만 입력 되었는데
먼동 해변, 구례포 해변도 확실히 집어 주시고
분점도,
그리고외로운 섬하나 정도로 사진 찍었는데
소분점도 라고 이름 알려주셔서
무한 감사 감솨~ 드립니다
두번째 길 이야기 기대해 봅니다
돌아서면 바로 잊어 버리기에
기억을 되살리려고 적어 보았습니다.
기대에 미칠지 모르겠지만
참여하는 대로
열심히 이야기 만들어 내겠습니다.
와야님의 설명을 들어야 걷기가 온전히 완성 되는것 같습니다.. 모르고 지나쳤던 부분을 일깨워 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고 느끼는 것처럼
설레이는 맘으로 세상을 걸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