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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치 이규승입니다.
# 뉴스와 시각(조해동 조선일보 경제부 부장)
* 저출산, 대책에 집중할 때
기획재정부가 지난 15일 재미있는 자료를 냈다. ‘인구 문제 해결에 국민의 정책제안 반영’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주제로 ‘2023 미래 한국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한다는 내용이다. ‘저출산 대응’ ‘고령사회 대비’ ‘경제활동인구 확충’ ‘축소사회 적응’ 등 세부 과제에 맞춰 제출하면 선발된 사람이나 팀에 상과 상금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가 몰려 있다는 기재부가 국민 아이디어를 공모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결책을 내놓기 어려운 과제라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 아이디어 단골 공모 대상이었던 ‘한국판 뉴딜’ ‘국민참여 예산’ 등은 지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는 사람조차 없다.
최근 저출산에 대한 각종 포럼, 세미나, 언론 기획기사 등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국가적 과제이니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최근 저출산에 대한 관심이 아직도 대책 마련보다는 현상에 집중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다는 것은 더 이상 ‘팩트(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없을 만큼 분명하다. 저출산이 초래한 現象(현상)에 대한 조사를 멈추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제 가장 어려운 과제인 저출산 대책에 집중할 때가 됐다는 뜻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집권 2∼3년이 지나면 ‘레임덕(지도력 공백 현상)’ 때문에 국가적인 과제를 해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더 이상 실기하면 윤석열 정부에서도 저출산 대책은 有耶無耶(유야무야) 끝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약 280조 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 통계가 과연 저출산 대응 예산을 제대로 계산한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저출산과 관련된 통계를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일이다.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이 대책을 만드는 것은 총 없이 전쟁터로 나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두 번째로 할 일은 저출산 대응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짜고, 소요 예산을 사전에 추정하는 것이다. 옛 재정경제부(기재부의 전신)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협업해 수십 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해 1년여에 걸쳐 만든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을 위한 기본 청사진’(2002년 4월 4일 발표)과 유사한 수준의 종합적인 대책 없이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저출산 대책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은 예산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다. 저출산 대책은 출산, 양육, 주거, 교육, 노후 등 국민 인생의 모든 週期(주기), 전체 정부 부처와 관련돼 있다. 한 분야의 대책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국민 인생의 모든 주기에 걸친 대책을 망라하고,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예산을 미리 계산한 뒤 계획적으로 집행할 필요가 있다. 非婚(비혼) 출산의 지원 범위, 이민 허용의 수준 등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대책에 대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국민 의견을 물어야 한다. 제대로 된 저출산 대책 마련이 늦어지면 ‘한국號( 호)’가 침몰한 후 뒤늦게 부산을 떠는 우를 범하게 될지도 모른다.